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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변화
‘다른 능력들도 10레벨을 달성하면 상위 능력으로 변화하는 건가?’
아마도 그럴 확률이 높았다. [강인함]능력 하나만 특별하게 작용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승한이 잠시 쉬면서 [불굴의 육체]에 대해서 고민할 무렵, 윤재와 주희가 다가왔다.
“형!”
“난 네가 죽은 줄 알았어.”
안도의 표정과 함께 윤재가 승한의 앞에서 섰다. 승한은 어깨를 으쓱이며 앉아있던 자리에서 일어났다. 윤재가 그런 생각을 한 것도 이해가 갔다.
“저도 제가 죽을 줄 알았어요.”
“어떻게 된 거야?”
“이야기는 나중에 해요. 일단은 다른 데 보고부터 해야 할 것 같으니.”
10레벨의 능력이 다른 능력으로 바뀐다는 이야기는 나중에 시간을 길게 잡고 할 생각이었다. 한두 마디로 끝날 이야기도 아니고, 꽤나 길게 이어질 텐데 지금은 일분일초가 아까운 때였다.
첫 번째 보스를 쓰러뜨린 승한은 안석환이 있는 평촌이 걱정되었다. 당장 헌터들 중에서 꽤나 상위권에 있을 것이라 자신하는 승한이 보스를 상대로 이렇게 고전했다면, 평촌쪽 상황도 그리 좋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안양에서 확인된 보스의 수는 총 두 마리였다. 그 중 한 마리는 호계동에, 한 마리는 평촌동에 있었다. 호계동에 있는 보스를 처리했으니 이제 안양에 있는 보스는 평촌동에 있는 한 마리뿐이었다.
“안석환씨. 저 김승한입니다. 지금 연락 가능합니까?”
대답은 잠시 후에 들려왔다.
-지금 막 괴물들 정리를 끝나고 호계동으로 향하려던 참입니다. 김승한씨, 호계동으로 먼저 넘어가셨다고 들었는데 상황은 어떻게 됐습니까?
괴물들의 정리가 끝났다는 소식에 승한이 깜짝 놀랐다.
“여기에 있는 보스와 괴물들은 다 정리했습니다. 그런데 괴물들의 정리가 끝났다면, 보스도 다 정리가 끝났다는 소립니까?”
-네. 조금 힘들긴 했습니다. 갑자기 녀석이 다른 괴물들을 먹고 흰색에서 색이 변하는 바람에…….
거대 거미의 색이 변했다. 역시나 승한의 생각대로였다. 처음에는 흰색이었던 거대 거미는 다른 거미들을 먹으면서 점차 색을 보라색에 가깝게 변화시킨 모양이었다.
“그쪽 보스는 무슨 색이었습니까?”
-노란색이었습니다. 차라리 흰색이었을 때 잡을 걸 그랬습니다. 색이 변하면서 점점 더 강해지는지, 잡기가 어렵더라고요. 다행히 그 녀석이 다른 괴물들을 잡아먹으면서 괴물들의 수는 줄었기에 망정이지, 이번 보스는 상상 이상으로 강했습니다.
노란색의 거대 거미. 승한이 쓰러뜨린 남색에 비해서는 세 단계나 색이 아래였다.
‘대체 남색은 얼마나 많은 거미들을 먹은 거지?’
아무래도 박향근과 차상민, 이주호가 호계동에 있는 다른 거미들을 제대로 쓰러뜨리지 않다 보니 평촌동에 있는 거대 거미에 비해 다른 거미들을 훨씬 많이 먹어 치운 모양이었다. 평촌동은 호계동에 비해 헌터들의 수준이 비교적 높아 보스인 거대 거미가 먹어 치울 거미가 부족했을 것이다.
‘보라색이 나왔다면 끔찍했겠군.’
남색 거대 거미가 그 정도였다면 보라색은 얼마나 강할지 상상도 하기 어려웠다. 또 다행인 점이라면 이번 보스는 다른 때에 비해 수가 적다는 점이었다.
‘그만큼 훨씬 더 강하긴 했지만.’
어쨌든 우려한 것과는 달리 평촌동 쪽의 보스는 정리가 된 것 같아서 다행이었다. 그 뒤로 몇 군데에 더 연락을 돌렸는데, 대부분 지역은 맡은바 지역을 거의 대부분 정리한 듯했다.
하긴, 그럴 수밖에 없었다. 어느 순간부터는 다른 지역에 있는 거미들 중 대부분이 호계동과 평촌동으로 몰려들었으니 말이다. 거미들은 거대 거미에게 먹히기 위해 자기 자신을 희생했다.
보스가 출몰한 것도 아니고, 거미들 중 대부분이 빠져나간 상황이라면 실력이 떨어지는 이주호와 박향근, 차상민이라 하더라도 거미들을 상대하기엔 충분할 것이다. 문제는 보스의 존재 여부였지, 다른 게 아니었다.
‘보스에 대한 성과급을 다시 재고해 봐야겠어. 보스의 존재 여부에 따라 지역의 수비 난이도가 너무 달라.’
승한은 거대 거미를 떠올리다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었다.
“다른 지역에 대한 소식은 없었습니까?”
-안양 쪽에 대한 지원 요청은 호계동을 제외하고는 따로 없었습니다. 의왕, 안산, 군포, 시흥 및 서울 구로 중에서는 구로구에서 지원 요청이 왔습니다만… 안타깝게도 승한씨 외에는 저희들 중에서도 인력이 남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승한이 여유가 됐다면 모를까, 승한은 이미 차상민과 이주호의 지원 요청으로 호계동으로 향하고 있던 중이었다. 지리상으로 정 반대에 있는 곳인 만큼 안석환은 승한에게 구로구에 지원을 가 달라고 말할 수 없었다.
“구로구에도 보스가 나타났답니까?”
-그런 모양입니다. 안산과 의왕, 시흥, 군포에서는 다행히 보스를 막아낸 것 같은데… 구로는 아닌 모양입니다. 그래도 그쪽에서는 다른 서울시 헌터들이 지원을 가 있을 테니 너무 걱정하지는 마십시오.
“걱정하지 않을 수가 없잖습니까? 그러다가 보스가 보라색으로 변하기라도 하면…….”
승한은 남색 거대 거미를 보았다.
녀석이 얼마나 무서운 녀석인지 알고 있었고, 한 단계씩 색이 변할 때마다 거미들이 얼마나 크게 변화하는지 알고 있었다.
무엇보다 보라색은 승한이 알고 있는 색의 마지막 단계였다. 아마도 남색과는 차원이 다를 것이다.
“구로구에 있는 헌터와 연락이 닿긴 합니까?”
-그게 사실… 구로구에 있는 헌터와는 연락이 단절된 상태고, 그곳으로는 서울시에 있는 다른 헌터들이 가 있는 모양입니다. 제가 파악한 바로는 구로구에 있는 헌터들은 이미…….
거기까지 이야기를 들은 승한이 다시금 검을 꽉 쥐었다.
“지금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네?
“구로구에 보스가 나타난 위치 연락 받으셨죠? 당장 알려주십시오. 날아가겠습니다.”
승한은 고개를 휙 돌려 윤재를 바라봤다.
“형, 들었죠?”
“바로 갈 생각이냐?”
“네. 지금까지 보스가 살아 있으면 아마 남색 이상은 됐을 거예요. 죽었다면 상관은 없지만… 만약 살아있다면 더 강해지기 전에 죽여야 되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거대 거미가 살아서 날뛰다가 다른 거미들을 계속해서 잡아먹고 보라색이 되는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아직 눈으로 보지도 않았지만 벌써부터 두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흰색이었던 거대 거미가 다른 거미들을 계속해서 잡아먹는 이유가 보라색이라는 완전체가 되기 위함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남색이라면 제가 잡을 수 있어요. 보라색이 되기 전에 잡아야 해요.”
“안 쉬어도 되겠어? 너 방금 전까지만 해도 조금도 안 쉬고 계속 싸웠잖아?”
“그러니까 부탁해요. 주작을 타고 구로구까지 날아가면 이십 분이면 도착할 수 있어요. 그 동안 조금 쉬면 충분해요.”
날아가는 동안 쉬겠다는 말은 즉, 쉬지 않고 바로 구로구로 출발하겠다는 뜻이었다. 다 끝났다고 생각한 주희는 화들짝 놀랐다.
“지금 바로 출발한다고요? 쉬지도 않고요?”
“네. 한 시가 급합니다.”
“왜 그렇게 해야 하는데요? 저희가 맡은 구역은 물론, 사실상 호계동도 승한씨와 저희가 정리한 거나 다름없잖아요? 아무리 구로구가 안양시와 연계가 되어 있는 지역이라고 해도, 직접적인 지원 요청이 들어온 것도 아닌데 굳이 싸우러 갈 필요는 없어요!”
주희의 말은 백 번 맞았다. 무작정 돈을 보고 괴물들과 싸우는 것도 아니고, 승한이 굳이 괴물들이 있는 장소를 찾아가며 싸울 필요는 없었다.
호계동까지는 이해할 수 있었다. 그곳에 대피해 있는 사람들 중에는 승한과 윤재, 주희의 가족들이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구로구는 그런 것도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승한의 오지랖이었다. 물론 승한이 틀린 말을 하는 건 아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거대 거미의 색이 보라색에 가까워지고, 점점 더 잡기가 어려워지는 건 거의 확실했다. 그리고 승한은 보라색이면 몰라도 남색의 거대 거미까지는 충분히 잡을 능력이 있었다.
하지만 평범한 사람으로 한 평생 살아왔던 주희에게는 갑작스럽게 목숨을 걸고 몇 시간씩 싸우고, 굳이 싸워도 되지 않음에도 스스로 싸움터로 뛰어든다는 건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었다.
“그럼 주희씨는 잠시 빠져 계세요.”
“네?”
“형도 원하지 않으면 싸우지 않아도 되요. 구로구까지 데려다 주세요. 거기까지 무작정 달려가면 아무리 저라도 좀 힘들 것 같거든요. 시간도 더 많이 걸리고요.”
결국 승한은 고집을 꺾지 않았다. 윤재는 승한과 주희의 사이에서 눈치를 보다가 한숨을 쉬었다.
“둘 다 틀린 말은 아닌데, 난 그래도 승한이 말이 옳다고 봅니다.”
“윤재씨도요?”
“네. 주희씨도 방금 보시지 않았습니까? 보스가 남색만 되도 그 정도인데, 보라색이 되면 얼마나 더 강해질지 모릅니다. 더 큰 희생이 따를 수도 있어요. 구로구면 저희가 사는 지역과 그리 떨어지지도 않은 곳인데, 미리 대처를 해 두는 편이 나을 거라고 봅니다.”
어쩌면 지나친 걱정이라고 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신중한 성격의 윤재는 구로구에 있는 거대 거미가 보라색으로 진화해서 안양으로 내려올 것을 걱정했다.
“정 껄끄러우시면 주희씨는 여기 계세요. 승한이와 저만 먼저 다녀오면 되니까요.”
화악-.
윤재가 주작을 불러냈다. 허공에서 작은 불이 피어오르더니 점차 크기를 키워갔고, 곧 거대한 크기의 주작이 나타났다.
처음보다 훨씬 덩치가 커진 주작은 이제 승한과 주희는 물론, 거의 사람 10명은 태울 수 있는 크기가 되었다. 날아가는 속도도 처음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빨라져서 구로구까지 단숨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승한은 말없이 주작의 위로 훌쩍 올라탔다. 주작이 고개를 내리자 윤재가 그 위로 올라갔고, 주희도 그 뒤를 따랐다.
“됐어요. 같이 가면 되잖아요.”
“갑자기 왜?”
“저 혼자 여기 있다가 거미라도 남아있으면 어떻게 해요? 그냥 죽는 거지. 전 이번에 버프 능력밖에 안 올렸어요.”
승한과 윤재가 피식 웃었다. 틀린 말은 아니었는데 어째 들으니 웃음이 나왔다. 하긴, 그녀의 능력이라면 작든 크든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나 버프 계열의 능력은 사람이 많을수록 더욱 큰 위력을 보일 테니, 서울 지역의 플레이어들과 합류하면 그녀의 능력은 배가 될 것이다.
“그럼 출발하죠.”
“서울 지역의 헌터와 연락은 됐냐?”
“이름을 들어도 얼굴을 모르면 전음구로는 연락을 못해요. 아마 곧 안석환씨에게서 연락이 올 거예요.”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안석환에게 연락이 도착했다.
-거대 거미의 현재 위치는 구로3동의 구로디지털단지역이랍니다. 현재 금천구를 통해서 석수동으로 내려오는 중입니다.
“합류 하시겠습니까?”
승한의 물음에 안석환이 곧장 대답했다.
-금방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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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를 구별하는 방법은 어렵지 않았다.
헌터의 기준은 아주 간단했다. 시간이 멈췄을 때, 움직이고 있는 모든 사람이 바로 헌터였다.
승한과 윤재, 주희는 주작을 타고 호계동에서 구로3동에 있는 구디역(구로디지털단지역)으로 향했다. 호계동에서 구디역까지의 거리는 꽤 되었는데, 주작을 타고 움직이자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안석환이 평촌동에서 움직이고 있다면… 도착까지 시간이 꽤 걸리겠군.’
승한과 윤재, 주희는 주작이라는 편리한 이동수단이 있었지만 안석환이 있는 곳에는 과연 이런 이동수단 있을까 의문이었다. 만약 그렇지 않아면 발로 뛰어 와야 할 텐데, 그렇게 되면 시간적으로 꽤나 걸릴 것이다.
시간이 멈춘 지 얼마나 되었을까? 체감 상으로는 적어도 세 시간 가까이는 된 것 같았다. 처음 스컬레톤이 등장했을 때보다 리자드맨이 등장했을 때가 멈춰있던 시간이 더 길었고, 이번은 리자드맨이 등장했을 때보다도 더 길었다.
점점 멈춰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었다. 어쩌면 이 다음에는 더욱더 길어질지도 모른다.
‘그런 걸 감안한다고 쳐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을 테지.’
승한은 곧 시간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할 것임을 직감했다. 그것은 누군가 알려주지 않아도 몸으로 알 수 있는 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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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50편입니다.
시간 정말 빠르다 벌써, 여, 기까지왔네
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