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빨로 축구천재-191화 (191/224)

191

* * *

홍정태 감독은 생각이 많아졌다.

훈련이 끝나자마자 그를 찾아온 신재욱이 한 말들 때문이었다.

“더 높은 곳을 바라보려면 패배는 생각하지 않아야 한다고……?”

솔직히 자존심은 상했다.

그는 감독이고, 신재욱은 선수였으니까.

게다가 신재욱은 대표팀에서 가장 나이가 어린 막내 선수이지 않은가.

그러나 무시할 수는 없었다.

신재욱이 대표팀에 미치는 영향력은 대단했고, 선수로서도 그렇고 사람으로서도 인정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으니까.

“재욱이가 한 말도 틀린 말은 아니긴 해. 이왕이면 패배 없이 16강에 가는 게 팀 분위기에도 좋긴 하겠지.”

홍정태 감독은 신재욱의 말을 신중하게 곱씹었다.

그러나 긍정적인 생각보다는 부정적인 생각이 계속해서 머릿속에 떠올랐다.

감독이라는 자리는 늘 최악의 상황까지도 생각할 수밖에 없는 자리였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정말 벨기에를 이길 수 있겠냐는 건데…….”

벨기에를 이길 수 있다면야 좋다.

신재욱이 했던 말처럼 팀의 기세가 높아진 상태로 16강에 오를 수 있으니까.

하지만 전력을 다했음에도 패배하게 되면 많은 것을 잃게 된다.

주전 선수들의 체력은 체력대로 떨어지고, 자신감도 떨어질 수 있다.

홍정태 감독은 그 부분이 불안했다.

하지만 그는 결국 결정을 내렸다.

“신재욱은 정말 벨기에를 이길 수 있다고 믿고 있었어.”

승리를 확신하는 선수의 눈빛.

그런 눈빛을 보고도 경기를 포기한다?

그건 감독의 자격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보자! 똑같은 사람인데, 이길 수도 있는 거잖아?”

그렇게 소리치며, 홍정태 감독은 책상 위에 예쁘게 올려줬던 서류를 바라봤다.

자세히 볼 일이 없을 줄 알았던 벨기에와 관련된 자료들이었다.

다음 날.

하루아침에 한국 대표팀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여유롭게 훈련하던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우리는 벨기에를 이기고 H조 1위로 올라간다.”

홍정태 감독이 내뱉은 말로 인해서 생긴 변화였다.

단순히 말뿐만이 아니라 감독은 훈련의 강도를 높였다.

‘크게 기대하진 않았었는데, 마음을 바꾸셨나 보네.’

신재욱은 옅게 웃으며 홍정태 감독을 바라봤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내 표정을 굳히곤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그리고 그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훈련에 임하기 시작했다.

‘그 선택, 후회하지 않게 해드릴게요.’

* * *

홍정태 감독과 한국 대표팀 선수들은 벨기에와의 경기를 앞두고 최선을 다했다.

벨기에의 전술을 분석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에 맞춘 훈련을 계속해서 반복했다.

선수들 모두 의욕적이었다.

이들 모두 말은 하진 않았지만, 전력으로 벨기에와 붙어보고 싶다는 마음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며칠이 지난 뒤.

― 선수들이 경기장에 입장합니다!

한국 대표팀 선수들은 벨기에와의 경기를 치르기 위해 경기장에 걸어들어왔다.

― 선수들의 표정에 긴장감이 흐르는데요? 두 팀 모두 2승을 거두며 16강행이 확정된 상태인데, H조 1위를 가리는 경기이기 때문일까요?

― 16강은 확정됐지만, 이번 경기는 자존심이 걸렸다고 할 수 있죠! 양 팀 모두 패배가 없는 팀이기에 오늘도 꼭 이기고 싶을 겁니다. 실제로 양 팀의 스쿼드를 보면 주전 선수들을 내보내지 않았습니까?

해설들의 말처럼 양 팀 모두 100% 주전 선수들을 내보냈다.

그리고 그 사실에 한국 축구팬들은 당혹감을 드러냈다.

└ ????? 양 팀 선발 명단 발표됐을 때, 설마 했는데 진짜였네……? 뭐냐? 벨기에랑 풀 전력으로 맞짱 뜬다고……? 이거 맞아……?

└ ㅋㅋㅋㅋㅋ홍정태 감독 왜 이래?ㅋㅋㅋㅋ 뭔데 진짜ㅋㅋㅋㅋㅋㅋㅋㅋ 진심으로 벨기에를 이길 생각인가?

└ 아;;;; 오바 아닌가? 벨기에는 너무 센데? 그냥 이 경기는 대충 후보 선수들 내보내서 지고, 16강전에 올인하는 게 낫지 않나?

└ 그게 낫지. 어차피 벨기에를 이길 가능성은 거의 없잖아.

└ 신재욱, 이택현, 손훈민, 기석용이 있어서 웬만한 팀이랑은 할만하다고 말할 수 있지만……아…벨기에는 오바지. 괜히 주전 선수들 체력만 소모하는 경기가 될 듯.

└ 물론 축구는 붙어보기 전까진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긴 한데……벨기에는 좀…….

└ 이번 벨기에 스쿼드 진짜 사기던데ㄷㄷㄷ 이걸 그냥 붙겠다고? 우리 스쿼드 보면 이긴다는 마인드 같은데ㄷㄷ

이번 2014 월드컵에 참여한 벨기에는 매우 강력한 전력을 지닌 팀으로 유명했다.

전 세계 축구팬들 사이에서 잘하면 우승까지도 노릴 수 있는 팀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였다.

실제로 H조에서 러시아와 알제리를 모두 꺾으며 강팀다운 면모를 제대로 보여줬다.

한국 축구팬들은 이 모든 사실을 알기에 당황했고, 걱정할 수밖에 없던 것이다.

같은 시각.

벨기에 대표팀 선수들의 얼굴엔 황당하다는 감정이 떠오르고 있었다.

“한국 애들 눈빛 좀 봐. 정말 우릴 이길 생각인가 봐.”

“허! 주제도 모르네. 몇 번 이겼다고, 현실을 파악하는 능력이 사라졌나 봐.”

“설마 러시아나 알제리 같은 팀이랑 우릴 비슷한 수준으로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그렇다면 너무 멍청한 건데.”

“큭큭! 너무 그러지 마. 지고 싶은 팀이 어디 있겠어? 쟤들도 이기고는 싶겠지. 물론 불가능한 꿈일 뿐이지만 말이야.”

“하하하하! 한국 애들 눈빛 좀 봐. 쟤들 본인들이 프랑스나 이탈리아 같은 강팀인 줄 아는 거 아니야? 약팀 주제에 왜 저렇게 눈에 힘을 주지?”

벨기에 선수들은 한국 선수들의 비장한 표정을 보며 비웃음을 터트렸다.

그때였다.

벨기에의 중원을 책임지는 선수인 무사 뎀벨레가 입을 열었다.

“다들 그만해. 그냥 경기력으로 찍어 눌러주면 되잖아. 그리고 방심하지는 마. 한국에도 엄청난 녀석들이 있는 거 알지?”

경고가 담긴 말.

그 말을 들은 벨기에 선수들은 신재욱과 이택현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들 모두 한국을 무시하고 있긴 하지만, 신재욱과 이택현만큼은 인정하고 있었다.

가장 최근에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한 바이에른 뮌헨의 주전 선수들이니까.

특히 신재욱은 분데스리가에서 두 시즌 연속 득점왕을 차지하며, 월드클래스로 평가받는 선수였으니까.

잠시 후, 심판이 휘슬을 불었다.

삐이이익!

― 경기 시작합니다! 현재 월드컵에서 매우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대한민국과 벨기에가 드디어 맞붙습니다!

선공을 펼친 건 대한민국이었다.

이기겠다는 마음을 강하게 먹고 온 한국 대표팀 선수들은 자신감 있게 공격을 시도했다.

수비형 미드필더 김국영이 기석용에게 공을 넘겼고, 기석용은 전방에 있는 이택현에게 전진 패스를 뿌렸다.

툭!

이택현이 공을 잡은 뒤 바디페인팅을 쓰며 몸을 돌렸다.

이때, 무사 뎀벨레가 강하게 몸을 부딪쳐왔다.

동시에 피지컬이 엄청난 마루앙 펠라이니까지 덤벼들었다.

“악!”

이택현이 쓰러졌다.

무사 뎀벨레의 차징은 버텨냈지만, 이어서 들어온 마루앙 펠라이니의 차징까지 버텨내는 건 무리였다.

좋은 체격을 지녔고, 웬만해선 밀리지 않는 피지컬을 지닌 이택현이었지만.

무사 뎀벨레와 마루앙 펠라이니는 유럽에서도 최고 수준의 피지컬을 지닌 선수들이었다.

다행인 것은 반칙이 선언됐다는 것이었다.

― 이택현 선수가 강하게 항의하네요. 하지만 카드가 주어지진 않았습니다.

― 이택현 선수가 공을 잡았을 때, 벨기에의 압박이 굉장히 강한데요? 반칙이 되더라도 이택현 선수의 플레이를 방해하겠다는 의도가 보입니다.

― 이번 월드컵에서 워낙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 선수니까요. 신재욱 선수가 골을 넣어주는 역할이라면, 이택현 선수는 골을 넣을 수 있게 기회를 만들어주는 선수이지 않습니까? 벨기에는 이택현을 막으면 한국의 공격이 원활하지 않을 거라고 보는 것 같습니다.

한국의 프리킥 상황.

골대와의 거리는 40m 정도로 멀었지만, 기석용이라는 좋은 키커를 지닌 한국이었기에 이 정도면 충분히 좋은 기회였다.

게다가 한국은 이번 월드컵에서 세트피스로 재미를 보던 팀이지 않은가.

그리고 그 사실을 알고 있는 벨기에 선수들의 표정엔 긴장감이 흘렀다.

“각자 맡은 선수 확실하게 봐. 절대 놓치지 마!”

“한국 애들 세트피스에서 제법 강한 거 알지? 방심하면 골 먹힐 수도 있으니까 조심해.”

“정신 차리고 막자! 저 한국의 키커, 킥이 꽤 좋아.”

벨기에 선수들은 활발하게 의사소통을 하며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이때, 기석용의 발이 공을 강하게 감아 찼다.

페널티박스에 모인 선수들과 골키퍼와의 중간지점을 노리고 차낸 공이었다.

이때, 아주 좋은 위치에 있던 신재욱이 몸을 띄운 채, 공을 향해 머리를 가져다 댔다.

날아오는 공을 머리에 맞추기만 하면 골이 되는 상황.

그러나 그보다 더 높은 위치에서 머리로 공을 먼저 걷어낸 선수가 있었다.

“다니엘……!”

다니엘 판바위턴.

바이에른 뮌헨의 중앙수비수로 신재욱의 소속팀 동료였다.

또한, 197cm라는 아주 큰 키와 거대한 체격으로 공중볼에서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는 선수였다.

“재욱! 오늘 헤더로 골을 넣긴 힘들 거야. 내가 비록 늙긴 했지만, 공중볼 경합에서만큼은 안 질 자신이 있거든!”

도발적인 다니엘 판바위턴의 말.

그 말을 들으며, 신재욱은 씨익 웃어 보였다.

“하필이면 다니엘이랑 적으로 만났네요.”

“흐흐! 팀 동료라고 해서 살살할 거라는 생각은 하지 마. 오늘은 적으로 만났으니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네 엉덩이를 걷어차 줄 거야.”

“다니엘을 괴롭힐 생각에 벌써 마음이 아프네요. 오늘 심하게 털리더라도 뭐라고 하지 마세요.”

“바라던 바다! 나는 뒤끝 같은 거 없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덤벼!”

대화는 끝이 났다.

다니엘 판바위턴이 머리로 걷어낸 공이 라인 밖으로 나가며 다시 한국에게 코너킥이 주어진 상황이었고, 선수들 모두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역시 다니엘 판바위턴은 공중볼에서는 이기는 게 정말 어려운 선수야.’

코너킥을 준비하는 기석용과 아주 가깝게 서 있는 다니엘 판바위턴을 번갈아 바라보며, 신재욱은 깊게 심호흡했다.

‘그래도 이길 수 있어.’

바이에른 뮌헨에서의 훈련 때도 이런 상황은 자주 나왔다.

세트피스 상황에서 다니엘 판바위턴이 신재욱을 막고, 신재욱은 그런 다니엘 판바위턴의 수비를 이겨내며 골을 넣어야 하는 상황.

훈련 땐 다니엘 판바위턴이 승리할 때가 많았다.

신체조건에서 압도적이었으니까.

그러나 매번 지는 건 아니었다.

다섯 번 중 한두 번은 신재욱이 이기고 헤더 골을 넣었다.

즉, 충분히 승산이 있는 대결이었다.

더군다나 지금은 훈련이 아니었다.

실전이었다.

‘훈련과 실전은 다르지.’

경기장을 가득 메운 팬들의 함성은 귀를 먹먹하게 만들 정도로 강력했고.

월드컵이라는 무대는 선수들에게 커다란 긴장감을 주며 집중력을 떨어뜨렸다.

다니엘 판바위턴 역시 긴장하고 있었다.

겉으론 웃으며 강한 척을 했지만, 사실은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다른 상대라면 모를까, 그가 막아야 하는 상대는 신재욱이었다.

‘신재욱은 내가 막아봤던 선수 중 가장 막기 힘든 녀석이야. 녀석은 잠깐이라도 놓치면 안 돼!’

그리고 지금.

퍼어엉!

기석용이 코너킥을 찼다.

조금 전과는 다른 유형의 코너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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