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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했더니 무능한 적국 왕자였다-128화 (128/232)

128화

본래 사울은 요새에서 이삼일 정도 머문 뒤 돌아갈 예정이었다.

그런데 사울이 요새에 온 뒤 이틀 째 되던 날.

“사울, 모처럼 만났으니 형제가 함께 몸 좀 풀어 보지 않겠느냐?”

“무슨 말씀이세요?”

“요새 주변에 몬스터가 나타났다고 해서 말이다.”

제르넬 요새는 왕국에서도 꽤 중요한 요충지로 평가하고 있는 곳이다.

요새가 건설되기 전에는 이래저래 혼란한 곳이었다.

심지어 거대한 몬스터 무리가 머무르고 있기도 했다.

물론 지금은 거의 토벌되었고, 요새를 중심으로 어느 정도 통제력을 갖추었다.

하지만 머리 나쁜 몬스터가 종종 요새나 군 기지 주변을 얼쩡거리는 건 드문 일이 아니었다.

소규모의 몬스터라도 전시에는 좋지 않은 변수가 될 수 있기에 가능한 빨리 퇴치하는 게 기본 전략이다.

이에 조나단이 직접 나설 모양인 듯 했다.

“형님께서 직접 몬스터 토벌에 나서려고요?”

“그래, 가끔은 나도 몸을 풀어야지.”

“위험하지 않을까요?”

“몬스터 따윌 두려워해서야 어떻게 전장에 설 수 있겠나. 이 주변에 있는 건 고작해야 코볼트 정도일 거다.”

분명 조나단은 몬스터 토벌을 여러 번 해 봤다고 했다.

경험이 있다면 그만큼 무모한 행동을 할 가능성은 낮다.

‘나쁘진 않겠지. 말로만 듣던 형님 실력이 궁금하기도 하고.’

크게 나쁠 것 없다 여긴 사울은 승낙했다.

“알겠습니다.”

“좋다. 그럼 내일 출발하자꾸나. 네 부하들도 데리고 가도록 하자.”

“소수 정예 병력으로 출진하는 건가요?”

“그럴 생각이다. 내 실력도, 네 실력도 한번 발휘해 보자꾸나.”

“네, 형님.”

조나단과 약조한 사울은 부하들을 불러 조나단의 뜻을 알렸다.

특별히 반대하는 사람은 없었다.

“조나단 왕자님의 실력은 어느 정도인가요?”

천생 무인인 아이나는 무엇보다 조나단의 실력이 궁금한 모양이었다.

사울도 정확히는 알지 못했다.

“하얀 독수리 기사단에서 최고 수준이라고 들었어요.”

“대단한 실력을 가지신 모양입니다.”

“뭐, 그렇겠지요.”

하얀 독수리 기사단은 역사가 깊지만, 지금은 대단한 실력자가 모인 곳이 아니었다.

그곳의 최고 수준 실력자라는 게 과연 어느 정도일까.

아마 직접 보아야 알 수 있을 것이다.

“내일 토벌전에서는 모두 자제하도록 해요. 형님이 그렇게까지 속이 좁진 않은 것 같지만, 그래도 자기가 제안한 전장에서 자기보다 지나치게 눈에 띄는 걸 원하지는 않을 테니까.”

“명심하겠습니다, 전하.”

그러면서 사울은 카스텔에게 특별히 말했다.

“선생님은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날뛰어도 좋아요. 형님도 설마 자기가 선생님보다 강하다고는 생각지 않을 테니.”

“전하나 조나단 왕자님이 위험하지 않으면 되도록 자제하겠습니다.”

“좋을 대로 해요.”

다음 날.

사울 일행은 약속대로 몬스터 토벌전에 참석했다.

사울 일행과 조나단, 매버릭을 비롯한 직속 부하들.

그리고 정예 병력 이십여 명이 참여한 부대가 몬스터 무리를 향해 출발했다.

규모는 조촐했지만 소수 정예로 이루어졌다.

사울은 소수 정예 부대로 싸우는 데 익숙했기에 아무런 불만이나 위화감을 느끼지 않았다.

조나단도 마찬가지였다.

선두에서 말을 탄 조나단의 표정과 행동거지는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지나친 자신감이 해가 될 수도 있지만 지금은 나쁘지 않아 보였다.

“형님, 상대는 코볼트 무리라고 들었습니다.”

“맞아, 요새를 지을 때부터 몇 무리가 있었는데 그중 한 무리가 남아 있었거나 혹은 쫓겨났다가 돌아온 모양이다.”

코볼트는 ‘약간의 지능이 있고, 사람처럼 이족 보행을 하/며/ 손을 쓰는 개’라고 요약할 수 있다.

보통 사람보다 작았지만, 사람보다 빠르고 강하여 민간인에게는 꽤 위협적인 몬스터로 통했다.

가끔은 마법을 쓰거나 마나를 다루는 전사 코볼트가 나올 정도였으니 말이다.

상대가 코볼트라면 변수가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아군 병력의 질을 고려하면, 변수가 생겨도 충분히 통제할 수 있을 듯했다.

“우리의 적수는 아니겠지만 조심하세요, 형님.”

“걱정 마라. 네 말처럼 코볼트 따윈 우리의 적수가 아니니.”

자신만만하게 주변을 살피던 조나단이 손가락으로 한쪽을 가리켰다.

“저기다.”

멀리 점점이 움직이는 무리가 보였다.

언뜻 봐도 코볼트 무리처럼 보였지만, 확실히 하기 위해 사울은 마법으로 시력을 높였다.

역시 코볼트였다.

개의 머리에 사람보다 약간 작고, 두 발로 걸어 다니는 코볼트 무리가 움직이는 광경이 보였다.

코볼트 무리가 물자를 옮기는 아군 부대를 습격해 식량을 빼앗아 간 적도 있다고 했다.

이미 저들은 토벌 대상이다.

“주변 상황은 어떠한가?”

“저들을 제외하면 별다른 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

“좋아. 모조리 짓밟아라!”

“네, 전하.”

조나단의 명령에 모두가 코볼트 무리를 향해 돌진했다.

“#[email protected]#$”

“#%^#$%^!”

달려오는 군대를 본 코볼트 무리는 적잖이 놀란 눈치였다.

머릿수는 비슷했지만 말을 타고 무서운 기세로 접근해 오는 군대의 위용에 전의를 상실한 듯 그대로 도망치려 했다.

“놈들이 도망친다!”

“추격하여 섬멸하라!”

추격전이 시작되었다.

급해진 코볼트들은 두 발로 달아나는 것도 잊어버리고, 무기도 던져 버린 채 네 발로 도망쳤다.

조나단은 말 위에서 검을 휘두르며 그러한 코볼트를 도륙했다.

곳곳에서 코볼트의 비명이 울리며 피가 튀었다.

사울 역시 자신의 코앞에 있던 코볼트에게 마법 검을 휘둘렀다.

마법 검의 궤적에 따라 날아간 불꽃이 달아나던 코볼트를 맞춰 쓰러뜨렸다.

그러면서도 사울은 조나단을 관찰했다.

형님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궁금했으니까.

조나단은 말 위에서 자신의 키만 한 양손 검을 휘두르며 코볼트를 도륙했다.

달아나다 칼에 맞는 코볼트도 있었고, 도주를 멈추고 조나단에게 달려드는 코볼트도 있었다.

사울은 만에 하나를 대비하여 조나단을 지킬 마법을 준비했지만 지금은 필요 없었다.

“한 놈도 놓치지 마라!”

조나단은 기세 좋게 외치며 적들을 베어 나갔다.

자신만만하면서도 터무니없이 방심하지는 않은 모습이었다.

덕분에 별다른 실수나 피해 없이 코볼트 한 무리를 전멸시킬 수 있었다.

“모두 끝났습니다!”

“음, 하지만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좀 더 큰 무리가 있었지?”

“네, 전하.”

“내친 김에 그것들까지 모조리 쓸어버린다!”

조나단은 호기롭게 외치며 말에 박차를 가했다.

모두들 그런 조나단을 뒤따르는 가운데, 사울이 조심스레 물었다.

“전력이 충분할까요?”

사울의 질문에 조나단은 웃음으로 답했다.

“걱정 말거라. 이미 전력은 다 파악해 놓았다. 설마 너, 그 범죄자 놈에게 당한 일로 의기소침해 있는 거냐?”

“......”

다시 떠올리기도 싫은 패전 이야기를 들은 사울은 말을 멈추었다.

조나단도 말실수를 했다 여겼는지 멋쩍게 웃었다.

“하하, 미안하다. 내가 못 할 말을 했구나.”

“아닙니다, 형님.”

“아무튼 걱정 말거라. 적 규모는 다 파악했고, 조금 많거나 적더라도 문제될 건 없다. 안심하고 적들을 쓸어버리자꾸나.”

조나단의 자신감에는 분명 이유가 있었다.

스스로 실력도 있고, 적을 명백히 파악했으니까.

그런 형의 모습을 본 사울은 내심 생각했다.

‘생각보다 형님의 실력이 뛰어나군.’

마나도 다룰 줄 알고, 말 위에서 검을 휘두르는 솜씨도 예사롭지 않았다.

자신보다 강한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얕볼 수 없는 실력자임은 분명했다.

새삼 사울은 깨달았다.

성장하고 있는 건 자신뿐만이 아니다.

모두가 성장하고, 또 자신의 목적을 위해 나아가고 있다.

방심하거나 정체되면 뒤처지는 건 순식간이다.

지난번 패배는 뼈아프지만 거기에 파묻혀 있어서는 안 된다.

반성하며 깨달은 사울은 마음을 다잡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걱정했다.

재능이라는 이름의 벽으로 인한 한계가 언젠가 찾아올 것이다.

남들보다 뛰어나지 못한 상황에서 한계가 찾아온다면 큰일이다.

하지만 사울의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지금은 비관적인 고민에 사로잡힐 때가 아니다.

이 전장에서 무사히 승리를 거두는 게 중요하다.

“저기 적들이 보입니다!”

정찰병의 말에 사울은 다시 마법으로 전방을 살폈다.

맨눈으로는 희끄무레한 무리로만 보이던 게 마법을 쓰자 수십 마리의 코볼트 무리임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요새에서 그렇게 멀지도 않은 곳인데, 겁도 없이 천막까지 치고 자기들의 세력으로 만든 모습이 보였다.

그런 사울에게 조나단이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물었다.

“마법으로 살펴보는 거냐?”

“네, 형님.”

“적들의 숫자와 동향은 어떠하냐?”

“숫자는 조금 전 우리와 싸운 무리의 두 배 정도 되어 보입니다. 그리고 천막을 치고 거주지를 만들어 놓았습니다.”

“천막까지? 건방진 놈들. 나 조나단과 왕국군을 얼마나 우습게 봤으면.”

사울이 코볼트 무리와 싸워 본 게 처음은 아니다.

이번 생에는 처음이지만, 전생 때 장교로서 전장을 누비며 여러 번 부딪쳐 보았다.

그래서 책에는 잘 나오지 않는 코볼트의 습성에 대해 알고 있었다.

떠돌아다니는 코볼트를 상대하는 건 크게 위험하지 않다.

떠돌이 생활을 하는 코볼트들은 적들을 함정에 빠트리거나 계략으로 위기에 몰아넣을 만큼 유능한 놈들이라고 보기는 어려웠으니까.

하지만 코볼트의 보금자리를 치는 건 다르다.

떠돌이 코볼트와 다르게 경계도 철저할 것이고 나름대로 방비책을 세워 저항도 거셀 것이었다.

“형님, 조심하세요.”

“걱정 마라. 이럇!”

조나단은 말에 박차를 가하며 코볼트 본거지로 돌진했다.

사울도 속으로 혀를 차며 말에 박차를 가했다.

만에 하나의 사태가 벌어지는 건 피해야 했다.

“@#$%@#$%$”

코볼트 본진 쪽에서 무어라 외침 소리가 들려왔다.

개를 닮은 것들이 의미 없이 개소리를 내는 게 아니다.

무언가 의미가 있다는 생각에 사울은 준비를 단단히 했다.

그런 사울의 눈에 코볼트 몇 마리가 활을 조준한 게 보였다.

“형님.”

사울의 말에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코볼트 무리가 활을 조준한 것 역시 깨닫지 못한 듯했다.

코볼트의 목표는 무리의 선두인 조나단 본인일 가능성이 높았는데도 말이다.

‘쳇, 바보 같이.’

사울은 마법을 준비하며 활을 든 무리에게 주의를 집중했다.

평범한 활질이라면 조나단의 실력으로 어떻게 될지 모른다.

하지만 예감이 심상치 않았다.

“@#$%@#%”

코볼트의 외침과 함께 시위 소리가 울렸다.

동시에 화살이 날카로운 기세로 똑바로 조나단을 노리고 날아왔다.

마나가 실리지는 않았지만, 생각보다 빠르고 정확한 공격이었다.

“아니?”

조나단은 당황하면서도 본능적으로 몸을 움직였다.

늦지 않게 검을 휘둘러 자신에게 날아오는 화살을 쳐 냈다.

그런데 궁수의 숫자가 예상보다 많았다.

첫 번째 공격이 실패하자 바로 두 번째 무리가 활을 들었다.

놀랍게도 본거지의 무리 중 절반 이상이 활을 들고 있었다.

‘저게 저 코볼트 녀석들의 방비책인가.’

가능한 궁병을 많이 배치해 적이 오면 원거리에서 공격한다.

지극히 초보적인 병법이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효과적이다.

사울은 코볼트 무리가 두 번째로 활을 쏨과 동시에 바람의 장벽을 펼쳤다.

조나단 쪽으로 날아오던 화살은 바람의 장벽에 휩쓸려 힘을 잃고 떨어졌다.

“망할 녀석들!”

조나단도 만만치 않은 상황임을 깨닫고 말에서 내렸다.

마나를 다루는 실력자라면 대지에 두 다리를 디디고 싸우는 게 훨씬 안전하고 실력 발휘에도 유리하다.

방심하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사울도, 다른 자들도 조나단을 따라 말에서 내렸다.

동시에 코볼트 무리도 일제히 화살을 쏘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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