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타임-22화 (2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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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헌터(Hunter)

“그렇군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CCTV영상을 통해서 자료도 확보했고요. 검을 사용하시더군요.”

현대 사회에서는 거리 곳곳에 CCTV가 설치되어 있었다. 승한이 돌아다닌 거리가 꽤 넓은 만큼, 영상이 찍혔다고 해서 이상할 것도 없었다.

이미 예상했던 일이었다. 지난 번 스컬레톤과의 싸움이나 뼈 괴물과의 싸움에서는 별다른 특별한 일이 없었다. 그 때에는 스컬레톤의 몽둥이를 빼앗아 단순하게 휘둘렀을 뿐이었으니까.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승한은 한계 이상으로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고, 단칼에 리자드맨을 베어 넘길 수도 있었다. 영상에 촬영된 것만으로도 승한이 보통 사람과 다르다는 것쯤은 알 수 있을 것이다.

“사람마다 능력은 다르지만 제 능력은 주로 직접 움직이는 쪽입니다. 거기에 적합한 무기로 선택한 게 바로 검이고요. 여기 있는 형은 불을 사용하더군요.”

“네, 들었습니다. 직접 보여주시기까지 했고요. 사실 믿기 어려웠습니다. 요즘 같은 세상에 초능력이라니, 그게 말이 되나, 하고 말이죠. 하지만 두 눈으로 보고, 괴물들을 쓰러뜨리는 모습이 포착된 영상까지 있는데 부정할 순 없더군요.”

믿기 어렵긴 할 것이다. 당장 당사자인 승한이나 윤재도 지금 이게 현실인지 기나긴 꿈을 꾸고 있는지 헷갈릴 정도니까 말이다. 특별한 초능을 얻은 것이나 괴물들이 등장한 세상이나, 하나같이 비현실적인 일 투성이었다.

“그래서요?”

“사실 승한씨를 비롯한 여러분과 같은 능력을 가진 사람이 저희 부대를 찾아온 적이 있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면서 말했습니다. 괴물들이 다시 나타날 것이라고. 자신과 같은 능력을 가진 사람은 괴물들이 이 세상에 나타나기 전에 괴물을 쓰러뜨릴 수 있다고 말이죠.”

“어떻게 했습니까?”

“능력이 신기하긴 했지만 사실 귀담아 듣지는 않았습니다. 시간이 멈춘다느니, 꿈을 통해 능력을 얻는다느니… 특별한 능력을 얻게 된 건 신기하지만, 정신 나간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경솔하다면 경솔하고, 당연하다면 당연한 이야기였다. 누구라도 그런 이야기를 선뜻 믿기는 어려울 테니까.

다만 아쉽다면 소령이 조금만 더 신중하고 조심한 성격이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것이었다. 그를 정신 나간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전에 괴물이 등장하고, 초능을 가진 사람이 나타났다는 정신 나간 상황부터 살펴보았어야 한다. 그랬다면 승한과 같은 일을 겪은 사람의 말을 좀 더 귀 기울여 들어 주었을 텐데 말이다.

“하지만 일이 이 지경이 되고, 여러분들의 영상이 찍힌 CCTV를 보고 나니 알겠더군요. 초능을 가진 사람들이 괴물들을 사냥할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당신들이 또 다른 세상에서 괴물들이 나타나기 전에 막아줄 수 있다는 것을 말이죠.”

정황을 따져 보면 못 믿을 것도 없었다.

시간이 되면 세상에는 괴물들이 쏟아진다. 녀석들은 살아 움직이는 사람들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고, 심지어 식인까지 하기도 했다.

하지만 살아 움직이는 괴물이 있는가 하면, 이미 죽어서 시체가 되어있는 괴물들도 있었다. 그런 괴물들의 시체가 나타나는 것 역시 CCTV에는 고스란히 찍혔다.

누군가, 어디에선가 괴물들을 죽이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그 누군가가 말한 이야기와 딱 맞아떨어졌다.

“그래서, 저희를 찾은 이유는 뭡니까?”

“승한씨는 물론, 윤재씨와 이주희씨를 고용하고 싶습니다. 군대 차원에서, 그리고 국가 차원에서 말이죠.”

예상했던 일이었다. 괴물들이 성행하는 지금, 괴물들을 사냥할 수 있는 인력은 반드시 필요했다. 군인들이 총을 들고 나서도 되지만, 영상에 찍힌 능력자들은 군인들보다 훨씬 더 효율적으로 괴물들을 사냥했다.

무엇보다 능력자들은 괴물이 현실에 나타나기 전에 미리 괴물들을 쓰러뜨릴 수 있다는 이점을 가지고 있었다. 만약 능력자들이 대대적으로 나서 각 지역을 맡아 괴물들의 등장을 미연에 방지한다면 피해를 훨씬 더 최소화 할 수 있을 것이다.

“고용이라면… 어떤 걸 말하는 겁니까?”

“말 그대로입니다. 여러분 같은 능력자들이 각 지역을 맡아 괴물들의 등장일 미연에 방지하고, 만약 괴물들이 등장할 경우에는 괴물들을 쓰러뜨려 주시면 됩니다. 거기에 대한 보상은 추후 내부 회의를 통해 결정할 예정입니다.”

“아직 결정 된 건 없는 겁니까?”

“네. 어느 정도 보상을 해야 할지, 어떤 식으로 보상의 정도를 나눠야 할지 아직까지 결정 된 건 없습니다. 여러분과 같은 사람이 있다는 게 알려진 것도 얼마 되지 않아서 말이죠. 지금 정부에서는 이 문제로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중입니다.”

“그럼 여기까지 찾아오신 이유는 뭡니까?”

“당연히 정부와 국방부 내부에서 이런 이야기가 오고 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 드리기 위함입니다. 그리고 저희는 여러분을 비롯한 능력자분들에 대한 인원 파악과 여러분이 원하는 보상에 대해 파악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 때문에 저희 사단 인근에서 파악된 능력자분들을 이렇게 직접 만나고 있습니다.”

즉, 지금 당장 무언가 계획된 건 없지만 추후 정부에서 좀 더 제대로 된 접촉이 있을 것이라는 뜻이었다. 이렇게 강동훈 소령이 직접 찾아온 이유는 능력자들의 인원 파악과 보상의 정도를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사실 지난 번 괴물들의 출현과는 달리, 이번엔 제법 일이 심각합니다. 괴물들의 진압도 문제지만 군대가 대응하기 전에 입은 시민들의 피해가 상당합니다. 무엇보다 총으로 무장한 군인들 중에서도 사상자가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군인들 중에서도요?”

총을 소지한 군인이라면 리자드맨의 상대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사상자가 나왔다니 의외였다.

“네. 총이 먹히긴 해도 한 발로 죽는 녀석이 아닙니다. 정확히 머리를 맞춰야 하는데, 워낙 날렵하다 보니 명중시키기가 어려운 모양입니다. 무엇보다 괴물들이 전국적으로 퍼져 있는 만큼, 손이 모자랍니다.”

“음, 그렇군요.”

승한은 정부가 왜 능력자들에게 의존하려 하는지 알 것 같았다. 효율성의 문제와 괴물들의 출현을 방지하자는 의미도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손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능력자들은 앞으로 점점 더 강해질 여지가 컸다. 괴물을 사냥해 얻은 타임 포인트는 물론이고, 다음 번 꿈을 통해 새로운 능력을 얻게 된다면 또 다시 비약적으로 강해질 수 있었다.

윤재나 이주희, 그리고 직접 강동훈 소령을 찾아왔다는 다른 능력자의 이야기를 들었다면 그런 부분까지 생각을 하고 있을 터였다. 추후 더 강한 괴물들이 나왔을 때, 능력자들의 값어치는 비약적으로 올라갈 것이다.

“아마 조만간 제대로 된 결과가 나올 겁니다. 혹시라도 궁금한 점이 있으시다면 일이 있다면 이 번호로 연락을 하시면 됩니다.”

강동훈 소령은 승한에게 자신의 명함 한 장을 건넸다. 머리가 복잡했지만 승한은 먼저 명함을 건네받아 챙겨두었다.

그 뒤로 강동훈 소령은 승한에게 이런저런 질문을 해왔다. 윤재와 이주희라는 여자와는 그렇게 긴 이야기를 한 게 아니었는지, 두 사람도 강동훈 소령과 꽤 긴 이야기를 나눴다.

이야기의 맥락은 주로 고용에 대한 것이었다.

보상은 어느 정도 수준으로 이루어지는지, 고용이 되면 자세하게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전쟁시 징집처럼 강제성이 있는 건지에 대해서까지.

승한이 걱정했던 강제 징집에 관해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어보였다. 보상에 관한 금전적 문제는 강동훈 소령의 권한이 아닌 듯, 대답을 회피했다.

강동훈 소령은 해가 완전히 저물고 밤이 될 때까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서로간의 궁금증을 다 해결했다고 생각했는지 강동훈 소령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전 이만 일어나 보겠습니다. 좀 더 구체적인 이야기는 조만간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승한은 강동훈 소령을 현관 밖까지 마중한 후 다시 집 안으로 들어왔다. 윤재와 이주희라는 여성 능력자는 여전히 집에 남아있었는데, 강동훈 소령이 사라지자 희안한 적막이 감돌았다.

“저도 이만 가 볼게요.”

자리가 어색했는지 주희는 마찬가지로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강동훈 소령이 사라지자 마땅히 할 이야기가 없어진 것이다.

“그러지 말고 이야기나 좀 하다 가시죠. 주희씨에게 궁금한 것도 많은데.”

“작업 거세요?”

“……이런 상황에 여자에게 작업이나 걸 정도로 무뇌아는 아닙니다. 그냥 그쪽 능력에 대해서 궁금해서 그러니 오해하지 마세요.”

승한의 말에 주희는 눈을 가늘게 뜨더니 다시 자리에 앉았다. 남자들만 있는 집이라면 불편해서 일어날 법도 한데, 다행히 승한의 집에는 누나인 승아가 어머니도 있어서 불편함이 조금 덜했다.

“이름이 이주희라고요?”

“네.”

“나이는요?”

“스물넷이요. 그쪽은요?”

“스물다섯, 여기 있는 형은 스물여섯입니다. 다들 한 살씩 차이가 나네요.”

윤재와도 능력에 대해 이야기를 하긴 했지만 그 때는 한참 리자드맨들과 싸우던 도중이라 길게 이야기를 하지는 못했다. 승한은 강동훈 소령이 빠지고 능력자들끼리 남게 된 지금, 다른 능력자들의 이야기를 좀 더 자세히 들을 수 있다는 사실에 들떴다.

“주희씨는 어떤 능력이십니까? 저와 여기 있는 형은 시간이 멈췄을 때 이미 만난 사이라 서로의 능력에 대해 알고 있습니다.”

“아예 능력에 대해서 서로 공유를 하자는 건가요?”

“그러는 편이 낫지 않겠습니까? 어쩌면 가까운 후에 같이 싸우게 될지도 모르는데 말이죠.”

주희도 그 말에는 공감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서로가 적이 아닌 이상, 능력을 공유해서 나쁠 건 없었다.

“게임 해 보셨죠?”

뜬금 없는 질문이었다. 잠시 당황하던 승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대한민국 남자들 중, 게임을 해 보지 않은 남자는 아마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게임이요? 네. 해 보긴 했습니다만…….”

“제 능력은 어떻게 보면 게임 속 신관이나 사제 같은 능력이에요. 치유를 하기도 하고, 이 능력으로 공격을 하기도 하고요.”

“사제요?”

“대충 그런 계열이라는 거지, 게임처럼 회복 주문만 하거나 하지는 않아요. 네 가지 능력 중 하나는 기본적으로 제 몸을 강화시키는 능력이기도 하고요.”

능력의 종류가 여러 가지가 있고, 사람마다 다를 것이라 생각하긴 했지만 정말로 사제와 같은 능력자가 있을 줄은 몰랐다. 그런 능력을 어디에 쓸까 생각해 봤는데, 생각해 보면 스컬레톤이나 리자드맨같은 경우 어둠 속성으로 사제도 타격을 입힐 수 있을 것 같았다.

“능력의 레벨은요?”

“제가 하나 이야기 했으면 그쪽도 이야기를 해 줘야 하지 않아요? 두 분은 서로 아신다지만, 전 아는 게 없는데요?”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승한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능력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강인함]이나 [민첩함]은 특별할 게 없었고, [강화]는 누가 봐도 근접 전사 계열의 능력이었다. 예외라면 [광휘]를 들 수 있었는데, 승한이 내세울 수 있는 가장 특이한 능력이었다.

“광휘라… 마치 성기사 같군요.”

“게임을 꽤 좋아 하시나 봐요?”

윤재의 물음에 주희는 어깨를 으쓱였다.

“다른 여자애들에 비하면요.”

부정하지 않는 게 보통 좋아하는 게 아닌 모양이었다. 물론 이런 상황에서는 게임 쪽에 이해도가 있는 편이 이야기 하기는 더 편했지만 말이다.

승한의 능력에 이어, 윤재가 자신의 능력에 대해 소개했다. 윤재의 능력은 주로 불 계열에 치중되어 있었는데, 불을 모아서 쏘아내는 것이나 불을 이용한 장막을 통한 방어, 그리고 여러 개의 능력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 그의 능력이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강인함]이라는 능력은 기본적으로 모두 같네요.”

“괴물들과 싸우려면 기본적으로 몸은 튼튼해야 할 테니까요. 물론 주희씨나 윤재 형 같은 경우에는 저보다는 필요성이 떨어지겠지만요.”

“그럼 승한씨는 [강인함]의 레벨이 몇입니까? 이번에 괴물들을 사냥해서 얻은 타임 포인트로 레벨을 꽤 올렸을 것 같은데요.”

“그러지 말고 말 편하게 하세요. 저도 아까부터 형이라고 부르고 있는데.”

============================ 작품 후기 ============================

벌써 일요일이네요.. 한 주가 이렇게 마무리 되다니..

휴학생인 전 집에만 있지만 글의 노예가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ㅎㅎ 전작도 그랬지만 언제나 연재 초반은 바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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