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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타임-4화 (4/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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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다시 움직인 시간에서

덜그럭-.

당황한 승한은 손에 쥐고 있던 대걸레를 떨어뜨렸다.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시간, 스컬레톤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다.

“뭐냐? 무슨 일 있냐?”

“사, 사장님?”

대걸레 떨어뜨리는 소리에 고개를 불쑥 들이민 얼굴은 분명 승한이 기억하는 깐깐한 사장이었다. 분명 방금 전, 스컬레톤의 뼈 몽둥이에 얻어맞아 피를 흘리고 쓰러졌는데 지금은 멀쩡해보였다.

‘꿈이었나?’

몸에 힘이 쭉 풀리면서 안도감이 밀려들었다. 아무래도 서서 졸기라도 한 모양이었다. 얼마 전부터 이상한 꿈을 계속 꾸더니,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획득한 타임 포인트 : 240p]

그 때, 승한의 머릿속으로 다시 한 번 이상한 메시지가 입력되었다. 분명 방금 전, 멈춰있던 시간에서 스컬레톤들의 두개골을 부서뜨릴 때마다 하나씩 입력되던 메시지였다.

‘설마?’

혹시나 하는 마음에 승한은 자신의 몸을 살폈다. 한층 가벼워진 몸 상태가 느껴졌다. 몸이 깃털처럼 가벼워진 기분은 스컬레톤들과 싸울 때와 같았다.

승한은 음료수가 가득 들어있는 박스를 들어보았다. 총 세 개가 쌓여져 있는 박스들은 원래 승한이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할 만큼 무거웠다.

하지만 승한은 너무나도 쉽게 세 개의 박스를 동시에 들어올렸다. 조금 무게감이 느껴지긴 했지만 이 정도면 가벼운 축에 속했다.

“마, 말도 안 돼…….”

쿵-.

티디딩-.

깜짝 놀란 승한이 들고 있던 박스를 떨어뜨렸다. 음료수 병이 사방으로 흩어졌고, 주방에서 고함이 터져 나왔다.

“야 임마! 하나씩 들라고 몇 번을 말하냐!”

사장의 잔소리는 승한의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승한은 덜덜 떨리는 손으로 사방으로 흩어진 음료수 병을 주워 담았다.

갑자기 힘이 강해지고, 몸이 가벼워졌다. 단순히 이뿐이라면 믿기 힘들 것이다. 그래서 승한은 손에 들고 있는 음료수 병을 들고 세 번째 능력, [강화]를 사용했다.

콰작-.

유리로 만들어진 음료수 병이 단단해졌다. 겉으로 보기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지만, 승한은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마지막 확인 작업으로 승한은 들고 있던 음료수 병을 있는 힘껏 집어던졌다.

깡-!

벽에 부딪힌 음료수 병이 튕겨지더니 바닥에 떨어졌다. 조금 흠이 있긴 했지만 깨지거나 하지는 않았다. 고작해야 음료수 병이 말이다.

뒤쪽에서 다시 한 번 사장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하긴, 알바생이 멀쩡한 음료수를 집어다 벽에다 던졌으니 열이 뻗칠 수밖에.

승한은 자신의 어깨를 잡고 호통을 치는 사장의 얼굴을 눈앞에 두고 멍하니 그를 바라봤다. 방금 전, 스컬레톤의 몽둥이에 얻어맞아 피를 흘리고 쓰러지던 사장의 얼굴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시간이 다시 되돌아가기라도 한 걸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조금만 생각해 보면 그건 아니었다.

애초에 시간은 흐르지 않았으니까. 스컬레톤들이 나타났던 시간은 애초에 멈춰있던 시간이었다. 오직 승한과 스컬레톤들만의 시간이 움직였을 뿐이다.

결국,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시간은 승한과 스컬레톤들이 있던 시간과는 별계의 공간인 셈. 멈춰 있던 시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든,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시간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 모양이었다.

물론 확신할 수는 없다. 다만 승한이 추측하기로는 그랬다. 특별한 능력이 손에 들어왔다는 것을 확인한 순간, 승한은 방금 전 스컬레톤들과의 싸움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야 이 새끼야, 내 말 듣고 있냐?”

“네, 네?”

얼떨떨한 얼굴로 승한이 정신이 차린 순간.

“꺄아아아아악-!”

가게 밖에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멍해져 있던 승한의 머리에 불이 밝혀졌다.

“야, 야! 김승한! 너 어디가!”

사장의 손길을 뿌리친 승한이 가게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무언가로부터 도망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그들 뒤로는 빠른 속도로 스컬레톤 몇 마리가 쫒아오고 있었다.

“저게 왜 여기에……?”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지만, 그 중 가장 큰 갈등은 하나였다.

어떻게 해야 하지?

승한은 스컬레톤과의 싸움을 이미 한 번 겪어보았다. 몇 마리가 아니라 수십 마리와 싸워서 그 중 절반을 넘게 쓰러뜨렸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좁고 가파른 계단이라는 지형적 이점이 있었기 때문. 승한은 과연 지형의 이점 없이 스컬레톤들 쉽게 제압할 수 있을지 자신할 수 없었다.

그 순간, 승한의 눈에 스컬레톤의 몽둥이에 얻어맞아 피를 뿌리고 쓰러지는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발이 빠른 사람들은 도망칠 수 있었지만, 아직 어리거나 나이가 들어 다리가 느린 사람들은 스컬레톤들의 몽둥이에 사정없이 얻어맞고 있었다.

그렇게 쓰러진 사람들이 빠르게 늘어났다. 승한이 망설이는 사이에만 하더라도 벌써 네 명의 사람들이 바닥에 쓰러져 굴러다니고 있었다.

생각의 방향이 바뀌었다. 수십도 아니고, 고작 몇 마리라면 충분히 쓰러뜨릴 수 있을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라면 모를까, 뻔히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는데 외면할 만큼 승한은 모질지 못했다. 능력이 안 된다면 모를까, 승한에게는 능력이 있었다.

“이 개새끼들아-!”

승한은 근처에 있는 쓰레기통 하나를 집어 들어 스컬레톤을 향해 집어던졌다. 막 눈앞에 있는 사람을 향해 몽둥이를 휘두르려던 스컬레톤은 승한이 던진 쓰레기통에 얻어맞아 바닥에 쓰러졌다.

잽싸게 달려든 승한은 쓰러진 스컬레톤이 떨어뜨린 뼈 몽둥이를 집어 들었다. 스컬레톤들의 관심이 승한에게로 집중되었다.

‘수가 그리 많지는 않아.’

스컬레톤의 수는 고작해야 여섯이었다. 그나마 한 녀석은 승한에게 뼈 몽둥이를 빼앗겼다.

사람들은 승한과 스컬레톤들로부터 멀어지고 있었다. 승한을 발견한 스컬레톤들은 승한을 적으로 생각했는지 다른 사람들을 쫒지 않고 승한에게 달려들었다.

“따라 와, 이 개뼈다귀들아!”

승한은 스컬레톤들을 다시 한 번 계단 쪽으로 유인했다. 탁 트인 곳에서 싸우는 것보다는, 안전하게 계단으로 유인해서 싸우는 게 나을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계단이 있는 골목 쪽으로 들어간 승한은 깜짝 놀랐다. 그의 눈앞에 펼쳐진 장면은, 바로 시간이 멈춰 있던 순간 승한이 벌여 놓은 스컬레톤들의 무덤이었다.

“역시… 꿈이 아니었어.”

시간이 움직이기 시작한 순간, 스컬레톤들이 현실에 나타났다. 승한이 쓰러뜨린 스컬레톤들을 제외한 남아있던 스컬레톤, 그리고 다른 거리에 있던 스컬레톤들까지 모두 말이다.

아마 승한을 따라온 스컬레톤들은 승한이 미처 쓰러뜨리지 못한 녀석들일 것이다. 그리고 다른 스컬레톤들은 다른 거리 어디에선가 사람들을 공격하고 있겠지.

‘그 녀석들까지는 내 알 바 아니고…….’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람들까지 찾아다니면서 일일이 구해줄 생각은 없었다. 그런 사람들을 구해주는 역할은 승한의 몫이 아니었다.

위이이이이이잉-.

멀리 큰길 쪽에서 경찰차 사이렌 소리가 들렸다. 스컬레톤, 괴물들의 출현에 경찰이 출동한 모양이었다.

승한의 예상대로 스컬레톤들이 나타난 장소가 훨씬 광범위하다면 군대까지 동원될지도 모른다. 스컬레톤이 그리 강한 편은 아니지만 성향이 공격적이고, 뼈 몽둥이라는 무기가 있는 이상 민간인이 스컬레톤을 상대한다는 건 불가능했다.

총을 들고 있는 경찰. 혹은, 군인들이 필요할 것이다.

승한은 계단을 이용해 여섯 마리의 스컬레톤들을 빠르게 쓰러뜨렸다. 시간이 멈춰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타임 포인트’를 획득했다는 메시지가 승한의 머릿속에 입력되었다.

‘우리 집은… 괜찮을까?’

주위에 널브러져 있는 스컬레톤들의 시체를 보며 승한은 문득 집이 걱정되었다. 시내에 스컬레톤들이 등장했는데, 승한이 사는 집 쪽에 스컬레톤들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법도 없었다.

가게에 있는 사장과 은성도 걱정이 되긴 했다. 주말이라고 밖에서 놀고 있을 친구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들보다는 역시 가족들이 가장 걱정이었다.

‘엄마… 누나….’

승한의 머릿속에 집에서 쉬고 있을 가족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엄마와 누나. 둘 다 밖에 돌아다니고 있지는 않을까 걱정됐다.

그 순간, 승한은 전속력으로 집을 향해 뛰어가기 시작했다.

탕, 타탕-!

총소리. 승한의 몸에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사람들의 비명소리와 총소리, 그리고 스컬레톤들의 뼈 소리가 뒤섞여 전쟁터 같은 느낌을 자아냈다.

심장이 쿵쾅거렸다. 시내에서 걸어서 15분 거리를 승한은 3분도 안되어서 주파했다. 그것도 스컬레톤들의 추격을 피하면서 말이다.

좁은 골목 안에 있는 주택단지.

승한이 살고 있는 동네였다. 그 중, 승한은 주택 입구로 들어가는 스컬레톤 한 마리를 발견했다.

“어딜 기어 들어가, 이 새끼야!”

승한이 막 스컬레톤을 향해 달려들려던 순간.

“아아아악-!”

익숙한 목소리가 찢어지게 울렸다.

“누나?”

멀리서 들려오긴 했지만, 워낙 큰 비명이라 확실히 들을 수 있었다. 승한은 눈앞에 있는 스컬레톤과 누나의 비명 중, 어느 쪽으로 먼저 움직여야 할지 갈등했다.

집에는 엄마가 쉬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바로 뒤쪽에서는 누나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길게 고민할 시간은 없었다. 승한은 먼저 가까이 있는 스컬레톤을 향해 돌진했다. 가족의 생사가 달려있다고 생각하니 그 어느 때보다도 움직임이 빨라졌다.

“으아아아-!”

승한을 발견한 스컬레톤이 방향을 바꿔 승한을 향해 뼈 몽둥이를 휘둘러왔다. 몸을 아래로 숙여 몽둥이를 피한 승한은 손에 들고 있던 몽둥이를 아래에서 위로 올려쳤다.

빠악-!

스컬레톤의 머리가 날아가 바닥에 처박혔다. 머리가 떨어져 나가자 스컬레톤의 몸뚱이는 힘을 잃고 바닥에 쓰러졌다.

[10타임 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머릿속에 입력된 메시지를 통해 스컬레톤의 죽음을 확인했다. 마음 같아서는 집에 들어가 엄마가 무사한지 확인하고 싶었지만, 그럴 시간이 없었다.

급한 대로 집에 들어가려던 스컬레톤을 처리하고, 주위에 다른 스컬레톤이 없는지를 살폈다. 다행히 집 근처에 있는 스컬레톤은 한 마리뿐이었던 모양이었다.

‘소리가 들린 방향이 분명…….’

승한은 큰 길을 따라 누나의 비명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내달렸다. 워낙 쉬지 않고 계속해서 뛰어다닌 터라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저, 저리 꺼져 이것들아! 아아악-!”

그 때, 승한의 눈에 익숙한 얼굴이 들어왔다. 밝은 갈색 머리에 나이에 맞지 않게 청순한 얼굴. 생긴 것과는 다르게 털털하고 말괄량이 성격을 가진 승한의 누나, 김승아였다.

다행히 승한의 누나 승아는 스컬레톤들로부터 잘 도망치고 있었다. 사람이 아주 없는 거리가 아니라 스컬레톤들이 다른 사람들을 쫒아 분산되었다는 점도 도움이 되었다. 승아를 쫒아오는 스컬레톤은 고작 한 마리뿐이었다.

“누나!”

“어, 승한이?”

승한을 발견한 승아의 얼굴이 밝아졌다가 다시 굳어졌다. 아는 사람을 만났다는 사실에 안도감도 잠시, 승한이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 모양이었다.

“야, 야! 도망쳐! 뒤에 괴물 안 보여?”

“도망은 무슨!”

승한은 승아를 지나쳐 뒤쪽에 있는 스컬레톤을 향해 달려들었다. 생존이 아닌 싸움을 선택한 승한의 움직임은 처음과는 달리 제법 공격적이었다.

따악-!

스컬레톤의 몽둥이와 승한의 몽둥이가 부딪혔다. 승한의 힘에 밀린 것인지 스컬레톤의 몸이 잠시 휘청거렸다. 하긴, 근육 없이 뼈로 이루어진 괴물이 그렇지 않아도 보통 사람보다 월등한 힘을 가지게 된 승한을 이길 수 있을 리 없었다.

퍼억-!

승한의 발이 스컬레톤의 가슴팍을 걷어차고.

빠각-.

이어서 쓰러지는 스컬레톤의 두개골을 승한의 몽둥이가 박살냈다. 몇 번씩 같은 상대와 전투를 치르다 보니 이제는 몸에 익은 패턴이었다.

“후우우우-.”

계속해서 싸우고, 뛰다보니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른 상태였다. 승한은 잠시 자리에 멈춰 숨을 골랐다. 승아는 단숨에 스컬레톤을 쓰러뜨린 승한을 놀란 눈으로 바라봤다.

“스, 승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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