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빨로 축구천재-222화 (222/224)

222

* * *

네덜란드의 스트라이커 훈텔라르.

그는 골을 넣고 신재욱의 시그니처 세리머니를 똑같이 따라 했다.

― 어……? 훈텔라르 선수가…… 신재욱 선수가 골을 넣을 때 자주 보여주는 행동을 비슷하게 따라 하네요?

― 뭐죠? 일부러 신재욱 선수를 도발하는 걸까요?

이어서 신재욱과 눈을 마주치며 검지를 좌우로 흔들었다.

명백한 도발이었다.

― 도발이… 맞는 것 같습니다…! 네덜란드의 훈텔라르 선수가 대한민국의 신재욱 선수를 도발합니다…! 아…! 뭐죠?

신재욱은 훈텔라르의 눈을 피하지 않았다.

그의 눈과 행동을 끝까지 바라보며 다짐했다.

“기다려. 내가 똑같이 해줄게.”

훈텔라르가 그랬던 것처럼 골을 넣은 뒤, 같은 행동을 해 보이겠다고.

그때였다.

아무것도 없던 허공에 갑자기 메시지가 떠올랐다.

[민첩이 1 올랐습니다!]

[패스가 1 올랐습니다!]

[태클이 1 올랐습니다!]

[대인방어가 1 올랐습니다!]

[체력이 1 올랐습니다!]

[탈압박이 1 올랐습니다!]

[속도가 1 올랐습니다!]

[헤딩이 1 올랐습니다!]

[드리블이 1 올랐습니다!]

[개인기가 1 올랐습니다!]

[몸싸움이 1 올랐습니다!]

[특성이 성장합니다!]

[‘중급 태클 컨트롤(C)’이 ‘고급 패스 컨트롤(B)’로 성장합니다!]

[특성이 성장합니다!]

[‘든든한 수비수(C)’이 ‘뛰어난 수비수(B)’로 성장합니다!]

많은 수의 메시지였다.

신재욱은 메시지들의 내용을 모두 확인한 뒤, 머리를 긁적였다.

“이건 뭐…… 실점한 직후라서 웃을 수도 없고……,”

당장이라도 웃음이 나올 것만 같았다.

2개의 특성이 성장했다는 메시지도 반가웠고, 무려 11개의 능력치 상승 메시지들도 반가웠다.

“능력치는 슈팅 빼고 전부 1씩 올랐어…!”

현재 능력치가 매우 높다는 것을 생각했을 때, 놀라울 정도로 빠른 성장이었다.

자연스레 신재욱은 지금 펼쳐지는 경기가 월드컵 4강전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시킬 수 있었다.

“특성도 확인해야지.”

신재욱은 자리로 돌아가며 성장한 특성들을 향해 시선을 옮겼다.

골을 넣자마자 공을 들고 경기장 중앙으로 뛰는 훈텔라르 때문에 특성을 확인할 시간은 많지 않았다.

다만 골을 넣고자 마음먹은 상태였기에, 훈텔라르의 행동이 오히려 고맙게 느껴졌다.

‘세리머니로 시간 끄는 것보다는 훨씬 낫지. 물론 날 도발한 건 전혀 고맙지 않지만.’

신재욱이 바라보는 곳.

그곳엔 성장한 2개의 특성에 대한 정보가 떠 있었다.

[고급 태클 컨트롤]

[등급] B

[효과] 태클의 정확도가 더 높아집니다. 불안정한 자세에서도 정교한 태클을 할 수 있게 됩니다. 태클의 속도가 빨라집니다.

[뛰어난 수비수]

[등급] B

[효과] 수비와 관련된 능력들이 전체적으로 크게 향상됩니다. 페널티박스 안에선 헤더 능력이 향상됩니다.

‘2개 다 많이 좋아졌는데?’

불안정한 자세에서도 정교한 태클을 할 수 있게 됐고, 태클의 속도도 빨라졌다.

더군다나 수비와 관련된 능력들이 ‘크게’ 향상됐다.

또, 페널티박스 안 헤더 능력이 향상됐다.

‘페널티박스 안이면…… 상대 페널티박스 안에서도 효과가 적용되는 건가?’

확인해볼 필요가 있는 부분이었다.

만약 상대의 페널티박스 안에서도 헤더 능력이 향상되는 효과가 적용된다면?

신재욱의 골 넣는 능력도 높아진다.

‘이건 기회가 생기면 바로 확인해보도록 하고, 우선 집중하자.’

남은 시간이 많지 않았다.

승부차기까지는 가고 싶지 않았기에, 어떻게든 골을 넣어볼 생각이었다.

게다가 상대 팀 스트라이커에게 도발을 당하기도 했고.

‘무조건 넣어야지.’

신재욱은 동료들을 바라봤다.

골을 넣기 위해서라면 꼭 필요한 사람들이었다.

저들이 있어야만 골을 넣을 수 있다.

지칠 대로 지쳐버려서 뛰지 못하는 동료들이었지만, 경기장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

‘다들 조금만 더 힘내줘요.’

경기가 재개됐다.

한국 선수들은 천천히 공을 돌리기 시작했다.

다만 의미 없는 백패스가 많았다.

뛸 힘이 없는 상태였기에 선수들의 자신감이 떨어졌고, 패스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이때 신재욱이 움직였다.

― 신재욱 선수가 밑으로 내려옵니다! 동료들에게 더 적극적으로 하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죠?

― 신재욱 선수가 밑에서 공을 받아주고 있습니다! 아~! 좋은 탈압박이네요!

네덜란드 선수 한 명을 제쳐내며 직접 공을 가지고 드리블했다.

그러면서 동료들의 위치를 조정해주며 패스를 주고받았다.

그라운드 위의 지휘관.

현재 신재욱이 하는 역할이었다.

한국 선수들은 모두 지쳤지만, 이를 악물고 움직였다.

그 움직임은 매우 느렸지만 그래도 신재욱의 말에 따라 움직였다.

“다들 고마워요! 조금만 더 힘내줘요!”

그렇게 소리치며, 신재욱은 천천히 전진했다.

네덜란드 선수의 압박이 들어오면 동료들에게 공을 넘기고, 자리를 이동하며 다시 공을 돌려받았다.

네덜란드 선수들이 패스를 방해하려고 움직이면 개인 기술로 압박을 벗어나 버렸다.

신재욱은 얄미울 정도로 공을 뺏기지 않고 전진했다.

― 신재욱 선수가 굉장히 영리하게 플레이하고 있습니다! 축구 지능이 높은 선수답게 주변의 동료들을 적절하게 이용하면서 라인을 끌어올리고 있네요!

― 이러면 네덜란드 선수들의 체력이 많이 떨어질 수밖에 없죠! 반대로 우리 선수들의 체력은 아낄 수 있고요!

해설들은 신재욱의 플레이에 감탄했다.

이들은 알기 때문이었다.

체력적으로 힘들 수밖에 없는 연장전 후반에 이런 플레이를 펼치는 게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하지만 그와 동시에 신재욱을 걱정했다.

― 저는 신재욱 선수의 체력이 걱정됩니다. 동료들의 체력을 아껴주고 있고, 네덜란드의 체력을 떨어뜨리고 있지만, 정작 본인은 너무 많은 양을 뛰고 있거든요? 경기가 시작됐을 때부터 연장전 후반이 진행되고 있는 지금까지 압도적인 활동량을 가져가고 있다는 말입니다!

후우!

신재욱은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

억지로 호흡을 터트리는 행동이었다.

이렇게 해야만 할 정도로 숨이 차올랐다.

‘버티자.’

계속해서 호흡을 터트리며, 신재욱은 전진했다.

동료들의 위치와 움직임을 조정해주는 지휘도 멈추지 않았다.

그 속도는 빠르지 않았지만, 효과적으로 네덜란드의 압박을 이겨 내며 라인을 높게 끌어올렸다.

‘이제 승부를 봐야겠어.’

신재욱의 눈이 빛났다.

넓은 시야로 경기장 위의 상황을 전부 받아들이고, 가장 좋은 길을 찾아냈다.

‘좋아. 가보자.’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졌다.

현 상황에서 가장 좋은 기회를 만들 수 있는 상황이 그려진 그림.

대신 그 그림엔 조건이 있었다.

‘수비수 한 명을 직접 상대해야만 해.’

네덜란드의 중앙수비수를 상대로 돌파를 시도해야 한다.

그러면서도 공을 뺏기면 안 된다.

투욱! 툭!

신재욱은 과감하게 돌파를 시도했다.

지금같이 모두가 지친 상황에선 화려한 페인팅보단 빠른 타이밍에 가져가는 드리블이 더 잘 통한다.

실제로 지금, 네덜란드의 중앙수비수 스테판 더 프레이는 당황하며 발을 뻗었다.

한 타이밍 느린 태클이었다.

이미 신재욱과 공은 빠져나가는 중이었기에, 스테판 더 프레이의 발은 원하지 않았던 곳을 건드렸다.

퍼억!

신재욱이 균형을 잃었다.

스테판 더 프레이의 태클에 다리가 걸려버렸기 때문이었다.

촤아아악!

앞으로 미끄러지듯 넘어진 신재욱은 재빨리 고개를 돌려서 심판을 바라봤다.

심판은 곧바로 반칙을 선언했다.

― 네덜란드의 반칙입니다! 방금은 스테판 더 프레이 선수가 신재욱 선수의 다리를 걸었죠! 완벽한 반칙입니다!

― 아주 좋은 위치에서 프리킥을 얻어내는 신재욱 선수! 골대와의 거리가 굉장히 가까운데요?

― 오! 주심이 옐로카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스테판 더 프레이 선수에게 카드가 주어지네요!

― 이건 카드가 맞죠. 좋은 기회를 반칙으로 끊어냈으니까요.

스테판 더 프레이는 아쉬움을 드러냈지만, 심판을 향해 적극적으로 항의하지는 못했다.

스스로 알았기 때문이었다.

신재욱을 막기 위해서 반칙을 했다는 것을.

우와아아아아아!

관중석에 있던 팬들이 함성을 쏟아냈다.

“이요오옷! 왔다! 기회가 왔어!”

“신재욱 프리킥 엄청 잘 차잖아! 이건 진짜 절호의 기회야!”

“대박! 여기서 신재욱이 기적적으로 골 넣어주고, 남은 시간만 잘 버티면 우리가 결승 올라가는 거잖아?”

“우와아아아! 미쳤다! 신재욱! 너라면 할 수 있어!”

“재욱아! 개쩌는 프리킥 보여줘!”

연장전 후반 12분에 얻은 좋은 기회.

TV로 경기를 지켜보던 한국의 팬들도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 이건 신재욱이 차야 해! 신재욱 프리킥 진짜 잘 참!!!!

└ 위치 미쳤다!!! 신재욱이 이런 건 그냥 넣을 듯?

└ 오!!!! 프리킥 위치가 좋긴 하네! 근데 신재욱이 프리킥을 그렇게 잘 차? 기석용이 더 잘 차지 않아?

└ 신재욱이 훨씬 잘 차. 신재욱은 분데스리가에서 프리킥 성공률 1위야. 그냥 1위도 아니고 압도적으로 1위라고.

└ 신재욱은 5번 차면 1~2번은 꼭 넣는 것 같더라. 이거 진짜 미친 성공률임.

└ 제발 넣어주라ㅠㅠㅠㅠㅠㅠ 월드컵 결승 가는 거 보고 싶어ㅠㅠㅠㅠ

└ 저 정도면 18m 정도 되려나? 되게 가깝네.

└ 신재욱 프리킥은 유럽에서도 최고 수준이니까 전혀 의심 안 하는데, 문제는 체력임…… 아무리 슈팅이 선수들도 지치면 슈팅력이 안 나오거든…….

└ 넣기만 하면 결승 갈 확률 엄청 높아지는데……!

이처럼 팬들의 기대감이 담긴 상황 속에서.

신재욱은 덤덤한 표정으로 심호흡을 반복했다.

“원하던 그림이 거의 다 그려졌어.”

네덜란드의 수비수를 상대로 돌파를 시도했던 것은.

사실 무리한 타이밍에 나온 행동이었다.

만약 공을 빼앗겼다면 곧바로 역습당하며 엄청난 위기를 맞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결과는 성공이었다.

원하던 대로 반칙을 이끌었고, 좋은 위치에서의 프리킥까지 얻어냈다.

“이제 프리킥을 성공시키기만 하면 완성이지.”

신재욱은 공을 바닥에 내려놓고 거리를 벌렸다.

발걸음은 자연스러웠다.

긴장이 되지 않았다.

시원한 바람이 얼굴을 어루만졌다.

‘바람도 이 정도면 약한 편이고.’

모든 게 마음에 들었다.

‘하던 대로 하자.’

후우우!

신재욱은 숨을 길게 내쉬었다.

몸 안에 있던 공기가 전부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었을 때.

비로소 숨을 참았다.

후읍!

호흡을 멈춘 지금.

신재욱의 몸에서 느껴지던 떨림이 사라졌다.

아주 미세한 떨림은 남아 있었지만, 무시할 수 있을 정도였다.

타닷! 탓!

경쾌하게 스텝을 밟으며, 공을 향해 정면으로 움직였다.

어떤 발로 찰지 알려주지 않기 위한 심리전이었다.

타앗!

신재욱은 오른발로 땅을 찍었다.

이어서 왼쪽 다리를 휘둘렀다.

오른발만큼이나 자신 있는 왼발로 공을 차 냈다.

퍼엉!

왼발의 안쪽으로 정교하게 때려낸 슈팅.

공은 골대의 왼쪽 구석 상단을 향해 크게 감겨 들어갔다.

많이 감겼음에도 파워가 굉장히 많이 실린 슈팅이었기에.

그 스피드도 매우 빨랐다.

휘익!

본능적으로 몸을 날린 골키퍼가 손을 뻗어봤지만 건드리지도 못했을 정도로.

철렁!

네덜란드의 골망이 흔들었다.

연장전 후반 14분.

경기 종료를 1분 남기고 터진 골이었다.

― 고오오오오올! 들어갔습니다! 됐습니다! 신재욱이 해냈습니다! 극적인 결승 골을 넣었습니다! 우오오오오! 한국의 월드컵 결승이 바로 앞까지 다가왔습니다!

극적인 골을 넣은 지금.

신재욱은 네덜란드의 골대 안을 향해 달렸다.

이어서 공을 옆구리에 낀 채로 경기장 중앙으로 달렸다.

동시에 그의 시선은 향했다.

네덜란드의 스트라이커 훈텔라르에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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