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빨로 축구천재-204화 (204/224)

204

* * *

경기장의 분위기는 뜨겁게 불탔다.

갑자기 터진 이택현의 골 때문이었다.

― 이택현 선수가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본인의 능력을 보여줍니다! 멋진 골이네요!

― 아르헨티나의 오프사이드 트랩을 뚫어내는 움직임과 신재욱 선수의 패스를 받을 때의 퍼스트 터치도 환상적이었지만, 무엇보다도 대단한 건 골문 앞에서 침착하게 수비수 한 명을 제치고 골을 넣었다는 겁니다! 이런 침착함은 아무나 가질 수 없는 능력이거든요!

― 이택현 선수! 킬러입니다!

한국의 분위기는 살아났다.

이택현은 늘 하던 백덤블링 세리머니를 펼친 뒤, 동료들과 끌어안으며 기뻐했다.

‘좋은 마무리였어.’

신재욱도 미소를 지었다.

‘쟨 진짜 천재라니까.’

환생 전, 유럽에서 생활하며 재능 있는 선수들을 굉장히 많이 봐왔지만.

이택현만큼 뛰어난 재능을 지닌 선수는 거의 없었다.

단순히 축구 실력에 관련된 재능만 뛰어난 게 아니었다.

열정과 끈기도 보통 선수들과는 달랐다.

신재욱의 훈련 스타일에 이 정도로 따라오는 선수는 없었으니까.

대부분 중간에 포기해버렸으니까.

‘같이 훈련하고 싶다던 친구들은 많았지만, 다들 못 버텼었는데 이택현은 다르단 말이야?’

물론 이택현이 지금과 같은 플레이를 항상 보여주는 건 아니었다.

매번 같이 있었기에 알 수 있었다.

오늘 이택현의 컨디션이 유난히 좋은 편이라는 걸.

‘덕분에 좀 더 편하게 뛸 수 있겠어.’

신재욱의 미소가 짙어졌다.

동료의 컨디션이 좋은 건 언제든 환영이었다.

자신을 향한 견제가 줄어들 테니까.

만약 줄지 않는다면, 동료가 무언가를 해줄 테니까.

― 아르헨티나의 압박이 굉장히 강해졌죠? 그리고 아르헨티나 선수들이 조금은 신경질적으로 변한 것 같지 않습니까?

― 그렇습니다. 분위기를 바꿔나가려던 차에 실점을 해버렸기 때문에, 마음도 급해지고 기분도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우리 선수들은 상대의 저런 모습에 대응해줄 필요가 없습니다.

해설들의 말처럼 아르헨티나 선수들은 압박의 강도를 높였고, 감정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그만큼 경기가 풀리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집중해요! 상대 압박 강하니까 볼 처리 최대한 빠르게 처리해주세요.”

신재욱은 재빨리 소리쳤다.

동료들의 집중력을 일깨워주는 말이었다.

한국 선수들은 곧바로 짧은 패스 위주로 경기를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좋아, 이러면 아르헨티나가 답답해지지.’

만족스러운 변화였다.

그러나 한국 선수들은 빠른 템포로 패스를 주고받는 것에 강한 팀이 아니었다.

몇몇 선수가 패스 상황에서 불안한 볼 처리를 하며 공을 뺏기는 모습을 보여줬다.

당연하게도 한국은 몇 번의 위기를 맞았다.

― 리오넬 메시! 순식간에 두 명을 제치고…… 아! 위험합니다! 오우! 리오넬 메시의 슈팅이 골대에 맞습니다…!

― 너무 위험한 장면이었습니다! 우리 선수들이 필사적으로 붙어봤지만, 막아내지 못했습니다…! 리오넬 메시 선수는 정말 무섭네요!

― 에세키엘 라베시가 돌파했습니다! 윤성영 선수를 속도로 제압해버립니다!

― 라베시! 크로스를 올립니다! 막아야 합니다!

― 곤살로 이과인! 헤더! 우오오오! 벗어났습니다! 골대 위를 살짝 벗어나는 이과인 선수의 헤더!

― 아르헨티나의 화력은 역시 강력하네요! 우리 선수들이 조금만 더 힘을 내주길 바랍니다!

다행인 건 아르헨티나에게 골 운이 없었다는 것이었다.

이처럼 몇 번이나 실수하며 위기를 맞았지만.

그래도 한국은 짧은 패스 위주로 플레이하며 아르헨티나의 압박에 대응했다.

불안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개인 기량이 떨어지는 한국 선수들에겐 이게 최선이었으니까.

‘그래도 어찌어찌 잘 상대하고 있네.’

신재욱은 끊임없이 주변을 관찰하며 경기의 판을 읽고 있었다.

위기를 몇 번 맞았지만, 이 정도는 예상 범위 안이었다.

실점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좋은 상황이었다.

‘슬슬 우리한테 기회가 올 때가 되기도 했고.’

한국 선수들이 짧고 빠른 패스 위주로 플레이할 때.

신재욱은 짧은 패스 정도가 아니라, 아예 원터치 패스만 구사하며 더 빠르게 볼 처리를 했다.

상대 선수들에게 집중 견제를 받는 지금 같은 상황에선 매우 효율적인 움직임이었다.

더 나아가 신재욱은 도전적인 패스보다는 안정적인 연계에 집중했다. 가장 안정적인 경로로 패스하며 무난한 플레이를 펼쳤다.

아르헨티나의 수비수들을 안심시키기 위함이었다.

‘이쯤 되면 통하겠군.’

신재욱의 눈이 빛났다.

몇 번의 반복된 패턴에 익숙해진 아르헨티나 수비수들이 어느 순간부터는 가깝게 달라붙지 않고 있었다.

어차피 원터치로 패스할 것을 알기에 굳이 힘을 빼지 않는 것이다.

그저 신재욱의 패스 경로를 예상해서 막아서며 방해할 뿐이었다.

그리고 이때.

신재욱은 슈팅을 시도했다.

퍼어엉!

18m 거리에서 때려낸 공이 빠르게 쏘아졌다.

무회전 슛.

환생 전에도 매우 즐겨 썼고, 최근에도 자주 구사하는 슈팅이었다.

‘이게 골키퍼가 막기 되게 어려운 슛이거든.’

쭉 뻗어나가던 공이 갑자기 강하게 흔들렸다.

이윽고 예측할 수 없는 궤적으로 휘어졌다.

“이런!”

아르헨티나의 골키퍼 세르히오 로메로의 얼굴이 구겨졌다.

공의 궤적을 예측하기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그는 아르헨티나 국가대표팀의 주전 골키퍼답게 몸을 날렸다. 공의 움직임을 예측하며 움직인 것이다.

“막을 수 있어!”

무회전 슛의 무브먼트가 지저분하고, 궤적을 예측하기 어렵지만.

많이 보다 보면 어느 정도는 대응은 할 수 있었다.

지금도 그랬다.

세르히오 로메로 골키퍼는 경험 많은 골키퍼답게 공의 방향을 맞추며 몸을 날렸고, 팔을 쭉 뻗었다.

놀랍게도 공을 건드리기까지 했다.

투욱!

아슬아슬했지만, 세르히오 로메로 골키퍼는 공을 골대 바깥으로 밀어내는 것에 성공했다.

― 으어어어! 이게 안 들어가네요! 신재욱 선수의 회심의 슈팅이 골키퍼에게 막혔습니다!

― 너무 아쉬운데요? 정말 잘 때린 슈팅이었거든요? 하필이면 세르히오 로메로 골키퍼의 슈퍼세이브가 나오네요.

해설들이 탄식했다.

그만큼 한국에겐 아까운 장면이었다.

“이걸 막아?”

신재욱도 헛웃음을 흘렸다.

황당할 정도로 대단한 선방이 나와버리며 꾸준히 심리전을 펼치며 만들어낸 기회가 날아갔다.

선수에 따라선 멘탈이 흔들릴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신재욱은 흔들리지 않았다.

“막힐 수도 있지. 다음엔 더 잘 차야겠어.”

차분하게 다음을 바라봤다.

* * *

남은 시간은 길지 않았다.

5분 정도가 지나면 전반전이 종료되게 된다.

2 대 1로 밀리고 있는 아르헨티나는 더욱 공격 속도를 높이며 골을 만들려고 했다.

한국의 수비는 5분 내내 두들겨 맞으며 위태로운 모습을 보여줬지만, 몸을 던져가며 아르헨티나의 공격을 막아냈다.

― 전반전이 종료됩니다!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한국이 2 대 1로 앞서나갑니다!

― 우리 선수들이 정말 기적을 만들어낼 수도 있을 것 같지 않습니까?

― 가능합니다! 이미 기적을 만들어내고 있는 팀이지 않습니까! 우리 선수들이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아르헨티나의 무서운 공격들을 필사적으로 막아내는 모습은 특히나 감동적이었습니다!

전반전이 종료됐다.

경기가 잠시 중단되는 쉬는 시간이었지만, 시청률은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더 올랐다.

더불어 경기장에 있던 관중들은 자리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만큼 전반전이 준 여운은 컸다.

“아르헨티나와 한국의 경기가 이렇게 재밌을 줄이야……!”

“한국이 경기력에선 밀렸지만, 스코어는 앞서나가네? 하하…! 이건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이야.”

“한국의 경기력이 생각했던 것보다 좋잖아? 괜히 8강에 올라온 게 아니라는 건가?”

“아르헨티나가 이렇게까지 고전할 줄은 몰랐는데……역시 신재욱이랑 이택현은 바이에른 뮌헨에서 뛰는 선수들답게 완전히 클래스가 달랐어.”

“전반전이 너무 짧게 느껴졌어. 나만 그런 건 아니겠지?”

“양 팀이 치고받다 보니까 더 그렇게 느껴졌던 것 같아. 두 팀 모두 패스의 템포가 굉장히 빠르기도 했고 말이야.”

“양 팀 모두 컨디션이 좋아 보여. 근데 아르헨티나에겐 골 운이 너무 안 따르더라. 솔직히 아르헨티나가 스코어에서 앞서가도 이상하지 않은 경기였어.”

후반전이 시작됐다.

양 팀 선수들의 체력은 많이 떨어져 있었다.

전반전 내내 많이 뛰고 서로를 강하게 압박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선수 교체는 없었다.

아직은 이른 시간이기도 했고, 양 팀 선수들 모두 컨디션이 좋았으니까.

― 아르헨티나가 우리 선수들을 강하게 압박합니다! 기석용 선수가 좋은 탈압박을 보여주네요!

― 기석용 선수는 매번 중원에서 본인의 역할을 잘해 주는 선수죠.

기석용은 오른쪽 측면에 있던 이청영에게 공을 연결했다.

이청영은 드리블 돌파에 자신감이 있는 선수였지만, 지금은 쉽게 시도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르헨티나의 측면수비수가 파블로 사발레타였기 때문이었다.

그는 프리미어리그의 강팀 ‘맨체스터 시티 FC’의 주전 선수일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지닌 수비수였기에, 이청영을 상대로 빈틈을 내주지 않았다.

툭!

결국, 이청영은 이렇다 할 시도를 해보지도 못하고 이택현에게 공을 넘겼다.

답답한 마음을 가지고 있던 이택현은 즉시 과감하게 움직였다.

돌파와 슈팅을 목적으로 드리블하며 골대와의 거리를 좁혔다.

하지만 이택현 역시도 쉽게 전진하지 못했다.

하비에르 마스체라노가 앞을 막아섰기 때문이었다.

막아내기로 마음먹은 선수는 아예 경기장에서 지워버릴 정도로 뛰어난 수비 능력을 지닌 월드클래스 수비형 미드필더.

마주 선 것만으로도 숨이 막혀오는 느낌이었지만.

그랬음에도 이택현은 승부를 피할 생각이 없었다.

“할 수 있어.”

마스체라노를 상대로 일대일 돌파를 시도했다.

“난 일대일 수비 능력이 괴물처럼 좋은 친구와 매일 훈련하거든.”

지금 이 순간, 이택현의 머릿속엔 떠올랐다.

그의 스승과도 다름없는 신재욱의 모습이.

“그 친구가 보고 있는데, 절대 질 수 없지.”

“뭐라는 거야? 설마 날 뚫겠다고?”

“그래, 뚫어주마!”

“웃기는 놈이군!”

하비에르 마스체라노가 코웃음을 치며 자세를 낮췄다.

그때, 이택현이 속도를 높였다.

양발을 모두 잘 쓰고 빠른 스피드와 뛰어난 민첩성을 지닌 선수답게 전진하는 것만으로도 위협적이었다.

그런데 상체를 좌우로 흔들며 바디페인팅까지 사용했다. 다리로는 공을 부드럽게 컨트롤하며 언제든지 방향을 전환할 수 있게 유지했다.

움찔!

하비에르 마스체라노의 눈이 흔들렸다.

“이 자식, 뭐야?”

전 세계에서 가장 수비력이 좋은 선수 중 하나라고 평가받는 선수답게 알 수 있었다.

빠르게 다가오는 이택현의 드리블 실력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경기 전에 이미 분석을 마쳤음에도 머리가 복잡해졌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가 분석했던 정보에 없던 패턴의 움직임을 이택현이 보여주고 있었으니까.

“못 봤던 패턴인데……!”

하비에르 마스체라노의 눈동자가 더욱 크게 흔들렸다.

이택현의 페인팅에 속아버리며 중심이 흔들려버렸다.

그 순간 이택현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못 봤을 수밖에 없지. 널 뚫으려고 그저께부터 재욱이랑 연습한 거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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