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빨로 축구천재-208화 (208/224)

208

* * *

경기가 종료될 때까지 겨우 1분이 남은 지금.

스코어는 기적적으로 동점이 됐다.

― 신재욱 선수가 대한민국을 구해냈습니다! 8강으로 끝날 것 같았던 도전이 신재욱 선수 덕분에 계속 이어질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습니다!

― 다시 봐도 놀랍네요! 엄청난 골이었습니다! 신재욱 선수의 멘탈은 다이아몬드인가요? 분명히 긴장될 것 같은 상황이었는데도 정확한 슈팅으로 골을 집어넣었습니다! 게다가 골을 넣은 지금도 너무 침착하지 않습니까?!

경기장의 분위기가 불타올랐다.

한국대표팀 선수들도 흥분해서 서로를 껴안고 기뻐했다.

그런데 골을 넣은 신재욱은 차분하게 서 있었다.

세레머니도 하지 않았다.

크게 기쁘지도 않았다.

그는 승리를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아직 경기는 안 끝났어. 이제 동점일 뿐이야.’

경기에서 이기려면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았으니까.

그래서 달려오는 동료들을 진정시켰다.

“다들 모여보세요.”

진지한 얼굴로 양쪽 손바닥을 앞으로 내밀며 한 말.

신재욱의 그 행동에 한국대표팀 선수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어? 재욱아, 왜 그래?”

“뭐야? 무슨 일 있어? 미친 골을 넣어놓고 왜 그래?”

“다 모이라고? 하고 싶은 세레머니라도 있어?”

“일단 모여봐! 이유가 있겠지.”

한국대표팀 선수들은 의아해했지만, 그래도 신재욱의 주변에 모였다.

다른 선수도 아니고 신재욱이라면 이러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동점 됐어요. 기쁜 일이죠. 근데 기뻐하면 안 돼요. 연장전이 남았거든요. 기뻐하는 건 아르헨티나를 이긴 뒤에, 4강에 올라가는 게 확정됐을 때 해도 늦지 않아요.”

신재욱은 동료들을 바라봤다.

대부분 상태가 좋지 못했다.

숨은 헐떡이고 있었고, 다리는 후들거렸다.

완전히 녹초가 되어버렸다는 말이 어울렸다.

“힘들 거예요. 그래도 이기고 싶잖아요? 그럼 어쩔 수 없어요. 참고 더 뛰어야 해요.”

냉정하지만 동료들에게 필요한 말들을 과감하게 뱉어낸 뒤.

신재욱은 씨익 웃으며 마지막 말을 내뱉었다.

“이기러 가죠!”

그 말을 끝으로 신재욱은 움직였다.

자신의 자리를 향해서 천천히 걸었다.

그리고 한국대표팀 선수들은 잠시 아무런 말이 없었다.

이들 모두 본인들의 몸 상태를 확인하며 생각에 잠겼다.

‘얼마나 뛸 수 있을까? 한 10분 정도는 뛸 수 있으려나?’

‘조금만 더 뛰어도 쥐날 것 같은데…….’

‘몸에 힘이 하나도 없어……완전히 다 쏟아 부어버렸는데……연장전까지 뛸 수 있을까?’

‘당장 쓰러질 것 같은데 연장전이라니…….’

선수들 모두 두려워했다.

체력이 바닥나버린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사실상 정신력으로만 뛰어야 하는 상태였기에 자신감이 떨어졌다.

그때였다.

“…재욱이 좀 봐봐.”

이들 중 누군가가 말했다.

신재욱을 보라고.

그 순간 한국대표팀 선수들의 시선은 전부 신재욱의 뒷모습에 꽂혔다.

동시에 이들은 입술을 깨물었다.

마음속에 있는 불안한 감정도 씻은 듯 사라져버렸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들의 눈엔 보였으니까.

덜덜 떨리는 신재욱의 다리가.

“……우리 더 뛰어보자.”

“그래. 막내가 저렇게까지 해주는데, 형들이 덜 뛰면 안 되지. 에이 씨! 뒤질 것 같지만 더 뛰어보자!”

“좋아요! 해보죠! 저는 그냥 죽었다 생각하고 뛰렵니다!”

“설마 죽기야 하겠어요? 그냥 죄다 쏟아붓죠!”

한국대표팀 선수들의 눈빛이 변했다.

분위도 완전히 달라졌다.

위닝 멘탈리티.

선수들 모두 오직 승리만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 경기가 재개됩니다! 남은 시간은 매우 적습니다. 아마도 주심이 금방 경기를 종료시킬 것 같……아! 말을 하던 도중에 경기가 종료됩니다! 이제 곧 연장전이 진행됩니다!

― 우리 선수들! 굉장히 힘들 겁니다! 그러나 이 승부에서 이긴다면 4강에 올라갈 수 있습니다! 새로운 기적을 만들 수 있습니다!

정신력이 단단해진 한국대표팀은 1분이라는 시간 동안 실수 없이 잘 버텨냈다.

경기가 종료된 이후에도 한국대표팀 선수들의 눈빛은 살아있었다.

이들 모두 필사적으로 휴식을 취하며 연장전을 준비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신재욱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역시 통하네.’

선수들을 불러모은 뒤에 연설을 펼치고 다리를 후들거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전부 의도했던 행동이었다.

‘팀의 사기를 끌어 올리는 데에는 이것만 한 게 없지.’

연기력이 중요하지만, 성공하기만 한다면 지쳐버린 동료들에게 커다란 동기부여를 주는 방법이었다.

환생 전에도 잘 먹혔던 방법이었고, 이번에도 통했다.

신재욱은 동료들의 분위기가 달라진 걸 느끼며 다리를 주물렀다.

‘연기로 과장하긴 했지만, 힘들긴 하네. 그나저나 은퇴하면 연기에 도전해볼까?’

* * *

연장전이 펼쳐질 시간은 금방 다가왔다.

선수들에게 주어진 쉬는 시간은 아주 잠깐이었다.

아직 회복의 별로 되지 않은 선수들에게 주심은 경기를 준비하라는 압박을 줬다.

잠자코 휴식을 취하던 아르헨티나 선수들은 투덜대며 불만을 드러냈다.

“이건 미친 짓 같아. 방금 95분에 가까운 시간을 뛰었는데, 또 30분을 뛰어야 한다고?”

“젠장, 오늘 밤엔 몸살이 나겠어.”

“다리에 힘이 하나도 없는데, 어떻게 뛰어야 하지?”

“아오! 한국은 왜 저렇게 끈질긴 거야? 쟤네랑 연장전까지 갈 줄은 몰랐는데…….”

이들 모두 강한 피로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이들의 머릿속엔 여전히 ‘패배’라는 단어는 없었다.

“연장전 전반에 골 넣고 잠가버리자.”

“그래, 그냥 1골만 빨리 넣고 수비해서 버티자. 힘들어서 못 뛰겠어.”

“가능하면 2골 넣은 뒤에 버티자. 쟤네 화력은 세서 1골로는 불안해.”

한국과 4 대 4라는 스코어로 연장전까지 가게 됐지만, 그래도 무조건 이길 수 있다고 믿었다.

세계적인 선수들을 여럿 보유한 아르헨티나였기에 가능한 생각이었다.

반면 한국대표팀 선수들은 말이 없었다.

이들은 조용히 아르헨티나 선수들을 바라보며 승리를 향한 의지를 다졌다.

‘이제 곧 시작하겠네. 오늘 무조건 이겨서 4강 올라간다.’

‘집중하자. 남은 시간 동안 모든 걸 쏟아부어서 팀이 이기게 만들어 줄 거야.’

‘아르헨티나 애들도 지쳐 보여. 어차피 다들 지친 마당에 제대로 한 번 붙어보자. 한국의 무서움을 보여주마.’

‘애써 티를 안 내려고 하지만 재욱이가 완전히 지쳐버린 것 같아. 이젠 우리가 해줘야 해! 재욱이가 최대한 덜 뛸 수 있게 내가 조금이라도 더 뛰어야겠어!’

같은 시각.

신재욱은 동료들과는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 타이밍에도 메시지가 뜨네?”

연장전이 시작되기 직전에 떠오른 반투명한 메시지.

허공에 떠오른 그것을 바라보며, 신재욱은 미소를 지었다.

[체력이 1 올랐습니다!]

체력 능력치가 올랐다는 내용이었다.

“운도 좋네. 지금 상태에서 가장 도움 되는 능력이 오르다니.”

그렇게 중얼거리며, 신재욱은 시선을 옮겨 아르헨티나 선수들을 바라봤다.

저들은 각자의 자리를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연장전에 돌입할 준비를 하는 것이다.

다시 시선을 옮겼다.

이번엔 한국대표팀 선수들의 모습이 보였다.

이들도 각자의 자리를 향해 걸었다.

“어떻게 되려나?”

신재욱은 궁금했다.

경기의 흐름이 어떻게 흘러갈지.

“동료들이 생각보다 더 잘해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자신의 연설이 완전히 먹혀들었고, 한국대표팀 선수들은 승리를 향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었다.

이처럼 정신력이 강하게 무장되었을 땐 지닌 실력보다 더 좋은 경기력이 나오곤 한다.

그래서 신재욱은 기대했다.

“팀빨 좀 받아보려나?”

편안한 연장전이 되기를.

― 연장전이 시작됩니다! 전반전 15분, 후반전 15분, 총 30분간 진행되는 연장전에서 골을 넣는 팀은 어디일까요? 만약 양 팀 모두 동점으로 연장전을 끝낸다면 승부차기로 넘어가게 됩니다!

― 저는 승부차기까지 가진 않을 것 같습니다.

― 왜 그렇게 생각하시죠?

― 양 팀 모두 4골씩을 넣었을 정도로 화력이 좋은 팀이기 때문이죠. 한국엔 신재욱 선수와 이택현 선수가 있고, 아르헨티나엔 리오넬 메시 선수와 곤살로 이과인 선수가 있습니다. 물론 체력이 많이 떨어졌겠지만, 그래도 이 선수들은 언제든 골을 만들어낼 수 있는 선수들입니다.

양 팀 선수들이 움직였다.

체력이 바닥난 상태로 펼쳐진 연장전이었기에, 양 팀 선수들의 움직임은 눈에 띄게 둔해졌다.

그런데 둔해진 정도는 아르헨티나가 더 심했다.

한국대표팀 선수들은 이를 악물고 최대한 빠르게, 많이 뛰고 있었다.

― 우리 선수들이 필사적으로 뛰어주고 있습니다! 분명 서 있는 것조차 힘들어했던 선수들인데 말이죠! 대단한 정신력입니다! 어떻게든 4강에 올라가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보입니다!

― 너무 놀라운데요…? 이건 초인적인 정신력이거든요?!

반면, 유독 멀쩡하게 뛰어다니는 선수도 있었다.

“체력이 많이 좋아지긴 했어. 처음 환생했을 땐 체력이 너무 안 좋아서 놀랐었는데 말이야. 그땐 체력 능력치가 51이었는데, 지금은 91이 됐네.”

신재욱이었다.

그는 연장전이 시작된 이후, 그 누구보다도 활발하게 뛰어다녔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체력 능력치가 91이어서만은 아니었다.

[극도의 정신력]

[등급] S

[효과] 체력이 완전히 바닥났을 때, 극도의 정신력을 발휘하며 많은 시간 더 뛸 수 있게 됩니다. 특성의 효과가 발휘될 때, 컨디션이 매우 좋아집니다.

S급 특성인 극도의 정신력.

이 특성의 효과가 큰 역할을 했다.

“추가시간에 골 넣었을 때보다 오히려 지금이 컨디션은 더 좋은 것 같단 말이야?”

풀타임을 뛰고, 연장전까지 소화하는 선수답지 않은 활발한 움직임.

게다가 상대가 공을 잡으면 강한 압박까지 펼치는 플레이.

이런 신재욱의 움직임에 아르헨티나 선수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연장전이 시작된 지 단 3분 만에 아르헨티나 선수들의 동공은 크게 떨리고 있었다.

“쟤, 뭐야?! 어떻게 저렇게 뛰어다닐 수가 있는 거야?”

“…미친놈인가? 신재욱 저 녀석, 전반전이랑 후반전 내내 많이 뛰었잖아? 어떻게 지금도 뛰어다닐 수가 있는 거지?”

“미쳤군. 체력이 하비에르 마스체라노보다도 뛰어난 사람은 처음 봐.”

같은 시각.

한국대표팀 선수들의 눈동자도 흔들렸다.

다만, 아르헨티나 선수들과는 다른 이유였다.

이들은 신재욱을 보며 감동하고 있었다.

‘저렇게까지 뛰어준다고? 분명 제대로 걷지도 못할 정도로 지쳐있었는데…….’

‘재욱이는 다 지쳤으면서 저렇게 뛰어주네……정말……존경스러울 정도야.’

‘하……재욱이가 엄청 뛰어주네……힘든 거 다 아는데…….’

한국대표팀 선수들 모두 신재욱의 체력이 바닥났다고 믿고 있었기에 생긴 일이었다.

이들은 신재욱이 오로지 팀을 위해서 힘든 걸 참아가며 정신력으로 뛰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런 생각들은 한국대표팀 선수들의 정신력을 더욱 강하게 만들어줬다.

― 어어? 뭐죠?

― 좋은데요? 오오오!

연장전 전반 3분 40초.

한국이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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