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빨로 축구천재-192화 (192/224)

192

* * *

다니엘 판바위턴.

197cm라는 괴물 같은 피지컬과 뛰어난 수비 능력으로 독일 최강의 팀인 바이에른 뮌헨에서 오랜 시간 주전 수비수로 활약했던 선수.

지금은 많은 나이로 인해서 신체능력이 떨어지며 은퇴를 생각해야 하는 선수였지만.

공중볼 경합에서는 여전히 최고 수준의 선수였다.

실제로 현재 최고의 스트라이커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 신재욱과의 공중볼 경합에서도 이겨내지 않았던가.

‘재욱, 내가 또 이겨주마!’

한 번 이겼기 때문에, 자신감은 더욱 높아졌다.

그런데.

퍼어엉!

한국의 코너킥 유형이 방금과는 달랐다.

그리고 신재욱의 움직임 역시 달라졌다.

“이런…!”

다니엘 판바위턴이 점프를 시작하려던 타이밍.

그 타이밍에 신재욱은 점프하지 않고 위치를 바꿨다. 코너킥을 차는 기석용과 최대한 가까운 곳으로 움직였다.

짧게 날아오는 코너킥을 끊어먹기 위해서였다.

‘코너킥은 높게만 찰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신재욱의 입가엔 옅은 미소가 떠올랐다.

모든 게 맞아떨어졌다.

자신을 마크하던 다니엘 판바위턴은 쫓아올 타이밍을 놓쳤고, 기석용이 차낸 공은 놀라울 정도로 정확하게 날아왔다.

훈련 때 연습했던 상황이 그대로 펼쳐졌다.

‘높은 코너킥이 막혔을 때 바로 낮은 코너킥을 시도하는 건 어찌 보면 흔한 방법인데, 이게 높은 레벨에서도 은근히 잘 통한단 말이야?’

신재욱의 주도하에 연습한 코너킥이었다.

실제로 다른 한국 대표팀 선수들은 미리 준비한 대로 점프를 하고 있었다.

상대 수비수들을 속이기 위한 움직임이었다.

그리고 유일하게 점프하지 않은 신재욱이 낮게 날아오는 공의 방향을 바꿨다.

툭!

세게 찰 필요도 없었다.

워낙 강하게 날아오는 공이었기에, 골대 안을 향하게끔만 건드려주면 충분했다.

그것만으로도 벨기에의 골키퍼 티보 쿠르투아는 반응하지 못했다.

― 우오오오오오오오! 고오오오오오올! 골! 골입니다! 대한민국이 벨기에를 상대로 선제골을 터트렸습니다! 골을 넣은 선수는 신재욱입니다!

― 신재욱 선수가 또 해주네요! 코너킥 상황에서의 움직임이 너무 좋았죠! 기석용 선수와의 호흡도 좋았고요.

― 이건 100% 연습된 플레이입니다. 기석용 선수와 신재욱 선수, 그리고 다른 선수들 모두 세트피스를 열심히 준비해온 티가 나네요!

경기를 지켜보던 전 세계 축구팬들은 깜짝 놀랐다.

아직 이른 시간이었는데, 골이 나올 거라는 생각을 못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이들은 당연히 벨기에가 선제골을 넣을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한국이 선제골을 넣을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못 하고 있었다.

└ 골이다!!! 들어갔어!!!

└ 한국의 스트라이커 너무 잘하는데? 쟤 누구야?

└ 신재욱이잖아! 바이에른 뮌헨에서 뛰는 분데스리가 득점왕!

└ 어? 신재욱이었어? 신재욱이 한국의 국가대표였구나? 난 신재욱이 어느 나라 사람인지 몰랐어.

└ 한국은 신재욱의 활약 덕에 H조에서 1위에 오를 수도 있어. 이미 2승을 해서 16강은 확정됐고.

└ 벨기에 선수들은 당황스럽겠는데? 솔직히 신재욱이랑 이택현이 있긴 하지만, 전력으로만 보면 벨기에가 훨씬 세잖아? 쟤들은 분명히 당연히 이길 줄 알았던 경기라고 생각했을 거야.

└ 신재욱의 존재감 좀 봐봐! 쟤 하나로 한국은 무시할 수 없는 팀이 됐어!

└ 이택현이랑 손훈민은 왜 빼는 거야? 얘네들도 엄청 잘해주고 있다고!

이처럼 한국이 선제골을 터트렸다는 사실에 전 세계 축구팬들이 놀라고 있을 때.

벨기에 대표팀 선수들은 더욱 당황하고 있었다.

“뭐야? 다니엘, 어떻게 된 거야? 신재욱 마크를 놓치면 어떡해?”

“우리가 한국 대표팀한테 먼저 골을 먹혔다고……? 이건 좀 어이없는데?”

“이게 뭐야…… 신재욱이 잘하는 건 알았는데, 우리를 상대로도 이렇게 하네……?”

“말도 안 돼……! 다니엘 판바위턴은 코너킥 상황에서 마크를 쉽게 놓치는 선수가 아닌데…….”

그중 가장 당황한 건 다니엘 판바위턴이었다.

신재욱을 마크하는 임무를 맡았던 그는 완전히 패배해버렸고, 그 패배는 곧바로 팀의 실점으로 이어지지 않았던가.

엄청난 죄책감이 몰려왔다.

그런데 원래라면 후회도 했을 것인데, 지금은 후회는 되지 않았다.

다니엘 판바위턴 본인의 실수가 아니라 그냥 너무나도 완벽하게 당해버렸기 때문이었다.

‘함께 훈련했을 때랑은 완전히 다른 패턴의 움직임이었어. 마치 처음 상대해본 선수처럼 느껴졌으니까…….’

그저 감탄할 뿐이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심리전을 걸고, 새로운 패턴으로 움직이며 기어코 득점까지 해낸 신재욱의 실력에.

“신재욱…… 설마 더 성장한 거냐?”

다니엘 판바위턴은 경기장 중앙으로 뛰어가고 있는 신재욱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그 모습이 불과 몇 년 사이에 많이 커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후우……! 적으로 만나기 가장 싫은 녀석이었는데…….”

* * *

신재욱은 옆구리에 공을 끼고, 경기장 중앙으로 달리며 미소를 지었다.

“다행히 잘 통했네.”

그는 많은 경험이 있는 베테랑 스트라이커였다.

더군다나 세계적인 무대에서 최고의 공격수로 이름을 날리던 선수였다.

당연하게도 수비수와의 대결에서 이겨낼 여러 개의 패턴을 지니고 있었다.

세트피스 상황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바이에른 뮌헨에선 아직 안 해본 것 같아서 해본 건데, 잘 통했어.”

두 번째 코너킥에서 기석용이 낮게 크로스를 뿌리는 건 이미 맞춰온 플레이였다.

다만, 그 안에서 다니엘 판바위턴의 마크를 벗겨내는 건 온전히 신재욱의 몫이었다.

그래서 평소엔 거의 하지 않던 새로운 스타일의 심리전을 사용했다.

몸에 잘 맞는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자신에 대해서 잘 아는 다니엘 판바위턴의 마크를 벗겨내기엔 아주 좋은 방법이었다.

우와아아아아!

강렬한 함성이 귓속으로 파고들었다.

신재욱의 미소는 더욱 짙어졌다.

“월드컵이라 그런지 관중들 반응이 더 뜨겁네.”

피부를 저릿하게 만드는 함성을 즐기며, 공을 내려놓았다.

그러곤 한국대표팀 동료들을 바라보며 크게 외쳤다.

“바로 한 골 더 넣을 거니까 집중해서 도와주세요!”

정말 골을 넣지 못하더라도 팀의 기세를 높일 수 있는 행동이었다.

물론 신재욱은 진심으로 골을 만들어낼 생각이었지만.

“가보자! 재욱아! 내가 어떻게든 네가 골 넣을 수 있게 도와줄게!”

“우리도 벨기에 한 번 잡아보자!”

“감독님 말처럼 조 1위로 16강 가자!”

“으하하! 그냥 다 이겨버리자고!”

한국 대표팀의 기세는 높아졌다.

선제골과 이어진 신재욱의 외침이 만들어낸 효과였다.

― 선제골을 넣은 이후로 우리 선수들의 움직임에 자신감이 보이죠?

― 정말 그렇네요. 한국 선수들의 마음이 한결 편해진 것 같습니다. 이젠 조금씩 여유 있게 볼을 돌리고 있습니다.

경기가 재개된 이후, 한국은 실수 없이 천천히 패스를 주고받았다.

그리고 벨기에는 그런 한국을 가만히 두지 않았다.

최전방에 있던 로멜루 루카쿠, 에덴 아자르, 케빈 미랄라스와 미드필더진에 있던 마루앙 펠라이니, 무사 뎀벨레, 스테번 드푸르가 한국을 강하게 압박했다.

게다가 수비수들까지도 라인을 올리며 강한 압박에 힘을 실었다.

한국 대표팀 선수들이 느끼는 압박감은 상당했다.

대부분의 선수가 숨이 턱 막히는 느낌을 받았고, 흐르던 여유도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렸다.

― 벨기에의 압박이 대단히 강한데요? 우리 선수들이 힘들어하는 게 눈에 보이네요.

― 한국 대표팀은 압박에 약한 모습을 보여줄 때가 많은데, 부디 이겨냈으면 좋겠습니다.

― 이럴 때일수록 침착함을 가져야겠죠.

벨기에의 압박은 성공적이었다.

공을 잡고 몸을 돌리려던 김국영이 마루앙 펠라이니의 압박을 이겨내지 못하고 넘어져 버렸다.

반칙은 선언되지 않았다.

김국영은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항의했지만, 심판은 정당한 몸싸움이라고 판단을 내렸다.

벨기에의 공격이 시작됐다.

마루앙 펠라이니는 직접 드리블하지 않고, 곧바로 패스를 선택했다.

― 펠라이니 선수가 무사 뎀벨레 선수에게 패스합니다!

이때, 무사 뎀벨레는 펠라이니와는 다르게 직접 공을 드리블하며 전진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탈압박 능력을 지닌 그는 어지간해선 공을 빼앗기지 않는 선수였고, 지금도 자신감 있는 드리블로 한국의 중앙수비수 홍정오를 뚫어냈다.

― 홍정오 선수가 뚫렸습니다! 위험합니다! 막아야 합니다!

무사 뎀벨레에게 슈팅 타이밍이 나왔다.

그는 그 타이밍에 맞춰서 공을 앞으로 툭― 밀어냈다.

슈팅이 아닌, 패스였다.

빠른 속도로 침투하는 에덴 아자르를 노린 절묘한 패스.

― 에덴 아자르가 공을 받습니다!

현시점에서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인 에덴 아자르.

그는 왼발로 공을 받은 뒤, 곧바로 오른발을 휘둘러 슈팅을 때려냈다.

침착함이 묻어나오는 움직임이었다.

한국의 골키퍼 정석룡은 반응하지 못했다.

그가 할 수 있는 건 구석으로 들어가는 공을 바라보며, 깊게 탄식하는 것뿐이었다.

“아……!”

동점을 만드는 벨기에의 골.

그 골을 터트린 에덴 아자르는 벨기에의 동료들과 끌어안으며 기뻐했다.

― 아…… 역시 벨기에의 화력은 무섭습니다……! 기회가 생기자, 곧바로 골을 만들어내네요. 우리 선수들은 공을 가지고 있을 때, 뺏기지 않는 것에 더 신경을 써야 할 것 같습니다.

― 그나저나 무사 뎀벨레 선수의 드리블이 굉장히 위협적이네요. 홍정오 선수는 일대일에서 쉽게 지는 선수가 아닌데, 방금은 무사 뎀벨레 선수한테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져버렸거든요?

― 무사 뎀벨레 선수도 대단했지만, 에덴 아자르 선수의 움직임도 날카로웠습니다. 완벽한 침투 타이밍으로 대한민국의 오프사이드 트랩을 깨버렸죠.

같은 시각, 신재욱은 기뻐하는 벨기에 선수들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잘하네. 벨기에다워.”

그는 동점 골을 허용한 것에 전혀 놀라지 않고 있었다.

예상 범위 안에 있던 일이었으니까.

벨기에와의 경기를 앞뒀을 때, 신재욱은 머릿속으로 여러 상황에 대해서 수없이 많은 시뮬레이션을 돌렸었다.

지금처럼 1 대 1이 된 상황도 여러 개의 시뮬레이션 중 하나일 뿐이었다.

“다음 골을 어디가 넣냐에 따라서 분위기도 크게 달라질 것 같은데.”

신재욱은 골을 넣고 싶었다.

그렇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었다.

그러나 자신의 골보다 벨기에의 추가 골이 더 빨리 나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벨기에의 다른 선수들도 다 잘하지만, 몸 관리가 잘되어있고 컨디션이 좋은 에덴 아자르는 진짜 장난이 아니라서.”

신재욱의 기억 속엔 레알 마드리드에서 뛰는 에덴 아자르의 모습과 첼시에서 뛰던 에덴 아자르의 모습이 남아있다.

그중 어떤 아자르가 더 위협적이었냐고 묻는다면, 너무나도 쉽게 대답할 수 있다.

바로 첼시 FC였다.

“첼시에서 뛰는 에덴 아자르는 세계 최고 수준이지.”

그리고 지금.

눈앞에 보이는 에덴 아자르 역시 첼시 FC 소속이었다.

즉, 최고의 컨디션을 지닌 에덴 아자르였다.

“우리 수비수들이 되게 힘든 경기를 하게 될 거야.”

신재욱은 쓰게 웃으며, 동료 수비수들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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