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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타임-9화 (9/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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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네 번째 꿈

승한은 금방이라도 몸을 피할 수 있도록 다리에 힘을 주었다. 그러더니 황소처럼 달려오는 괴물을 피해 몸을 옆으로 날렸다.

쉬익-.

사악-.

옆으로 피하며 간결하게 휘두른 검이 괴물의 옆구리를 길게 베었다. 생각보다 쉽게 가죽이 베어지자 승한은 자신감이 생겼다.

‘됐어.’

움직임이 빠르긴 하지만 직선적이고 단순했다. 뼈 괴물일 때와 마찬가지로 빠르고 위협적이긴 하지만, 부딪히지만 않으면 충분히 싸울 만했다.

승한은 주위를 둘러보다가 벽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승한에게 옆구리를 베어 붉은색 피를 흘리던 괴물이 더욱 사납게 달려들었다.

쿵쿵쿵-.

승한은 뒤에서 괴물이 쫒아오는 소리를 들으며 원형 경기장의 벽에 도달했다. 높게 점프해 경기장 위쪽에 손을 짚으며, 벽을 발로 걷어차 높게 도약했다.

“흐읍!”

위로 도약한 승한이 괴물의 위로 올라탔다. 눈앞에서 사라져 자신의 몸 위로 올라온 승한을 떨쳐내고자 괴물이 몸을 크게 흔들었다.

푸욱-!

카아아아악-!

심장을 노릴 새도 없이, 승한은 검을 괴물의 등에 꽂아 넣었다. 등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괴물이 비명을 지르며 더욱 몸을 크게 흔들었다.

‘떨어지면 끝이야!’

승한은 괴물의 등에 꽂아 넣은 검을 움켜잡았다. 이대로 검을 놓치고 바닥에 떨어진다면 그대로 더 이상 괴물과 싸울 방법이 없었다.

괴물의 옆구리와 등에서는 피가 흘러 나왔다. 괴물의 덩치를 생각해 보면 치명상이라고 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지혈이 되지 않은 상처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승한에게는 희소식이었다.

승한은 괴물의 등에 박아 놓은 검을 잡아당겼다. 괴물의 등가죽이 길게 베어졌다.

“으아아아아아-!”

벽을 향해 달려드는 괴물의 행동에 승한은 급하게 검을 뽑고 아래쪽으로 몸을 날렸다. 가볍게 날아 바닥에 착지한 승한과는 달리, 괴물의 경기장의 벽에 몸을 처박았다.

쿠웅-!

꽤 단단한 경기장이라 그런지 괴물은 벽에 머리를 들이받고는 바닥에 잠시 몸을 축 늘어뜨렸다. 아무래도 충격이 꽤나 큰 모양이었다.

머리를 벽에 들이받고 등을 보인 괴물을 향해 승한이 다시금 달려들었다. 머리를 흔들며 정신을 차린 괴물이 몸을 돌려 다시금 승한을 향해 입을 벌렸다.

키에엑-!

괴물의 입 안을 향해 승한이 검을 찔러 넣었다. 괴물은 자신의 입 안으로 들어온 검을 씹어 먹으려는지 입을 닫았다.

보통 검이라면 그대로 부러졌을 것이다. 괴물의 이빨은 단단했고, 턱 힘은 강철도 씹어 먹을 만큼 강했다.

하지만 괴물의 턱은 승한의 검을 부러뜨리지 못했다. 검 자체는 평범했지만, 2레벨의 [강화]가 덧씌워져 훨씬 단단해진 것이다.

“후웁!”

승한은 괴물의 머리를 발로 걷어차며 입 안에 쑤셔 넣은 검을 거칠게 뽑아냈다. 기다란 혓바닥이 베어지며 피를 뿌렸다.

크아아-!

괴물이 승한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 순간, 승한이 몸을 아래로 숙이며 미끄러졌다.

푸욱-!

괴물의 배 아래로 미끄러진 승한이 그대로 검을 괴물의 심장을 향해 찔렀다. 그대로 검을 포기하고는 옆으로 몸을 굴려 괴물의 배 아래에서 빠져나왔다.

“허억. 허억.”

위험한 도박에 성공한 승한이 숨을 몰아쉬었다. 괴물은 배에 박힌 검 때문에 비틀거리더니 곧 승한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심장에 검이 박힌 상태로 이전처럼 움직이긴 힘들었다.

쿵-.

비틀거리던 괴물이 옆으로 쓰러졌다. 이마에 있는 눈의 초점이 흐려지더니 곧 눈꺼풀이 닫혔다. 거칠게 몰아쉬던 숨도 끊어졌다.

승한은 괴물이 죽었다는 생각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도박이 실패했다면, 괴물의 배 아래에 깔려 산 채로 잡아먹혔을지도 모른다.

‘큰일 날 뻔했어.’

[강화]능력이 2레벨에 오르지 않았다면 괴물의 가죽을 이렇게 쉽게 뚫지는 못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생각하면 노란색 문을 위해 [민첩함]을 3레벨까지 올리는 것보다는, 승한의 선택처럼 세 가지 능력을 고루 올리는 게 맞는 선택이었다.

쑤욱-.

승한은 괴물의 가슴에 박혀있는 검을 뽑았다. 승한의 손을 떠나, 강화되지 않은 검은 괴물의 가슴에 박혀 잘 뽑히지 않았다. 결국 승한은 검을 수월하게 뽑기 위해 검을 또 다시 강화해야했다.

뒤를 돌아보니 초록색 문이 다시 나타나 있었다. 역시 이번 문의 탈출 조건은 괴물을 쓰러뜨리는 것인 모양이었다.

“다음은 파란색 문인가?”

갈수록 난이도가 높아지고 있었다. 이보다 더 어려운 난이도가 나온다는 게 잘 상상이 되지 않았다.

더 강한 괴물일까?

아니면 더 어려운 함정일까?

아니면, 또 다른 무언가일까?

승한은 초록색 문을 나가 파란색 문을 찾았다. 슬슬 문을 열기가 무섭다는 느낌이 들었다.

“진행.”

[스테이지 4]

달성 조건 : 진짜 문을 찾아라.

제한시간 : 48시간

남은시간 : 45 : 51 : 33

보상 : ??

시간은 아직 넉넉했다. 과할 정도로 많았다. 능력의 레벨에 타임 포인트를 투자하느라 고민한 시간을 생각하면 4개의 문을 해결하는데 걸린 시간 자체는 2시간도 되지 않았다.

어쩌면 이후에 나오는 문들은 하나하나가 꽤 오랜 시간이 걸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걸 쓸 일은 없었으면 좋겠는데.”

주머니에 있는 물약은 상처를 회복하는데 도움이 되는 효과를 가지고 있었다. 만약의 경우를 생각해 타임 포인트를 사용하면서까지 구했지만, 가능하면 쓸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마음의 준비를 마친 승한은 파란색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이미 초록색 문을 통해 문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는 다른 문을 열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어쨌든 문을 열었으면 들어가는 수밖에는 없었다.

파란색 문 안으로 들어가자, 넓은 동굴이 나타났다. 승한은 문이 사라지는데 더 이상 관심을 주지 않았다. 그보다는 눈앞에 나타난 세 개의 갈림길을 주목했다.

“……이번엔 미로인가?”

왜 48시간이라는 시간이 주어졌는지 알 것 같았다.

어쩐지 너무 빠르게 진행이 된다 했다. 한 번쯤은 이렇게 시간이 필요한 미션이 나올 거라 예상하고 있었다.

‘어차피 이곳에서는 배가 고프거나 졸리지는 않으니까.’

3스테이지에서 승한은 꽤 오랫동안 미션을 진행했다. 24시간 동안 숲 속의 괴물로부터 생존하는 것이었는데, 그 동안 승한은 배가 고프다거나 졸리다거나 하는 느낌을 전혀 받지 못했다.

스테이지라고는 하지만 꿈은 꿈이었다. 조금 괴상하긴 하지만, 수면 중에 이루어지는 건 마찬가지. 배가 고프다거나 졸리다는 느낌이 들 이유가 없었다.

‘문제는 정신력인데…….’

과연 48시간 동안 먹지도, 자지도 않고 계속해서 움직일 수 있을까? 그것도 끝도 없는 미로를 헤매면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었다. 끝을 아는 길을 걷는 것과, 끝을 모르는 길을 걷는 건 같은 길이라도 그 느낌이 천지차이였다.

무엇보다 남색과 보라색 문이 남아있는 이상, 파란색 문에서 더 이상 시간을 끄는 건 좋지 못했다. 승한은 세 갈래의 길 중 오른쪽 길을 선택했다.

“이렇게 하면… 끝까지 갈 수 있다고 했지?”

승한은 오른쪽 벽에 손을 짚고 걸어가기 시작했다. 어디선가 미로를 통과할 때 한쪽 벽에 손을 대고 걸어가면 탈출할 수 있다고 들은 것이다.

‘시간이 오래 걸리긴 해도, 이게 확실하지.’

벽에 손을 대고 걷다 보니, 이번엔 두 갈래 길이 나왔다. 승한은 어디로 가야할까 고민하다가 오른쪽 벽에 손을 댄 상태로 계속해서 걸어갔다.

동굴의 군데군데에는 물이 고여 있었다. 공기도 습하고, 쾌쾌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이런 곳에서 40시간이 넘게 있으면 진짜 미칠지도 모르겠어.’

군데군데 걸려있는 횃불 덕분에 앞은 보였지만, 어둡고 습한 곳을 계속 걸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고개가 절로 저어졌다. 삼십 분 정도 걸어가던 승한은 이번엔 두 갈래 길을 마주해야했다.

“……이번엔 함정과 괴물 조합이냐.”

멀리 보이는 두 갈래 길에는 두 마리의 괴물이 떡하니 버티고 있었다.

언뜻 보기엔 전에 보았던 스컬레톤틀과 비슷했다. 하지만 다른 점이라면 뼈 몽둥이 하나를 들고 있었던 스컬레톤과는 달리, 녀석들은 완벽한 무장을 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몽둥이가 아닌 검, 게다가 한 손에는 방패를 들고 갑옷까지 차려입고 있었다. 거리가 조금 멀어서 잘 보이진 않았지만 언뜻 느끼기에는 덩치도 조금 더 큰 듯했다.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두 마리 다 상대해야겠는데.’

갈림길 사이는 그리 멀지 않았다. 승한이 오른쪽으로 가든 왼쪽으로 가든, 스컬레톤과 싸움을 시작하면 다른 한 쪽의 스컬레톤도 눈치를 챌 것이다.

승한은 고민하기 전에 먼저 스컬레톤부터 처리하기로 마음먹었다. 마침 스컬레톤들도 승한을 발견하고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전과는 다를 거다.”

승한은 이미 능력의 레벨을 올리기 전부터 스컬레톤들을 쓰러뜨렸다. 더군다나 지금은 능력의 레벨도 한두 단계씩 올랐고, 손에는 검도 있었다.

승한은 스컬레톤들을 향해 빠르게 내달렸다. 투구를 끼고 있긴 했지만, 검을 내려치면 충격을 받기는 할 것이다. 무엇보다 근육이 없는 스컬레톤들은 승한의 힘을 이길 수 없었다.

까앙-!

스컬레톤 하나와 검을 맞댄 승한은 생각보다 스컬레톤의 힘이 만만치 않자 적잖이 당황했다. 단숨에 스컬레톤이 가지고 있던 검을 날려버릴 생각이었는데, 잘 되지 않았다.

“이것 봐라?”

다른 한 마리의 스컬레톤이 승한을 향해 달려들었다. 승한은 맞대고 있던 검에 힘을 주어 스컬레톤의 검을 튕겨내고는 발을 들었다.

빠악-!

승한의 발길질이 스컬레톤의 가슴을 걷어찼다. 그 순간, 스컬레톤이 검을 휘둘렀다.

“허억!”

다급히 뒤로 넘어진 승한이 스컬레톤의 검을 피했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다리가 베어질 뻔했다. 그야말로 간발의 차이였다.

검을 든 상대에게 맨 살을 드러내는 건 매우 위험한 일이었다. 승한은 되도록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났다.

‘전에 만났던 놈들과는 달라.’

반응도 재빠르고, 힘도 더 강했다. 근육이 없다지만 근골은 훨씬 더 단단한 모양인지 뼈도 쉽게 부러지지 않았다.

그래도 방심하지만 않는다면 쉽게 쓰러뜨릴 수 있는 상대였다. 승한은 검에 힘을 꽉 주고는 스컬레톤의 머리 위로 검을 강하게 내리쳤다.

쩌엉-!

3레벨 [강인함]의 능력이 발휘되었다. 승한의 검은 스컬레톤의 검을 짓누르고, 쇠로 만든 투구를 찍어 눌렀다. 단숨에 투구가 찌그러지며 스컬레톤의 두개골이 깨어졌다.

다른 한 마리의 스컬레톤 역시 마찬가지였다. 승한은 스컬레톤을 상대로 기교를 부리지 않았다. 그럴 필요도 없었다. 힘이 조금 세지긴 했지만 보통 사람의 기준일 뿐, [강인함]이 3레벨에 도달한 승한에게는 훨씬 미치지 못했다.

“이런 녀석들만 나온다면 큰 문제는 없을 텐데…….”

승한은 다시금 오른쪽 벽에 손을 대었다. 자연스럽게 승한이 선택할 길은 오른쪽 길이었다.

그 뒤로도 승한은 몇 번의 갈림길을 더 마주했다. 두 갈래 다음은 네 갈래, 그 다음은 다시 세 갈래였다.

네 갈래 길에는 스컬레톤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네 마리의 스컬레톤이라고는 하지만 힘으로 찍어 누르니 크게 어렵지는 않았다. 방심하지만 않는다면 스컬레톤들은 그렇게 어려운 상대는 아니었다.

“……여기 설마, 아까 거기는 아니겠지?”

세 갈래 길이 익숙하다고 느낀 승한의 발걸음이 조금씩 빨라졌다. 여전히 승한은 오른쪽 벽에 손을 대고 있는 상태였다.

계속해서 걸어가자 두 갈래 길이 나왔다. 그 때, 승한은 자신이 미로를 빙빙 돌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방법은 잘못됐나?”

승한이 쓰러뜨렸던 두 마리의 스컬레톤이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결국 이대로 오른쪽 벽에 손을 대고 걸어봤자 같은 자리를 빙빙 돌 뿐이었다.

“미로가 원형으로 되어 있는 건가?”

오른쪽 벽을 짚고 계속해서 걸었는데 같은 자리로 돌아왔다. 중간으로 옆으로 꺾는 길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그 말은 즉, 승한이 움직인 길이 원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뜻이었다.

승한의 머릿속에 미로의 대략적인 지도가 그려졌다. 첫 번째는 세 갈림길, 두 번째는 두 갈래 길, 세 번째는 네 갈래 길이었다.

이 중 모든 길을 오른쪽으로 가게 된다면 미로를 원형으로 돌게 된다. 그렇다는 것은 즉, 왼쪽으로만 가게 되어도 같은 길을 돌게 될 확률이 높다는 뜻이었다.

“호리병 모양의 미로인가?”

아직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가능성은 있었다. 그리고 만약 호리병 모양의 미로라면, 출구는 호리병의 끝에 있을 것이다.

승한은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아직 오른쪽 길에서 갈 수 있는 길은 여러 갈래가 있었지만, 승한의 생각대로 미로가 호리병 모양으로 되어있다면 출구는 왼쪽에 있을 가능성이 컸다.

오른쪽 벽을 짚고 길을 걷는 데에만 2시간이 걸렸다. 지금까지 승한이 빨간색부터 초록색까지의 문을 모두 통과한 것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린 것이다.

만약 이대로 모든 길을 하나하나 확인해 본다면 남아있는 48시간이 빠듯할 것이다. 승한은 자신의 생각이 맞기를 바랐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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