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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했더니 무능한 적국 왕자였다-150화 (150/232)

150화

카스텔이라면 쉽게 당하지 않을 것이다.

설령 로터스가 저항하고, 킬리안이 합세하여 카스텔을 함께 공격한다 해도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은 사울 본인의 안전이 우선이다.

아무리 복수가 소중하다지만 목숨을 잃어버리면 모든 것을 잃는 셈이다.

스스로의 안위를 위해서라도 지금은 신중해야 했다.

“킬리안의 병력을 전멸시킨 뒤 마을로 가요.”

사울의 명령을 수긍한 아이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전하.”

누구도 사울의 명령에 반대하지 않았다.

이에 사울은 일단 킬리안을 제쳐 두고, 눈앞의 적들을 상대해 나갔다.

지나치게 서두르는 건 위험하지만 시간을 지체할 필요도 없다.

사울은 반지의 효과를 믿고 계속 적들에게 강력한 마법을 퍼부었다.

“젠장! 왕자 놈을 공격해라!”

아군의 보호를 받으며 효과적으로 공격 마법을 날리는 사울은 부대의 우두머리이자, 가장 강력한 무기이기도 했다.

사울만 쓰러뜨리면 전세를 뒤집을 수 있음을 안 킬리안의 부하들은 사울을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누구도 전하를 방해하지 못하도록 하라!”

사울의 휘하 병력, 그리고 아이나와 아르멜도 전력을 다해 사울을 방어했다.

휘하 병력은 공격보다 방어에 집중하고, 적들이 빈틈을 보이면 어김없이 사울의 마법이 쏟아졌다.

‘역시 반지의 효과가 있어.’

반지가 없었다면 마나가 다 떨어지고도 남았다.

하지만 지금은 마나가 떨어지기는커녕, 그 지긋지긋한 어지럼증도 느껴지지 않았다.

마법 보석 반지를 장비한 보람이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킬리안 휘하 부대는 거의 죽거나 상처를 입고 쓰러졌다.

놀라운 건 누구도 항복하거나, 하다못해 도망치지도 않는다는 점이었다.

킬리안과 칼립소 없이 자신들의 힘만으로는 사울을 제거할 수 없다는 게 명백함에도 누구도 포기하거나 도망치지 않았다.

끝까지 사울을 공격하려다 결국 창칼이나 마법에 맞아 죽거나 쓰러졌다.

“질긴 녀석들이군.”

사울은 조금 지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마법을 평소의 배 이상으로 쓰니 마법 보석 반지를 착용했더라도 조금은 힘이 들었다.

하지만 아직 휴식을 취하거나 포션 등의 도움을 받을 필요는 없었다.

조금 지친 사울에 비해 킬리안 휘하 병력들은 거의 전멸했다.

하지만 지금 쓰러진 녀석들은 모두 잔챙이들이다.

킬리안과 칼립소, 그리고 정예로 보이는 녀석들은 마을로 향했다.

“빨리 마무리 짓고 우리도 마을로 간다.”

“네, 전하.”

마을에 있는 건 카스텔와 소수의 병력뿐이다.

아무리 카스텔의 힘이 막강해도 만에 하나를 생각하여 빨리 지원을 나갈 필요가 있었다.

상대는 그 영악한 킬리안이 아닌가.

카스텔이 당할 것 같지는 않지만, 만에 하나 카스텔이 로터스를 지키지 못하고 놈에게 당하기라도 한다면…….

그것만은 생각하기도 싫었다.

* * *

급히 버려진 마을로 향하며 로터스는 몇 번이나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젠장! 빌어먹을!”

대체 뭐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알 수가 없었다.

자신의 힘만으로는 왕국 정계에 복귀하기 어려워 피닉스라는 녀석들의 도움을 받았다.

로터스도 피닉스가 위험하다는 건 알고 있었고, 그들의 이상에 진심으로 따르지도 않았다.

다소 위험하지만 정계 복귀를 위해 이용할 만하다는 생각에 먼저 접근해 온 그들과 손을 잡았을 뿐이다.

실제로 효과도 있었다.

피닉스와 협조하는 대가로 재력을 얻었고, 그를 바탕으로 정계에 복귀할 수 있었다.

하지만 복귀한 후에도 일이 마냥 잘 풀리진 않았다.

과거 자신을 축출한 자신을 안소니 백작이 정계에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다.

변방을 관리하는 자리라도 차지한 게 다행이었다.

사실 지금은 변방에 머무르는 게 나았다.

왕국 수도에서 피닉스 같은 위험 분자와 접촉하다간 큰 문제가 생길 수도 있었으니까.

이대로 피닉스와 협조를 잘해 나가면 보다 큰 힘을 얻고, 그를 바탕으로 왕국 정계에 제대로 복귀할 수 있다.

그것이 로터스의 계획이었다.

아직 피닉스와의 관계는 원활했기에 그들이 자신을 부른 것을 크게 의심하지 않았다.

목적지가 버려진 마을인 것도 당연했다.

이래저래 불순분자들인 피닉스와 자신이 만나려면 남의 이목을 피해야 했으니까.

모든 게 잘 돌아가는 줄 알았는데, 버려진 마을 근처에서 난데없이 등장한 추격자가 모든 것을 엉망으로 만들었다.

아직 추격자의 정체는 파악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런 때에 갑자기 나타난 추격자의 존재가 우연일 리는 없다.

본능적인 위기감에 로터스는 정체불명의 추격자와 싸우는 대신 약속 장소인 마을 쪽으로 급히 말을 몰았다.

“피닉스 놈들, 이렇게 다급한데 날 마중 나오지 않고!”

은밀하고 신속하게 움직이는 피닉스는 항상 약속 시간보다 빨리 움직였다.

분명 이번에도 마을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인데 서둘러 마중 나오지 않는 게 괘씸했다.

“설마 피닉스가…….”

로터스의 부하가 불안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로터스는 부하의 걱정을 일축했다.

“그럴 리 없다. 놈들에게도 내가 필요하다. 그리고 날 죽이려 했다면 더 쉬운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

“그럴까요?”

“그래. 안소니 백작이 날 죽이려 한다면 모를까…….”

무심결에 중얼거리던 로터스의 말이 멎었다.

부하도 무언가를 깨달은 듯 얼굴에 핏기가 사라졌다.

“설마 백작이…….”

“빌어먹을.”

지금 로터스를 적대하고, 나아가 적극적으로 제거하려는 자가 누가 있을까.

안소니 백작 외에는 다른 상대가 떠오르지 않았다.

백작이라면 변방, 나아가 중립 지대까지 손을 뻗쳐 자신을 제거하고도 남을 놈이다.

“서둘러라!”

정말 정체불명의 침입자가 백작이 보낸 자객이라면, 살길은 하나뿐이다.

마을에서 기다리고 있을 피닉스와 합세하여 침입자를 물리치는 것.

이대로 죽을 순 없다.

저 마을까지만 가면 살 수 있을지 모른다.

로터스는 부하들과 함께 필사적으로 말을 몰았다.

후방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려왔지만, 그것을 알아보거나 신경 쓸 틈도 없었다.

일단 마을에 도착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했다.

덕분에 로터스와 부하들은 아무도 낙오하지 않고 버려진 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제야 로터스는 무언가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감을 깨달았다.

“전투가 벌어지고 있지 않은가?”

“그런 것 같습니다.”

“한 패거리는 우릴 쫓는 놈들이라 치고, 또 다른 패거리는 누구지?”

“피닉스가 아닐까요?”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던 피닉스가 정체불명의 침입자와 싸워 준다.

로터스로서는 최고의 시나리오다.

“뭔가 이상하군. 피닉스가 저렇게 병력을 많이 동원할 리 없는데…….”

불안한 표정으로 중얼거리던 로터스는 무언가를 감지하고는 시선을 돌렸다.

검도 조금 쓸 줄 알고, 초보적인 수준이지만 마나도 다룰 줄 아는 그의 감각이 심상찮은 무언가를 감지한 것이다.

“로터스인가.”

나타난 건 몇 사람의 무리였다.

꽤 예쁘고 단정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섬뜩한 무표정을 한 여자.

그리고 여성을 뒤따르는 병사 몇 명.

로터스는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분명 피닉스는 이종족이 많은 조직이다.

물론 인간도 여럿 있지만, 여럿이 몰려다닐 땐 항상 이종족의 숫자가 많거나, 하다못해 한둘 끼어 있기라도 했다.

그런데 지금 나타난 건 모두 인간들이었다.

자신은 습격을 받고 근처에서는 영문 모를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우연’ 운운하기도 어려웠다.

로터스는 검을 빼 들며 물었다.

“누구냐.”

로터스의 행동에 부하들도 일제히 무기를 빼 들고 마법을 준비했다.

“…….”

로터스의 이마에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일단 머릿수로는 이쪽의 우위다.

만에 하나를 대비하여 정예들을 이끌고 왔기에 전력이 부족한 건 아니다.

하지만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

다른 자들은 그렇게 두렵지 않지만 맨 앞에 선 여자가 심상치 않았다.

무표정한 얼굴과 검붉은 눈동자를 보고 있기만 해도 알 수 없는 공포심이 밀려드는 것 같았다.

“정체를 밝혀라!”

만에 하나를 대비하여 로터스는 먼저 피닉스라는 단어를 꺼내지 않았다.

정체를 밝히는 건 상대가 먼저다.

상대 입에서도 피닉스라는 단어는 나오지 않았다.

그 대신 질문이 돌아왔다.

“네가 로터스인가?”

“…….”

자신에 대해 알고 있지만 피닉스라고 밝히지는 않는 자.

로터스의 의심이 확신으로 바뀌었다.

저들은 피닉스가 아니다.

뿐만 아니라 무언가 자신에게 악의를 품고 있다.

곧 로터스가 명령했다.

“싸울 준비를 해라.”

로터스의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문제가 있다면, 상대가 자신의 상상을 뛰어넘는 존재라는 사실이었다.

로터스와 부하들이 일제히 무기를 치켜들었다.

그 광경을 본 여자가 손을 뻗었다.

검푸른 기운이 여자의 손에서 뻗어 나가 로터스와 부하들을 덮쳤다.

“크아악!”

비명과 함께 순식간에 로터스 부하 대부분이 말에서 쓰러졌다.

무사한 건 로터스 본인, 그리고 가장 실력이 뛰어난 부하 두어 명에 불과했다.

“이, 이럴 수가…….”

분명 여자에게서 정체불명의 무언가를 느꼈지만, 예상을 뛰어넘었다.

경악한 로터스는 금방이라도 검을 떨어뜨릴 듯 손을 덜덜 떨면서 물었다.

“너, 넌 누구냐.”

뒤늦게 여자가 이름을 밝혔다.

“카스텔.”

카스텔이라는 이름을 들은 로터스는 경악하며 이름보다 유명한 별명을 부르짖었다.

“거, 검은 흉성?”

카스텔은 대답하지 않았고, 로터스는 긍정의 침묵임을 깨달았다.

경악한 로터스의 머릿속에 카스텔과 사울 왕자에 대한 이야기가 떠올랐다.

분명 그들은 중립 지대에서 여러 활동을 했고, 지금도 하고 있다 들었다.

하지만 설마 카스텔이 눈앞에 나타날 줄이야.

상대의 정체를 안 로터스는 감히 맞설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렇다고 카스텔을 상대로 협상을 할 생각도 못 했다.

로터스와 아직 쓰러지지 않은 부하들은 약속이나 한 것처럼 동시에 말을 돌렸다.

그대로 말에 탄 채 달아나려 했지만, 카스텔은 용서가 없었다.

카스텔의 손에서 뻗어 나온 검푸른 기운이 로터스와 부하들을 맞추었다.

“으악!”

단말마와 함께 로터스는 말에서 떨어졌다.

다행이라 해야 할지 단단한 땅바닥에 나동그라지지는 않았다.

푹신한 쿠션 같은 게 땅바닥에 깔린 듯 낙마로 인한 충격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지만, 당장 몸을 추스를 수는 없었다.

쓰러진 로터스의 눈에 자신을 내려다보는 ‘검은 흉성’의 모습이 보였다.

로터스의 눈에는 마치 사신처럼 보였다.

“대체 왜…….”

로터스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카스텔이 손을 뻗었다.

이내 로터스의 의식은 어둠에 빠져들었다.

“…….”

로터스를 생포하는 데 성공한 카스텔에게 병사가 보고했다.

“다른 자들은 어떡합니까?”

“살아 있는 자들은 모두 생포하도록.”

“알겠습니다.”

곧 병사들이 로터스 부하들의 생포에 나섰다.

운 나쁘게 죽은 두 명을 제외하고 모두들 밧줄에 묶인 포로 신세가 되었다.

병사들에게 뒤처리를 맡긴 카스텔은 한 병사에게 명령했다.

“모든 포로들을 철저히 감시하도록.”

“네. 그럼 카스텔 님은……?”

“적이 오고 있다.”

대답과 함께 카스텔은 마나의 기운이 느껴지는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본능적으로 다가오는 자들이 적임을, 그것도 만만찮은 강적임을 깨달았다.

그리고 카스텔의 생각은 옳았다.

“킬리안인가.”

킬리안의 등장은 카스텔로서도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반면에 조금 전 사울을 만난 킬리안은 예상한 일이었다.

“카스텔인가.”

카스텔은 말 위에 탄 채 달려오는 킬리안 부대에게 곧바로 공격을 퍼부었다.

그녀가 뻗은 손끝에서 나온 검푸른 기운이 킬리안을 덮쳤다.

킬리안도 가만있지 않았다.

그의 손짓 한 번에 모두들 말 위에서 내렸다.

동시에 킬리안은 물론, 부하들까지 한꺼번에 움직였다.

약속이나 한 듯 각자의 기술을 총동원하여 카스텔의 공격을 막아 낸 것이다.

한 번의 공방만으로 카스텔은 저들의 상황을 대충 파악할 수 있었다.

킬리안과 칼립소는 물론, 전원 정예들이다.

뿐만 아니라 킬리안의 명령 한 번에 모든 것이 통제될 만큼 잘 훈련된 자들이다.

그렇지만 힘 싸움으로는 혼자서도 질 것 같지는 않다.

계산을 마친 카스텔은 이 자리에서 승부를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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