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빨로 축구천재-221화 (221/224)

221

* * *

연장전 전반전이 끝나기 직전.

한국대표팀 선수들 대부분이 퍼져버렸다.

신재욱이 믿었던 이택현마저도 뛸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거칠게 숨을 몰아쉬던 이택현은 이제는 잔디 위에 드러누워 버렸다.

다리에 쥐가 나버린 것이다.

― 아…… 이택현 선수가 쓰러졌습니다…! 다리에 쥐가 난 것 같죠?

― 오늘 엄청난 활동량을 보여줬던 이택현 선수인데, 결국엔 몸이 버티지 못하네요.

― 오늘만이 아니라 월드컵 내내 너무 많이 뛰었죠. 수비가담도 많이 했고, 스프린트 횟수도 많았습니다. 아무리 체력이 좋은 이택현 선수라고 해도 버티기 힘들죠.

― 고통스러워 보이네요. 안타깝습니다……! 회복이 되어야 할 텐데요……?

신재욱은 알고 있었다.

지금의 이택현은 뛰기 어려운 상태라는 거라는걸.

씁쓸한 일이었다.

손발이 가장 잘 맞고, 경기의 판을 바꿀 힘을 지닌 동료가 쓰러지다니.

“어쩔 수 없지.”

흘러나오는 쓴웃음을 애써 지워버렸다.

“내가 더 뛰면 돼.”

그때였다.

삐이이익!

연장전 전반이 종료됐다.

짧은 쉬는 시간이 주어졌다.

‘그래도 다행이야.’

신재욱은 안도했다.

서 있는 것조차 힘들어하던 동료들이 조금이나마 쉴 수 있게 됐다.

시간이 짧다고는 하나, 선수들에겐 꿀같이 달콤한 시간이다.

실제로 지금, 선수들은 바닥에 드러누운 채로 거친 호흡을 내쉬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 모습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던 전 세계 축구팬들은 흥미롭다는 반응을 보였다.

└ 어디가 이길까? 결과를 예상하기가 어렵네.

└ 한국이 4 대 3으로 앞서고 있긴 한데, 선수들의 체력이 너무 떨어졌어. 다들 연장전 전반이 끝나자마자 쓰러진 거 보이지? 쟤네 연장전 후반까지 뛸 체력이 없을 거야. 그래서 난 네덜란드가 연장 후반전에 2골을 넣어서 이길 것 같아.

└ 한국 선수들의 상태가 너무 안 좋아 보여. 연장전 전반전이 끝나기 3분 정도 남았을 때부터는 아예 뛰질 못하던데? 그냥 걸어 다니더라.

└ 그 와중에 신재욱은 계속 뛰어다니는 거 봤어? 얜 따로 검사를 해봐야 해. 강철로 만들어진 심장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거든.

└ 흐흐! 난 한국이 이길 거라고 봐. 한국이 잘 버티기만 하면 이길 수 있는 경기잖아.

└ 한국은 신재욱 원맨팀이야. 근데 그 신재욱의 상태를 봐. 살아있잖아. 네덜란드는 방심하다간 또 골을 먹힐 수도 있어. 근데 방심하지만 않으면 네덜란드가 이길 것 같아.

└ 이제 한국은 더 버틸 힘이 없어. 다 퍼졌다고.

└ 그래도 지난 경기들을 생각하면 한국은 정신력이 강한 팀이던데? 꾸역꾸역 버텨내지 않을까?

└ 하하하! 나는 네덜란드가 이길 것 같아. 얘넨 뒷심이 굉장히 세거든!

스코어에서 밀리지만 선수들의 컨디션이 비교적 살아있는 네덜란드.

스코어에서는 1점 앞서고 있지만 제대로 뛸 수 없을 정도로 체력이 떨어진 한국.

이 중 결승에 오를 팀은 어디일지, 전 세계 축구팬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반면 한국의 축구팬들은 불안해하고 있었다.

└ 아…… 이택현 완전히 맛이 간 거 같은데? 연장 전반 끝나기 전에 일대일 기회를 놓치네…… 그런 거 놓치는 선수가 아닌데…….

└ 원래 체력 바닥나면 슈팅도 잘 안 되잖아.

└ 너무 좋은 기회를 놓치긴 했는데, 그래도 난 이택현을 욕할 순 없어. 이택현은 까방권이 엄청 많잖아. 오늘도 중요한 거 놓친 거 말고는 계속 잘해줬고.

└ 네덜란드 상대로 이렇게 잘해준 선수를 욕하면 안 되긴 하지ㅠㅠㅠ 근데 다들 지친 게 보여서 걱정되네. 수비도 더 불안해졌고.

└ 왠지 네덜란드가 연장 후반에 골 넣고 승부차기 갈 것 같지 않냐?ㅋㅋㅋㅋ

└ 그러면 망하는 거야. 지금 슈팅할 힘도 없을 텐데, 승부차기는 무슨.

└ 우리는 그냥 문 잠그고 죽어라 지키기만 해야 해……딴 방법이 없음.

└ 진짜 이제 딱 15분만 버티면 결승 가는데……!

└ 지금까지도 너무너무너무너무 잘해준 거긴 한데, 하…… 그래도 이왕이면 이기고 결승 가면 좋겠다…….

체력이 떨어진 한국이 네덜란드에게 골을 내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건 신재욱도 마찬가지였다.

‘느낌이 쎄한데?’

그의 경험으로 비추어봤을 때, 이런 상황엔 골이 자주 나온다.

그래서 신재욱은 동료들을 계속해서 다독였다.

“15분 남았어요! 다들 포기할 생각 없죠? 지금까지 해온 거 생각하면 절대 포기할 수 없잖아요? 한 걸음…… 아니, 한 발자국씩만이라도 더 뛰어주면 동료가 덜 힘들어진다는 걸 계속 생각해주세요.”

하지만 이택현에겐 다른 말을 했다.

“넌 이미 너무 무리했어. 남은 시간은 근육 올라오지 않게 지역 방어만 하면서 버텨줘. 혹시나 해서 말하는데, 절대 뛰지 마.”

이미 무리하며 퍼져버린 몸으로 뛰면 부상과 매우 가까워진다.

선수라면 누구나 아는 기본적인 상식이었다.

그러나 지금처럼 승리에 대한 열망이 크면 기본적인 것도 무시하게 되곤 한다.

신재욱은 그걸 막기 위해서 이택현에게 뛰지 않을 것을 강조했다.

물론 이런다고 이택현이 뛰지 않을 것 같지는 않았지만.

“재욱아.”

“왜?”

“네가 이렇게 말한다고 해서 내가 안 뛸 것 같아?”

“뛰겠지.”

“하하하! 맞아. 나는 이길 수만 있다면 몸이 부서지더라도 뛸 거야. 다른 경기도 아니고 월드컵 준결승전에서 부상이 두려워서 안 뛴다? 동료들이 힘겹게 뛰고 있는데? 말도 안 되지. 그런 건 내 스타일이 아니야.”

“……곧 연장 후반 들어가니까 최대한 근육 풀어둬.”

신재욱은 쓴웃음을 지었다.

무조건 뛰겠다고 말하는 이택현을 보니 걱정이 몰려왔다.

‘다칠 것 같은데.’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본인이 선택한 것에 대한 책임은 본인이 지는 것.

신재욱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만큼 이기고 싶다는 거지.’

대신 한 가지는 도와줄 생각이었다.

이택현이 그토록 원하는 승리.

그 목표를 이룰 수 있게끔 최선을 다하겠노라 마음먹었다.

‘그래, 결승 가자. 다른 문제들은 일단 결승부터 가고 생각하자.’

* * *

연장전 후반이 시작됐다.

― 네덜란드 선수들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정말 무서운 체력이네요!

― 체력이 정말 강한 네덜란드입니다. 또한, 교체되어 들어온 선수들이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래서 로테이션이 잘되는 팀들이 무서운 거죠. 경기가 끝나갈수록 더 강해지는 느낌이 들거든요!

― 맞습니다. 하지만 우리 선수들이 잘 이겨낼 거라고 믿습니다! 강인한 정신력을 발휘해서 버텨낸다면 월드컵 결승에 갈 수 있습니다!

체력 관리가 잘된 네덜란드 선수들은 연장전 후반전에도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다.

적극적으로 패스를 주고받으며 공격을 전개했다.

그런 네덜란드를 상대로 한국 선수들은 적극적으로 압박을 펼치지 못했다.

연장전 전반이 끝난 뒤에 주어진 쉬는 시간은 너무 짧았고, 당연히 체력도 바닥난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 우리 선수들이 너무 지쳐있네요! 네덜란드 선수들이 편하게 패스를 주고받지 못하게끔 방해해줄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 …몸이 마음대로 움직여주지 않을 겁니다. 그래도 우리 선수들이 자리를 잡고 지역 방어를 하고 있습니다…! 체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수비이긴 하죠…!

한국 선수들은 최선을 다하고 있었지만, 점점 네덜란드에게 잠식되어 갔다.

네덜란드는 공을 뺏기지 않으면서 한국의 빈틈을 노렸다.

― 신재욱 선수가 판 페르시 선수를 압박해봤지만, 판 페르시 선수의 패스가 더 빨랐네요. 방금은 우리 선수 한 명이 신재욱 선수를 도와줬으면 더 좋은 결과가 나왔을 것 같은데요?

― 어엇? 스네이더르의 패스입니다! 위헙합니다!

스네이더르.

그는 동료 스트라이커를 향해 매우 정확한 패스를 뿌려냈다.

그 공을 받은 동료는 네덜란드의 스트라이커 훈텔라르였다.

툭!

경기에 늦게 교체 투입되었기 때문에, 체력이 남아 있는 그는 좋은 퍼스트 터치로 공을 받아냈다.

자연스레 슈팅할 수 있는 ‘각’도 만들어졌다.

하지만 그의 위치는 한국의 페널티박스 내부.

한국의 수비수들이 지역 방어를 펼치고 있는 곳이었다.

― 훈텔라르를 막아야 합니다!

― 슈팅하게 놔두면 안 됩니다! 막아야죠!

해설들이 목이 터질 듯 크게 소리쳤다.

그 순간 한국의 수비수 김영원과 미드필더 김보겸이 함께 움직였다. 하지만 두 선수의 반응 모두 다소 느렸다.

훈텔라르가 다리를 휘두르는 게 더 빨랐다.

그러자 김영원과 김보겸이 몸을 날렸다.

몸으로라도 훈텔라르의 슈팅을 막아내려는 강한 의지가 드러났다.

그러나 문제가 있었다.

휘익!

훈텔라르의 슈팅이 속임수였다는 것이다.

― 아……! 김영원 선수와 김보겸 선수가 속았습니다…!

중앙수비수인 김영원과 김보겸 모두 몸을 던져버린 상황이었고.

슈팅 페인팅 한 번에 2명의 페널티박스 안에서 2명의 선수가 뚫려버린 상황이기도 했다.

이때, 네덜란드의 스트라이커 훈텔라르의 눈엔 보였다.

넓은 골대와 당황한 한국 골키퍼의 얼굴이.

“드디어 기회가 왔군.”

훈텔라르는 자신감 있게 다리를 휘둘렀다.

그의 발에 맞은 공이 빠르게 쏘아졌다.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하는 스트라이커답게 클래스가 묻어나오는 슈팅이었다.

철썩!

골망이 흔들리는 소리가 들렸다.

한국 선수들에겐 너무나도 듣기 싫었던 소리였다.

또한, 일어나지 않길 원했던 일이기도 했다.

― 아…… 네덜란드가 기어코 골을 만들어냈습니다…….

― 하…… 아쉽습니다. 수비진의 집중력이 떨어졌네요. 훈텔라르 선수의 속임수 동작에 2명이 속아버리며 너무 좋은 슈팅 기회를 내주고 말았습니다……!

연장 후반전 4분.

스코어를 4 대 4를 만드는 동점 골이 터졌다.

동점 골의 주인공은 훈텔라르였다.

그는 기뻐했지만, 곧바로 한국의 골대 안으로 달려갔다. 그러더니 공을 주워서 경기장 중앙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남은 시간 동안 또다시 골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드러나는 행동이었다.

또한, 신재욱이 자주 보여주는 행동이기도 했다.

“위험한데……?”

신재욱의 표정이 굳었다.

이러다간 질 수도 있다는 위기를 느꼈다.

“이제는 공격도 해야 하는 상황이 돼버렸어.”

그때였다.

굳어있는 그는 한 선수와 눈이 마주쳤다.

“…훈텔라르?”

방금 골을 넣은 네덜란드의 스트라이커 훈텔라르.

멀리서 달리던 그가 신재욱을 바라보며 검지를 좌우로 흔들었다.

“아…….”

신재욱은 그 행동의 의미를 눈치챘다.

“도발이었구나?”

자신의 시그니처와 다름없는 행동을 따라 하며, 눈을 마주치면서 검지를 좌우로 흔드는 것.

의심할 필요도 없는 완벽한 도발이었다.

“재밌네.”

신재욱의 눈빛이 변했다.

머릿속에 떠오르던 위기감도 사라졌다.

이미 타오르고 있던 승부욕의 크기가 훨씬 더 커지기 시작했다.

“기다려. 내가 똑같이 해줄게.”

그때였다.

신재욱의 시선이 움직였다.

허공을 향해서.

“어?”

그곳엔 보였다.

반가운 내용을 담은 메시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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