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빨로 축구천재-220화 (220/224)

220

* * *

삐이이익!

후반전이 종료됐다.

한국대표팀 선수들을 후들거리는 무릎을 붙잡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으어…….”

“죽겠다, 죽겠어…….”

“어휴…! 드디어 후반전이 끝났구나.”

“어우, 현기증…! 진짜 쓰러질 뻔했네.”

모두 힘들어하고 있었다.

체력이 좋은 이택현조차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와…… 되게 힘든데?”

반면 신재욱은 달랐다.

침착하게 호흡을 고르며 스트레칭했다.

몸을 푸는 것이었다.

‘더 뛰려면 근육을 잘 풀어둬야지.’

그는 동료들에게도 가만히 쉬지 말고 스트레칭을 하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한국대표팀 선수들은 쉽게 움직이지 못했다.

그만큼 체력이 많이 떨어져 있었다.

신재욱은 그래도 동료들에게 다가가 강제로라도 몸을 풀게 했다.

“힘들겠지만 꼭 해야만 하는 거예요. 지금 몸 안 풀어두면 연장전 들어가서 쥐 나요. 이기고 싶으면 얼른 스트레칭하세요.”

한국대표팀 선수들은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신재욱의 말이었기 때문이었다.

월드컵 내내 가장 많이 뛰어온 선수였고, 오늘도 가장 많은 활동량을 보여주고 있는 선수였으니까.

“일어나자! 우리보다 재욱이가 더 힘들 거야. 재욱이 말처럼 아직 경기 끝난 거 아니고 연장전 있으니까 좀 더 힘내서 몸 풀자.”

“다들 재욱이 말 들었지? 빨리 일어나! 스트레칭하자!”

“기운 좀 내자고! 우리보다 훨씬 많이 뛴 재욱이도 저렇게 몸 풀고 있잖아!”

연장전은 금방 시작됐다.

선수들은 체력이 회복되지 않은 상태로 연장전에 들어갔다.

네덜란드 선수들의 상태도 좋진 않았다.

이들도 입을 벌린 채로 느려진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었다.

― 선수들 모두가 힘든 연장전입니다. 정신력으로 뛰는 시간대이기도 하죠.

― 이렇게 힘든 시간대엔 선제골을 넣는 팀이 이길 확률이 높거든요? 부디 우리 선수들이 골을 넣어서 결승에 올라가길 바랍니다!

신재욱은 또다시 많이 뛰었다.

하지만 플레이 스타일은 바뀌었다.

정규시간 때는 수비진까지 내려오며 수비 가담을 하고, 공을 잡을 때마다 간결하게 처리했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최전방과 중원을 오가는 정도로 활동 반경을 줄였고, 공을 잡을 때면 꼭 드리블로 이어갔다.

그 과정에서 네덜란드 선수들의 압박을 이겨냈다.

‘내가 한두 명씩 맡아주면, 동료들은 편해지지.’

신재욱은 역동적인 바디페인팅으로 덤벼드는 달레이 블린트와의 거리를 벌렸다.

― 좋은 탈압박을 보여주는 신재욱 선수입니다! 공을 몰고 전진합니다!

― 웬만해선 공을 뺏기지 않는 신재욱 선수죠! 드리블에서도 안정감이 느껴집니다! 네덜란드 선수들이 쉽게 못 덤벼드는데요?

해설들의 말처럼 신재욱이 마음먹고 드리블을 치자, 네덜란드 선수들은 덤비지 못했다.

거리를 유지하며 신재욱의 전진을 늦추려고 할 뿐이었다.

그러나 신재욱은 오히려 속도를 더 높였다.

툭! 투욱!

도발적인 드리블이었다.

그러자 네덜란드의 선수들은 참지 못했다.

미드필더인 바이날둠과 수비수인 스테판 더 프레이가 동시에 덤벼들었다.

신재욱의 전진을 끊어내기 위한 협동 수비였다.

특히 스테판 더 프레이의 수비 움직임은 매우 뛰어났다.

그러나 상대는 신재욱이었다.

스테판 더 프레이보다 더 뛰어난 수비수를 상대로도 이겨왔던 남자였고, 지금도 전혀 위축되지 않고 과감한 돌파를 시도했다.

휘익! 휙!

신재욱은 스테판 더 프레이와 바이날둠을 앞에 둔 채로 여러 개의 심리전을 동시에 걸었다.

상체와 하체를 모두 쓰며 페인팅을 넣었고, 정교하게 공을 컨트롤했다.

매우 짧은 시간 여러 개의 수 싸움이 펼쳐졌다.

이때, 신재욱은 급격히 속도를 높이며 두 선수의 사이로 몸을 집어넣었다.

“막아! 틈을 없애!”

“잡아!”

스테판 더 프레이와 바이날둠이 깜짝 놀라며 신재욱을 막으려고 했지만.

이들이 반응했을 땐 이미 신재욱의 상체가 파고든 뒤였다.

퍼억!

두 명의 선수와 몸이 부딪쳤지만, 신재욱은 흔들리지 않고 앞으로 나아갔다.

볼 컨트롤도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강력한 견제에도 안정적으로 드리블하며 2명의 선수를 뚫어냈다.

― 우오오옷! 놀라운 돌파입니다! 신재욱 선수가 두 명 사이를 파고들었습니다!

신재욱이 단숨에 2명을 뚫어낸 지금.

네덜란드의 수비진은 뻥 뚫려버렸다.

근처에 있던 수비수 론 플라르가 다급하게 달려왔지만, 신재욱의 발은 이미 공을 때려내고 있었다.

퍼엉!

자신감 있게 강하게 때려낸 슈팅이었다.

신재욱은 골을 확신했다.

제대로 맞은 느낌이 났기 때문이었다.

‘이건 못 막지.’

슈팅의 궤적도 계산한 대로였다.

골키퍼가 막기 어려운 골대 상단 구석.

바이에른 뮌헨 팀 동료이자 세계 최고 수준의 골키퍼인 마누엘 노이어조차 5번 중 1번 정도 막아낼 수 있는 슈팅이었다.

게다가 슈팅 타이밍도 매우 빨랐다.

네덜란드의 골키퍼 야스퍼르 실레선이 몸을 날릴 준비를 하기도 전에 나온 슈팅이었다.

야스퍼르 실레선은 몸을 날리려고 했지만, 행동으로 실천하지는 못했다.

둥근 공이 이미 골망을 흔들고 있었으니까.

― 우와아아아아! 골입니다! 신재욱 선수가 귀중한 골을 기록했습니다!

― 이야~! 엄청나네요! 역시 신재욱 선수의 클래스는 남다릅니다! 홀로 네덜란드의 수비진을 뚫어내며 강력한 슈팅으로 직접 골을 만들어내네요! 연장전에 나온 골이기 때문에, 팀에게는 매우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

월드컵 4강이 펼쳐지고 있는 경기장.

이곳엔 환호성이 가득했다.

경기장에 온 한국의 팬들 모두 신재욱의 골에 기뻐하며 나온 환호성이었다.

실시간으로 경기를 지켜보던 한국 축구팬들 역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 들어갔어!!!!!! ㅅㅂ 신재욱 골이야!!!!!

└ 신재욱 미친놈!!!!!!!! 또 넣었어ㅋㅋㅋㅋㅋㅋㅋ

└ 와……! 수비 2명을 뚫고 골을 넣어버리네?

└ 이거 진짜야????? 우리가 월드컵 결승에 갈 수 있다고????

└ 뭐야?!!! 돌았다 진짜!!!!! 신재욱ㄷㄷㄷㄷ;;;;

└ 워ㅋㅋㅋㅋㅋㅋㅋㅋ 신재욱이 그냥 혼자서 부숴버리네ㅋㅋㅋㅋㅋ

└ 미친ㅋㅋㅋㅋㅋ이게 월드클래스구나ㅋㅋㅋㅋㅋㅋ

└ 월드클래스는 이미 넘었지ㅋㅋㅋㅋ 신재욱은 신급 선수야.

└ 신급 ㅇㅈ 네덜란드 애들이 신재욱한테 바짝 쫄아있는게 보인다ㅋㅋㅋㅋ

연장전에 나온 신재욱의 골.

스코어는 이제 4 대 3이 됐다.

한국으로서는 급할 게 없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신재욱은 주어진 시간을 철저하게 이용했다. 세리머니를 생략하지 않고 길게 펼쳤으며, 동료들의 축하를 받으며 최대한 시간을 끌었다.

‘다들 조금이라도 쉬게 해줘야지.’

신재욱은 동료들을 바라봤다.

모두 많이 지쳐 보였다.

땀이 비 오듯 흐르고 있었고, 얼굴은 창백했다. 다들 뛰는 게 신기할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아 보였다.

‘모두 간신히 버티고 있구나.’

그러나 아무리 길게 하려고 해도 세리머니 시간은 길게 주어지지 않았다.

주심은 한국 선수들에게 빨리 자리로 돌아가라고 소리쳤다.

― 경기 재개됩니다! 이제 주도권은 한국에게 넘어왔습니다! 네덜란드 선수들의 마음이 매우 급할 것이거든요?!

― 하하! 그럴 수밖에 없죠. 시간이 흐르고 있고, 이대로 연장전이 모두 끝난다면 네덜란드가 패배하게 되는 거니까요.

네덜란드 선수들의 표정엔 다급함이 드러났다.

이 순간 이들의 머릿속엔 어떻게든 골을 넣어야 한다는 생각이 가득했다.

이처럼 급해졌지만, 놀랍게도 공격을 펼치는 네덜란드 선수들은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크게 지친 상태였음에도 공격의 수준이 매우 높았다.

그러나 이들이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었다.

한국이 이번 월드컵에서 역습을 이용한 골을 매우 많이 넣고 있다는 것.

그 사실을 놓친 것에 대한 대가는 매우 컸다.

― 기석용 선수와 신재욱 선수가 달레이 블린트 선수를 압박합니다! 달레이 블린트, 몸을 빙글 돌리며 탈압박을 시도합니다! 지금은 차라리 주변에 있는 동료에게 패스하는 게 나아 보이는데요?

― 오! 기석용 선수가 달레이 블린트 선수에게서 공을 빼냈습니다! 신재욱 선수가 몸싸움하는 틈을 타서 영리하게 공을 빼냈네요! 기석용, 신재욱에게 공을 넘겨줍니다!

네덜란드의 공격을 끊어내고, 공을 잡아낸 신재욱은 그대로 다리를 휘둘렀다.

이미 동료들의 움직임을 확인해둔 상태였기에, 굳이 시간을 끌 필요가 없었다.

‘역습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지.’

연장전 전반 14분.

모두가 지쳐있는 시간대에도 이를 악물고 스프린트하는 동료.

이택현을 향해서 롱패스를 뿌려냈다.

‘받아라, 택현아.’

쉬이이익!

강하게 뿌려낸 롱패스였다.

이택현의 볼 트래핑 능력을 믿었고, 수비수들이 중간에 끊어내지 못하게 만들기 위한 선택이었다.

그런 신재욱의 의도대로 네덜란드의 수비진은 롱패스를 끊어내지 못했다.

게다가 침투하는 이택현도 놓쳐버렸다.

타다다닷!

이택현은 남은 힘을 전부 쥐어 짜내며 달렸다.

이어서 발을 뻗어 공을 받아냈다.

툭! 공을 몸에 가깝게 붙이고, 단번에 슈팅이나 드리블을 할 수 있게끔 떨어뜨려 놓는 훌륭한 볼 터치였다.

― 이택현 선수가 아주 좋은 기회를 얻었습니다!

― 이건 때려야죠?!

이택현은 침착하게 페널티박스 안으로 들어온 뒤, 다리를 휘둘렀다.

지금 그의 눈엔 골키퍼 한 명이 지키고 있는 골대가 매우 넓어 보였다.

슈팅을 하면 바로 골로 연결될 것만 같았다. 그래서 이택현은 골대 구석을 향해 슈팅을 때려냈다.

그러나 스프린트를 하며 너무 많은 힘을 썼던 것일까?

이택현의 슈팅엔 힘이 실리지 않았다.

퍼엉!

힘이 실리지 않으니 궤적까지 날카롭지 못했다.

네덜란드의 골키퍼 야스퍼르 실레선이 충분히 막아낼 수 있는 수준의 슈팅이었다.

퍼엉!

깔끔하게 공을 잡아낸 야스퍼르 실레선은 벌떡 일어나서 함성을 질렀다.

네덜란드의 기세를 높이기 위한 행동이었다.

“우어어어어어! 뒤는 나만 믿고 자신감 있게 공격해! 겨우 한국한테 지려고 여기까지 올라온 거 아니잖아!”

* * *

신재욱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안 좋은데?’

스코어에선 앞서고 있지만, 간신히 넘어간 경기의 흐름이 다시 네덜란드 쪽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좋지 않은 상황이었다.

더군다나 동료들의 상태가 너무 안 좋았다.

‘다들 심하게 지쳤어.’

뛸 힘이 전혀 없어서 경기장 위를 걸어 다니는 선수들이 많을 정도였다.

체력이 떨어지니 패스의 정확도 매우 낮아졌다.

당연히 상대 선수를 압박하지도 못하고 있었다.

‘방금은 넣어줬어야 했는데…….’

신재욱은 이택현을 바라봤다.

한국대표팀 선수들 전부를 통틀어서 가장 상태가 좋지 않아 보였다.

방금 기회에서 아껴둔 힘을 전부 쏟아낸 대가였다.

‘택현이는 방전됐어.’

골을 못 넣은 것도 아쉽지만, 가장 믿을 수 있는 동료가 퍼져버렸다는 게 더 아쉬웠다.

그래도 신재욱은 냉정하게 상황을 바라봤다.

이택현은 전혀 뛸 수 없는 상태였고, 교체 카드도 남아 있지 않았다.

이런 경기에서 이기려면 누군가는 더 많이 뛰어줘야만 한다.

누군가는 희생해야만 한다.

‘내가 해야지 뭐.’

신재욱은 그걸 할 생각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