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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했더니 무능한 적국 왕자였다-149화 (149/232)

149화

예정보다 많은 병력, 그리고 철저한 준비와 함께 로터스 체포 작전이 시작되었다.

사울은 수십의 병력과 함께 목적지인 버려진 마을로 출발했다.

다행히 가짜 편지에 나와 있던 약속 시간보다 늦지는 않았다.

기다리는 상대를 붙잡는 게 아니라, 기다렸다가 오는 상대를 붙잡을 요량으로 사울은 서둘러 버려진 마을로 향했다.

“전하, 저곳입니다.”

“아직 로터스는 도착하지 않은 것 같군요.”

당장은 로터스나 다른 수상한 녀석이 보이지 않았고, 마나의 기운 또한 느껴지지 않았다.

사울은 일행과 함께 천천히 마을로 들어갔다

이미 버려진 지 오래된 마을.

최소 몇 년은 방문자 한 명 없이 철저히 버려지고 잊힌 곳이라 사람이나 이종족의 흔적은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약속 장소에 이상이 없음을 확인한 사울은 세운 작전을 재점검하고 명령했다.

“그럼 예정대로 병력을 둘로 나눈다. 우리는 인근 숲에 매복하고, 선생님을 따르는 자들은 마을에서 로터스를 기다리도록.”

“네, 전하.”

“큰 변수가 없으면 일단 우리는 숲에서 조용히 적들을 기다린다.”

병력을 둘로 나눈다지만, 머릿수를 딱 맞추어 나누지는 않았다.

눈에 잘 띄는 마을 안에는 카스텔과 소수의 인원이 남기로 했다.

그리고 사울, 아이나, 아르멜과 다수의 인원은 인근 숲에서 매복하여 로터스의 접근을 확인하고 포위하여 덮치기로 했다.

그렇게 사울은 병력과 함께 인근 숲으로 향했다.

숲에 들어온 사울은 인기척은 물론 마나의 기운까지 최대한 숨겼다.

로터스가 사울이나 카스텔의 존재를 눈치챈다면 즉시 도망칠 것이다.

그 전에 최대한 놈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라도 마나를 감출 필요가 있다.

“…….”

조용히 기다린 지 얼마나 지났을까.

멀리서 말발굽 소리가 들려왔다.

또한 사울은 새로운 마나의 존재도 감지했다.

오래잖아 말발굽 소리가 멈추고, 사울이 느낀 쪽에서 한 무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직 해가 떠 있어 멀리서도 모습을 어느 정도 구분할 수 있었다.

다가오는 자들과 거리가 머니 간단한 마법을 쓰는 정도로는 들키지 않을 것이다.

사울은 마법으로 시력을 높여 다가오는 자들을 살폈다.

몇 명의 병력과 함께 조용히 마을로 다가오는 자.

모르는 얼굴을 지나친 끝에 마침내 사울이 아는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2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사울이 기억하는 것보다 흰머리와 주름살이 늘었지만, 틀림없는 놈이었다.

‘로터스……!’

드디어 놈과 다시 만났다.

사울은 당장 뛰쳐나가고 싶은 것을 참았다.

기껏 다 잡은 먹잇감을 놓칠 수는 없다.

반드시 생포할 것을 명령했으니 누구도 명령을 어기지 않을 것이다.

서두를 필요는 없다.

로터스와 그 일당은 카스텔이 기다리고 있는 마을로 향하고 있다.

스스로 빠져나가기 어려운 함정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만에 하나 함정에서 도망치면 사울이 직접 잡으면 그만이다.

사울은 새로 마련한 반지를 내려다보았다.

마나를 계속해서 보충해 주는 마법 보석 반지.

이것이 있으면 전투가 길어져도 안심이다.

만에 하나 일이 잘못될 가능성은 없다.

신중히 움직이며 로터스 놈을 사로잡아야…….

‘응?’

사울은 무언가를 느꼈다.

처음에는 잘못 느낀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강력한 마나를 지닌 무언가가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자신의 힘을 숨기지도 않은 채.

처음에는 로터스 본인이거나, 놈이 막강한 실력자를 데리고 오는 게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로터스 쪽도 사울이 느낀 것을 똑같이 느낀 듯, 우왕좌왕하는 모습이었다.

“전하, 이건?”

사울보다 조금 늦게 마나를 느낀 아이나가 조용히 물어왔다.

“잘 모르겠어요. 모두들, 경계하라.”

힘을 숨길 생각도 없는 강자의 등장.

과연 우연일까.

사울은 로터스 일행, 그리고 새로 마나의 기운이 느껴지는 쪽을 번갈아 살폈다.

로터스 일행 역시 사울과 같은 것을 느낀 듯 움직임을 멈추고 주변을 살폈다.

“…….”

잠시 후, 로터스 일행은 버려진 마을로 빠르게 이동하기 시작했다.

분명 저들도 당황하고 있다.

그래서 아군이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하는 버려진 마을로 재빨리 이동하는 것이리라.

제 발로 더 빨리 함정에 쳐들어온다는 데 방해할 이유는 없다.

문제는 다가오는 정체불명의 존재들이다.

대체 누구이며, 왜 다가오는 것일까.

그 해답은 오래잖아 드러났다.

“저건……!”

“전하, 왜 그러십니까?”

“킬리안이예요.”

사울의 말에 아이나의 눈이 커졌다.

“킬리안 비셔스 말씀이십니까?”

“그래요. 놈의 부하인 다크 엘프도 함께 있어요.”

그랬다.

나타난 건 킬리안 비셔스와 칼립소, 그리고 일단의 병력이었다.

전원 말을 타고 있음에도 말발굽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아마도 마법으로 말발굽 소리까지 죽인 채 로터스 일행을 미행한 것이리라.

킬리안이 이끈 병력은 족히 수십은 되었다.

기병 수십을 이끈 채 들키지 않고 미행한다는 건 실로 대단한 솜씨가 아닐 수 없었다.

“대체 킬리안이 왜 이곳에 온 것일까요?”

“좋은 목적을 가지고 온 건 아니겠지요.”

예상치 못한 킬리안의 등장.

우연이라면 차라리 다행일지 모르나, 그럴 가능성은 낮다.

이 시각, 이 장소에 킬리안이 병력까지 이끌고 모습을 드러낼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날 목표로 삼고 왔거나, 아니면 로터스를 목표로 삼은 것이겠지.’

사울은 두 가지 가능성 중 후자 쪽에 무게를 두었다.

이 작전은 사울이 직접 움직이는 만큼 철저히 극비로 진행되었다.

또 로터스에 대한 정보를 얻은 뒤 최대한 서둘러 준비하고 움직였다.

만에 하나 사울의 부하들 중 킬리안이나 가멜다 왕국의 끄나풀이 있다 해도 그 짧은 시간 동안 정보를 얻고 사울을 칠 계획을 세우고 움직이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로터스를 공격한다면 어떨까.

사울이 로터스의 움직임을 알아낸 뒤 급히 계획을 세우고 움직였듯, 킬리안도 마찬가지로 움직일 수 있지 않겠는가.

문제는 킬리안이 왜 로터스를 노리냐다.

병력까지 이끌고 온 것을 볼 때 단단히 작정하고 온 게 분명했다.

또 로터스의 행동을 보면, 킬리안의 등장은 그도 예상치 못한 일인 듯했다.

‘분명 킬리안은 피닉스와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피닉스가 킬리안을 시켜 로터스를 제거하라고 한 걸까?’

이외에도 몇 가지 가설이 떠올랐지만, 지금 앉아서 가설을 세우는 건 의미 없었다.

킬리안을 쫓아내거나 제거하고 로터스를 사로잡아야 한다.

“이대로 물러날 수는 없다. 일단 상황을 살피도록.”

“네, 전하.”

사울과 일행들이 힘을 철저히 숨겼기에 킬리안도 멀리서는 사울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했다.

그렇게 양측의 거리가 점점 좁혀졌다.

로터스와 그 일당은 마을 근처의 숲에 숨어 있는 사울 일행의 존재를 감지하지 못했다.

킬리안은 어떨까.

“…….”

바늘 떨어지는 소리도 들을 수 있을 것 같은 고요함 속에 사울은 킬리안 쪽을 뚫어져라 주시했다.

이미 로터스 일당은 마을 안으로 들어갔다.

남은 건 킬리안뿐이다.

“…….”

침묵 속에서 마른침을 삼키는 사울의 눈에 킬리안과 그의 병력이 마을로 향하는 모습이 보였다.

“휴우.”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쉰 사울의 머리가 정신없이 돌아갔다.

어떻게 움직이고 무엇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하는가.

생각 같아서는 킬리안을 무시하고 당장 로터스를 잡고 싶다.

하지만 킬리안은 무시한다고 가만히 있을 위인이 아니다.

그런 식으로 행동하면 작전에 실패하거나, 성공해도 큰 피해를 입을 것이다.

작전은 성공해야 하며, 아군의 피해도 줄여야 한다.

결국 사울은 결정했다.

“마을 일은 일단 선생님에게 맡긴다.”

“전하, 그럼?”

“우리는 킬리안을 친다.”

사울의 말에 모두들 수긍했다.

킬리안에게 들키지 않고 작전을 수행할 수는 없고, 작전을 포기하고 빠져나간다 해도 놈이 봐 줄 가능성도 낮다.

어차피 킬리안이 나타난 이상 싸움은 피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싸워 이길 뿐.

킬리안은 사울이 숨어 있는 숲에는 관심이 없어 보였다.

매복이란 적이 접근해야 의미가 있는 법이니 더 숨어 봐야 의미가 없다.

사울은 병력과 함께 숲에서 나갔다.

버려진 마을 쪽으로 움직이던 킬리안도 사울의 존재를 깨닫고 움직임을 멈췄다.

곧 사울이 이끄는 부대.

그리고 킬리안이 이끄는 부대가 마주했다.

사울이 킬리안을 알아보았듯, 킬리안도 사울을 알아보았다.

“아니…….”

사울을 본 킬리안의 눈이 커졌다.

그 모습을 본 사울은 역시 킬리안과 자신의 만남은 어느 쪽도 예상치 못한 일임을 깨달았다.

말 그대로 지독한 악연이었다.

“모두 싸울 준비를 하라.”

사울을 알아본 킬리안은 명령을 내리고 말에서 내렸다.

전운이 고조되는 가운데 사울이 먼저 입을 열었다.

“오랜만이군.”

킬리안이 미소와 함께 대답했다.

“용케도 그 불구덩이에서 살아남으셨습니다, 전하.”

킬리안이 이런 식으로 말할 줄 안 사울은 냉정히 받았다.

“그래. 그땐 나도 죽는 줄 알았다. 그리고 그때의 실패를 갚을 때가 왔고.”

“보아하니 전하께서는 저를 잡으러 오신 게 아닌 것 같습니다만?”

“피차일반 아닌가? 너도 날 공격하러 온 건 아닐 테니.”

“그렇지요, 후훗.”

사울도, 킬리안도 섣불리 공격 명령을 내리지는 않았다.

서로가 만만치 않은 상대임을 잘 알고 있다.

게다가 양쪽 모두 전력도 상당하다.

별다른 계기도 없이 무작정 공격할 수는 없다.

바로 그때였다.

쾅.

버려진 마을에서 폭음이 울렸다.

마을에서 대기하고 있던 카스텔과 로터스 일당이 부딪친 모양이었다.

“……!”

돌아가는 상황을 깨달은 킬리안이 명령했다.

“놈들을 뚫고 마을로 가자. 아무래도 무슨 일이 있는 것 같다.”

“네, 두목.”

킬리안의 움직임을 본 사울도 명령했다.

“놈들을 막아라! 모조리 베어도 상관없다!”

킬리안이 이끄는 부대는 마을로 돌진하고, 사울이 이끄는 부대는 킬리안 부대를 막아섰다.

그렇게 전투가 시작되었다.

“모두 죽여라!”

“으아악!”

치열한 혈투가 벌어졌다.

사울이 정예 병력을 이끌고 왔듯, 킬리안 역시 정예 병력을 이끌고 왔다.

양측 모두 실력이 뛰어나고, 머릿수도 크게 차이 나지 않았으며 각각 자신들의 명령에 따라 한 발도 물러서지 않았다.

곳곳에서 비명이 울리고 죽거나 다친 병사들이 계속해서 속출했다.

“저놈이 사울 왕자다!”

“죽여라!”

사울의 정체를 알아본 적들은 사울을 집중적으로 노렸다.

왕자를 죽이면 뒤따를 후환 따윈 신경 쓰지 않고 우두머리를 죽여 전투를 끝내겠다는 심산이었다.

이에 사울 부대는 우두머리인 사울을 지키는 데 전념했다.

사울도 가만히 손 놓고 지켜보지는 않았다.

사울의 마법 검, 그리고 새로 얻은 반지가 함께 빛났다.

몸속의 마나와 반지의 마나가 함께 흐르는 것을 느끼며, 사울은 마법을 시전 했다.

“아이스 스피어!”

아군과 적이 혼재된 전투에서는 범위가 좁고 정교한 마법이 유용하다.

마법 검을 휘둘러 생긴 궤적 따라 열 개가 넘는 얼음 창이 적에게 날아갔다.

빗나가기도 했지만, 아군을 맞추지는 않았다.

그렇게 절반이 넘는 얼음 창이 적들에게 꽂혔다.

“으아악!”

적들의 비명을 들으며 사울은 계속 마법을 시전 했다.

마나가 금방 고갈될 걱정이 사라지니 더욱 과감하게 마법을 쓸 수 있었다.

아이나나 휘하 병력이 사울을 지켜 주고, 사울은 보호를 받으며 적들을 마법으로 공격한다.

기본적이지만 굉장히 효율적인 전략이었다.

잠깐 사이에 사울을 노리던 적 여러 명이 쓰러졌다.

섣불리 사울을 공격하려는 적이 사라지자 사울은 더욱 과감하게 움직였다.

먼저 자신이 아닌 다른 아군을 공격하려는 적들을 목표로 삼았다.

범위가 넓은 불이 아닌 물과 얼음, 바람 속성의 마법이 적들에게 연신 꽂혔다.

한참 적들을 몰아붙이던 사울은 문득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두목인 킬리안이나 부두목인 칼립소가 싸움에 제대로 끼어들지 않은 것이었다.

그들을 찾던 사울은 어느새 말 위에 다시 올라탄 킬리안을 발견했다.

“이럇!”

킬리안은 사울에게는 더 흥미 없다는 듯 곧바로 말을 달려 마을 쪽으로 향했다.

사울은 킬리안의 노림수를 깨달았다.

이 전장은 제쳐 두고, 마을로 가서 로터스를 죽이겠다는 것이다.

물론 마을에는 카스텔이 있다.

카스텔이라면 로터스와 킬리안 양쪽을 상대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만에 하나의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그렇다면…….

“전하. 마을로 가시겠습니까?”

사울의 속내를 읽은 아이나가 물었다.

순간 사울은 고민했고, 결단을 내렸다.

“아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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