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타임-7화 (7/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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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네 번째 꿈

매주 일요일로 넘어가는 토요일 밤.

승한은 1스테이지부터 3스테이지까지 이어지는 꿈을 꾸었다. 그리고 지난주 일요일에는 갑작스럽게 시간이 멈추는 경험을 했다.

확실한 건 없었다. 하지만 승한은 막연하게 이번에 돌아오는 일요일에도 같은 일이 벌어질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꿈도, 괴물도 말이다.

‘가능하면… 그런 일은 없었으면 좋겠는데.’

꿈을 통해 능력을 얻는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승한은 꿈을 통해 얻은 능력으로 몸이 한결 가벼워지고, 힘이 강해졌다. 체력도 훨씬 좋아졌다.

여기까지라면 아주 좋았다. 하지만 문제는 괴물들의 등장이었다.

꿈과 괴물들의 등장이 연관이 있다면, 꿈을 꾸는 순간 괴물들의 등장도 거의 확실시 되는 것일 테니까. 승한은 가능하면 오늘 밤 꿈을 꾸지 않았으면 했다.

“다녀왔습니다.”

“왔냐?”

방 두 개짜리 작은 집. 승한을 반긴 사람은 누나인 승아였다. 이불 하나를 깔고 수면바지 차림으로 누워 TV를 보고 있던 승아는 승한에게 건성으로 인사하고는 다시 TV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엄마는?”

“주무셔.”

승아는 승한은 보지도 않고 대답했다. 예능프로그램을 보고 있던 승아는 잘생긴 연예인이 철퍼덕 넘어지는 장면이 웃겼는지 히히 웃었다.

“괴물 이야기는 이제 안 나오나보네.”

“며칠 떠들썩 했는데, 어제부터는 좀 뜸하더라. 그래도 채널 돌리면 한 군데 정도는 나올걸?”

며칠이나 되었다고 괴물에 대한 이야기는 벌써 한풀 꺾인 느낌이었다. 워낙 비현실적인 이야기라서 그럴까? 아니면 더 이상 괴물이 나타날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해서 그럴까?

‘가능하면 그런 일은 없으면 좋겠지만…….’

“나도 먼저 들어가서 잘게.”

“바로 자려고? 야, 양치는 하고 자. 더러워.”

“됐어. 피곤해.”

승한은 방으로 들어가 입고 있던 옷을 벗어 한쪽에 걸어놓았다. 두 개뿐인 방 중 하나는 승한이, 하나는 어머니와 승아가 함께 쓰고 있었다.

편하게 입고 있던 츄리닝 바지와 후드 집업을 벗어 옷걸이에 걸어놓은 승한은 그대로 침대 위에 몸을 뉘었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금세 잠에 빠져들었다.

**

하늘도, 땅도 온통 새하얗게 칠해져 있었다. 아니, 색이 없는 걸지도 모른다.

천장이 있는 것 같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밭과 닿아있는 땅이라고 부르기도 애매했다. 넓은 공간이라면 지평선처럼 휘어지는 부분이라도 보여야 할 텐데, 온통 새하얗게만 보여 그런 것도 모르겠다.

새하얀 공간에는 무수히 많은 문들이 널려있었다. 그 개수가 대체 몇 개나 되는지 도저히 셀 수 없었다. 당장 눈에 보이는 문의 개수만 하더라도 수천 개는 넘을 것 같았다. 저 멀리, 점처럼 작게 보이는 문도 있었다.

각 문은 빨간색부터 보라색까지, 무지개의 일곱 가지 색으로 칠해져 있었다. 도저히 지구라고 생각할 수 없는 이 기이한 공간에 승한은 한숨을 쉬었다.

“……역시.”

그 말을 내뱉는 순간.

[4스테이지 시작합니다.]

승한의 머릿속으로 4번째 스테이지의 시작이 떠올랐다. 그리고 잠시 후.

[스테이지 4]

달성 조건 : 진짜 문을 찾아라.

제한시간 : 48시간

남은시간 : 48시간

보상 : ??

“……난해한데.”

이미 꿈을 받아들인 승한은 어떻게 해서든 스테이지를 달성할 생각이었다. 1스테이지, 2스테이지와는 달리 보상이 물음표로 표시되어 있었지만 그렇다고 보상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보유 타임 포인트 : 610p]

[타임 포인트를 통해 능력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응?”

승한은 머릿속에 떠오른 새로운 정보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스컬레톤들과 뼈 괴물을 쓰러뜨리고 얻은 타임 포인트가 어디에 쓰이는 건가 했는데, 이런 데에 사용이 가능했다.

‘역시… 꿈과 괴물은 연관이 있어.’

가설로 세워두었던 생각이 들어맞았다. 괴물을 쓰러뜨려 얻은 포인트를 꿈 속에서 얻은 능력을 강화하는데 사용할 수 있다는 게 하나의 증거였다.

그래도 꽤 희소식이긴 했다.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타임 포인트를 통해 능력을 강화할 수 있다면, 더 강해질 수 있다는 소리였으니까. 다음에도 스컬레톤같이 약한 괴물이 나오리라는 보장은 없으니, 가능한 더 강해져야한다.

어떻게 능력을 강화하는지는 알 수 있었다. 누군가 알려주지 않아도 승한의 머릿속에는 이미 그 방법이 입력되어 있었으니까.

“능력.”

[스테이지1 - 강인함]

* 분류 : 고유 지속

* 레벨 : 1

* 요구 타임 포인트 : 50p

[스테이지2 - 민첩함]

* 분류 : 고유 지속

* 레벨 : 1

* 요구 타임 포인트 : 100p

[스테이지 3 - 강화]

* 분류 : 엑티브

* 레벨 : 1

* 요구 타임 포인트 : 200p

세 가지 능력. 각 능력의 레벨을 올리는데 필요한 타임 포인트는 각각 달랐다. 1스테이지에서 얻은 능력의 경우에는 요구하는 타임 포인트가 비교적 적었고, 더 높은 스테이지에서 얻은 능력의 경우에는 요구하는 타임 포인트가 더 많았다.

“내가 보유한 타임 포인트가… 610포인트.”

승한은 적절하게 타임 포인트를 분배할 필요성을 느꼈다. 여기서 능력의 레벨을 어떤 식으로 올리느냐에 따라서 이번 스테이지의 성사여부가 결정될지도 모른다.

“일단, [강인함]에 하나.”

승한은 시험 삼아서 1스테이지에서 얻은 능력인 [강임함]에 타임 포인트를 투자했다. 결정을 굳히자 승한의 머릿속에 메시지가 입력되었다.

[50타임 포인트를 소모하였습니다.]

[‘능력 - 강인함’의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오호?”

능력의 레벨을 하나 올리자 승한의 몸에 들어가는 힘이 확연히 달라졌다. 마치 다시 한 번 새로운 능력을 얻은 듯한 기분이었다.

[스테이지1 - 강인함]

* 분류 : 고유 지속

* 레벨 : 2

* 요구 타임 포인트 : 100p

동시에 다음 레벨까지 필요한 타임 포인트의 수치가 올랐다. 50포인트에서 100포인트로. 레벨마다 50포인트씩 오르는 건지, 아니면 두 배씩 오르는 건지는 한 번 더 확인을 해 봐야했다.

[100타임 포인트를 소모하였습니다.]

[‘능력 - 강인함’의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능력의 레벨이 하나 더 올랐다. 승한은 곧장 다음 레벨에 요구되는 타임 포인트를 확인했다.

[스테이지1 - 강인함]

* 분류 : 고유 지속

* 레벨 : 3

* 요구 타임 포인트 : 200p

“두 배인가?”

능력의 레벨을 하나 올릴 때마다 다음 레벨의 능력에 요구되는 타임 포인트가 두 배로 뛰었다. 지금까지는 150타임 포인트를 소모했지만 다음에는 그보다 더 많은 200타임 포인트를, 그리고 그 다음에는 400타임 포인트를 소모하게 될 것이다.

‘함부로 낭비하면 안 되겠군.’

[강인함]능력의 레벨이 한 단계 더 오르면서 몸에서 느껴지는 힘이 더 강해졌다. 하지만 단순히 힘만 강하다고 해서 능사는 아닐 것이다.

남은 타임 포인트는 460이었다. 4스테이지를 클리어하고 얻게 될 능력까지 생각해 보면 여기서 타임 포인트를 아껴둔다는 선택지도 고려해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 보면 어차피 이번 스테이지를 클리어 해야 능력을 얻을 수 있을 테니, 최대한 타임 포인트를 투자해 스테이지 클리어에 힘을 쓰는 게 나았다.

승한에게 선택지는 두 개였다.

[민첩함]능력을 두 번 올릴 것인가, [민첩함]과 [강화]를 하나씩 올릴 것인가.

잠시 고민하던 승한은 [민첩함]과 [강화]에 하나씩 타임 포인트를 투자했다. 각 스킬 레벨이 2레벨로 올랐고, 3레벨에 필요한 [민첩함]의 타임 포인트는 200포인트, [강화]는 400포인트로 올랐다.

“400이라… 많이도 필요하군.”

610포인트면 꽤 많은 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그리 많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이런 구조라면 4스테이지에서 얻은 능력에 필요한 타임 포인트는 처음부터 400포인트일 것이다.

‘타임 포인트를 많이 확보해야겠어.’

다음 한 번이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해서 괴물이 나오게 된다면 타임 포인트는 중요한 자원이었다. 게임에 나오는 스킬 포인트와는 달리, 승한에게 있어서 이 능력들은 게임 캐릭터의 레벨이자 스텟, 스킬, 모든 것이었다.

능력의 레벨이 높을수록 승한은 더 강해질 수 있었다. 승한은 가능한 많은 괴물들을 죽여야겠다고 생각했다.

“진행.”

[스테이지 4]

달성 조건 : 진짜 문을 찾아라.

제한시간 : 48시간

남은시간 : 47 : 34 : 11

보상 : ??

47시간 반

승한에게 남은 시간이었다. 승한이 타임 포인트를 이용해 능력의 레벨을 올리는 동안에도 시간은 꾸준히 흐르고 있었다.

고민을 너무 길게 했나, 싶기도 했다. 그래도 함부로 타임 포인트를 낭비하는 것보다는 신중하게 하나씩 투자하는 게 나을 것이다.

160타임 포인트. 이미 남은 타임 포인트를 사용할 곳은 생각해 두었다.

“상점.”

[무기]

[방어구]

[소비]

타임 포인트를 소모해 물품을 구입할 수 있는, 타임 포인트라는 스테이지 속의 ‘화폐’를 획득한 덕분에 이용할 수 있는 상점이었다.

승한은 그 중 무기를 선택했다. 10타임 포인트의 저렴한 몽둥이부터 100포인트짜리 장검과 창, 활까지, 종류는 많았다. 요구하는 타임 포인트가 많은 무기의 경우에는 특별한 능력이 붙어있기도 했다.

승한은 그 중 100포인트짜리 장검을 하나 골랐다. 능력은 없었지만 그래도 무기가 있는 것과 없는 건 천지차이였다. 남은 포인트로는 ‘소비’목록에서 물약을 50타임 포인트에 구입했다. 어차피 꿈속에서는 공복을 느끼지 않았다.

부웅-.

[강인함]능력이 3레벨까지 오른 덕분인지 무거운 강철로 만들어진 검이 그리 무겁게 느껴지지 않았다. 몸도 한결 가벼워서 금방이라도 날아갈 것 같았다.

“좋아.”

3스테이지까지는 능력이 없었지만, 이번 스테이지부터는 능력을 사용할 수 있었다. 그럴듯한 무기까지 손에 있는데다가 몸도 훨씬 가볍고 강해졌다. [강화]를 통한 공격력의 상승도 기대해 볼 수 있었다.

승한은 눈앞에 보이는 수많은 문들을 하나씩 바라봤다. 어느 문을 열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일일이 다 열어보는 건 말도 안 될 거고.’

승한은 일단 가장 가까이 있는 문의 손잡이를 잡았다. 빨간색의 문이었는데, 높이는 3미터 정도 되었다.

끼익-.

문은 그리 매끄럽지 않았다. 안으로 들어가자 아무것도 없는 회색 공간이 나왔다. 새하얀 밖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뭐 하는 방이지?”

텅 빈 회색 공간을 둘러보던 승한이 눈살을 찌푸렸다.

“여기가 진짜 방인지, 꽝인지는 어떻게 알아보는 거야?”

수만, 수억 개에 달하는 수많은 방들. 그 중 단 하나의 진짜 방을 고르는 것만 해도 어려운 일인데, 진짜 방의 기준도 알 수 없으니 답답할 따름이었다.

피잉-.

그 순간, 승한은 머리를 스치는 섬뜩한 느낌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틀었다. 승한의 바로 눈앞에 날카로운 화살 하나가 날아갔다.

피잉, 쉬이이익-.

연이어서 날아오는 화살들. 급하게 하나의 화살을 피해낸 승한은 뒤이어 날아오는 화살들을 급하게 피하거나 검을 휘둘러 쳐냈다. 화살이라는 함정을 신경 쓰지 않고 있을 때면 모를까, 긴장하고 피하고 막으니 못 막을 것도 없었다.

“후우. 깜짝 놀랐네.”

주위를 두리번거렸지만 어디서 화살이 날아온 건지는 알 수 없었다. 텅 빈 방은 그리 넓지 않았고, 벽도 없었다. 방이 아니라 마치 다른 세상으로 넘어온 것 같은 느낌이었다.

“여긴 꽝이라는 건가?”

딱 봐도 멀쩡한 방은 아니었다. 처음부터 진짜 방을 고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꽝을 골랐다는 생각에 한숨을 나왔다.

길게 고민할 것 없이 승한은 다시 밖으로 나갔다. 다시금 수많은 방문들로 도배되어 있는 넓은 흰색 공간으로 발을 들였다. 승한은 잠시 고민하다 이번에는 주황색 문을 선택했다.

‘방문의 색에 의미가 있겠지.’

유일한 단서는 방문의 색상뿐이었다. 승한은 빨간색부터 보라색까지 칠해져 있는 문의 색이 단서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빨주노초파남보.

승한은 이 순서로 방문을 열어볼 생각이었다. 만약 그래도 찾지 못한다면, 다른 추리를 하거나 하나씩 일일이 열어보는 수밖에 없었다.

덜컥-.

승한은 급하게 문을 열었다.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회색 공간이 나왔던 빨간색 문과는 달리, 주황색 문 안은 한 눈에 들어오는 공간이었다. 마치 피라미드식처럼 높은 지붕이 있었는데, 곳곳에는 관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놓여져 있었다.

“느낌이 좋지 않은데…….”

꽝이라는 생각에 막 돌아서려는 순간.

“어라?”

들어왔던 문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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