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빨로 축구천재-188화 (188/224)

188

* * *

브라질의 고급 호텔 안.

한 남자가 한국 대표팀과 러시아 대표팀의 경기를 보며 즐겁게 웃고 있었다.

“한국이 이렇게까지 잘할 줄은 몰랐는데.”

벨기에 대표팀의 중앙 미드필더 무사 뎀벨레.

비록 지난 시즌엔 소속팀인 토트넘에서 많은 기회를 얻진 못했지만, 실력만큼은 토트넘 내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로 뛰어난 선수였다.

실제로 그는 이번 2014 월드컵에서도 벨기에 대표팀의 에이스 역할을 해주고 있었다.

“확실히 신재욱과 이택현이 한국의 수준을 높여놨어.”

무사 뎀벨레는 놀라고 있었다.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신재욱과 이택현의 존재감이 더 뛰어났기 때문이었다.

“저 친구들이 잘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바이에른 뮌헨이라는 강한 팀에 있어서 더 고평가를 받는다고 생각했었는데…… 이제 보니까 그게 아니었잖아?”

무사 뎀벨레는 바이에른 뮌헨의 경기를 자주 시청하는 편이었다.

당연하게도 신재욱과 이택현의 플레이도 많이 봐왔다.

볼 때마다 두 선수는 좋은 활약을 펼쳤다.

다만, 팀이 잘하기 때문에 같이 잘해 보이는 효과도 있다고 생각했었다.

흔히 말하는 팀빨.

무사 뎀벨레는 신재욱과 이택현이 팀빨을 어느 정도는 받고 있다고 평가했었다.

그러나 TV 속에 있는 신재욱은 약팀이라고 평가받는 한국 대표팀 소속으로 벌써 4골이나 넣었다.

이택현은 2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놀라운 활약이었다.

게다가 상대는 한국보다 강팀으로 평가받는 러시아이지 않은가.

“저 둘……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잘하는 녀석들이었어.”

무사 뎀벨레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그 역시 아주 어릴 때부터 천재라는 말을 들어왔던 남자였다.

때문에, 지금처럼 놀라울 정도로 뛰어난 재능을 지닌 선수들을 보면 승부욕이 끓어올랐다.

직접 상대해서 이겨버리고 싶어졌다.

자신이 더 뛰어난 재능을 지닌 선수라는 것을 전 세계 축구팬들 앞에서 보여주고 싶어졌다.

“조금만 참자.”

무사 뎀벨레는 흘러나오는 웃음을 참아내며 심호흡을 했다.

급할 필요는 없었다.

“곧 만날 테니까.”

그가 속한 벨기에와 신재욱과 이택현이 속한 한국은 같은 H조였으니까.

* * *

한국의 분위기는 최고조였다.

스코어를 4 대 1로 만든 신재욱의 헤더 골 덕분이었다.

― 신재욱 선수의 헤더는 정말 무섭네요! 이제 러시아 선수들은 코너킥 상황만 되면 두려움을 느낄 것 같습니다!

― 코너킥뿐만 아니라 러시아는 측면에서 올라오는 한국의 크로스를 잘 막아야 할 것 같습니다. 신재욱 선수의 헤더 감각이 물이 올라 있거든요?

― 후반 30분이 지나고 있습니다. 이제 러시아에겐 남은 시간이 별로 없습니다! 그에 비해서 우리 한국 대표팀 선수들은 침착하게 남은 시간을 보내면 16강에 청신호를 켜게 됩니다!

― 오늘 경기를 본 팬분들은 편안한 마음으로 주무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경기력부터 득점 장면까지 전부 시원했거든요!

선수들은 물론이고 경기를 지켜보던 해설, 팬들까지도 기뻐했다.

그러나 이때, 신재욱이 목소리를 높였다.

“이럴 때 집중해야 해요! 끝까지 집중해서 추가 실점 없이 잘 마무리하죠!”

그러자 경기에 집중하지 못하던 한국 대표팀 선수들이 자세를 다잡았다.

이들 모두 본인들의 집중력이 흐트러졌다는 것에 반성했고, 재빨리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신재욱에게 한마디씩을 던져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재욱아, 고맙다! 네 덕에 정신 차렸어!”

“하마터면 멍때린 채로 뛸 뻔했네. 재욱아, 집중할게!”

“네가 정말 팀의 막내가 맞아? 그냥 제일 어른 같은데? 일단 정신은 차릴게.”

한국 대표팀은 단단해진 경기력을 유지했다.

경기가 끝날 때까지 별다른 흔들림 없이 러시아의 공격을 막아냈다.

종종 날카로운 역습을 펼쳤지만, 추가 골은 나오지 않은 채로 경기는 끝이 났다.

하지만 러시아를 상대로 만들어 낸 4 대 1이라는 최종 스코어는 H조에 속한 다른 팀들과 팬들은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월드컵에서도 빛났다! 러시아에게 4골을 터트리며 한국의 4 대 1 승리 이끈 신재욱!」

「대한민국, 러시아에게 대승 거두며 16강행에 한발 다가가.」

「바이에른 뮌헨의 한국인 듀오, 러시아 상대로 완전히 다른 클래스 선보여!」

첫 경기에서 승리를 거둔 이후.

한국 대표팀은 좋은 분위기 속에서 다시 훈련에 들어갔다.

쉴 시간은 하루밖에 없었다.

며칠 뒤에 펼쳐질 알제리와의 경기를 준비해야 했으니까.

그런데 좋은 분위기를 유지하던 한국 대표팀의 분위기가 조금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알제리와 벨기에의 경기 내용 때문이었다.

“알제리 경기 봤어? 벨기에를 상대로 꽤 잘하던데?”

“그럼, 봤지. 누가 알제리를 약체라고 한 거야? 조직력이랑 스피드가 장난 아니던데?”

“경기력만 보면 알제리가 러시아보다 셀 수도 있겠더라. 조심할 필요가 있겠어.”

“홍정태 감독님도 말했잖아. 우리한텐 상성상 알제리가 더 위험할 수도 있다고.”

비록 벨기에와의 경기에서 패배하긴 했지만, 알제리는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다.

특히 공격력에서만큼은 웬만한 유럽팀들보다도 날카로운 모습을 보여주며 벨기에의 수비수들을 당황케 하기도 했다.

의외의 경기력이었고, 한국에겐 위협이 되는 경기력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신재욱은 여전히 침착했다.

‘괜찮게 하는데?’

신재욱은 그저 알제리를 분석한 자료에 집중했다.

훈련을 마치면 꼭 알제리를 분석하고, 파악하는 시간을 가졌다.

‘우리 수비가 힘들어하긴 할 거야. 어쩌면 꽤 많은 실점을 하게 될 수도 있고.’

알제리의 경기력은 그의 예상보다도 강했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을 거라고 믿었다.

‘그래도 이길 수 있어. 더 많은 골을 넣으면 되는 거잖아?’

이후, 신재욱은 며칠간 동료들과의 훈련에서 최선을 다했다.

스스로 할 것에만 집중하지 않고, 동료들의 훈련을 도우며 알제리전을 최대한 대비했다.

그리고 오늘.

― 알제리 선수들, 그리고 대한민국 선수들이 경기장에 입장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과 알제리의 경기가 펼쳐지려 하고 있었다.

― 대한민국 선수들의 표정이 비장합니다! 오늘은 꼭 이기고 싶을 겁니다. 16강에 올라갈 기회니까요!

― 그렇습니다. 오늘 대한민국이 알제리만 잡는다면 H조에서 2승을 거두는 것인데, 이러면 100%로 16강행 확정이죠. 그러나 알제리는 쉬운 상대가 아닙니다. 지난 경기에서 벨기에와 치열한 경기를 펼쳤을 정도로 강력한 경기력을 보유한 팀이죠.

― 맞습니다. 비록 패배하긴 했지만, 경기를 본 모두를 놀라게 만들어줬죠. 그렇지만, 우리 선수들도 러시아라는 쉽지 않은 팀을 압도적으로 꺾어낸 팀이지 않습니까? 분명 알제리를 상대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승리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해설들이 기대감을 드러냈고, 한국 축구팬들 역시 떨리는 마음으로 경기가 시작되길 기다렸다.

└ 몇 대 몇으로 이기려나? 신재욱이 해트트릭할 거고, 이택현이 최소한 1골은 넣을 테니까 5 대 0 정도 되겠지?

└ 러시아 상대로 보여준 공격력 잊었음? 알제리 수비는 우리 공격 못 막아ㅋㅋㅋㅋ 5 대 0보다 더 심하게 털릴걸?

└ 어떻게 되든 이기긴 할 듯. 알제리한테 지는 그림은 안 그려져.

└ 근데 우리 수비도 쓰레기잖아? 한 2골은 먹힐 것 같긴 해. 물론 경기는 이길 거 같음.

└ 재욱아 오늘도 골 넣자!!!!!!

└ 요즘 국대 경기 신재욱 골 넣는 거랑 이택현 드리블 보는 맛에 본다ㅋㅋㅋㅋ

└ 알제리 애들 좀 쫀 것 같지 않냐?ㅋㅋㅋㅋ

한국 팬들은 은연중에 알제리를 쉽게 보고 있었다.

한국 대표팀이 러시아전에서 워낙 강력한 경기력을 보여줬기 때문이었다.

그래서일까?

― 어…… 이슬람 슬리마니의 골입니다……! 이 선수는 포르투갈 리그의 강팀인 스포르팅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는 선수죠! 우리 선수들은 이 이슬람 슬리마니 선수를 경계해야 합니다!

― 이슬람 슬라미니 선수…… 자부 선수의 얼리 크로스를 단번에 골로 연결했습니다. 결정력이 대단하네요…!

경기가 시작된 지 8분도 지나지 않아서 터진 알제리의 선제골에 한국 축구팬들은 크게 당황했다.

└ 어……? 뭐야?????

└ 이렇게 쉽게 골을 먹힌다고……?

└ ㅅㅂ 어이없네? 이게 맞아?

└ 수비;;;;;;;;;;;;;; 왜 이렇게 못해?;;;;;

└ 아니 왜 헤딩하는 걸 가만히 처놔둬?

└ 수비 진짜 더럽게 못 한다…….

└ 아오!!!!! 8분도 안 됐는데 골을 먹히냐ㅋㅋㅋㅋㅋㅋㅋㅋ

한국 축구팬들은 당황한 걸 넘어서 황당하다는 반응을 드러냈고.

경기장에 있는 한국 대표팀 선수들은 갑자기 허용한 실점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때였다.

“정신 차려요! 다시 처음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하고 준비한 대로 해요!”

신재욱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거대한 경기장에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큰 목소리였다.

그러자 한국 대표팀 선수들은 진열을 재정비했다.

그러나 이들의 마음은 쉽사리 진정되지 않고 있었다.

더구나 매섭게 몰아치는 알제리의 화력은 너무 강력했다.

― 아…… 이게 무슨 일인가요…? 이번엔 자부 선수에게 골을 허용하고 말았습니다……!

― 조금 전에 이슬람 슬리마니 선수의 골을 어시스트했던 자부 선수가 이번엔 직접 골을 넣었습니다…! 알제리 선수들이 우리 수비를 너무나도 쉽게 공략하고 있는 것 같지 않습니까…?

― 우리 수비수들이 최선을 다하고 있기는 하지만……알제리의 개인 기량이 너무 뛰어나네요. 스피드도 빨라서 우리 선수들이 더욱 힘겨워하는 것 같습니다.

― 이럴 때일수록 침착하게 한 골을 따라붙는 게 중요해 보입니다. 우리 선수들이 부디 흔들리지 않고 만회 골을 넣어주길 바랍니다!

스코어는 순식간에 2 대 0이 되었다.

현재 시각은 겨우 전반 14분이었다.

선수들의 몸이 풀리며 감각이 살아나는 시간대였고, 이제야 무언가를 만들어가기 시작할만한 시간대였다.

그런데 그 시간대에 2개의 실점을 하고 말았다.

아무리 정신을 차려보려고 노력한들, 한국 대표팀 선수들의 멘탈은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이건……위험한데.’

신재욱이 쓴웃음을 지었다.

계속해서 소리를 지르며 동료들의 흔들리는 마음을 잡아주려고 하고 있지만, 쉽지 않았다.

이미 한국 대표팀의 분위기는 걷잡을 수 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선수들의 자신감은 떨어졌고, 마음은 급해졌다.

골을 넣어야 할 것 같아서 빠르게 패스를 주고받는데, 정작 중요한 타이밍에선 과감한 전진 패스를 뿌리지 못하고 동료에게 떠넘겼다.

당연하게도 좋은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억지로라도 만들어야겠어.’

신재욱이 작게 한숨을 내쉬며, 근처에 있던 이택현을 불렀다.

“택현아.”

이택현은 경기의 내용이 답답했는지 붉게 달아오른 얼굴을 하며 대답했다.

“재욱아, 왜?”

“만들어보자. 지금부턴 이타적으로 하지 말고 이기적으로 해.”

“…오케이!”

오늘도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전했지만, 공을 몇 번 잡아보지 못했던 이택현이었다.

공을 잡더라도 동료에게 빠르게 넘겨주며 팀플레이에 집중했었는데, 이제부터는 그러지 않기로 했다.

신재욱이 그러지 말라고 했으니까.

‘재욱이의 말을 들어서 잘 안 됐던 적은 없잖아?’

그를 향한 이택현의 믿음은 너무나도 강력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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