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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수호신(守護神)
[‘능력 - 수호신(守護神)’을 획득하였습니다.]
승한의 눈이 번쩍 뜨였다. 바로 옆에 있는 스마트폰을 켜서 시간을 확인해 보니 시간은 언제나 똑같이 이른 아침이었다.
‘수호신(守護神)?’
승한의 머릿속에는 새로 얻은 능력에 대한 정보가 들어있었다.
‘방어 능력인가?’
‘수호’라는 이름에서부터 방어 계열의 능력이라는 건 알 수 있었다. 하긴, 생각해 보면 5스테이지는 시작부터 끝까지 은가람을 지키는 일이었다.
스테이지의 진행과 관련된 능력을 받은 걸까? 자세한 건 알 수 없었다. 지금까지는 스테이지의 진행과는 전혀 상관없는 능력이었는데 말이다.
‘우연일 수도 있고.’
승한은 자리에서 일어나 창밖을 확인했다. 오늘도 어김없이 하늘은 흐릿했다. 비가 오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어제까지만 해도 쨍쨍하던 하늘이 오늘은 시커멓게 변해있었다.
승한은 침대 아래에 있는 검을 주워들었다. 이상한 점은 방패가 없다는 것이었다.
“혹시… 거기 버리고 와서 그런가?”
승한은 은가람을 들쳐 업느라 위진에게 내던진 방패를 떠올렸다. 던질 때에는 내심 어차피 현실로 돌아가면 그대로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꿈속에서 잃어버린 장비는 현실에서도 사라지는 모양이었다.
“신기하네. 현실에서는 떨어져 있는 물건도 꿈속으로 가져갈 수 있는데…….”
타임 포인트로 구매한 물품에 한해서 현실은 꿈에 영향을 미치지만, 꿈은 현실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참 묘한 공식이었다.
승한은 방패에 대한 미련을 버리기로 했다. 100포인트나 주고 산 장비였지만 이미 잃어버린 것 어쩔 수 없었다. 다음부터 조심하면 된다.
[보유 타임 포인트 : 2060p]
승한은 보유하고 있는 타임 포인트를 확인했다.
2060포인트.
리자드맨들을 쓰러뜨리며 모아 두었던 포인트였다. 다음 번 스테이지를 통과하고 그 스테이지에서 습득한 능력을 강화하기 위함이었다.
‘5스테이지의 능력에 필요한 포인트는 800.’
아직 확인은 해보지 않았지만 각 스테이지마다 1레벨을 올리는데 필요한 포인트는 두 배씩 올라갔다. 즉, 6레벨의 [강인함]과 1레벨의 [수호신]의 레벨을 하나씩 올리는데 필요한 포인트가 같다는 의미였다.
‘기본적으로 방패를 위주로 한 능력이야. 방패를 기본으로 전반전인 방어력을 올려 주는 능력이라면 생존률이 비약적으로 오를 테니까. 근접해서 싸워야 하는 나와 상성이 꽤 맞는 능력이긴 해.’
[수호신]은 방패를 비롯한 승한의 모든 능력에 대한 방어력을 급격하게 올려주는 능력이었다.
그것은 단순하게 방어력이나 내구도의 상승과 같은 단순한 능력이 아니었다. 불이나 전기를 비롯한 내성은 물론, 독이나 질병에 대한 몸에 해로운 모든 피해에 대한 ‘면역’이었다. 즉, 피해를 줄여주는 데서 그치지 않고 절대적인 방어를 취할 수 있는 것이다.
‘대단한데.’
모든 성질의 피해에 대한 ‘절대적인’방어. 그야말로 매력적인 능력이 아닐 수 없었다.
물론 한계 이상의 피해에 대해서 충격을 받기는 할 것이다. 하지만 모든 피해에 대한 절대적인 방어가 아닐 뿐, 피해를 대폭 감소시킨다는 것만은 변함이 없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수호신]을 통한 방어력과 내구도의 증가는 그대로 승한의 힘으로 흡수되었다. 보다 단단한 검과 몸이 강한 힘을 내뿜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더군다나 보다 뛰어난 방어력은 더더욱 저돌적으로 공격할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
[스테이지1 - 강인함]
* 분류 : 고유 지속
* 레벨 : 5
* 요구 타임 포인트 : 800p
[스테이지2 - 민첩함]
* 분류 : 고유 지속
* 레벨 : 4
* 요구 타임 포인트 : 800p
[스테이지 3 - 강화]
* 분류 : 엑티브
* 레벨 : 4
* 요구 타임 포인트 : 1600p
[스테이지 4 - 광휘]
* 분류 : 엑티브
* 레벨 : 3
* 요구 타임 포인트 : 1600p
[스테이지 5 - 수호신]
* 분류 : 엑티브
* 레벨 : 1
* 요구 타임 포인트 : 800p
[보유 타임 포인트 : 2060p]
승한은 자신의 능력을 돌아봤다. 1, 2레벨에 머물러 있던 처음과는 달리, 고작 두 번의 꿈을 더 겪었을 뿐인데 전반적으로 모든 능력이 뻥튀기 되다시피 올라가 있었다.
그 중, 승한이 눈여겨 본 능력은 두 가지였다.
‘[강인함]과 [수호신].’
승한은 막 1600타임 포인트를 획득했을 때, [광휘]나 [강화]의 레벨을 올릴까 아니면 포인트를 모아두었다가 5스테이지의 능력을 강화할까를 사이에 두고 갈등했다. 당장 1600타임 포인트를 지불하고 얻을 수 있는 능력도 달콤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승한은 가능한 가지고 있는 포인트를 아껴두었다. 새로 얻은 능력이 어떤 능력인지 본 뒤에 판단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만약, 5스테이지를 통과하고 획득한 능력이 기대 이하라면? 그럼 원래 예정대로 [광휘]나 [강화]에 포인트를 투자하면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 우려와는 달리 5스테이지를 통과하고 얻은 능력은 승한의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 승한은 과감하게 [수호신]에 포인트를 투자했다.
[800타임 포인트를 소모하였습니다.]
[‘능력 - 수호신’의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그리고 남은 포인트는 [강인함]에 투자했다.
[800타임 포인트를 소모하였습니다.]
[‘능력 - 강인함’의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2레벨로 오른 [수호신]은 따로 사용해야 하는 엑티브 계열의 능력이라 별다른 변화가 느껴지지 않았다. 사실 능력에 대한 정보도 단편적인 것뿐이라 어느 정도 효율이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 승한이 망설이지 않고 [수호신]에 타임 포인트를 투자한 건 어디까지나 생존률을 높이기 위함이었다.
‘죽으면 끝이니까.’
가족들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고, 정부와의 계약을 통해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한 일이었다. 하지만 살아 있어야 가족을 지키든, 돈을 벌든 할 것 아닌가?
남은 타임 포인트는 460포인트였다. 당연하게도 이 포인트를 사용할 곳은 정해져 있었다.
“상점.”
[무기]
[방어구]
[소비]
승한은 눈앞에 떠오른 목록 중, [방어구]를 선택했다. 그리고 그 목록들 중 또 다시 [방패]목록을 뒤졌다.
가장 위쪽으로 50타임 포인트의 떡갈나무 방패와 승한이 쓰던 100타임 포인트의 방패, 200, 300, 400타임 포인트의 방패들까지 종류가 무수히 많았다.
승한은 그 중 200타임 포인트를 주고 방패를 하나 선택했다. 이전에 승한이 쓰던 방패와는 달리, 더욱 두꺼운 철판으로 만들어져 있는 방패였다.
“다음에 타임 포인트를 얻으면 장비부터 구해야겠어.”
방패도 방패지만 갑옷도 아쉽긴 했다. 가능하면 검도 더 좋은 검으로 바꾸고 싶었다. 보다 많은 타임 포인트를 투자하면 특수한 능력이 부여된 장비를 구할 수도 있었다.
승한은 남은 타임 포인트로 ‘전음구’와 ‘영상구’를 구입했다. 그렇게 하자 남은 타임 포인트가 60포인트로 거의 바닥을 드러냈다.
“이거면 준비는 다 끝난 건가?”
승한은 검은색의 전음구와 흰색의 영상구를 각각 왼쪽과 오른쪽 주머니에 나누어 넣었다. 그리곤 창밖으로 보이는 하늘을 잠시 올려다 보았다.
“오늘도 날씨 한 번 구리다.”
좀 화창했으면 좋겠는데, 지난주부터 일요일에는 항상 날씨가 이 모양이었다.
“그래도 비라도 안 내리는 게 어디냐.”
날씨를 확인한 승한은 문을 열고 거실로 나갔다. 거실에는 이미 어머니가 만든 소박한 식단이 차려져 있었다.
“빨리 일어나셨네요?”
“얼른 아침 먹고 대피소로 가야지. 늦어도 9시까지는 호계체육관으로 가야한다. 승한아, 얼른 승아 깨워서 밥 먹이렴. 얘는 오늘 같은 날 늦잠이야.”
승한의 가족들을 비롯해 근방에 있는 사람들은 호계 체육관으로 대피소를 지정받았다. 군부내 내부로 대피소를 차릴 수 없는 군대는 11시가 되기 전까지 안양 시민들은 지정된 대피소로 이동시켰다.
그 중 하나가 바로 호계체육관이었다. 운동을 즐겨하던 승한이 종종 볼링이나 베드민턴, 탁구와 같은 운동을 하던 곳이었는데, 이제는 괴물들로부터 몸을 피할 대피소가 되어버렸다.
‘그래도 거리가 멀지 않아서 다행이군.’
승한과 윤재, 주희가 맡은 구역은 비산동 일부를 포함한 안양1동부터 안양 6동까지였다. 더군다나 그 인근과 겹치는 구역과 지원을 갈 수 있는 구역 안으로는 호계체육관이 있는 호계동이 포함되어 있었다.
거리상으로도 비산1동부터 안양6동까지 내려가면서 괴물들을 처리하다 보면 호계체육관과 거리가 가까워졌다. 그렇게 괴물들을 처리하며 호계동까지 지원을 갈 수 있다면, 적어도 가족들과 호계체육관에 대피한 사람들의 안전은 보장되는 것이다.
‘다행이라면 호계동 쪽은 헌터들이 밀집되어 있다는 것. 아마도 대피소가 있기 때문이겠지.’
안양시 내에 대피소는 여럿 있었다. 인근 대학이나 체육관 등, 한 장소에 많은 사람들을 몰아 넣을 수 있으면 그곳을 대피소로 만들었다.
그리고 그런 지역의 경우 헌터들의 배치와 지역간의 연계가 보다 밀집되어 있었다. 당장 승한이 배정받은 비산동까지만 하더라도 호계동에서 지원이 들어올 경우 지원을 갈 수 있었다.
물론 석수동에도 대피소가 있긴 하지만, 만약 두 군데 모두 지원이 필요하다면 승한은 지체 없이 호계동으로 갈 것이다. 그곳에 있는 괴물들을 다 정리해야 승한의 가족들이 무사하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윤재형과 주희씨의 가족들도 호계체육관으로 대피한다고 했으니…….’
걸릴 것도 없었다. 이제 11시가 되기 전에 윤재, 주희와 만나 괴물들을 사냥할 일만 남았다.
언제나처럼 한가로운 아침 밥상이었지만, 승한의 어깨는 무겁기만 했다.
**
비산2동.
승한과 주희, 윤재가 만난 곳이었다. 그 중 세 사람은 비산2동에 위치한 한 아파트 단지 안에서 만났다.
비산1동에 위치한 작은 대학교에 다니며 종종 다니던 거리였지만 막상 싸우러 왔다고 생각하자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더군다나 항상 오고가던 사람들로 가득하던 아파트 단지와 근처의 대형 마트가 지금은 사람 한 명 없이 조용했다.
“이거야 무슨… 유령 도시 같네.”
찬바람만 부는 아파트 단지를 둘러보며 윤재는 고개를 저었다. 막상 이런 상황이 닥치자 괴물들이 나타났을 때와는 또 다른 어색함이 들었다.
사람 한 명 없는 아파트 단지라니, 정말이지 유령 도시라는 느낌이 절로 들었다. 하늘에는 구름도 잔뜩 껴 있어 햇빛도 들어오지 않았고, 날도 꽤 쌀쌀한 터가 썰렁한 느낌이 훨씬 더했다.
“이런 날에 비라도 쏟아졌으면 정말 무서웠겠어요.”
주희는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그녀역시도 지금 상황이 무섭게 다가오는 건 마찬가지인 모양이었다. 어차피 싸워야 한다는 사실은 같았지만, 그래도 작정하고 싸워야 한다며 기다리는 것과 싸울 상황이 되어서 싸우는 건 전혀 달랐다.
마음의 준비라고 할까? 승한을 비롯한 윤재와 주희는 곧 있을 싸움에 대비해 가슴을 진정시켰다. 그리곤 머릿속으로 괴물들과의 싸움을 수도 없이 떠올렸다.
의외로 윤재는 제법 침착했다. 금방 괴물들과의 싸움을 받아들이고 손에서 불을 피우며 능력을 점검했다. 두 사람 모두 이번 스테이지를 통과한 모양이었다.
“벌써 10시네요.”
아파트단지 안에 있는 시계탑을 확인한 주희가 중얼거렸다. 시간이 더디게 흐르는 것 같으면서도, 빠르게 흐르기도 했다. 시간이 빠르게 흐르는지 더디게 흐르는지조차 분간이 잘 가질 않았다.
“슬슬 연락을 해야겠습니다.”
승한은 왼쪽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전음구를 꺼냈다. 강동훈 소령으로부터 11시가 되기 한 시간 전인 10시에 다른 지역에 있는 플레이어들과 연락을 시작하라는 지시를 받았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