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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툭!
리오넬 메시가 공을 잡았다.
그 모습을 본 신재욱은 시간을 확인했다.
‘남은 시간은 1분. 그럼 이것만 막으면 된다는 거네?’
현재 시각은 연장전 후반 14분.
15분간 진행되는 후반전이 이제 1분밖에 남지 않았다.
지키기만 하면 되는 상황이었기에, 아르헨티나보다 유리한 건 사실이었다.
그러나 방심할 순 없다.
한국은 연장 후반전 내내 위기를 맞고 있었으니까.
실제로 한 골을 허용하기도 했고.
― 리오넬 메시가 공을 잡았습니다! 세트피스를 내주지 않는다면 아마 아르헨티나의 마지막 공격일 것 같거든요? 우리 선수들이 이번 공격만 막아내면 4강에 올라갈 수 있습니다!
게다가 공을 잡은 선수는 리오넬 메시였다.
그 역시 지쳐있었지만, 여전히 위협적인 선수였다.
툭! 투욱!
리오넬 메시의 움직임은 신중했다.
그는 낮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주변의 상황을 전부 파악하며 움직였다.
드리블 돌파, 정교한 패스, 정확도 높은 왼발 슈팅이라는 무기들을 보유한 선수였기에, 신재욱은 적당한 거리를 유지했다.
‘거리가 깨지면 안 돼.’
오늘 리오넬 메시를 여러 번 상대했다.
대부분 졌다.
거리가 깨졌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면 리오넬 메시에 의해서 강제로 거리가 깨져버렸다.
바이에른 뮌헨에서 프랑크 리베리, 아르연 로번과 같은 엄청난 드리블러를 상대로도 이렇게까지 당하진 않았었는데.
오늘은 여러 번 당하고 있었다.
‘확실히 리오넬 메시는 달라. 드리블이 완전히 다른 수준이야.’
신재욱은 자세를 낮춘 채 빠른 스텝을 밟으며 뒷걸음질을 쳤다.
리오넬 메시가 슈팅이나 패스를 시도한다면 곧바로 발을 뻗을 수 있는 정도의 거리.
또한, 돌파를 시도한다면 충분히 반응할 수 있는 거리였다.
‘이번엔 안 당한다.’
리오넬 메시는 신재욱을 앞에 둔 채로 계속해서 주변을 둘러보며 전진했지만.
신재욱은 달랐다.
오로지 리오넬 메시에만 집중했다.
눈앞의 괴물을 막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얘만 막아도 2인분이야.’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다리야 말 좀 들어라…!’
코어부터 허벅지, 종아리까지.
근육에 있던 힘이 전부 소진되어버렸다.
오래 버틸 수가 없는 상태였다.
그때였다.
“재욱아! 같이 막자!”
이택현이 도우러 왔다.
그는 얼굴이 창백해진 것으로도 모자라 휘청거리면서 움직였지만.
그래도 리오넬 메시에게 달려들었다.
“내가 흔들게. 네가 뺏어줘.”
무리야.
신재욱은 그렇게 중얼거렸다.
리오넬 메시를 제대로 압박하기엔 이택현은 너무 지쳐있었다.
저렇게 지친 선수는 메시에게 먹잇감일 뿐이다.
예상대로였다.
툭! 휘익!
리오넬 메시는 덤벼드는 이택현의 가랑이 사이로 공을 집어넣으며 전진했다.
그 순간 신재욱은 재빨리 공간을 막아서며 리오넬 메시의 리듬을 깨뜨리려고 했다.
퍼억!
어깨를 부딪치며 강하게 몸싸움을 걸었다.
몇 년 사이에 몸싸움 능력이 매우 좋아진 신재욱이었지만, 리오넬 메시는 밀리지 않았다.
리오넬 메시는 휘청거리긴 했지만, 특유의 낮은 무게중심을 이용해 계속해서 전진했다.
‘역시…… 키는 작지만 피지컬은 되게 좋은 선수야.’
신재욱은 그 옆에 바짝 붙어서 몸싸움을 펼쳤다.
공을 뺏을 타이밍이 나오지 않았다. 지금 태클을 하면 리오넬 메시는 곧바로 방향을 틀며 빠져나가 버릴 것이다.
수비하는 입장에선 마음이 급해지기 좋은 상황.
그러나 신재욱은 침착함을 유지했다.
‘타이밍은 온다.’
그때였다.
리오넬 메시가 다리를 휘둘렀다.
패스할 때의 움직임이었다.
그러나 신재욱은 반응하지 않았다. 속임수라는 걸 알았으니까.
‘안 속지. 내가 널 얼마나 많이 연구했는데.’
신재욱이 속지 않자, 리오넬 메시는 갑자기 반대쪽으로 공을 툭― 밀며 속도를 높였다.
기습적인 돌파였다.
단숨에 신재욱의 압박을 벗어나려는 움직임.
그러나 그 움직임은 신재욱이 기다렸던 것이다.
촤아악!
신재욱이 잔디 위로 몸을 날렸다.
페널티박스 안쪽이어서 반칙을 하게 된다면 곧바로 페널티킥을 내주게 되겠지만, 태클에 망설임은 없었다.
자신을 경험과 실력을 믿었기에 과감하게 슬라이딩 태클을 시도했다.
다만 그 과정은 매우 어려웠다.
‘몸에 힘이 하나도 없으니까 태클도 잘 안 되네.’
평소엔 매우 정교한 슬라이딩 태클을 구사하는 신재욱이지만.
지쳐버린 지금은 그러지 못했다.
투박하게 움직이며 간신히 슬라이딩 태클을 구사했다.
다행인 것은 쭉 뻗은 다리로 공을 먼저 건드렸다는 것이었다.
― 우와아아아아! 좋은 태클입니다! 신재욱 선수가 환상적인 태클을 보여주며 리오넬 메시를 막아냈습니다!
― 이야! 신재욱 선수의 의지가 대단하네요! 리오넬 메시 선수가 좋은 움직임으로 탈압박을 하려고 했지만, 신재욱 선수가 그걸 끝까지 쫓아가서 슬라이딩 태클로 걷어내 버렸습니다!
― 지금 신재욱 선수의 상태를 보시면 사실상 아예 퍼져버렸을 정도로 지쳐있거든요? 그런데도 리오넬 메시를 막아냈습니다! 신재욱 선수는 정말…… 우리 대표팀에겐 너무나도 고마운 선수입니다!
태클로 리오넬 메시의 전진을 막아냈지만.
아직 아르헨티나의 공격이 끝난 건 아니었다.
신재욱이 걷어낸 공은 근처로 굴러갔고, 그 공을 향해 아르헨티나의 미드필더 하비에르 마스체라노가 달려들었다.
그는 공을 향해 슈팅을 때려냈다.
퍼엉!
경쾌한 타격음이 터졌다.
그 순간 한국의 선수들은 전부 얼어붙었다.
경기를 지켜보던 관중들과 팬들 역시 숨을 멈췄다.
수많은 눈이 하비에르 마스체라노가 때려낸 공의 궤적을 쫓았다.
만약 골로 연결된다면 사실상 경기는 승부차기로 가게 되는 상황.
모두가 긴장할 수밖에 없는 슈팅이었다.
그때였다.
쉬이이익!
빠르게 날아간 공이 높게 떠올랐다.
하비에르 마스체라노가 때려낸 슈팅은 골대보다 한참이나 더 높은 곳을 향해서 날아갔다.
― 어림없는 슈팅이었습니다! 하비에르 마스체라노가 절호의 기회를 시원하게 날려버립니다!
― 다행입니다! 대한민국이 큰 위기를 넘겼습니다! 이러면 이제 주심이 휘슬을 불겠죠……?
한국의 선수들.
그리고 이들을 응원하는 팬들.
모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 휴…… 들어가는 줄;;;;;;;;
└ 어후……! 식겁했네;;;;;;;;
└ 아오ㅡ,ㅡ 나 너무 놀라서 먹던 물컵 떨어뜨림
└ ㅋㅋㅋㅋㅋㅋㅋㅋ와ㅋㅋㅋㅋ 마스체라노도 슈팅 진짜 심각하다ㅋㅋㅋㅋ 저걸 저렇게 날려버리네ㅋㅋㅋㅋㅋ
└ 리오넬 메시 표정 좀 봐봐ㅋㅋㅋㅋㅋ 마스체라노 뒤통수 한 대 갈기고 싶은 표정이야ㅋㅋㅋㅋ
└ 다 왔다 진짜ㅠㅠㅠㅠ 잘 버텼다 그래도ㅠㅠㅠㅠ
└ 신재욱 수비가 미쳤음. 오늘 그냥 신재욱이 최소 3인분 이상 해줬어.
└ 신재욱이 멱살 잡고 4강까지 끌고 가네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대단한 놈이야ㅋㅋㅋㅋ
└ 휴!!!! 심판아 빨리 경기 끝내!!!!!
└ 이제 골 킥하면 끝날걸? 시간도 끝났잖아.
한국의 골키퍼 정석룡이 천천히 공을 바닥에 내려놨다.
급하지 않았다.
그는 최대한 시간을 끌었다.
그리고 주심이 옐로카드를 준 뒤에야 공을 멀리 차 냈다.
퍼어엉!
그와 동시에.
삐익! 삐이이익!
주심의 휘슬 소리가 울려 퍼졌다.
― 우와아아아아! 경기 종료됩니다! 대한민국이 아르헨티나를 꺾고 4강에 진출합니다!
― 4강입니다!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과거에 선배들이 이뤄냈던 기적을 우리 선수들이 2014년에 다시 한번 이뤄냈습니다! 믿어지지 않네요! 꿈만 같습니다!
― 우리 선수들이 전부 바닥에 쓰러져서 숨을 몰아쉬고 있네요! 힘들죠! 힘들 수밖에 없습니다! 모든 걸 쏟아부었거든요!
― 웬만해선 쓰러지지 않는 신재욱 선수도 지금은 잔디 위에 드러누워 버렸네요. 오늘 너무나도 많이 뛰어주며 압도적인 영향력을 보여준 신재욱 선수인데, 부디 몸 상태가 괜찮았으면 좋겠네요!
승부가 결정난 지금.
양 팀 선수들 모두 바닥에 드러누웠다.
아르헨티나 선수들은 누운 채로 아쉬움이 담긴 눈물을 쏟아냈고.
한국 선수들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웃음을 터트렸다.
당연하게도 한국의 축구팬들은 미친 듯 열광했다.
└ 4강이다!!!!!!!!!!!!!!!
└ 이게 된다고???? 한국이 월드컵 4강에 올라간다고?????
└ 와ㅋㅋㅋㅋㅋ 진짜 꿀잼 경기였다ㅋㅋㅋㅋ 아르헨티나를 꺾고 4강에 올라가네ㅠㅠㅠㅠㅠㅠ
└ 역사에 남을 대박 경기 나왔다ㅠㅠㅠㅠ
└ 4강의 기적ㄷㄷㄷㄷ 전 오늘부터 축구팬이 되었습니다.
└ 신재욱은 신이야. 리오넬 메시와의 대결에서 완승했잖아.
└ 신재욱은 진심 미쳤다ㅋㅋㅋㅋ 우와……이걸 이겨줘?ㅋㅋㅋㅋㅋ
└ ㅋㅋㅋㅋ걍 축구의 신임ㅋㅋㅋㅋ 신재욱 오늘 5골 1어시스트 기록함ㅋㅋㅋㅋㅋㅋ
└ 엌ㅋㅋㅋ 신재욱 얘는 진짜ㅋㅋㅋㅋ 아르헨티나한테 5골 박은 거 실화냐?ㅋㅋㅋㅋㅋ
└ 이택현도 미쳤어ㅋㅋㅋ 얜 1골 4어시스트했어ㅋㅋㅋㅋㅋㅋ
└ 바이에른 뮌헨 듀오가 다 해준 경기였다ㅋㅋㅋㅋ
같은 시각.
신재욱도 이제는 흘러나오는 웃음을 참지 않았다.
“진짜 4강에 올라갔어.”
웃음을 터트리며, 신재욱은 몸 상태를 확인했다.
최악이었다.
만약 체력게이지가 있다면 0%라는 수치가 떠오르지 않을까? 라는 들 정도로 몸이 퍼져버렸다.
부축을 받아야만 걸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자고 일어나면 온몸에 알이 배기겠어.”
그래도 기분은 좋았다.
최선을 다한 경기였다.
너무나도 이기고 싶다는 마음으로 필사적으로 뛰었고, 승리해냈다.
“이게 되긴 되네.”
신기했다.
될 거라고 믿으며 뛰었지만, 한편으로는 불안한 감정도 있었던 게 사실이었다.
그런데 이겼다.
다른 팀도 아니고 유력한 우승 후보 중 하나였던 아르헨티나를.
그때였다.
아무것도 없던 허공에 반투명한 메시지가 생성되기 시작했다.
“그래, 4강에 올라갔는데 떠 줘야지.”
신재욱은 눈을 반짝였다.
기대할 수밖에 없었다.
무려 월드컵 4강에 올라갔으니까.
더군다나 오늘 경기에서 신재욱은 최고의 활약을 펼쳤으니까.
그리고 마침내.
몇 개의 메시지가 완전히 모습을 드러냈다.
[개인기가 1 올랐습니다!]
[몸싸움이 1 올랐습니다!]
[특성이 생성됩니다!]
[‘중급 태클 컨트롤’을 습득합니다!]
[특성이 생성됩니다!]
[‘든든한 수비수’를 습득합니다!]
“이렇게나 많이 나온다고?”
신재욱의 눈이 커졌다.
우선 능력치가 무려 2개나 올랐다.
지금의 성장으로 인해서 개인기와 몸싸움 능력치는 둘 다 91이 됐다.
그리고 그보다 더 놀라운 건 특성을 2개나 얻었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2개 다 수비와 관련된 특성들이었다.
“일단 확인부터!”
신재욱은 2개의 특성을 동시에 확인했다.
[중급 태클 컨트롤]
[등급] C
[효과] 태클의 정확도가 더 높아집니다.
[든든한 수비수]
[등급] C
[효과] 수비와 관련된 능력들이 전체적으로 좋아집니다.
“……너무 좋은데? 수비 관련 특성이라니!”
환생 전에도 그랬고, 환생 후인 지금도 슬라이딩 태클 실력은 매우 뛰어나지만, 스탠딩 태클이나 전체적인 수비 실력에서는 아쉬움이 있던 신재욱이었다.
또한, 수비 디테일도 전문 수비수들에 비하면 떨어지는 게 사실이었다.
그런데 그런 약점들을 보완해줄 특성들을 얻었다.
“이 특성들을 잘 성장시키면…… 난리 나겠는데?”
신재욱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여러모로 잘 풀리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