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빨로 축구천재-219화 (219/224)

219

* * *

후반전이 진행되고 있는 지금.

공을 잡은 신재욱은 바이날둠의 압박을 손쉽게 벗어나며 전방을 바라봤다.

최전방엔 이택현과 구자천이 달리고 있었다.

그 순간 네덜란드의 수비수들은 긴장했다.

전반전에 2골을 내리 먹히며 한국대표팀의 화력을 제대로 맛봤기 때문이었다.

특히 신재욱의 패스가 얼마나 위력적인지를 뼈저리게 느끼지 않았던가.

그러나 이미 신재욱의 패스 타이밍은 와버렸다.

이때 네덜란드 수비수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은 신재욱의 패스를 받을 선수를 막는 것이었다.

그래서 네덜란드의 수비수들은 이택현과 구자천의 움직임에 집중했다.

“침투하는 놈들을 놓치지 마!”

“패스 못 받게 막아!”

“이택현이랑 구자천을 막아야 해!”

4강까지 올라온 강력한 팀답게,

네덜란드의 수비수들은 긴장한 상황에서도 민첩하게 움직였다.

그러나 이들은 한 가지를 놓쳤다.

― 신재욱 선수! 바로 슈팅으로 연결하나요?

― 지금은 슈팅 동작처럼 보이는데요?!

신재욱의 슈팅 능력이 매우 뛰어나다는 것이다.

휘이익!

기습적으로 휘두른 다리.

그러나 그 움직임은 항상 그랬듯 정교했다.

골대와의 거리가 제법 있는 편이었지만, 신재욱은 감아 차는 걸 선택했다.

물론 감아 차는 건 발등으로 차는 것보다 파워가 부족하지만.

정면에 있는 수비수들의 몸에 맞는 일이 없게 하기 위해선 최고의 선택이었다.

게다가 신재욱에겐 자신감도 있었다.

‘구석으로만 잘 감으면 파워가 조금 약해도 못 막아.’

골키퍼가 막지 못하는 슈팅을 때려낼 자신감이었다.

퍼어엉!

발의 안쪽으로 공을 강하게 감아 찼다.

크게 휘어지며 날아간 공은 네덜란드의 골대 상단 구석으로 파고들었다.

거리가 있었기에, 네덜란드의 골키퍼 야스퍼르 실레선은 몸을 날릴 수 있었고 손을 뻗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휘익!

있는 힘을 다해서 손을 휘저었지만, 야스퍼르 실레선은 공을 건드리지 못했다.

― 우오오오오오! 골입니다! 고오오오오오오오올! 신재욱 선수의 득점입니다! 역전 골이 나왔습니다! 대한민국이 네덜란드를 상대로 3 대 2로 앞서나가기 시작합니다!

― 전반전 초중반 때만 해도 2 대 0으로 밀리며 어려운 시간을 보냈던 우리 선수들인데, 이제는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이제는 대한민국이 월드컵 결승전을 바라볼 수 있게 됐습니다!

2개의 어시스트에 이어서 골까지 기록한 지금.

신재욱은 양팔을 넓게 벌리며 팬들의 환호성을 이끌었다.

― 신재욱 선수가 팬들을 열광케 하고 있습니다! 이 선수의 스타성은 세계 최고 수준이 아닐까 싶습니다!

― 실제로 독일에서 가장 인기 있는 선수 중 한 명이죠! 게다가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한 이후로는 세계적으로도 인기가 아주 많아진 신재욱 선수입니다!

관중석에 있던 팬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방방 뛰어대며 신재욱의 이름을 외쳤다.

TV로 경기를 보던 한국 축구팬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모두 흥분하고 있었다.

└ 오졌다!!!! 이게 신재욱이지!!!!!!!!!!!!!!!!!!

└ 거봐ㅋㅋㅋㅋ 신재욱은 클래스가 다르다니까?

└ 와;;;; 신재욱 1골 2어시;;;; 네덜란드를 상대로ㅋㅋㅋ

└ 네덜란드 수비수들이 허접하게 보이는데? 이게 신재욱 효과임?ㅋㅋㅋㅋㅋ

└ 진짜 쩔었다ㄷㄷ 거리도 먼데, 이걸 감아서 때려버리네ㄷㄷㄷ

└ 슈팅력 소름!!!! 근데 네덜란드 수비수들은 왜 신재욱이 슈팅하게 놔뒀지?

└ 그럴 수밖에 없지. 이택현이랑 구자천이 침투하고 있었잖아. 얘네 안 막았으면 신재욱이 택배 패스 뿌렸을 거야.

└ 결승 가겠는데? 네덜란드 이길 수 있겠는데????

└ 한국이 월드컵 결승을 간다고?ㅋㅋㅋㅋㅋ 진심 미친 일이 벌어지고 있구만ㅋㅋㅋㅋㅋ

이들 모두 기대하고 있었다.

대한민국이 월드컵 결승에 오르는 것을.

경기장 위에 있는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이거…… 이길 수도 있겠는데?”

“우리가 네덜란드까지 잡는다고……?”

“어느새 3 대 2가 됐어……! 이러면 충분히…….”

“월드컵 결승이 보이는 기분이야…!”

비현실적인 일이라고 생각했던 ‘월드컵 결승’이 바로 앞까지 다가온 것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그 느낌은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한국의 수비수들은 집중력을 끌어올리며 최선을 다했지만.

후반전에도 강하게 몰아치는 네덜란드의 화력을 버텨낼 실력이 없었다.

― 우리 수비수들이 너무 흔들립니다! 조금 더 중심을 잡아줄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아르연 로번은 빠른 스피드와 드리블 능력으로 한국의 측면을 완벽하게 농락했다.

― 윤성영 선수가 아르연 로번 선수를 놓쳤습니다! 아…! 위험한데요?

오른쪽 측면으로 파고든 아르연 로번은 중앙을 향해 드리블하며 왼발 슈팅각을 만들었다.

한국의 수비수들은 그런 아르연 로번의 플레이를 예상하고 있었지만, 알고도 막기가 어려웠다.

그만큼 아르연 로번의 드리블 실력이 뛰어났다.

툭! 툭!

수비수를 앞에 둔 채로 짧게 드리블하는 아르연 로번.

한국의 수비수 홍정오는 발을 뻗지 못했다.

만약 아르연 로번의 다리를 걸어서 반칙이 선언되면 18m에서의 프리킥을 내주게 되는 상황이었으니까.

‘반칙을 해선 안 돼!’

수비의 부담감은 더욱 높아졌다.

게다가 아르연 로번의 패턴이 슈팅 하나뿐이 아니라는 것도 부담이었다.

슈팅하는 척, 툭― 찍어 올리는 패스를 뿌릴 수도 있고, 오른쪽으로 침투하는 선수에게 짧은 패스를 건네줄 수도 있다.

쉽게 예상할 수 없는 상황에서 아르연 로번이 왼발을 휘둘렀다.

휘익!

아르연 로번의 발은 매우 짧고 빠르게 움직였다.

이때 홍정오는 몸을 돌리며 등을 넓게 폈다.

몸으로 슈팅을 막아내려는 행동이었다.

그러나 슈팅은 나오지 않았다. 아르연 로번은 휘두른 다리의 속도를 급격히 줄이며 한 번 더 드리블을 쳤다.

투욱!

홍정오가 뚫린 상황.

아르연 로번은 다시 왼발을 휘둘렀다.

이번엔 진짜 슈팅이었다.

퍼엉!

슈팅이 나온 순간, 한국의 골키퍼 정석룡은 몸을 날렸다. 아르연 로번의 슈팅 궤적을 예상하며 미리 몸을 던진 것이었다.

‘로번은 왼발로 반대편 구석으로 감아 차는 게 대부분이니까!’

그러나 몸을 날린 순간, 정석룡 골키퍼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아르연 로번이 차낸 공이 반대쪽으로 날아오는 게 보였기 때문이었다.

왼발로 골대의 오른쪽 구석 밑을 향해 꺾어 찬 슈팅이었고.

철렁!

반대 방향으로 몸을 날린 정석룡은 골대 안으로 파고드는 공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으아아아!”

정석룡이 주먹으로 땅을 내려쳤다.

팀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는데, 도움이 되긴커녕 상대의 심리전에 쉽게 걸려들며 골을 허용했다는 사실에 괴로워했다.

* * *

경기장의 분위기가 뜨겁게 달궈졌다.

양 팀의 팬들은 서로에게 지지 않겠다는 듯, 거대한 함성을 만들어냈다.

피부가 저릿해질 정도로 강렬한 함성이 끊이질 않았다.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체력적으로 힘든 시간이 다가왔고, 땀이 비 오듯 쏟아졌지만 뛰는 걸 멈추지 않았다.

한 발자국이라도 더 움직이며 동료에게 도움이 되려고 했다.

그만큼 선수들은 간절했다.

월드컵 결승이라는 무대에 오르고 싶다는 마음이 강렬했다.

다만 어느 한 팀은 밀릴 수밖에 없는 게 축구였다.

― 네덜란드가 다시 볼 점유율을 높여나가고 있습니다. 우리 선수들이 다소 지쳐 보이는데요?

― 지칠 수밖에 없습니다. 로테이션을 활발하게 해온 네덜란드와는 다르게, 우리는 주전 선수들이 많은 경기를 치러왔거든요? 체력적으로 정말 힘들 겁니다.

한국의 선수들은 움직임이 급격히 느려졌다.

체력이 바닥나기 시작한 것이다.

반면 네덜란드 선수들은 상태가 괜찮았다.

이들 역시 지치긴 했지만, 한국 선수들보다는 훨씬 나았다.

당연하게도 경기의 흐름도 네덜란드 쪽으로 넘어갔다.

활동량이 줄어든 한국은 강하게 펼치던 압박도 펼치지 못했다.

“더 뛰어야 해요! 압박 멈추지 마요!”

신재욱은 동료들을 향해 소리치며 공을 잡은 상대 선수에게 덤벼들었다.

‘이러면 안 돼.’

한국의 전방압박이 사라지면 네덜란드는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그러면 지닌 실력을 발휘하기도 좋아진다.

한국으로선 그런 상황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했다.

“집중해요! 이길 수 있어요! 시간 얼마 안 남았으니까 조금만 더 뛰어줘요!”

신재욱은 계속해서 동료들을 다독이며 압박을 멈추지 않았다.

동료들이 지친 상황이었기에, 자신이 더 많이 뛰어줘야 했다.

― 신재욱 선수가 고군분투해주고 있습니다만, 경기의 흐름이 점점 네덜란드에게 넘어가는 것처럼 보입니다……!

볼 점유율은 네덜란드가 압도적으로 높아졌고, 한국의 선수들은 네덜란드의 공격을 막아내는 것에 급급했다.

조직력과 개인 능력이 좋은 네덜란드에게 정신없이 휘둘리며 계속해서 위기를 맞았다.

신재욱은 냉정하게 현 상황을 파악했다.

또한, 머릿속으로 가장 최선의 그림을 그렸다.

‘지금은 잘 막고 역습하는 것밖에 없어.’

전방에서 움직이던 이택현과 손훈민에게 라인을 내리라고 지시했고, 자신도 밑으로 내려와서 수비에 집중했다.

더 나아가 동료들의 위치도 조정해주며 네덜란드의 공격을 막아내는 것에 큰 역할을 했다.

― 신재욱 선수가 팀을 지휘하네요! 엄청난 리더십을 보여주면서 안정감을 붙어 넣고 있습니다!

― 팀에서 가장 어린데도 이 정도 리더십을 보여주면, 몇 년 후엔 얼마나 대단한 리더십을 보여줄까요?

하지만 신재욱의 지휘만으로 막아내기엔 네덜란드의 공격은 너무 날카로웠다.

이들은 마치 한국이 지치기만을 기다렸다는 듯, 쉬지 않고 화력을 뿜어냈다.

특히 아르연 로번, 로빈 판 페르시, 스네이더르, 디르크 카윗은 높은 클래스를 보여주며 끊임없이 슈팅과 킬패스를 뿌려냈다.

― 정석룡 골키퍼가 디르크 카윗의 슈팅을 막아냈습니다! 하지만 잡아내지는 못했는데요! 수비! 걷어내야죠! 오우! 신재욱 선수가 걷어냈습니다!

― 스네이더르! 때렸습니다! 오! 다행입니다! 김국영 선수가 몸으로 막아냈습니다!

― 와…… 방금 이 슈팅은 김국영 선수의 몸에 맞지 않았으면 골이 될 수도 있었겠는데요? 굉장히 잘 때린 슈팅이었습니다.

― 우리 선수들이 몸을 던져가며 막아주고 있긴 하지만, 더 좋은 수비는 슈팅을 내주지 않는 것입니다!

신재욱의 지휘 덕분이었을까?

아니면 운이 따른 것일까?

한국은 폭풍처럼 몰아치는 네덜란드의 공격을 잘 버텨냈다.

하지만 버텨내는 게 전부였다.

세계 최고의 스트라이커였던 신재욱이 계속해서 기회를 노리고 있었지만.

한국의 역습기회는 나오지 않고 있었다.

더군다나 시간이 흐를수록 네덜란드 선수들의 집중력은 더욱 높아졌다.

“계속 집중해요! 기회는 옵니다!”

동료들에게 소리치며, 신재욱은 끊임없이 뛰어다녔다.

상대 팀인 네덜란드 선수들의 기세가 대단했다.

쉽게 집중력을 잃을 것 같지 않은 모습이었다.

‘일단 버텨야 해.’

신재욱은 동료 수비수들을 도와 로빈 판 페르시를 마크했다.

아르연 로번은 이택현과 윤성영이 집중적으로 마크하고 있었다.

제법 효과적이었다.

네덜란드의 에이스들이 방해를 받자, 자연스럽게 네덜란드의 화력도 약해졌다.

시간은 계속 흘렀다.

한국의 선수들은 페널티박스 안팎으로 모여서 필사적으로 네덜란드의 공격을 막아냈다.

그리고 마침내.

삐이이익!

후반전 종료를 알리는 휘슬 소리가 울려 퍼졌다.

― 이제 경기는 연장전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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