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빨로 축구천재-201화 (201/224)

201

* * *

한국은 월드컵 8강에 진출했다.

놀라운 일이었다.

전체적인 전력으로 봤을 때, 8강에 올라갈 가능성이 적은 팀이었으니까.

실제로 전 세계 축구팬들은 놀랍다는 반응을 드러냈다.

대부분의 축구팬들은 한국이 8강에 진출한 것은 기적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한국의 축구팬들 역시 이 일을 두고 기적이라고 여기며 기뻐했다.

또한, 한국 축구팬들은 한국 대표팀이 더 높은 곳도 올라갈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을 얻었다.

그러나 이건 한국팬들만의 기대일 뿐, 전 세계 축구팬들의 생각은 달랐다.

전 세계 축구팬들은 한국의 기적은 이제 끝이라고 생각했다.

더 이상의 이변과 기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상대가 아르헨티나였기 때문이었다.

└ 한국은 이제 끝이군. 하필이면 아르헨티나를 만났어.

└ 아르헨티나라니…… 한국이 우승 후보를 만나버렸군.

└ 아쉽네. 한국을 응원하고 있었는데, 더 올라가진 못하겠어. 그래도 대단하네. 8강이면 충분히 잘한 거니까.

└ 나는 한국이 이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아르헨티나의 스쿼드를 보니 안 되겠더라. 곤살로 이과인, 리오넬 메시, 앙헬 디 마리아, 에세키엘 라베시, 하비에르 마스체라노 같은 선수들이 있는 팀을 어떻게 이기겠어?

└ 아르헨티나의 공격진은 이번 월드컵에 나온 팀 중에서 최고야. 한국의 약해빠진 수비수들로는 아르헨티나의 공격을 절대 못 막을 거야.

└ 신재욱과 이택현을 보유한 한국도 충분히 할만하다고 말하고 싶지만…… 아르헨티나를 막기엔 한국의 수비는 너무 끔찍한 수준이야.

└ 곤살로 이과인과 리오넬 메시, 에세키엘 라베시, 앙헬 디 마리아로 이뤄진 공격진은 어떤 팀을 상대로도 골을 수 있는 팀이지. 한국은 아마 많은 실점을 하며 패배하게 될 거야.

└ 아르헨티나는 유력한 우승 후보지. 한국은 기적적으로 8강에 올라온 팀이고. 자, 생각해봐. 어디가 이기겠어?

└ 당연히 아르헨티나가 이기지! 아르헨티나가 4강에 쉽게 올라가겠군.

└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가 월드컵 우승 타이틀을 따내는 날이 가까워지고 있어!

아르헨티나.

세계적으로 명성을 날리고 있는 선수들을 바탕으로 엄청난 화력을 뿜어내는 팀이다.

더군다나 축구의 신이라고 불리는 리오넬 메시를 보유한 팀이기도 했다.

이런 팀을 만나게 됐다는 건 한국 대표팀의 분위기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대박…… 리오넬 메시를 본다고?”

“아오! 하필 아르헨티나를 만나냐. 개빡겜 하겠네.”

“역시 8강에 올라가니까 말도 안 되는 상대를 만나는구나…….”

“윽…… 4강에 가는 꿈을 꿨는데, 개꿈이었나? 웬 아르헨티나를 만나고 난리야……?”

한국 대표팀 선수들은 자신감이 떨어진 모습을 보이며 훈련에 임했다.

특히 수비수들의 경우엔 정도가 더 심했다.

“와…… 내가 메시를 상대하게 되네. 이거 꿈 아니지…?”

“막을 수 있겠냐? 메시랑 이과인이랑 디 마리아는 진짜 너무 잘하는 선수들이잖아.”

“…그건 모르겠어. TV로 봤을 때도 엄청 잘하면 실제로 상대했을 땐 더 잘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으니까…… 근데 솔직히 탈탈 털리지 않을까……?”

“최대한 막아보자. 물론 완벽하게 막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봐야지.”

“에이 씨…… 팬들한테 욕 오지게 먹겠네.”

한국의 수비수들은 이미 아르헨티나의 공격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것뿐만 아니라 아르헨티나의 공격을 막아내지 못하며 받게 될 비난도 두려워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팀은 8강에 올랐지만, 월드컵 내내 불안한 수비를 보여준 수비수들은 한국팬들에게 많은 욕을 먹고 있는 상태였으니까.

“어쩌겠냐. 수비수는 욕을 먹을 수밖에 없는 자리잖아.”

“경기 내내 잘해도 한 번 실수하면 욕먹는 게 너무……에휴! 됐다. 이런 말 해서 뭐 해. 달라지는 것도 없는데.”

“그래, 훈련이나 하자. 그리고 남은 시간 동안 컨디션 관리라도 잘하자. 컨디션까지 안 좋으면 우린 진짜 심각하게 털릴 거야.”

이런 모습을 지켜보던 신재욱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누가 보면 이미 진 줄 알겠어.”

죽기 살기로 뛰어서 팀의 8강행에 많은 영향력을 발휘했는데.

동료들은 벌써 패배를 생각하고 있다.

씁쓸한 일이었다.

그때였다.

어느새 옆으로 다가온 이택현이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재욱아, 내가 한마디 할까?”

“뭐라고 할 건데?”

“징징대면서 동료들 힘 빠지게 하지 말고 그냥 입 닥치고 수비 연습이나 하라고. 그리고 국가대표로 뽑혔으면 자부심이랑 자신감 좀 가지라고.”

신재욱이 피식 웃었다.

이택현이 하겠다는 말은 대표팀의 막내가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다.

영국이라면 모를까, 이곳은 한국이지 않은가.

최근 많이 줄었다고는 하나, 여전히 선후배 간에 규율이 존재하는 곳이다.

“그렇게 말하겠다고? 대표팀 선배들한테?”

“왜? 내가 못할 것 같아?”

“하겠지.”

“잘 알면서 왜 그래? 그리고 넌 더 잘할 수 있잖아?”

넌 더 잘 말할 수 있지 않냐고 묻는 이택현의 말.

그 말을 들은 신재욱은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긴 하지.”

* * *

자신감이 떨어진 팀의 분위기.

그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서 신재욱이 나섰다.

그 과정에서 이택현이 나서려는 걸 막았다.

거칠게 말하는 편인 이택현보단 자신이 말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으니까.

“다들 제 얘기 좀 들어주세요.”

시선을 집중시키는 건 어렵지 않았다.

대표팀에서 나이는 가장 어렸지만, 선수들 모두 신재욱을 존중하고 있었으니까.

“……?”

“재욱아, 무슨 일이야?”

“뭔 일 있어?”

선수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다들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신재욱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런 선수들의 모습을 지켜보던 신재욱은 덤덤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이야기는 길지 않았다.

현재 대표팀의 문제점과 이를 개선할 방안을 짧고 굵게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할 말은 자신감을 가지라는 겁니다. 이기지 못한다고 믿으면 정말 못 이깁니다. 반대로 이길 수 있다고 믿으면 이길 수 있습니다. 솔직하게 말할게요. 전 아르헨티나를 이길 수 있다고 믿어요. 단, 나의 동료들이 정신 차리고 뛰었을 경우예요.”

마지막으로 나온 말을 끝으로 신재욱은 침묵했다.

훈련장이 조용해졌다.

갑작스레 듣게 된 따가운 말이 선수들의 마음을 후벼팠다.

자존심이 상한 선수도 있었고, 반성하는 선수도 있었다. 선수마다 조금씩 다르게 받아들였다.

그러나 이들의 생각은 곧 같아졌다.

걸린 시간이 다를 뿐, 이들 모두 신재욱의 말에 담긴 뜻을 이해했기 때문이었다.

먼저 입을 연 선수는 대표팀의 주장 구자천이었다.

“다들 미안해. 내가 주장이면서도 팀의 분위기를 좋게 만들지 못했어.”

진심이 담긴 사과였다.

그 말을 시작으로 대표팀 선수들은 하나둘 반성하며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상대 공격수들한테 자꾸 뚫리면서 자신감이 떨어졌는데, 그걸 너무 티 내면서 팀의 분위기를 해친 것 같아요. 앞으로는 이런 모습 보이지 않겠습니다.”

“모두 미안해. 내가 대표팀에서 나이가 가장 많은 편인데, 전혀 모범적이지 못했던 것 같아. 나도 앞으로 이런 모습 절대 안 보여주고, 모든 순간에 최선을 다할게.”

“……상대가 아르헨티나라서 승산이 거의 없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이제 마음 바꿔먹으려고요. 무조건 이긴다는 생각으로 뛸 거예요.”

처음엔 어두웠던 분위기가 점점 살아나기 시작했다.

선수들의 얼굴엔 미소가 지어졌고, 떨어졌던 자신감도 다시 차올랐다.

놀랍게도 짧은 시간에 한국 선수들의 생각이 바뀌었다.

이제 이들의 머릿속에 아르헨티나를 향한 두려움은 사라졌다.

상대가 누구든 후회하지 않게, 자신감을 가지고 모든 걸 쏟아붓자는 생각만을 할 뿐이었다.

“좋아! 다들 움직임이 좋아졌는데? 너무 잘하고 있어!”

“지금 좋았어! 뭐야? 오늘 홍정오랑 김영원은 그냥 벽인데? 왜 이렇게 잘해?”

“석용아! 패스 미쳤다! 택배회사 차려도 되겠는데?”

선수들의 마인드가 바뀌어서일까?

훈련이 진행될수록 한국 대표팀의 플레이가 살아났다.

선수들은 각자의 소속팀에서 보여주던 실력을 대표팀 훈련에서도 보여줄 수 있게 됐다.

즉, 실력 발휘를 확실하게 할 수 있게 됐다.

며칠이 흘렀다.

한국 대표팀은 아르헨티나와의 월드컵 8강을 치르기 위해 버스에 올라탔다.

최근 건강한 마인드를 가진 채 담금질을 한 선수들은 비장한 표정으로 경기를 기다렸다.

‘보기 좋네.’

신재욱은 옅게 웃으며 동료들을 살폈다.

전부 집중하고 있었다.

아직 경기가 시작되기 전이었음에도 그랬다.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괜찮은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겠어.’

쉽지 않은 상대였지만, 신재욱은 진심으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근거 없는 생각은 아니었다.

‘분명 화력은 강하지만, 수비는 무게감이 있는 팀이 아니야. 충분히 공략할 수 있어.’

아르헨티나라는 팀에 대한 정보를 달달 외울 정도로 분석했기에 할 수 있는 생각이었다.

‘오늘 우린 아르헨티나를 잡고 4강에 올라간다.’

* * *

경기장에 들어가기 전.

대한민국과 아르헨티나의 선수들은 일렬로 줄을 선 채로 기다리는 시간을 가졌다.

문제는 양 팀 선수들의 거리가 너무 가깝다는 것이다.

한국 선수들의 시선은 본능적으로 움직였다.

리오넬 메시에게로.

‘진짜 메시잖아…?’

‘TV로만 보던 리오넬 메시를 바로 앞에서 보네…!’

‘신기하다.’

‘우와……리오넬 메시……!’

반대로 아르헨티나 선수들의 시선도 움직이고 있었다.

이들의 시선도 한 선수에게로 향했다.

‘신재욱이다…! 오늘 쟤를 가장 조심해야 해.’

‘신재욱…… 이 녀석이 최근 가장 잘하는 스트라이커라는 거지? 어디 얼마나 잘하나 보자.’

‘이 어려 보이는 녀석이 분데스리가 두 시즌 연속 득점왕에 바이에른 뮌헨의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끈 대단한 선수라는 거지? 놀랍구만…!’

‘곧 신계에 오를 선수를 상대해보겠군.’

그때였다.

신재욱이 돌발 행동을 했다.

리오넬 메시를 향해 걸어간 그는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그 행동이 어찌나 자연스럽고 당당했는지, 그 누구도 말릴 생각을 하지 못했다.

“반가워요, 리오넬. 오늘 멋진 경기 만들어보죠.”

그런데 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리오넬 메시가 기다렸다는 듯 웃으며 신재욱이 내민 손을 잡았다.

“좋지.”

짧은 대답에 불과했지만, 그걸 본 아르헨티나 선수들의 눈은 찢어질 듯 커졌다.

이들은 리오넬 메시가 평소에 얼마나 내성적인지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리오넬 메시가 저런 행동을 웃으면서 받아준다고? 뭐지? 메시도 신재욱을 인정하는 건가?’

‘뭐야? 메시답지 않게 왜 저래?’

‘엥? 저게 내가 아는 리오넬 메시 맞아? 평소엔 말도 거의 안 했으면서……?’

리오넬 메시와의 악수.

그 이후로도 신재욱의 돌발 행동은 끝나지 않았다.

일렬로 서 있던 아르헨티나 선수들 모두에게 손을 내밀며 짧은 대화를 나눴다.

그 모습엔 굉장한 여유가 느껴졌다.

세계 최고의 선수였던 남자만이 보여줄 수 있는 여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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