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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월드컵 결승전은.
선수들에게 엄청난 부담감을 주는 경기다.
게다가 그 상대가 세계 최고의 전력을 지닌 독일이라면?
더욱 부담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경기장에 들어가기 전부터 한국대표팀 선수들의 표정은 긴장감으로 인해서 굳어 있었다.
선수들은 입술이 바짝 마른 채로 심호흡을 하고 있었다.
“너무 긴장하지 마세요. 똑같은 상대예요. 벨기에랑 네덜란드도 이겼잖아요?”
신재욱은 긴장한 동료들을 다독이며, 발걸음을 옮겼다.
독일 선수들이 모인 곳으로.
“다들 잘 지냈죠?”
친근하게 인사를 건넸다.
그러자 곧바로 반가움이 담긴 말들이 날아왔다.
“재욱! 잘 지냈지? 우리가 이렇게 결승에서 만나게 될 줄이야!”
“이게 무슨 일이야? 너 왜 더 잘해졌어?”
“천재는 다르네. 재욱, 엄청 성장했더라.”
“나는 잘 지냈지! 너는 좀 어때? 너무 많이 뛰는 것 같던데, 괜찮아?”
전부 독일대표팀 선수들이 한 말이었다.
신재욱은 그들의 얼굴을 바라봤다.
익숙한 얼굴들이었다.
오늘 주전으로 나온 저 11명의 독일 선수 중 대부분과 친분이 있었으니까.
“멤버 너무하네요. 무슨 대표팀의 6명이 바이에른 뮌헨 소속이야.”
신재욱이 장난스레 투덜댔다.
실제로 오늘 출전할 독일대표팀은 6명이 바이에른 뮌헨 소속이었다.
더군다나 전부 바이에른 뮌헨에서도 주전급 선수들이었다.
마누엘 노이어, 필립 람, 제롬 보아텡,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 토마스 뮐러, 토니 크로스.
그들은 환하게 웃으며 신재욱을 반겼다.
‘다들 여유가 있어.’
신재욱은 쓰게 웃었다.
독일대표팀 선수들에게선 여유가 흘렀다.
강자의 여유였다.
“좋은 경기 하죠.”
짧은 인사를 마친 뒤, 신재욱은 한국대표팀 동료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독일대표팀 선수들과 편하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여주며 동료들의 긴장감을 풀어줄 생각이었는데, 아쉽게도 한국대표팀 선수들은 여전히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
‘별 효과가 없었던 것 같네.’
신재욱은 아쉬움을 지닌 채로 경기장에 입장했다.
‘좀 불안한데.’
긴장한 것 말고도 동료들의 상태가 좋지 못하다는 건 알고 있었다.
전부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체력회복이 덜 된 것은 물론이고, 자잘한 부상을 안고 출전하게 된 선수들도 많았다.
이처럼 찝찝한 상태에서 경기가 시작됐다.
그리고 3분 뒤.
“…….”
신재욱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한국대표팀이 전반 3분 만에 골을 허용했기 때문이었다.
토마스 뮐러와 슈바인슈타이거가 공을 주고받으며 전진했고, 이어서 공을 잡은 메수트 외질이 토니 크로스에게 스루패스를 찔러주며 나온 골이었다.
― 골을 넣은 토니 크로스 선수가 기뻐하고 있습니다……! 아… 짧게 패스를 주고받다가 갑자기 나온 메수트 외질 선수의 전진 패스가 너무 날카로웠네요…… 우리 선수들이 순식간에 골을 허용하고 말았습니다.
물론 수준 높은 선수들이 그만큼 수준 높은 플레이로 만들어낸 골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너무 허무하게 뚫려버렸다.
“확실히 다들 정상 컨디션이 아니야.”
신재욱은 붉은색 머리를 쓸어올렸다.
심각한 상태였다.
동료들의 컨디션이 안 좋은데, 긴장까지 하고 있다. 독일의 공격에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당장 허용한 골만 문제가 아니었다.
“이대로라면 대량 실점이 나올 수도 있겠어.”
이런 경기력이라면 남은 시간이 더 불안할 수밖에 없다.
“우선 분위기를 바꿔봐야겠어.”
신재욱은 경기의 흐름을 바꾸기 위해서 더 활발하게 움직였다.
하지만 또 다른 문제가 있었다.
틱!
동료에게 공을 보내기 위해 공을 차낸 신재욱의 표정이 굳었다.
공과 발이 잘못 맞은 게 느껴졌다.
아주아주 오랜만에 느껴보는 느낌이었다.
― 신재욱 선수의 패스 미스가 나왔습니다……! 신재욱 선수가 이런 실수를 하는 건 보기 힘들었는데요……? 오늘 신재욱 선수의 컨디션도 좋지 않아 보입니다.
― 컨디션이 좋을 수가 없죠. 월드컵 내내 선발로 출전하며 너무 많이 뛰었으니까요. 지난 4강전에서도 네덜란드를 상대로 연장전 후반까지 엄청나게 뛰어다니지 않았습니까? 분명 아직 회복이 안 됐을 겁니다.
패스 미스.
익숙하지 않은 일이었고, 그만큼 당황스러웠다.
“…….”
신재욱은 속도를 높여 상대 선수에게 덤벼들었다.
자신의 실수로 공을 빼앗겼으니, 직접 다시 찾아올 생각이었다.
그러나 속도가 잘 나지 않았다. 움직임도 평소보다 훨씬 둔했다.
공을 잡은 독일의 미드필더 슈바인슈타이거에게 적극적으로 덤벼들긴 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이뤄내지 못했다.
― 아…… 신재욱 선수의 움직임이 확실히 느려진 게 보이네요…!
팀의 에이스인 신재욱마저 정상 컨디션이 아니라는 것.
한국대표팀에겐 거대한 악재였다.
심지어 이택현은 상태가 더 심했다.
움직임이 느려진 건 물론이고, 기본적인 볼 터치마저도 둔탁해졌을 정도로 컨디션이 최악이었다.
― 이택현 선수가 공을 빼앗겼습니다! 아…… 드리블 성공률이 굉장히 높은 선수인데, 오늘은 실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드리블을 하는 족족 수비에게 막히고 있어요.
― 이택현 선수도 오늘 많이 힘들어 보이네요. 그동안의 강행군 때문이겠죠?
― 그것밖에 설명할 게 없죠. 체력이 회복될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고, 컨디션이 떨어져 있는 상태로 출전한 것 같습니다.
한국의 공격을 이끌던 2명의 선수가 활약하지 못하자, 경기는 점점 더 크게 기울었다.
전반전 20분이 되었을 땐 독일에게 추가 골까지 허용해버렸다.
― 아…… 토마스 뮐러의 골입니다……! 토니 크로스의 패스를 원터치로 잘 돌려놓았네요……!
― 독일 선수들…… 수준이 정말 높습니다…! 지금까지 우리 선수들이 만났던 상대 중 가장 강한 것 같습니다…!
― 결승에 올라온 팀이니까요…! 하필이면 우리 선수들의 컨디션이 좋지 못하다는 게 아쉽네요.
스코어가 2 대 0으로 더 벌어진 지금.
한국의 축구팬들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선수들을 원망하지는 못했다.
└ 아…… 아쉽네…… 다들 너무 지쳐 보여.
└ ㅠㅠㅠ충분히 잘했어. 결승까지 올라온 것만으로도 기적이었잖아.
└ 신재욱이랑 이택현마저도 지쳐버렸구나…… 이러면 못 이기지. 사실상 이 둘이서 여기까지 끌고 와준 거니까.
└ 진심 자랑스럽다. 아마 전 세계가 깜짝 놀랄 거야. 한국이 월드컵 결승전에 올라갈 거라는 생각은 그 누구도 못 했을 테니까.
└ 다른 경기 때는 이렇게 밀리더라도 혹시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오늘은 그런 생각을 할 수가 없네. 다들 한계치를 넘은 느낌이야. 당장이라도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아.
└ 이 정도면 말도 안 되게 잘 싸워줬지. 솔직히 지난 경기 때, 네덜란드 이긴 것도 말도 안 되는 거였어.
└ 재욱이가 너무 안타깝네ㅠㅠㅠ 저 신급 선수가 지쳐서 패스 미스를 하네… 탈압박도 평소보다 훨씬 안 되고…….
전반전 30분이 지났을 때.
경기의 흐름은 완전히 독일에게로 넘어갔다.
한국은 최선을 다했지만, 좋은 컨디션으로 나온 독일 선수들을 막아내기엔 역부족이었다.
― 클로제 선수의 골입니다……! 독일이 한국을 상대로 3 대 0으로 앞서갑니다…!
신재욱은 흐르는 땀을 닦아냈다.
차분한 눈으로 양 팀 선수들 모두의 상태를 살폈다. 이어서 경기장의 흐름도 파악했다.
“……어렵겠는데?”
본능적으로 느껴졌다.
패배가 가까워졌음을.
하지만 이내 ‘패배’라는 단어를 머릿속에서 강제로 지워냈다.
“그래도 끝까지 다 쏟아부어야지.”
계속해서 이기기 위해서 달리겠노라 다짐하며.
신재욱은 동료들을 향해 소리쳤다.
“다들 절대 포기하지 마세요! 이길 수 있어요! 아직 겨우 전반전이에요!”
시간은 계속 흘렀다.
한국은 막는 것에 급급했고, 독일은 그런 상대를 무섭게 몰아쳤다.
스트라이커인 신재욱조차 수비 가담에 많은 비중을 가져가야 할 정도로 계속해서 밀리는 상황이 나왔다.
― 한국! 위험합니다……!
― 뚫리면 안 됩니다! 아! 막아야 합니다!
매번 기적을 만들어왔던 한국대표팀이었지만.
애석하게도 오늘은 그런 기적이 일어나지 않았다.
삐이이익!
심판의 휘슬 소리가 울려 퍼졌다.
경기장엔 어느 때보다도 커다란 함성이 쏟아져나왔다.
우와아아아아!
경기가 종료됐다.
한국과 독일.
두 팀 중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릴 팀이 결정됐다.
「대한민국, 2014 월드컵 결승전에서 독일에게 패배하며 준우승으로 마무리.」
「방전된 대한민국, 독일과의 월드컵 결승전에서 5 대 0 패배.」
「월드컵 준우승한 한국! 이제는 축구 강국으로 날아올라!」
우승을 한 팀은 독일이었다.
이들은 눈물을 흘리며 기뻐했고, 행복해했다.
그리고 한국대표팀 선수들은.
“고생하셨습니다! 다들 너무 멋있었어요.”
“그래, 흐흐! 우리 엄청 멋있었어! 지긴 했지만, 다 쏟아부었으면 된 거야.”
“으어어어…! 나는 진짜 영혼까지 다 쏟아낸 것 같아. 몸에 힘이 전혀 안 남았어.”
“전 이미 전반전 때부터 근육 다 털렸었어요. 후반전엔 그냥 걷는 것조차 힘들었다니까요?”
“모두 고생 많으셨어요!”
아쉽기보다는 후련하다는 반응을 드러냈다.
그만큼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둬냈고, 후회가 생기지 않을 정도로 최선을 다한 대회였다.
그러나 모두가 그런 건 아니었다.
“재욱아.”
“왜?”
“나만 아쉽냐? 진심 아쉬워서 죽을 것 같은데?”
“너만 그러겠냐. 나도 마찬가지야.”
“그치? 너도 그렇지? 재욱아, 나는 진짜 우승하고 싶었어. 이기고 싶었다고. 근데 몸이 말을 안 듣더라…… 그래서 더 아쉬워…….”
“더 잘 준비하자. 다음 월드컵 때는 끝까지 실력 발휘할 수 있게끔 열심히 훈련하는 거야.”
“좋지! 이번에 많이 배웠어. 우린 더 강해져야 해.”
“……그래, 더 강해지자.”
이택현과의 대화를 마친 뒤.
신재욱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발걸음을 옮겼다.
최선을 다해준 동료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했고, 우승한 독일 선수들에겐 진심으로 축하한다는 말을 건넸다.
그리고.
4년이 흘렀다.
* * *
2014년에 펼쳐진 월드컵 이후.
신재욱의 이름 앞엔 ‘세계 최고의 스트라이커 중 한 명’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시간이 더 흘러서 2016년이 되었을 때는 ‘세계 최고의 스트라이커 중 한 명’이었던 수식어가 ‘세계 최고의 스트라이커’로 바뀌었다.
그렇게 2년이 또 흘러서 2018년이 된 지금은.
「세계 최고의 축구선수 신재욱, 바쁜 일정 마치고 뒤늦게 국가대표팀에 합류!」
세계 최고의 축구선수라고 불렸다.
“시간 빠르네.”
그렇게 중얼거리며, 신재욱은 한국대표팀 동료들을 바라봤다.
자주 봐왔던 선수도 있었고, 처음 본 선수도 보였다.
신재욱은 이들을 모두를 향해 반갑게 건넸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모두 반가워요. 대표팀 주장 신재욱입니다.”
이어서 큰 목소리로 외쳤다.
“이번 2018 월드컵은 우리가 우승합니다. 약속할게요. 제가 그렇게 만들겠습니다. 대신 모두 최선을 다해주세요.”
한국대표팀 동료들에게 월드컵 우승을 약속한 지금.
신재욱은 진한 미소를 지은 채, 허공에 뜬 상태창을 바라봤다.
[이름] 신재욱
[나이] 24(만 22세)
[키] 185cm
[체력] 100 [슈팅] 100 [패스] 100 [속도] 100
[탈압박] 100 [드리블] 100 [개인기] 100 [헤딩] 100
[특성] 완벽한 스트라이커의 본능(S), 극도의 패스 컨트롤(S), 극도의 볼 컨트롤(S), 극도의 집중력(S), 극도의 정신력(S), 극도의 슈팅 컨트롤(S), 더 완벽한 무게중심(S), 더 완벽한 신체(S), 극도의 헤더 컨트롤(S), 극도의 태클 컨트롤(S), 더 완벽한 수비수(S), 그라운드의 무자비한 파이터(S)
《환생빨로 축구천재》 완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