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빨로 축구천재-190화 (190/224)

190

* * *

현재 스코어는 4 대 2.

2골을 먼저 허용한 이후에 4골을 연달아 넣은 한국이 경기를 주도하고 있었다.

분위기 역시 완전히 한국 쪽으로 넘어왔다.

한국의 수비는 여전히 불안했지만, 워낙 강력하게 밀어붙이다 보니 알제리는 쉽게 역습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 알제리의 선수들이 굉장히 힘들어하네요! 이 선수들도 이렇게 밀리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알면서도 공격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 공격을 나가기가 힘들죠. 지금 전방에 있는 우리 선수들의 움직임이 너무 날카롭거든요? 특히 신재욱 선수는 매 순간 위협적인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해설들의 말처럼 신재욱은 알제리의 수비진이 위축되고 있는 가장 큰 이유였다.

― 신재욱! 슈우우우웃! 아! 골키퍼가 간신히 쳐냈습니다! 와…… 정말 무서운데요? 신재욱 선수, 패스를 주고받다가 갑자기 슈팅을 때려버리네요! 수비수가 예상할 수 없는 타이밍에 나온 슈팅이었죠? 게다가 그 슈팅이 굉장히 강력했습니다!

― 알제리 선수들 지금 깜짝 놀랐죠! 이러니까 역습을 할 수가 없는 겁니다! 신재욱 선수가 언제 슈팅을 할지 모르거든요!

골키퍼가 쳐낸 공이 라인 밖으로 나갔기 때문에, 한국의 코너킥이 선언됐다.

알제리로선 더욱 답답해지는 상황이었다.

시간도 없는데 오히려 공격 기회를 내줬으니까.

게다가 신재욱의 헤더는 너무나도 위협적이었으니까.

퍼엉!

기석용이 공을 높게 올렸다.

공은 많이 휘어지지 않은 채 알제리의 페널티박스 안으로 날아갔다.

신재욱에겐 수비수 한 명이 바짝 달라붙어 있었다. 그러나 그런 상황에서도 신재욱은 날아오는 공을 머리에 맞추는 데 성공했다.

투웅!

그러나 제대로 걸린 헤딩은 아니었다.

신재욱은 골대 안으로 공을 보낼 생각이었지만, 실제로는 골대를 벗어났다.

― 아깝습니다! 신재욱 선수의 헤더가 골대를 살짝 벗어나네요! 하지만 신재욱 선수의 공중볼 경합 능력을 확실하게 보여준 장면 같네요!

코너킥으로 추가 골을 만들진 못했지만, 좋은 기회는 금방 찾아왔다.

― 손훈민! 치고 나갑니다! 빠릅니다!

공격을 나서려던 알제리의 선수 하나가 공을 빼앗겼고, 그 공을 손훈민이 잡은 채 전방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유럽에서도 통할 정도로 빠른 스피드를 지닌 손훈민은 알제리의 수비수 하나를 스피드만으로 제쳐냈다.

― 알제리가 손훈민의 질주를 막지 못합니다! 공을 달고 뛰는데도 굉장히 빠르네요!

그런 상황에서.

신재욱과 이택현도 전방을 향해 전속력으로 뛰었다.

이택현은 손훈민보다도 더 빠른 스피드로 전진했고.

이제는 제법 준수한 스피드를 낼 수 있게 된 신재욱도 전진을 방해하는 알제리의 수비수를 따돌리며 뛰어나갔다.

그때였다.

손훈민이 슈팅할 것처럼 방향을 튼 뒤, 기습적으로 공을 옆으로 툭― 밀어냈다.

그와 가장 가까운 곳에 있던 이택현에게 보낸 패스였다.

“나이스 패스!”

그 순간 알제리 수비수들의 시선이 이택현에게 쏠렸다. 이들 모두 어떻게든 이택현의 슈팅을 막으려고 했다. 필사적으로 몸을 던지고, 발을 뻗었다.

그런데 이때.

이택현의 입가에 진한 미소가 떠올랐다.

“슈팅 안 할 건데?”

그 말과 함께 이택현은 굴러오는 공을 그대로 흘려버렸다.

수비수들의 시선을 잔뜩 끌어낸 뒤, 같은 라인에 서 있던 신재욱에게 공을 넘겨주는 플레이였다.

뛰어난 침착성과 넓은 시야, 타고난 센스가 있어야만 할 수 있는 플레이였고, 이택현은 그걸 완벽하게 해냈다.

‘이러면 너무 고맙지.’

신재욱 역시 입가에 미소를 지은 채, 굴러오는 공을 향해 다리를 휘둘렀다.

퍼엉!

굴러오는 공을 잘 때리면 스핀이 강하게 먹게 된다.

즉, 잘 휘어진 슈팅이 나오게 된다.

지금 신재욱이 한 슈팅이 그랬다.

크게 휘어진 공은 골키퍼의 손이 닿지 않는 구석으로 파고들었다.

철썩!

알제리의 골망이 흔들렸다.

― 이야……! 신재욱 선수의 골입니다! 이택현 선수가 절묘하게 흘려준 공을 신재욱 선수가 그대로 슈팅하며 골을 만들어냈습니다!

― 이제 신재욱 선수에겐 원샷원킬이라는 별명이 생길 것 같은데요?

― 하하! 원샷원킬보단 원슛원골이 더 괜찮지 않나요?

― 하하하하! 그나저나 신재욱 선수는 이번 월드컵이 끝나면 몸값이 더 높아지겠네요!

― 맞습니다! 전 세계가 지켜보는 무대에서 이렇게나 완벽한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으니까요!

골이 인정되며 5 대 2가 된 지금.

알제리 선수들은 허탈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이제 이들은 완전히 마음이 꺾였고, 모든 희망을 잃어버렸다.

반면 한국 대표팀은 축제 분위기였다.

“이요오오오오! 재욱아! 또 너냐? 너 벌써 4골이나 넣은 거 알지?”

“16강 간다! 하하하! 진짜 16강에 가게 될 줄이야!”

“재욱아! 지금 네가 넣을 골로 5 대 2가 됐어! 대박이다 진짜!”

“내가 흘려준 거 어땠어? 쩔었지?”

경기를 지켜보던 한국 축구팬들은 놀랍다는 반응을 드러냈다.

└ 고오오오오오올!!!!!!! 신재욱은 리얼 미쳤다ㅋㅋㅋㅋㅋ 얜 걍 수준이 다르다니까ㅋㅋㅋㅋ

└ 근데 방금 골은 손훈민이랑 이택현이 다 만들어준 거긴 해.

└ 신재욱이 전방으로 달리는 타이밍이랑 위치선정 다 완벽해서 넣을 수 있던 거야. 축알못들은 이걸 주워 먹었다고 말할 테지만, 축구 좀 본 사람이라면 신재욱의 오프더볼 움직임이 얼마나 미쳤는지 알아봤을걸?

└ 다른 건 모르겠지만, 신재욱의 슈팅만큼은 그냥 백발백중이네ㅋㅋㅋㅋ 무서울 정도로 정확해.

└ 우리 너무 잘하는데? 이 정도면 유럽의 강한 팀들이랑 붙어도 할만하지 않을까?

└ 유럽엔 워낙 강한 팀들이 많아서……근데 이 정도 경기력이면 혹시 모르긴 하겠다.

└ 솔직히 기대되는데? 사실상 16강도 확정이니까 16강에서 대진운만 좋으면 8강도 꿈은 아닌 것 같아.

└ 16강 상대 어디일까? 벌써 궁금하네.

└ 이 정도면 진짜 8강 갈 듯ㅋㅋㅋㅋㅋ

이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한국 대표팀의 경기력은 뛰어났기에, 기대감이 생겼다.

한국이 이번 2014 월드컵에서 높은 곳까지 올라갈 수도 있겠다는 기대감이.

그러나 이들은 잊고 있었다.

H조에서의 경기는 아직 한 경기가 더 남았다는 걸.

* * *

삐이이익!

알제리와의 경기가 종료됐다.

알제리의 선수들과 이들을 응원하던 팬들은 큰 충격을 받고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같은 시각, 한국의 뉴스와 각종 포털사이트엔 한국 대표팀에 관련된 소식들이 쏟아지듯 올라왔다.

「한국, 알제리를 꺾으며 월드컵 16강 진출 확정!」

「알제리와의 경기에서 5 대 2 승리! 러시아전에 이어서 강력한 화력 보여준 한국! 강팀들과의 경기에선 어떤 모습 보여줄까?」

「16강 진출 확정된 한국, 8강에 오를 수 있을까?」

「축구천재 신재욱, 알제리전에서도 4골 기록하며 세계를 놀라게 해!」

알제리를 이겼고, 그로 인해서 16강행이 확정된 상황.

당연하게도 한국 대표팀의 분위기는 전보다 더 좋아졌다.

이런 분위기는 다음 날도 지속됐다.

모두가 즐거워하는 시간.

그러나 신재욱은 이런 분위기를 경계했다.

‘모두 훈련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어.’

선수들은 16강에 오르게 됐다는 사실에 너무 들뜬 나머지 가장 중요한 훈련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었다.

러시아전과 알제리전을 준비할 때와 비교했을 때, 지금은 훈련을 대충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심지어 감독과 코치들도 다를 게 없어. 이건 좋지 않은데…….’

대표팀의 감독 홍정태는 선수들과 함께 웃고 떠들고 있었다.

심지어 훈련 중이었는데도.

‘다음 경기에선 이길 생각이 없는 건가?’

H조에서 2승을 거두며 16강행을 확정했지만, 한국의 다음 일정은 여전히 H조에 속한 팀과의 경기였다.

벨기에.

H조에서 가장 강하다고 평가받고, 최소한 8강에는 오를만한 전력이라고 평가받는 팀.

한국의 전력으로는 이기는 게 너무나도 어려운 팀이었다.

그래서일까?

굳이 입 밖으로 말은 꺼내지 않았지만, 홍정태 감독과 한국 대표팀 선수들은 벨기에전을 당연히 버리는 경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어차피 이길 수 없고 져도 16강행에 방해받지 않으니, 굳이 힘을 빼지 않을 경기로 인식하고 있었다.

그리고 신재욱은 그런 감독과 동료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왜 더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걸까?’

신재욱은 다르게 생각했다.

더 높은 곳에 올라가고 싶으면 벨기에와의 경기에서도 이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기세가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는 건가.’

그래서 신재욱은 훈련이 끝난 뒤, 감독을 찾아갔다.

“감독님, 벨기에전은 버릴 거예요?”

직설적인 질문이었다.

그 질문을 받은 홍정태 감독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뭐? 지금 뭔 소리를 하는 거야? 재욱아, 너 갑자기 찾아오더니 그게 무슨 말이야?”

“말 그대로입니다. 벨기에전은 대충 져버리고 16강전부터 제대로 준비할 생각이시냐고요.”

“너…… 말을 왜 그렇게 해? 대충 져버리는 게 어딨어?”

“지금 팀 분위기 보니까 그렇게 느껴져서요. 경기를 앞두고 이렇게 훈련하는 건 프로가 된 이후로는 본 적이 없거든요. 게다가 상대는 벨기에인데 말이죠.”

“후우……! 재욱아.”

“예.”

한숨을 내쉰 홍정태 감독은 이내 쓴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쉽게 갈 수 있을 땐 쉽게 가는 게 좋잖아? 16강에서 선발로 뛸 선수들은 쉬게 해주면서 체력도 회복하고, 지금까지 경기에 나가지 못했던 선수들은 월드컵 경험도 시켜주고 얼마나 좋아?”

“그 방법이 정말 좋다고 생각하세요?”

“…뭐? 그럼 안 좋다는 거야?”

“월드컵에서 높게 올라가기엔 좋은 방법이 아닌 것 같아요.”

“어째서지?”

“기세요.”

“…기세… 라고?”

“감독님도 아실 거예요. 팀이 패배를 겪으면 어쩔 수 없이 기세가 떨어지게 돼요. 그래서 몇몇 팀들은 중요한 대회를 앞두면 약한 팀을 골라서 훈련하죠. 이기는 것에 익숙해지고, 자신감을 높이기 위해서요. 그런데 지금 감독님은 기껏 올라간 한국 대표팀의 기세를 떨어뜨리려고 하고 있어요. 그래서 제가 찾아온 겁니다.”

“내가…… 팀의 기세를 떨어뜨리려고 하고 있다고?”

“예. 벨기에전에서 패배하면, 100% 우리의 기세는 떨어질 거예요.”

“하지만 너도 알잖아? 우리 전력으론 벨기에를 이기기 힘들다는 거! 이건 너도 공감하잖아?”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소리치는 홍정태 감독의 모습.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신재욱은 고개를 저었다.

“아뇨, 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해요.”

“뭐……?”

“이길 수 있다고요. 상대가 벨기에든 어디든.”

“……!”

홍정태 감독의 눈이 커졌다.

그는 한참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신재욱은 홍정태 감독을 향해 마지막 말을 남기며 방을 떠났다.

“감독님이 어디까지 바라보고 계시는지는 모르겠지만, 8강이 아니라, 4강, 그보다 더 높은 곳을 바라보려면 패배는 생각하지 않아야 해요. 절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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