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타임-25화 (25/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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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헌터(Hunter)

“여러분들이 총기류와 화학무기, 박격포와 미사일까지 겸비한 현대 무기와 차별화되는 가치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로는 역시 괴물들을 사냥하는데 최적화된 능력들, 즉 효율성입니다. 무엇보다 여러분의 성장 가능성은 예측할 수 없습니다. 점차 시간이 갈수록 총화기로 무장한 군인들 백 명보다 명보다 여러분 한 명이 더욱 부각될 것이라 판단하고 있습니다.“

강동훈 소령은 두 번째 손가락을 피며 목소리에 더욱 힘을 실었다.

“두 번째는 바로 여러분들만의 시간적 특수성입니다. 사실 이 부분이야말로 여러분들이 가장 중요한 이유이자, 현 정부가 헌터라는 존재를 주목하는 이유입니다. 현실과는 차별화 되었다 볼 수 있는, 헌터들과 괴물들만의 세상. 이것이 바로 가장 요점입니다.”

강동훈 소령은 손에 들고 있는 리모컨을 들었다. 빔 프로젝트를 향해 버튼을 누르자, 스크린에 화면이 떠올랐다.

스크린 화면에는 안양시 지도가 큼지막하게 나타나고 있었다. 각 구와 동, 지하철역까지 세세하게 표시된 지도에는 희미한 붉은색 원으로 나누어졌다.

그 화면을 보는 순간, 승한은 정부가 헌터들을 어떻게 사용하려 하는지 바로 이해할 수 있었다.

“여러분들이 해 주셔야 할 일은 바로 괴물의 등장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입니다. 즉, 헌터들의 세계에서 모든 괴물들을 사냥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리고 우리들은 그 효율성을 위해 각 지역별로 범위를 나누었습니다.”

이야기를 듣고 있던 승한은 스크린에 띄워진 화면 중 의아한 구석이 있어 손을 들었다.

“말씀하십시오.”

“어느 원은 크고, 어느 원은 작습니다. 그리고 겹치는 부분도 있고요. 헌터들이 각 지역을 맡아 그 지역에 있는 괴물들을 사냥한다는 것까진 이해하겠는데, 지역의 크기 차이와 겹치는 지역에 관한 문제, 그리고 서로간의 연락 문제는 어떻게 합니까?”

당연한 이야기지만 시간이 멈춘 세상에서는 스마트폰을 이용할 수 없었다. 당연히 서로 간에 연락을 할 방법이 없었다.

“겹치는 지역은 공동 지역으로 함께 움직이시면 됩니다. 그리고 범위가 작은 곳은 더 많은 괴물들이 나타나는 지역입니다.”

“더 많은 괴물들이 나타나요?”

“네. 분석 결과, 괴물들이 주로 등장하는 지역이 따로 정해져 있었습니다. 기준은 모르겠지만 기본적으로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일수록 많은 괴물들이 나타났습니다. 특히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일수록 괴물들의 보스(Boss)가 나올 확률이 높습니다.”

새로운 이야기였다.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에 더 많은 괴물들이 나타난다? 그렇다면 안양시가 아닌, 서울 쪽에는 훨씬 더 많은 괴물들이 나타났다는 이야기였다.

‘뉴스에서는 없었던 이야기였는데… 확실히 좀 더 자세한 이야기가 나오긴 하는군.’

뉴스에서 나온 단편적인 이야기와는 달리, 이경한 시장은 보다 자세하고 전문적인 이야기를 해주었다. 군부대 내에서 자체적으로 습득한 자료와 정보, 그리고 그 자료를 바탕으로 여러 가지 방향을 놓고 추리를 한 덕분이었다.

“연락 문제는요?”

“거기에 대해서는 여기 있는 안석환님께서 해답을 발견하셨습니다.”

강동훈 소령이 손짓하자 가장 앞자리에 앉아있던 남성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스물 중후반쯤 되어 보이는 남자는 노랗게 물들인 머리에 제법 훤칠한 얼굴을 가지고 있었는데, 은연중 분위기가 쌀쌀하게 느껴졌다.

“반갑습니다. 안석환입니다.”

“말씀해 주시죠.”

강동훈 소령이 화면을 넘겼다. 두 명의 사람이 멀리 떨어져 있고, 그 사이에는 하나의 구슬이 동그랗게 있었다.

다음으로 말문을 연 사람은 강동훈 소령이 아닌, 안석환이었다.

“헌터 여러분 모두 타임 포인트를 통해 구입할 수 있는 물품 목록을 보신 적이 있으실 겁니다. 그 물품 목록은 크게 [장비]와 [소비]로 나눌 수 있는데, 목록의 종류는 우리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긴 설명이 필요하지 않은 이야기였다. 승한은 안석환의 말에 단번에 연락 통신 방법을 알 수 있었다.

‘그건가?’

언뜻 보고 지나친 물품이 있었다. 처음에는 딱히 쓸 데가 없을 거라는 생각에 지나쳤는데, 확실히 그 물건이라면 연락 문제는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안석환은 주머니에서 작은 함을 꺼냈다. 가로세로 3센치 정도의 함이었는데, 함을 열자 그 안에서는 검은색의 작은 구슬이 들어있었다.

“우리가 이용할 수 있는 상점 중, [소비]목록에 들어있는 물품입니다. ‘전음구’라는 것으로, 효과는 사용자가 얼굴과 이름을 아는 대상에게 말을 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사용 방법은 구슬을 신체에 접촉하고 원하는 대상의 얼굴과 이름을 떠올리는 겁니다.”

이름과 얼굴만 안다면 누구에게나 목소리를 전할 수 있다. 아니, 목소리보다는 의사를 전달할 수 있다는 게 보다 정확할 것이다.

분명 전화라는 연락 수단을 대체할 만하다. 아니, 오히려 신체 접촉만으로 연락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손에 들고 있어야 하는 스마트폰보다 편리했다.

문제는…….

“시간이 멈춘 상태에서도 사용이 가능합니까?”

당연한 질문이 터져 나왔다. 승한은 굳이 자신이 질문하지 않아도 되었기에 돌아오는 대답을 기다렸다.

예상한 질문인 듯 강동훈 소령과 안석환은 당황하지 않았다. 이미 말을 맞추어 놓은 듯, 안석환은 막힘없이 대답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 확인이 되지 않았습니다. 전음구의 가격은 100타임 포인트로, 저도 얼마 전에나 시험 삼아 구해볼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시간이 멈춘 순간에 작동이 멈추지 않을까요?”

“그렇지는 않을 거라고 봅니다. 다른 물건과는 다르게 ‘타임 포인트’를 이용해 구입한 물품은 시간의 영향을 받지 않음이 확인되었습니다. 때문에 이 전음구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라 봅니다.”

꽤 그럴듯한 말이었다. 실제로 물약과 같은 물품도 시간이 멈췄을 때 복용하거나 몸에 바를 수 있었다. 한 가지 소비 아이템의 사용이 가능하다면 다른 소비 아이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안석환은 그 뒤로 전음구를 이용한 헌터들끼리의 의사소통에 대해서 설명했다. 요점은 이 자리에 있는 헌터들의 얼굴과 이름을 모두 외워야 한다는 것이었는데, 작정하고 외운다면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문제는 타 지역과의 연계였다. 혹시라도 안양권을 벗어나 시흥이 군포, 안산, 그리고 서울과 같은 도시가 손이 부족할 경우, 헌터들끼리 의사소통을 이루어 서로 도와야 한다는 점이었다.

할 말을 마친 안석환이 자리에 앉자, 강동훈 소령이 다시 말을 받아 이었다.

“안산, 군포, 시흥, 서울. 이렇게 네 곳이 바로 저희가 헌터들의 연계를 구축중인 지역입니다. 서울 지역은 구로구와 영등포구, 마포구로 나누어…….”

스크린 화면에 각 지역의 지도가 펼쳐졌다. 승한은 그 지역들의 이름을 머릿속에 기억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지역은 서울 지역이었는데, 특히 마포구쪽은 서울 지역 중에서도 특히 괴물이 많이 나타난 곳이었다.

‘문제는 지원 속도인데…….’

시흥이나 구로구 쪽이면 몰라도, 안산과 마포구까지 지원을 갈 수 있을까? 차도 움직일 수 없는 상황에서?

‘가능은 할 것 같기도 한데…….’

물론, 미친 듯이 달려간다면 불가능할 것도 없었다. 승한은 괴물의 방해만 없다면 한 시간 내로 마포구까지 달려갈 자신이 있었다. 안양천을 따라 미친 듯이 달려간다면 구로구와 영등포구, 마포구까지는 금방이었다.

문제는 그 사이에 만나게 될 괴물들. 괴물들을 쓰러뜨리면서 제 시간에 마포구까지 지원이 가능한가 하는 것이었다.

‘잘 모르겠군.’

무리한 설정이 아닐까 싶었는데, 애초에 서울에 있는 헌터들끼리도 지원 연계를 할 테니 안양에 있는 헌터들에게까지 지원 요청이 들어올 일은 없을 것 같았다. 승한은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나중에 생각하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여러분들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인 보상 문제입니다. 이 부분에서는 어느 지역을 맡느냐, 그리고 어느 지역으로 지원이 이루어지느냐에 다라 보상을 다르게 측정하고 있습니다. 그 부분에 대한 계약은 헌터 개개인과 따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모든 이야기가 끝났는지 강동훈 소령은 숨을 크게 들이쉬며 헌터들을 훑어봤다.

“혹시 질문 있으십니까?”

“…….”

“없으시다면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혹시라도 포기하실 분들은 지금 바로 시청을 나가주시면 됩니다.”

강동훈 소령은 목소리에 힘을 주어 말했다. 어설픈 마음가짐으로 시작할 바에야 서둘러 때려 치라는 소리였다.

하지만 자리에서 일어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애초에 괴물들과 싸우는 걸 무섭다고 생각했다면 이 자리까지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아무도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자 강동훈 소령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좀 더 자세한 이야기는 개별적으로 이야기를 드리겠습니다. 그럼, 모두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

회의실에서의 이야기가 끝난 후, 헌터들은 지정된 인물과 만나 계약서를 작성했다. 또한 헌터들은 각 구역을 배정받고, 그에 따른 수당과 혜택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단계를 거쳤다.

승한을 담당한 사람은 바로 강동훈 소령이었다. 군부대 내에서 인사업무를 담당하고 있던 그는, 이번 사건으로 인해 헌터들을 관리하는 일을 새로 맡게 되었다. 그가 관리하는 헌터들은 승한과 윤재, 주희를 비롯해 모두 열 명이었다.

시청 건물 내부에서 하나 비어 있는 방이 있었다. 접대실은 아니었지만 이야기를 나누기에는 그럴듯 한 곳이었다.

스윽-.

강동훈 소령은 몇 장의 계약서를 내밀었다. 승한은 강동훈 소령이 내민 계약서를 받아 첫 장부터 읽어가기 시작했다.

“읽어보시면 알겠지만 방금 전 드린 이야기와 큰 맥락은 비슷합니다. 두 번째 장에 있는 공란은 승한씨가 어느 구역을 맡게 되고, 어느 지역과 연계를 하게 될지를 정하는 겁니다. 그 구역 내에서 성과 여부를 통해 우리가 임의로 보상을 정해 드릴 수 있고, 그 보상의 최소 금액은 한 달에 1억으로 정해놓았습니다.”

“1억…….”

계약서를 읽어가던 승한 강동훈 소령이 말한 두 번째 장을 펼쳐보았다. 그의 말대로 계약서상의 내용이라면 단순히 계약을 하는 것만으로도 한 달에 1억이라는 돈을 받을 수 있었다.

“추과 성과급은 괴물들의 수와 보스급 괴물들의 여부에 따라 달려있습니다. 승한씨가 맡은 지역의 모든 괴물들을 다 정리하셨을 경우, 추과 성과급으로 1억을 지불해 드리고 다른 지역의 연계가 확인되었을 경우 처치한 괴물의 수에 비례해서 추가 수당을 드리겠습니다.”

어마어마한 액수에 승한의 입이 떡 벌어졌다. 그리 넓지 않은 지역을 지키는데 성공하시만 하면 1억을 벌 수 있다는 소리가 아닌가? 더군다나 다른 지역으로의 지원이나 보스의 처치와 같은 성과를 이루었을 때에는 추가적인 보상도 있었다.

문제라고 한다면 계약의 파기에 관한 조항이었다.

‘성과급을 지불한 후, 계약의 파기는 ’을‘의 임의에 따라 파기할 수 있다.’

헌터인 승한이 ‘갑’, 그리고 정부가 ‘을’이었다. 성과급을 받은 후라는 전제가 깔려있기는 하나, 계약의 파기를 정부에서 주무를 수 있다는 점은 확실히 껄끄러웠다.

‘하긴, 이런 조항이라도 없으면 일도 안 하고 돈만 받아먹는 사람도 있을 테니.’

계약서에 의하면 아무것도 하지 않더라도 헌터들은 기본적으로 한 달에 1억이라는 거금을 받을 수 있었다. 즉, 괴물과 싸워야 하는 위험을 감수할 이유가 사라지는 것이다.

그런 식으로 매번 일은 하지 않고 돈을 받아 챙기는 사람이 생겨날 수 있었다. 그리고 정부의 일방적인 계약 파기는 바로 그런 점을 염두 해두고 있었다.

물론 그럼 점을 생각해도 헌터들에게 유리한 계약임에는 변함이 없었다. 무엇보다 어떤 잘못을 하더라도 헌터들에게 별다른 패널티가 존재하지 않는 계약서였다.

물론, 허점이 아예 보이지 않는 건 아니었다.

“다른 지역을 지원했다는 건 어떻게 확인합니까? 증거가 남지 않을 텐데요?”

“거기에 대해서는 죄송하지만 헌터분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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