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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어를 3 대 2로 만드는 이택현의 골.
그 골은 한국 축구팬들이 함성을 지르게 했다.
이어서 나온 이택현의 보복성 백덤블링 세리머니에도 커다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환호성은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한국 축구팬들과 TV로 보던 한국 축구팬들 모두 웃음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자신이 복수해줬다고 신재욱에게 자랑하는 이택현의 행동 때문이었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택현 쟤 돌아이 아님?ㅋㅋㅋㅋㅋㅋ 대놓고 복수했다고 말하네ㅋㅋㅋㅋ 그리고 목청은 또 왜 저렇게 커?
└ 이택현은 진짜 이상하다니까ㅋㅋㅋ 왜 상대 선수 앞에 가서 백덤블링을 하는 거야?ㅋㅋㅋㅋ
└ ㅋㅋㅋㅋㅋ못 들었어? 메르턴스가 신재욱 세리머니 따라 했다고 복수해줬다잖아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개웃겨ㅋㅋㅋㅋㅋㅋ 이택현 쟤 신재욱한테 자랑하는 것 좀 봐ㅋㅋㅋㅋㅋ
└ 근데 신재욱은 창피해함ㅋㅋㅋㅋㅋ
└ 저런 거 보면 이택현이 어리다는 게 보임ㅋㅋㅋ 덩치만 컸지 걍 애네ㅋㅋㅋ
└ 한국 나이로 20살이니까 어리지. 근데 진짜 특이한 성격이긴 한 듯ㅋㅋㅋ
같은 시각.
신재욱은 관중석에서 끊이지 않고 터져 나오는 웃음소리를 들으며, 숙였던 고개를 들었다.
붉어졌던 얼굴이 간신히 원래대로 돌아왔다.
“부끄러움은 나의 몫인가?”
이택현의 이상한 행동은 오래 봐왔음에도 도저히 익숙해지지 않았다.
매번 당황스러웠다.
특히 지금처럼 상대 선수 앞으로 달려가서 백덤블링을 하는 행동은 더더욱 당황스럽다.
하지만 어찌 됐건 결과는 좋았다.
이택현의 골로 스코어는 3 대 2가 됐고, 한국 대표팀 선수들은 정신적으로 큰 힘을 얻었다.
“택현이 골 덕분에 3 대 2가 됐어! 충분히 이길 수 있으니까 조금만 더 힘내자!”
“집중하면 막을 수 있어! 쟤들 드리블에 쫄지 말고, 쉽게 발 뻗지 마! 그냥 최대한 슈팅각이랑 돌파각만 안 주면서 천천히 막아보자!”
“벨기에의 공격이 무섭긴 하지만, 그럴수록 우리도 더 공격을 시도해야 해. 그래야 이길 수 있어.”
“공격이 최고의 방어라는 거죠? 인정!”
전력에서 훨씬 강하다고 평가받던 벨기에를 이길 수 있다는 희망도 생겼다.
그때였다.
신재욱도 손뼉을 크게 치며 대표팀 동료들에게 소리쳤다.
“다들 잘하고 있어요! 우리 이길 수 있으니까 더 자신감 있게 하죠!”
이처럼 한국 대표팀이 기세를 높이고 있을 때.
벨기에의 분위기는 달아오르고 있었다.
이들은 분위기를 주도하던 상황에서 오히려 한국에게 골을 허용해버렸기에 자존심이 상한 상태였다.
“빨리 골 넣어서 동점 만들고, 스코어 차이도 크게 벌려버리자. 쟤들 공격력은 세서 우리도 이기려면 골을 많이 넣어야 해.”
“신재욱이랑 이택현이 너무 잘해서 골을 안 먹히긴 어려울 것 같고, 쟤들 수비가 약하니까 더 과감하게 공격해보자.”
“정신 좀 차리자! 한국한테 질 순 없잖아?”
“우리가 한국 대표팀한테 3 대 2로 밀리고 있네. 이거 꿈은 아니지? 창피해서 죽을 것 같으니까 빨리 골 넣자.”
벨기에 선수들은 집중력을 높였다.
이대로라면 정말 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벨기에 선수들에겐 커다란 동기 부여가 된 것이다.
― 뭔가 벨기에 선수들의 연계가 부드러워진 것 같지 않습니까? 움직임도 더 날카로워졌고요.
― 정말 그렇네요. 대단합니다. 스코어에서 밀리게 되면서 마음이 급해질 만도 한데, 벨기에 선수들의 움직임을 보면 급하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습니다. 분명 경기 템포는 높인 것 같은데 말이죠.
벨기에의 공격진을 이루고 있는 로멜루 루카쿠, 드리스 메르턴스, 에덴 아자르와 미드필더진을 마루앙 펠라이니, 무사 뎀벨레, 케빈 더브라위너.
이들은 무서울 정도로 정확한 패스를 주고받으며 한국 대표팀을 압박했다.
한국 선수들이 적극적으로 압박을 시도하고 있지만, 공을 뺏어내기엔 역부족이었다.
선수들 개개인 모두 탈압박이 좋은 벨기에를 상대로 공을 뺏는 건 원래도 어려운데, 지금은 벨기에 선수들 모두 동기 부여가 확실하게 되며 높은 집중력을 유지하고 있었으니까.
― 드리스 메르턴스! 엄청난 드리블이네요! 윤성영과 기석용 두 명을 상대하면서도 기어코 돌파해냈습니다!
― 전반전에 교체되어 들어온 이유가 있네요. 드리스 메르턴스 선수, 우리 수비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드리스 메르턴스는 뛰어난 드리블러답게 한국 선수 2명을 상대로도 피하지 않고 돌파를 선택했고, 성공해냈다.
― 막아야 합니다! 드리스 메르턴스 선수는 슈팅도 강력한 선수라는 걸 잊어선 안 됩니다!
한국의 수비진은 깜짝 놀라며 진열을 재정비했다.
다급한 정비였지만, 대응은 나쁘지 않았다.
특히 중앙수비수 홍정오는 빠르게 각을 좁히며 드리스 메르턴스가 장기인 오른발 슈팅을 때리지 못하게끔 방해했다.
그러나 문제가 있었다.
벨기에 대표팀엔 슈팅 능력이 좋은 선수가 매우 많다는 것이었다.
툭!
드리스 메르턴스는 기다렸다는 듯 뒤로 공을 뺐다.
뒤에서 달려오는 동료라면 충분히 골을 넣어줄 것이란 믿음이 있었다.
“케빈, 네 거야.”
케빈 더브라위너.
세계적인 수준의 선수들이 득실득실한 벨기에 대표팀 내에서도 가장 킥이 좋은 선수.
그가 공을 향해 다리를 휘둘렀다.
드리스 메르턴스가 흘려준 공은 슈팅하기에 아주 좋았고, 케빈 더브라위너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퍼어엉!
제대로 맞은 슈팅이었다.
킥이 강력하고, 정확도가 높은 케빈 더브라위너가 때려낸 공.
그 공은 한국의 골대 상단 구석으로 너무나도 날카롭게 휘어져 들어갔다.
오늘 좋은 선방을 여러 번 보여줬던 정석룡 골키퍼가 기민하게 몸을 날리며 팔을 뻗었지만.
크게 휘어져 들어가는 공을 건드리지 못했다.
우와아아아아!
벨기에의 골을 기다렸던 관중들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이들은 잔뜩 흥분한 채 케빈 더브라위너의 이름을 연호했다.
― 케빈 더브라위너! 엄청난 슈팅으로 골을 집어넣습니다! 벨기에, 정말 무섭네요! 경기는 이제 3 대 3 동점이 됐습니다!
― 벨기에 선수들이 지난 경기들보다 더 강력한 경기력을 보여주는 것 같은데요? 이 선수들 정말 이기고 싶은 모양입니다.
― 벨기에의 팬들도 엄청난 환호를 보내고 있습니다. 16강행을 확정했음에도 팬들의 응원이 장난이 아니네요.
― 하하! 이 경기는 벨기에의 팬들에게도 자존심이 걸린 경기일 테니까요.
3 대 3 동점을 만든 이후.
벨기에는 계속해서 공격을 시도하며 한국을 위협했다.
― 에덴 아자르! 공을 뺏기질 않습니다!
양쪽 측면에선 에덴 아자르와 드리스 메르턴스가 뛰어난 드리블 실력을 발휘하며 한국의 수비를 흔들었고.
― 로멜루 루카쿠! 이 선수를 막으려면 최소한 2명을 붙어줘야 할 것 같습니다!
― 홍정오 선수와 김영원 선수도 몸싸움에서 쉽게 밀리는 선수가 아닌데, 로멜루 루카쿠 선수 앞에선 거의 튕겨 나가고 있습니다.
로멜루 루카쿠는 특유의 피지컬을 이용해 한국의 센터백들을 괴롭혔다.
게다가 벨기에는 체력이 떨어진 로멜루 루카쿠 대신 디보크 오리기를 투입하며 더욱 공격을 강화했다.
새로 투입된 디보크 오리기 역시 뛰어난 피지컬로 한국의 수비를 괴롭혔다.
이처럼 계속해서 밀리다 보니 한국의 공격 기회는 생기지 않았다.
막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없었다.
그래서일까?
어느새 신재욱까지 밑으로 내려와 수비에 가담하고 있었다.
심지어 신재욱은 몸을 날리는 태클로 벨기에의 좋은 슈팅을 막아내기까지 했다.
― 신재욱 선수! 수비 가담이 굉장히 좋습니다! 정말 팀을 위해서 희생하는 플레이를 망설임 없이 해주네요!
― 신재욱 선수는 오늘 2골이나 넣은 스트라이커이면서 골이나 다름없던 벨기에의 슈팅까지 막아주네요! 너무나도 든든합니다!
해설들의 칭찬이 쏟아졌지만.
정작 신재욱의 표정은 굳어있었다.
‘벨기에의 공격이 매섭네. 팀이 밀리는 흐름을 한 번 뚫어줘야 하는데, 쉽지 않아.’
계속해서 상대의 실수를 기다리고 있지만, 벨기에의 선수들은 영악했다.
공격을 시도하면서도 라인을 잘 유지했고 실수도 없었다.
겉으론 과감하게 드리블 돌파를 하는 것 같지만, 한 선수가 드리블할 때마다 다른 한 선수가 뒤에서 꼭 지원을 해줬다.
그때였다.
한국의 골문을 계속해서 두드리던 벨기에가 기어코 골을 터트렸다.
신재욱이 손쓸 수 없는 위치에서 나온 골이었다.
― 들어갔습니다…!
― 아…! 교체되어 투입된 디보크 오리기가 골을 넣어주네요. 케빈 더브라위너 선수의 어시스트입니다!
― 케빈 더브라위너 선수가 뒤로 돌아 들어가는 디보크 오리기 선수를 정확히 보고 줬네요. 상대 팀이지만, 아름다운 골입니다.
케빈 더브라위너의 넓은 시야와 정확도 높은 패스가 빛난 장면이었다.
페널티박스 안쪽으로 침투하는 디보크 오리기를 향해 얼리크로스를 뿌렸고, 디보크 오리기는 머리로 공을 건드리며 방향을 바꿔놨다.
― 디보크 오리기 선수의 골로 스코어는 4 대 3이 됩니다. 오늘 골이 굉장히 많이 나오네요.
― 그만큼 양 팀의 화력이 강력하다는 거겠죠. 더 흥미로운 건 지금 스코어로 끝나지 않을 것 같다는 겁니다. 적어도 2골은 더 나올 분위기이지 않습니까?
― 그렇습니다. 양 팀 선수들 모두 이대로 끝낼 생각이 없는 것 같습니다. 두 팀 모두 기회가 생기면 굉장히 공격적으로 플레이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이왕이면 골을 넣는 팀이 우리 대한민국이었으면 좋겠네요.
디보크 오리기에게 골을 허용하며 3 대 4로 밀리게 된 상황.
한국은 동점 골을 만들기 위해 라인을 올리며 패스를 주고받았다. 하지만 그 과정은 쉽지 않았다.
강하게 들어오는 벨기에의 압박 때문이었다.
중원의 중심에 있는 기석용의 탈압박이 괜찮은 편이지만, 벨기에 선수 2명을 상대로 안정감을 유지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었다.
또 다른 미드필더 김국영은 탈압박이 그다지 좋은 선수가 아니었다.
당연히 벨기에의 압박을 이겨내고 전진 패스를 뿌리는 건 어려웠다.
그때였다.
“공격진들 다 밑으로 내려가서 받아줘요!”
신재욱이 공격진을 진두지휘했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선 위에서 공을 받으려고 하면 오히려 역습을 허용할 수 있기에, 내려가서 공을 받아주는 게 최선의 판단이었다.
밑으로 내려가서 공을 받아주다 보면 체력 소모가 클 수밖에 없지만, 현재 한국 공격진의 체력엔 문제가 없었다.
플레이 특성상 체력 소모가 큰 손훈민 대신 구자천이 교체 투입됐고, 많이 지친 이청영 대신 지동운이 투입됐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신재욱과 이택현의 체력은 한국 대표팀 내에서 강철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강력했다.
후반전이었지만, 이 둘은 여전히 쌩쌩하게 뛰어다니고 있었다.
“하나 만들어보죠! 조금만 더 힘내요!”
신재욱은 상대 선수들에게 집중 견제를 받으면서도 계속해서 소리치며 팀의 기세를 북돋웠다.
‘한 번이면 돼. 한 번만 기회가 오면 살릴 수 있어.’
벨기에의 수비진은 신재욱이 공을 만지지도 못하게끔 철저히 방해했다.
선수 한 명이 맨투맨 마크를 하는 건 당연했고, 신재욱이 패스를 받으려고 할 때면 순간적으로 2~3명이 달라붙었다.
공을 잡는 것 자체가 힘든 상황.
그러나 신재욱은 계속해서 움직이며 공을 받으려고 했다.
마침내 바디페인팅을 이용해 잠깐이지만 2명의 선수를 떨어뜨린 신재욱은 공을 만질 수 있었다.
기석용이 낮고 빠르게 뿌려준 패스.
그 공을 신재욱은 잡아두지 않고, 곧바로 툭― 차 냈다.
오랜만에 공을 만질 기회였지만 욕심을 내지 않았다.
목적은 골이었기에, 더 좋은 위치에 있는 동료를 봤다.
― 신재욱 선수의 패스입니다!
신재욱이 스핀을 먹여 차낸 공은 벨기에의 페널티박스 안으로 휘어져 들어갔다.
그리고 그 공을 향해 한 선수가 달려들었다.
‘복수해준 보답이다. 택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