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빨로 축구천재-198화 (198/224)

198

* * *

한국의 16강 진출은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그만큼 기대치가 낮았던 팀이었으니까.

그런데 그런 한국과 비슷한 평을 받던 팀이 또 있었다.

미국.

이 팀을 강팀으로 평가하는 사람들은 없었다.

미국이 16강에 올라가기 전까지는.

「미국, 대이변 일으키며 월드컵 16강 진출!」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미국의 돌풍! 탄탄한 경기력을 보여주며 당당히 16강에 올라!」

전 세계 축구팬들은 놀라움을 드러냈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미국이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며 16강에 올랐기 때문이었다.

└ 워~~~~! 미국의 경기력이 꽤 좋은데? 어떤 팀을 상대로도 괜찮은 경기를 보여줄 것 같아.

└ 미국은 원래 축구를 별로 못하는 팀 아니었나? 언제 이렇게 강해졌지?

└ 몇 년 전부터 미국도 축구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고 들었어. 그 투자가 이렇게나 큰 효과를 불러온 거야!

└ 난 솔직히 많이 놀랐어. 미국이 이렇게 축구를 잘할 줄이야!

└ 난 미국인인데, 처음으로 미국의 축구를 흥미롭게 보고 있어. 하하! 정말 놀라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또한, 전 세계 축구팬들은 기대하기 시작했다.

모두를 놀라게 하며 16강에 오른 미국이 역시나 이변을 일으키며 16강에 오른 한국과 맞붙는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 이변을 일으킨 두 팀이 16강에서 맞붙게 됐네. 한국과 미국, 누가 이길까?

└ 그래도 한국이 이기지 않을까? 한국의 수비는 형편없는 수준이지만, 공격력만큼은 엄청나잖아.

└ 미국은 공수밸런스가 좋아. 조직력도 한국보다 더 좋은 것 같고. 그래서 난 이 경기는 미국이 이길 것 같아.

└ 벨기에를 이긴 한국이 설마 미국한테 지겠어? 벨기에와 비교하면 미국은 약팀이라고.

└ 난 미국이 이길 수 있다고 봐. 한국의 약한 수비를 잘 공략하기만 하면 충분히 이길 거야.

└ 한국의 수비는 처참하더라. 만약 내가 신재욱이었다면 힘이 쭉쭉 빠졌을 것 같아.

└ 반대로 미국은 공격력이 별로야. 미국의 경기를 볼 때 느낀 건데, 좋은 스트라이커가 있었다면 훨씬 더 많은 골을 넣었을 것 같더라고. 하지만 미국엔 그렇게 좋은 스트라이커가 없지.

그리고 지금.

한국과 미국의 국가대표팀 선수들은 모든 준비를 마친 채, 경기가 시작되길 기다렸다.

스윽!

주심이 호루라기를 입에 물었다.

이윽고 커다란 호루라기 소리가 경기장에 울려 퍼졌다.

8강전이 걸린 경기가 시작됐다는 것을 알리는 소리였다.

― 경기 시작됩니다! H조 1위로 올라온 대한민국과 G조 2위로 올라온 미국이 맞붙습니다! 이 경기에서 승리하는 팀은 월드컵 8강에 진출하게 됩니다!

― 만약 대한민국이 8강에 진출하게 되면 지난 2002년 월드컵에 이어서 2번째로 진출하게 되는 건데요, 과연 우리 선수들이 지난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8강에 오르지 못했던 숙원을 이뤄낼 수 있을까요?

― 올라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우리 선수들의 지난 경기들을 되돌아보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는 경기력을 보여주지 않았습니까? 우리 선수들이 수비에만 조금 더 신경을 써준다면 미국을 상대로 큰 점수 차로 승리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해설들은 한국의 승리를 믿고 있었다.

한국 대표팀의 수비만 개선됐다면 어렵지 않게 미국을 이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이들이 간과하는 부분이 있었다.

수비 조직력은 짧은 시간에 나아지지 않는다는 것과.

월드컵 16강이라는 높은 무대에 선 한국의 수비수들이 긴장할 수 있다는 것.

― 어…? 김영원 선수! 이런 수비는 좋지 않습니다! 치명적인 실수입니다!

― 막아야죠! 끊어내야 합니다!

대한민국의 중앙수비수 김영원의 실수였다.

미국의 미드필더 저메인 존스가 미국의 스트라이커 뎀프시를 향해 길게 패스를 뿌렸고, 김영원은 뎀프시보다 먼저 자리를 잡고 날아오는 공을 머리에 맞췄다.

여기까진 좋았지만, 골키퍼에게 보내려는 의도로 머리에 맞춘 공이 너무 약하게 날아갔다.

뎀프시는 재빨리 공을 낚아챘고, 슈팅까지 때려냈다.

퍼엉!

제대로 때려낸 슈팅이었다.

지난 벨기에전이 끝난 이후 가벼운 부상이 생긴 정석룡 골키퍼 대신에 선발로 출전한 김영훈 골키퍼는 순간 얼어붙었다.

이미 커다란 긴장감에 짓눌리던 그였는데,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맞이하며 판단이 흐려졌다.

만약 몸을 날렸다면 막아낼 수도 있는 슈팅이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머릿속이 하얗게 변하며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았으니까.

철렁!

김영훈 골키퍼.

그는 울상을 한 채로 골대 안으로 들어간 공을 바라봤다.

“망했다…….”

* * *

한국 대표팀의 분위기는 급격히 안 좋아졌다.

수비수와 골키퍼의 어이없는 실수로 경기 초반부터 실점해버렸기 때문이었다.

치명적인 실수를 범한 수비수 김영원과 골키퍼 김영훈은 몰려오는 죄책감에 괴로워했다.

다른 선수들은 이들을 위로했지만, 표정은 좋지 못했다.

짙은 아쉬움이 드러나는 건 숨겨지지 않았다.

― 아…… 너무 아쉬운 장면인데요? 이렇게 골을 허용하면 다른 선수들의 힘이 빠져버릴 수 있습니다……!

― 대한민국이 무언가를 해보기도 전에 아쉽게 실점을 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워낙 좋은 공격력을 보여줬던 선수들이지 않습니까? 자신감을 가지고 플레이하면 금방 동점 골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전반전 4분에 나온 미국의 골.

한국으로선 의욕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이때 팀의 주장인 구자천이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

“괜찮아! 괜찮아! 그럴 수 있어! 준비한 대로 해서 쫓아가자! 시간 많아!”

신재욱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실수로 인해서 기가 죽은 김영원과 김영훈에게 일부러 농담하며 분위기를 풀어줬다.

“이름도 비슷한 사람들이 같이 실수했네요? 둘은 실수했으니까 더 보여줘요. 영훈이 형은 멋진 선방 하나 해주고, 영원이 형은 상대 돌파 3번 막아줘요.”

“어…? 난 왜 3번이야?”

“헤더 실수해서 원인 제공했잖아요. 집중해서 잘 막아줘요. 훈련 때랑 지난 경기 때는 잘하셔 놓고 오늘은 왜 이렇게 긴장을 하실까? 긴장 풀고 뛰세요. 어차피 우리가 이겨요.”

“어차피 이긴다고? 그게 무슨 말이야?”

“제가 있잖아요. 저는 우리 팀이 절대 안 지게 할 거예요.”

“…잘해볼게.”

골키퍼 김영훈과 수비수 김영원의 표정이 풀렸다.

이들의 얼굴엔 여전히 죄책감이 남아있었지만, 그래도 이들을 강하게 짓누르던 긴장감은 많이 줄어들었다.

신재욱의 말이 허세로 느껴지지 않았다.

함께 훈련하고, 함께 월드컵에 참여하면서 충분히 느끼고 있었다.

뱉은 말을 지킬 수 있는 천재라는 걸.

‘재욱이가 그렇다면 그런 거야. 쟨 분명 오늘도 골을 넣어줄걸?’

‘쟨 진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해서 저렇게 말하는 걸 거야. 난 최대한 정신 차려서 1인분이라도 확실하게 해보자.’

경기가 재개됐다.

주장인 구자천과 신재욱의 노력으로 분위기가 많이 풀리긴 했지만.

여전히 한국의 분위기는 좋다고 보기는 힘들었다.

그래서 신재욱이 움직였다.

평소보다 더 과감하게, 더 적극적으로 플레이하기 시작했다.

투욱!

동료가 보내준 공을 받은 뒤, 신재욱은 몸을 돌렸다.

그 순간 미국의 수비형 미드필더 저메인 존스가 달라붙으며 강하게 압박을 해왔다.

피지컬이 매우 좋고, 그만큼 몸싸움 능력도 뛰어난 저메인 존스의 압박.

그러나 신재욱은 평온했다.

굳이 바디페인팅을 쓰지도 않고, 저메인 존스를 힘으로 이겨냈다.

‘분석 자료에선 피지컬이 무기라고 쓰여있었는데, 별로 안 세네?’

꾸준히 피지컬 트레이닝을 하며 몸싸움 능력을 높인 결과였다.

게다가 지난 벨기에전에서 상대했던 다니엘 판바위턴 같은 선수와 비교하면, 미국의 저메인 존스는 센 편도 아니었다.

휘익! 툭!

저메인 존스의 압박을 부숴버리며, 신재욱은 속도를 높여 전진했다.

‘반칙으로 끊을 때가 됐는데.’

높은 수준의 무대에서 축구를 오래 하다 보니 어지간한 선수들의 심리는 훤히 꿰뚫게 됐다.

당연하게도 상대하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원한다면 반칙에 당해서 프리킥을 얻어낼 수 있고, 상대의 반칙을 피해내거나 버틸 수도 있다.

지금은 피하는 걸 선택했다.

‘직접 프리킥을 하기엔 멀어. 더 전진하는 게 나아.’

신재욱은 오른쪽 대각선으로 드리블하며 타이밍을 기다렸다.

상대 수비수 한 명이 나름 사각지대에서 덤벼들려고 했지만, 신재욱은 이미 고개를 좌우로 돌리며 그 움직임을 파악한 상태였다.

비록 벨기에전 이후로 체력을 완벽하게 회복하지는 못했다고는 해도, 몸 상태는 괜찮았다.

원하는 움직임을 펼칠 정도는 됐다.

휘익!

미국의 수비수 오마르 곤잘레스가 달라붙었다.

팔로 신재욱의 등을 밀쳤고, 발로 다리를 걸려고 했다.

그러나 신재욱은 그 타이밍에 맞춰서 왼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속도도 더욱 높였다.

“헉!”

반칙으로 신재욱을 막으려던 미국의 중앙수비수 오마르 곤잘레스가 당황했다.

지금은 상대 공격수를 절대 놓쳐서는 안 되는 타이밍이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그 공격수는 다른 선수도 아니고 신재욱이었다.

챔피언스리그 득점왕이자 분데스리가에서 두 시즌 연속 득점왕을 차지한 괴물 스트라이커이지 않은가.

“안 돼! 신재욱을 막아!”

오마르 곤잘레스가 다급히 소리쳤다.

그 목소리를 들은 미국의 또 다른 중앙수비수 맷 베슬러가 신재욱에게 달려들었다.

입을 꾹 다물고 거친 숨을 내쉬며 달려오는 맷 베슬러.

신재욱은 저런 얼굴을 한 수비수들을 많이 봐왔다.

저들이 높은 확률로 어떤 플레이를 펼칠 것인가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다.

‘저런 얼굴로 덤비는 수비수들은 보통 슬라이딩 태클을 하던데.’

경험을 토대로 한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맷 베슬러는 곧바로 슬라이딩 태클을 시도했고.

신재욱은 기다렸다는 듯 공과 함께 몸을 띄웠다.

툭! 타앗!

점프를 해서 상대의 슬라이딩 태클을 피해내는 플레이.

드리블 기술이 최상위권에 속한 소수의 선수만 가능한 플레이였다.

게다가 훈련 때나 나오지, 실전에선 거의 보기 힘든 장면이었다.

그래서일까?

경기장엔 엄청난 크기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우워어어어어어어!

경기를 중계하던 여러 나라의 해설들도 전부 깜짝 놀라며 소리를 질렀다.

한국의 해설들도 마찬가지로 크게 흥분한 채로 상황을 설명했다.

― 우워어어어! 이게 뭔가요?! 신재욱 선수가 말도 안 되는 움직임을 보여줍니다! 맷 베슬러 선수의 슬라이딩 태클이 들어오는 타이밍에 점프를 해서 피했습니다!

― 이야! 이건 전설적인 축구선수인 디에고 마라도나가 보여주던 플레이와 매우 흡사합니다! 과거, 디에고 마라도나는 상대의 거친 태클을 점프로 피해내곤 했거든요? 방금 신재욱 선수가 보여준 움직임은 그것과 놀라울 정도로 비슷합니다!

경기를 지켜보던 모두가 흥분하고 있을 떄.

신재욱은 여전히 침착했다.

슬라이딩 태클까지 피해내며 미국의 중앙수비수 2명을 모두 뚫어낸 상황.

슈팅하기에 최적의 타이밍이었다.

그런데 신재욱은 아직 슈팅을 시도하지 않았다.

더 전진했다.

이번엔 미국의 풀백 비즐리가 빠른 속도로 접근해왔다.

이때, 신재욱은 오른발을 휘둘렀다.

그러자 달려오던 비즐리가 몸을 날렸다. 신재욱의 슈팅을 몸으로 막으려는 움직임이었다.

촤아아악!

그러나 신재욱은 슈팅하지 않았다.

휘두른 다리에 힘을 쭉 빼며 공을 옆으로 살짝 툭― 쳐놨다.

흔히 ‘접기’라고 부르는 기술이었다.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나온 접기에 비즐리는 완벽하게 속아버렸다.

촤자자잣!

슬라이딩한 비즐리는 잔디 위로 미끄러지며 멀어졌고.

신재욱은 오직 골키퍼 한 명만이 지키고 있는 골대 안으로 슈팅을 때려냈다.

퍼어엉!

미국의 골키퍼 팀 하워드는 움직이지 못했다.

너무나도 가까운 거리에서 빠르게 날아온 공이 구석으로 파고들기까지 했으니까.

프로 골키퍼이기에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막을 수가 없는 슈팅이라는 것을.

철썩!

미국의 골망이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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