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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빨로 축구천재-193화 (193/224)

193

* * *

올해 온라인상에서 전 세계 축구팬들을 상대로 투표가 이뤄진 적이 있다.

현시점에서 세계 최고의 드리블러가 누구인지를 뽑는 투표였다.

그 결과 가장 많은 표를 받진 못했지만, 어렵지 않게 세 손가락 안에 들었던 선수가 있다.

첼시 FC의 에덴 아자르였다.

― 에덴 아자르! 대한민국의 수비를 휘젓고 있습니다! 우리 선수들은 이 에덴 아자르 선수의 드리블을 경계해야 합니다! 세계 최고의 리그 중 하나인 프리미어리그에서도 가장 드리블이 좋은 선수거든요!

― 경각심을 갖고 막아야죠. 이 에덴 아자르 선수를 막을 땐 절대 함부로 발을 뻗어서는 안 됩니다. 에덴 아자르는 상대가 발을 뻗는 타이밍을 보면서 드리블을 하거든요!

에덴 아자르의 드리블은 한국 대표팀에게도 아주 잘 통하고 있었다.

너무나도 쉽게 한국 수비수들을 농락했고, 좋은 슈팅도 뻥뻥 때려댔다.

― 오우! 에덴 아자르의 슈팅을 정석룡 골키퍼가 간신히 쳐냈습니다! 에덴 아자르가 코너킥을 얻어냅니다!

코너킥 상황.

수비에 가담하기 위해서 페널티박스 안으로 들어온 신재욱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럴 것 같긴 했는데.’

예상했던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냉정하게 평가했을 때, 한국의 수비수들은 에덴 아자르를 막아낼 실력이 안 된다.

이렇게 쉽게 뚫려버리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그래도 다행히 실점은 안 했어.’

신재욱은 대표팀의 골키퍼 정석룡을 힐끗 바라봤다.

최근 컨디션이 좋아 보였던 그는 몇 차례나 훌륭한 선방을 보여주고 있었다.

‘든든하네. 정석룡이 아니었으면 2골은 더 먹혔을 수도 있어.’

그때였다.

신재욱이 기민하게 움직였다.

에덴 아자르가 코너킥을 찼기 때문이었다.

‘내가 같이 막아줘야 해.’

지금과 같은 세트피스 상황에서 가장 위협적인 선수는 벨기에의 스트라이커 로멜루 루카쿠였다.

191cm에 100kg이 넘는 거대한 체격을 지녔고, 그에 어울리지 않는 빠른 스피드와 운동능력을 보유한 괴물.

그게 바로 로멜루 루카쿠였다.

‘우리 수비 한 명으로는 못 막을 테니까.’

혹시나 동료가 막아줄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신재욱은 로멜루 루카쿠가 지닌 능력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으니까.

‘절대 못 막아.’

현재 로멜루 루카쿠를 마크하고 있는 선수는 한국의 수비수 홍정오였고, 신재욱은 그쪽으로 바짝 붙은 채로 몸을 띄웠다.

퍼억!

신재욱은 홍정오와 함께 로멜루 루카쿠와 부딪쳤다.

단단한 바위와 부딪친 느낌이었다.

‘로멜루 루카쿠 이 친구의 피지컬은 괴물이라니까.’

공중볼 경합을 하는 것만으로도 몸에서 강한 통증을 느꼈다.

그러나 경합의 결과는 좋았다.

― 신재욱 선수가 공을 걷어냈습니다! 홍정오 선수가 홀로 로멜루 루카쿠 선수를 막는 게 어렵다고 판단했는지, 도움을 줬네요. 신재욱 선수가 이제는 수비에서도 영향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 워낙 공중볼 경합에 강한 선수이지 않습니까? 로멜루 루카쿠 선수 역시 엄청난 피지컬과 신체능력을 지닌 선수라지만, 신재욱 선수도 쉽게 밀리지 않을 선수거든요!

다행히 위기를 넘겼지만, 한국의 수비진은 계속해서 불안한 모습을 보여줬다.

에덴 아자르, 로멜루 루카쿠, 무사 뎀벨레, 마루앙 펠라이니, 스테번 드푸르, 케빈 미랄라스는 날카로운 패스와 슈팅을 계속해서 시도하며 한국의 골문을 노렸다.

‘웬만하면 수비수들한테 넘어가기 전에 막아줘야겠는데?’

신재욱은 넓은 시야와 많은 경험을 이용해 계속해서 상황을 파악했다.

승리할 확률을 높이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서 계속해서 고민했다.

그러면서도 공을 잡을 때면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 신재욱 선수가 공을 지켜냅니다. 이 선수는 정말 든든하네요! 최전방에서 공을 잡으면 꼭 동료에게 연결해줍니다. 벨기에의 수비수들 사이에서도 절대 공을 뺏기질 않고 있고요!

전방에 있던 신재욱이 공을 잡았다.

이택현이 건네준 공이었다.

‘이번엔 과감하게 때려봐야겠어.’

신재욱은 공을 받을 때부터 슈팅을 마음먹고, 몸을 돌리려고 했다.

그러나 그 의도를 빠르게 눈치챈 다니엘 판바위턴이 이미 강한 압박을 펼쳤다.

퍼억!

다니엘 판바위턴 같은 거구를 등진 채로 몸을 돌리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웬만한 공격수는 그의 앞에서 감히 몸을 돌릴 생각을 못 한다.

이미 세계적인 수준의 스트라이커가 된 신재욱에게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불가능한 일도 아니었다.

‘단순히 힘으로 보면 내가 밀리겠지만, 축구는 기술도 중요하거든.’

신재욱은 소속팀인 바이에른 뮌헨의 팀훈련에서 동료 수비수들과 많은 대결을 해왔다.

승률 역시 매우 높았다.

바이에른 뮌헨의 수비수들은 세계적인 실력을 지닌 선수들이었지만, 신재욱을 잘 막아내지 못했다.

그리고 그 수비수엔 다니엘 판바위턴도 포함이었다.

툭! 휘익!

신재욱은 다니엘 판바위턴을 등진 채, 공을 컨트롤하며 왼쪽으로 몸을 틀었다.

다니엘 판바위턴은 신재욱이 왼쪽으로 돌지 못하게끔 막아섰다. 하지만 신재욱의 움직임이 더 빨랐다.

이미 어깨를 집어넣으며 강하게 파고들었으니까.

“이런!”

다니엘 판바위턴이 당황하며 팔을 뻗었다.

그는 여러 번 경험해봤기 때문에 알고 있었다.

이대로 신재욱을 놓치면 팀이 큰 위기를 맞게 될 거라는 걸.

그래서 반칙이라는 걸 알면서도 손을 뻗은 것이었다.

화악!

다니엘 판바위턴은 신재욱의 유니폼 상의를 잡아당겼다.

“아 왜 옷을 잡고 그러실까?”

전진하려던 신재욱이 움직임을 멈췄다.

유니폼을 붙잡힌 상황에선 앞으로 나아가는 게 쉽지 않았다. 억지로 전진하려면 할 수도 있겠지만 굳이 그럴 필요는 없었다.

삐이이익!

주심이 반칙을 선언했으니까.

― 주심이 카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다니엘 판바위턴 선수에게 옐로카드를 주네요.

― 카드를 받는 게 맞죠. 판바위턴 선수가 신재욱 선수를 놓쳤다면, 실점까지도 나올 수 있던 상황이니까요.

신재욱은 다니엘 판바위턴을 향해 장난이 섞인 짜증을 냈다.

“다니엘! 옷 찢어지겠어요.”

“안 찢어졌잖아. 그리고 이렇게라도 막아야지 어쩌겠냐?”

“우리 페어플레이하자고요. 같은 팀 동료잖아요?”

“야! 팀 동료니까 이렇게 막는 거지. 내가 네 실력을 몰라? 페어플레이 같은 거 하려다간 바로 뚫리고 실점해버릴걸?”

“대단한 수비수면서 왜 이래요?”

“대단하긴, 은퇴를 바로 앞에 둔 늙은 선수일 뿐인데.”

“약한 척 좀 하지 마요.”

“재욱, 너야말로 노인공경 좀 하는 게 어때? 널 막느라 벌써 무릎이랑 허리가 쑤신다고.”

“하하! 아마 오늘 경기가 끝나면 병원 치료 좀 받으셔야 할 겁니다.”

짧은 대화 끝에 신재욱은 다니엘 판바위턴과 주먹을 맞댄 뒤, 공을 들어 올렸다.

직접 얻어낸 프리킥을 직접 찰 생각이었다.

거리와 위치 모두 마음에 들었다.

연습할 때, 자주 프리킥 골을 넣던 위치였다.

― 신재욱 선수가 프리킥을 찰 준비를 하네요. 이 선수, 프리킥을 굉장히 잘 차죠!

― 그렇습니다. 신재욱 선수는 분데스리가에서도 프리킥으로 꽤 많은 골을 넣었고, 챔피언스리그에서도 멋진 프리킥 골을 보여준 적이 있죠. 그래서 기대가 됩니다! 지금처럼 팀이 밀리는 상황에서 프리킥 골을 넣어주면 우리 대표팀 선수들의 자신감도 더욱 높아질 것 같거든요?

신재욱은 조용히 공을 내려놓았다.

오로지 프리킥 상황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이건 넣어야지.’

쉽게 얻을 기회가 아니었기에, 더욱 살리고 싶었다.

프리킥을 성공시켜 벨기에의 기세를 조금이나마 꺾어내고 싶어졌다.

스윽!

신재욱은 주심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찰 준비가 끝났다는 신호였다.

주심은 휘슬을 불며 프리킥을 차도 좋다는 답을 줬다.

그 순간 경기장에 있던 모두가 신재욱의 움직임에 집중했다.

같은 시각, 수비벽을 세운 벨기에 선수들과 벨기에의 골키퍼 티보 쿠르투아는 긴장한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이들 모두 신재욱의 위상을 충분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얼마나 잘하는 선수인지, 프리킥을 얼마나 잘 차는 선수인지 알기에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였다.

‘어?’

신재욱의 눈엔 보였다.

벨기에의 수비벽 밑에 생긴 빈틈이.

‘공간이 있는데?’

넓은 틈은 아니었다.

공 한 개가 간신히 들어갈 정도의 작은 틈.

저곳으로 공을 집어넣는 건 매우 힘든 일이었다.

‘해보자.’

신재욱은 결정했다.

저 틈을 향해 슈팅하기로.

‘멋진 골은 도전할 때 나오는 거니까.’

공을 향해 움직였다.

타닷! 탓!

특유의 리듬으로 움직이며 점점 속도를 높였다.

그리고 마침내 공의 앞에 도착했을 때.

신재욱은 다리를 휘둘렀다.

퍼엉!

강렬한 타격음이 터졌다.

잔뜩 긴장하고 있던 벨기에의 골키퍼 티보 쿠르투아는 공의 궤적을 쫓기 위해 눈을 부릅떴다.

그러나 공의 궤적은 보이지 않았다.

보여야 할 시간이 지났음에도 보이지 않았다.

“아!”

무언가 이상함을 깨달은 티보 쿠르투아는 고개를 돌려 골대 안을 바라봤다.

공은 낮게 깔린 채, 이미 그곳을 향해 파고들고 있었다.

몸을 날리기엔 늦어버린 상황.

“으아아아!”

티보 쿠르투아는 짜증을 내며 애꿎은 잔디를 걷어찼다.

* * *

우와아아아아!

경기장에 함성이 터져 나왔다.

현장에서 엄청난 프리킥 골이 나왔기 때문이었다.

― 우와아아! 들어갔습니다! 골입니다! 신재욱 선수가 프리킥을 성공시키며 골을 터트렸습니다!

― 와……! 이걸 낮게 차서 골을 넣네요?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저희에게는 보이지 않던 틈이 신재욱 선수에겐 보이는 것 같습니다! 느린 화면으로 다시 보실까요?

― 지금 느리게 나오는 화면을 보시면 벨기에 선수들이 세운 벽에 아주 약간의 틈이 있거든요? 낮게 깔아 차면 공 하나가 딱 들어갈 만한 틈이네요. 그리고 신재욱 선수가 때린 슈팅이 그 틈으로 정확히 빠져나갔습니다!

― 이렇게 느리게 보니까 더 놀랍네요. 저 좁은 틈으로 슈팅할 생각을 한 것도 놀라운데, 그걸 성공했다는 게 더욱 놀랍습니다! 신재욱 선수는 이제 슈팅의 달인이 된 것 같네요!

관중들의 함성은 멈추지 않았다.

놀라울 정도로 높은 수준의 프리킥 골을 보여준 신재욱의 이름이 경기장 안에 울려 퍼졌다.

“이게 되네?”

수비벽 사이에 빈틈이 보여서 기습적으로 시도한 것이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더 훌륭하게 성공해버렸다.

겉으로 티를 내고 있진 않았지만, 솔직히 신재욱도 놀라고 있었다.

“이 맛에 도전하지.”

멋진 골을 넣었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아졌다.

골을 넣은 자신보다도 더 기뻐하는 동료들의 모습도 좋았다.

다만 좋아하는 것도 잠시, 신재욱은 표정을 굳혔다.

더는 좋아할 수가 없었다.

벨기에 측이 선수 교체를 준비하고 있었으니까.

“지금보다 더 어려워지겠어.”

위험한 선수들의 얼굴이 보였으니까.

― 벨기에가 선수를 교체합니다! 아직 이른 시간인데 벌써 선수를 교체하네요?

― 한국에게 절대 지지 않겠다는 것 같습니다! 이 선수들이 나오네요…!

교체되어 들어오는 선수는 2명이었다.

놀라운 일이었다.

보통은 전반전에 선수를 교체하지도 않을뿐더러, 2명이나 교체하는 일은 거의 없었으니까.

“더 열심히 뛰어야겠네.”

신재욱이 쓰게 웃으며 땀에 젖은 붉은 머리를 쓸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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