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빨로 축구천재-218화 (218/224)

218

* * *

대한민국의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전반전부터 경기력에서 밀리고, 2개의 실점까지 허용했으니까.

더군다나 힘겹게 4강까지 올라온 것이기에 지금의 상황이 더욱 아쉽게 느껴졌다.

└ 망했다ㅠㅠㅠ 전반전부터 이렇게 밀리면 답이 없는데…….

└ 아직 모른다고 하고 싶지만…… 경기력이 너무 쒯이다ㅠㅠㅠㅠ

└ 미치겠네;;;; 4강까지 어떻게 올라왔는데ㅠㅠㅠ

└ 제일 답답한 건 신재욱일 듯…… 뭘 해주기도 전에 2 대 0이라니…쩝…….

└ ㅠㅠㅠ제발 뭐라도 좀 해봐라. 수비수들은 되지도 않는 패스 뭐냐…….

└ 중원에서도 너무 털림. 기석용이 잘하긴 하는데, 옆에 있는 김국영이 너무 못 해줘. 얜 탈압박이 아예 안 되는데? 얘가 공만 잡으면 뺏기는 거 같아.

열광적으로 응원하던 한국 축구팬들마저도 이제는 한풀 죽은 반응을 보였다.

그런데 이때.

신재욱이 동료들을 향해 크게 소리쳤다.

상대가 압박에 약하니 지금보다 더 강하고 거칠게 압박하라는 말이었다.

또한, 더 빠른 템포로 패스를 주고받고, 자신감 있게 플레이하라고 주문했다.

놀랍게도 효과는 즉시 나타났다.

경기의 흐름이 변하기 시작한 것이다.

타앗!

기석용과 구자천이 협동 수비를 펼치며 수비에 성공해냈다.

기술이 좋은 스네이더르를 강하게 압박한 결과였다. 공을 뺏어낸 기석용은 즉시 전방을 향해 패스를 뿌려냈다.

‘재욱이가 더 빠르게 패스해달라고 했지? 참 당돌한 놈이야.’

빠른 템포로 보낸 전진 패스였다.

목표는 최전방에 있던 신재욱이었다.

타닷!

신재욱은 가만히 서서 공을 기다리지 않았다.

재빨리 밑으로 내려오며 공을 받기 좋은 위치를 찾았다. 또한, 동료의 움직임을 파악했다.

‘왼쪽에선 손훈민이 뛰고 있고, 오른쪽엔 이택현이 뛰고 있어. 둘 중 더 좋은 라인브레이킹 움직임을 가져가는 사람은…… 이택현이야.’

신재욱은 알고 있었다.

손훈민은 몇 년 뒤엔 월드클래스 선수가 되어있을 것이라는 걸.

그러나 아직은 아니었다.

환생 전에 봤던 전성기 때의 움직임에 비하면 부족한 실력을 지니고 있었다.

오프더볼 움직임도 마찬가지였다.

매우 좋은 타이밍에 수비의 뒷공간을 노리며 달리는 이택현과는 다르게, 손훈민이 달리는 타이밍은 조금 늦었다.

신재욱의 선택은 당연히 이택현이었다.

“바로!”

바로 주겠다는 신호를 보내며, 신재욱은 몸을 틀었다.

동시에 굴러오는 공의 방향을 발의 안쪽으로 바꿔놨다.

공을 잡아두지 않고 동료에게 바로 보내는 다이렉트 패스였다.

터엉!

힘 조절이 매우 중요한 패스였는데, 신재욱의 발을 만난 공은 정확하게 이택현에게로 향했다.

투욱!

이택현은 한 번의 터치로 수비수와 거리를 벌렸다.

워낙 스피드가 좋은 선수가 가속까지 붙어버리자 네덜란드의 수비수는 따라갈 수가 없었다.

― 이택현! 굉장히 빠릅니다!

― 아주 좋은 기회를 맞은 대한민국입니다! 이택현 선수! 이런 기회를 잘 놓치지 않는 선수인데요!

골키퍼와의 일대일 상황.

물론 완벽한 일대일이라고 보긴 어려웠다.

슈팅할 수 있는 각도가 넓지는 않았으니까.

그랬음에도 이택현에게선 여유가 느껴졌다.

“이 정도면 충분하지.”

이미 빠른 스피드로 수비수와의 거리는 벌린 상황.

골키퍼가 튀어나오고 있지만, 오히려 반갑게 느껴졌다.

이택현은 간결한 바디페인팅 이후, 대각선으로 공을 길게 치며 덤벼드는 골키퍼와의 거리를 벌렸다.

타다다닷!

타고난 스피드를 이용한 움직임.

그걸로도 네덜란드의 골키퍼이자 아약스의 주전 골키퍼인 야스퍼르 실레선을 제쳐냈다.

투웅!

이택현은 빈 골대 안으로 공을 밀어 넣은 뒤, 백덤블링을 하기 시작했다.

휘익!

첫 번째 백덤블링을 깔끔하게 성공했고.

타앗! 휘익!

두 번째 백덤블링도 완벽하게 성공했다.

그사이 이택현의 주변으로 동료들이 몰려들었다.

그리고 마지막.

탓! 휘이익!

세 번째 백덤블링까지 깔끔하게 해낸 이택현은 동료들을 바라보며 크게 외쳤다.

“바로 동점까지 따라갑시다!”

이어서 그는 신재욱을 향해 엄지를 들어 올렸다.

“진짜 개쩌는 패스였어!”

신재욱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몸을 돌렸다.

대화를 나누기엔 시간이 아까웠다.

‘이왕이면 전반전에 따라붙어야지.’

이택현이 말한 것처럼 동점을 만들 생각이었으니까.

* * *

2 대 1 스코어가 된 이후.

볼 점유율은 여전히 네덜란드가 높았다.

그러나 분위기는 확실히 변했다.

긴장감 때문에 실력 발휘를 못 하던 한국대표팀 선수들이 이제는 자신감 있게 플레이했다.

또한, 강한 압박을 효과적으로 펼치며 네덜란드 선수들을 당황하게 하고 있었다.

특히 신재욱의 압박은 네덜란드 선수들을 위축되게 만들 정도로 효과적이었다.

― 심판이 반칙을 선언합니다! 신재욱 선수가 강한 차징으로 네덜란드의 역습을 끊어냈습니다!

― 비록 반칙이긴 했지만, 그래도 좋은 수비였죠! 카드를 받지 않는 선에서의 반칙으로 상대의 역습이 시작되는 걸 막아냈습니까요.

― 신재욱 선수의 수비 실력이 더 좋아진 것 같은데요? 기분 탓일까요?

― 아뇨, 저도 그렇게 봤습니다. 방금 신재욱 선수가 보여준 수비는 전문 수비수의 플레이라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거든요.

신재욱은 최전방과 중원을 오가며 좋은 수비를 보여줬다.

동료들이 실수할 때마다 적절하게 상대의 흐름을 끊어냈다. 게다가 반칙으로만 상대의 공을 뺏어내는 게 아니었다.

― 오우! 아주 좋은 태클이죠! 신재욱! 달레이 블린트에게서 공을 뺏어왔습니다!

― 신재욱 선수가 오늘 좋은 수비를 여러 차례 보여주면서 동료들에게 힘을 불어넣어 주고 있습니다!

― 언제나 든든한 선수인데, 오늘은 특히나 더 든든하게 느껴지네요! 본인의 역할을 한참이나 뛰어넘는 활약을 해주고 있습니다!

신재욱은 날카롭고 과감한 태클로도 네덜란드의 공을 뺏어냈다.

더 나아가 역습의 중심 역할까지 했다.

― 구자천 선수가 신재욱 선수에게 패스합니다.

― 신재욱 선수! 몸을 돌리면서 탈압박을 해냅니다! 정말 이 선수는 뒤에도 눈이 달린 거 아닌가요?

몸을 돌려낸 신재욱의 시야엔 보였다.

최전방으로 달리는 손훈민의 움직임이.

조금 전과는 다르게 침투 타이밍도 매우 좋았다.

좋은 롱패스를 넣어준다면 단숨에 골키퍼와의 일대일 기회를 만들 수 있는 움직임이었다.

그래서 신재욱은 롱패스를 뿌려냈다.

자신의 패스 능력에 조금의 의심도 없기에 나올 수 있는 플레이였다.

― 어엇?! 신재욱 선수가 롱패스를 뿌립니다!

공은 적당한 높이로 빠르게 쏘아졌다.

순식간에 네덜란드의 페널티박스 바로 바깥까지 날아갔다.

그런데 이때, 잘 날아가던 공이 급격히 힘을 잃고 떨어져 내렸다.

동시에 신재욱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패스 좋지?’

마지막에 힘을 잃도록 의도적으로 회전을 넣은 패스였다.

즉, 손훈민이 가장 받기 좋게끔 준 것이었다.

이런 신재욱의 세심한 패스는 좋은 결과를 만들어냈다.

툭!

손훈민은 오른발을 이용해서 어렵지 않게 공을 받아냈고, 한 번의 스텝으로 페널티박스 안으로 들어갔다.

이어서 그는 왼발을 이용한 강력한 슈팅까지 때려냈다.

퍼어엉!

슈팅력이 뛰어난 손훈민이 페널티박스 안에서 마음먹고 때려낸 슈팅이었다.

슈팅의 파워와 정확도는 매우 뛰어났다.

네덜란드의 골키퍼 야스퍼르 실레선이 뒤로 몸을 눕히며 손을 뻗어봤지만, 막아내기엔 역부족이었다.

철렁!

네덜란드의 골망이 흔들렸다.

이택현의 골이 터지고 겨우 7분 뒤에 나온 추가 골이었다.

― 고오오오오오올! 대한민국의 동점 골입니다! 손훈민 선수가 침착한 마무리로 골을 터트렸습니다!

― 이게 대한민국이죠! 이게 바로 월드컵에서 기적을 만들어내고 있는 팀입니다!

손훈민은 잔디 위를 무릎으로 미끄러지며 환호했다.

그리고 주변으로 달려온 한국 선수들도 미친 듯 열광했다.

어시스트를 기록한 신재욱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동료들과 어깨동무를 한 채로 기쁨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길 수 있겠는데?’

신재욱은 진한 미소를 지었다.

첫 번째 골이 나왔을 때와는 다르게 이번엔 동점 골이었다.

게다가 골이 나오기 전부터 경기의 흐름도 넘어와 있었다.

그의 많은 경험으로 비춰봤을 때, 이런 경기는 질 때보다 이길 때가 더 많았다.

‘네덜란드는 이제 위축될 수밖에 없어.’

신재욱은 상대 팀 선수들의 얼굴을 바라봤다.

정확히는 그들의 표정을 봤다.

얼굴이 딱딱하게 굳은 선수들과 불안함으로 인해서 눈빛이 흔들리는 선수들이 제법 많았다.

‘그래, 아무리 프로선수라도 이런 상황에선 어쩔 수 없지.’

위축되고 흔들리는 네덜란드 선수들.

그 모습을 보며, 신재욱은 입맛을 다셨다.

상대는 분명 세계적인 강팀이자, 월드컵 4강까지 올라온 팀이지만.

지금은 아주 맛있는 냄새를 풍기는 먹잇감처럼 느껴졌다.

‘분위기가 넘어왔을 때 최대한 득점을 뽑아내야 해. 전반전은 시간이 너무 없고, 후반전에 들어가면 바로 적극적으로 공격한다.’

전반전이 끝나기까지 남은 시간은 3분.

한국은 웅크린 채로 수비에 집중했고, 네덜란드 선수들은 역습을 경계하느라 제대로 된 공격을 펼치지 못했다.

삐이익!

전반전이 종료됐다.

라커룸에 모인 선수들은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어려운 상황에서 동점을 만들어낸 것이 이들을 기쁘게 하고 있었다.

홍정태 감독은 그런 선수들을 진정시키지 않았다.

최대한 말을 아꼈다.

팀의 좋은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함이었다.

신재욱의 생각도 비슷했다.

굳이 나설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과하게 흥분해서 방심하면 안 되겠지만, 지금의 분위기를 보면 그럴 것 같지는 않아.’

한국대표팀 선수들이 흥분해서 기뻐하고 있긴 하지만, 과한 정도는 아니었다.

오히려 경기력에 도움이 될 정도로 자신감이 높아진 정도로 보였다.

실제로 후반전이 시작된 이후, 한국대표팀 선수들의 경기력은 전반전보다도 좋아진 부분이 많았다.

특히 집중력 부분에선 전반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졌다.

― 후반전부터는 우리 선수들이 긴장이 많이 풀린 것처럼 보이는데요? 이젠 패스 미스도 잘 나오지 않고 있고, 네덜란드 선수들의 움직임에도 침착하게 잘 대응하고 있습니다.

― 확실히 그렇네요! 우리 선수들이 이제야 편하게 경기를 치르는 것 같습니다. 오오! 지금도 홍정오 선수의 수비 집중력이 좋았습니다! 방금은 아르연 로번을 놓쳤으면 곧바로 실점까지 나올 수도 있는 상황이었거든요?

자연스레 한국의 볼 점유율도 높아졌다.

전반전엔 네덜란드의 볼 점유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면, 이제는 얼추 비슷해졌다.

당연하게도 신재욱이 공을 잡는 횟수도 늘어났다.

― 신재욱 선수는 명불허전이네요! 네덜란드를 상대로도 압도적인 실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 공을 뺏기질 않아요. 하하! 네덜란드 선수들이 아무리 거칠게 압박해도 신재욱 선수는 공을 지켜내고 있습니다!

― 신재욱 선수 한 명의 역할이 너무나도 크네요! 대한민국의 에이스가 중원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이 선수를 정말 스트라이커라고 말해도 되는 걸까요?

― 스트라이커지만, 세계적인 수준의 미드필더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오늘도 2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하지 않았습니까?

신재욱은 한국의 공격과 수비 모두를 이끌었다.

반면 네덜란드 선수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심리적으로 위축됐다. 특히 신재욱이 공을 잡을 때면 크게 긴장하며 실수를 연발했다.

지금도 그랬다.

― 신재욱 선수가 패스를 할 것처럼 속인 뒤, 기습적으로 속도를 높이며 전진합니다! 바이날둠 선수를 너무나도 쉽게 뚫어냈죠?!

네덜란드의 미드필더 바이날둠은 신재욱의 페인팅 동작에 쉽게 속아버리며 전진을 허용했다.

압박을 벗어난 신재욱은 동료들의 움직임을 바라봤다.

― 오늘 2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하고 있는 신재욱 선수! 또다시 좋은 패스를 보여줄 수 있을까요?!

좋은 움직임을 가져가는 이택현과 구자천의 모습이 보였다.

저들 중 한 명에게 정확한 패스를 보낸다면 좋은 기회가 만들어질 확률이 높았다.

그러나 그보다 더 좋은 그림이 신재욱의 머릿속에 그려졌다.

‘나도 한 골 넣을 때 됐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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