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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월드컵을 앞뒀을 때.
신재욱은 기쁜 마음으로 대표팀에 합류했다.
성장에 큰 도움이 될 거라는 기대감이 있었으니까.
물론 잘해야 성장할 수 있겠지만, 그 부분은 자신이 있었다.
그리고 오늘.
신재욱은 러시아를 상대로 전반전이 끝나기도 전에 3개의 골을 넣었다.
‘월드컵인데 기대를 안 할 수가 없지.’
해트트릭을 기록한 뒤.
신재욱은 동료들의 축하를 받으며 허공을 힐끔힐끔 보고 있었다.
메시지가 뜰 거라는 기대감에 나온 행동이었다.
‘안 나오나?’
웃으며 고맙다고는 말했지만, 동료들의 말들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지금만큼은 메시지의 생성 여부가 가장 중요했으니까.
이때, 기다렸던 메시지가 떠올랐다.
신재욱의 얼굴에 떠오른 미소도 더욱 짙어졌다.
[특성이 성장합니다!]
[‘최고급 슈팅 컨트롤(A)’이 ‘극도의 슈팅 컨트롤(S)’로 성장합니다!]
[특성이 성장합니다!]
[‘고급 헤더 컨트롤(B)’이 ‘최고급 헤더 컨트롤(A)’로 성장합니다!]
‘좋아!’
특성의 성장은 예상했었다.
능력치는 최근에 성장했기에, 더 오르려면 시간이 필요했으니까.
다만 2개나 성장할지는 몰랐다.
‘기분 너무 좋은데?’
여전히 싱글벙글한 채로 신재욱은 성장한 특성들의 정보를 바라봤다.
[극도의 슈팅 컨트롤]
[등급] S
[효과] 슈팅의 정확도가 대단히 높아집니다. 또한, 슈팅의 파워 조절이 더 편해집니다. 불안정한 자세로도 정확도 높은 슈팅을 할 수 있습니다.
[최고급 헤더 컨트롤]
[등급] A
[효과] 헤더의 정확도가 대단히 높아집니다. 또한, 헤더의 파워와 방향을 조절하는 것이 더 편해집니다.
‘두 개의 특성 모두 효과가 추가됐어. 극도의 슈팅 컨트롤의 경우엔 불안정한 자세로도 정확도 높은 슈팅……아크로바틱한 슈팅도 퀄리티가 높아진다는 건가? 이건 직접 뛰면서 확인해봐야겠어. 최고급 헤더 컨트롤은 헤더의 파워, 방향 조절이 추가됐군. 이것도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 기회가 오면 바로 확인해봐야겠어.’
신재욱은 심판을 바라봤다.
호루라기를 입으로 가져가고 있었다.
경기를 재개시키려는 행동이었다.
‘벌써 전반전이 끝나가네.’
시간이 짧게 느껴졌다.
그만큼 경기가 잘 풀렸고, 재밌었다.
그래서인지 전반전이 조금 더 길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딱 5분만 더 주면 후반전 넘어가기 전에 한 골 더 만들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삐이익!
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러시아 선수들이 패스를 주고받았다.
신재욱을 포함한 한국 선수들은 상대를 강하게 압박하지 않고, 여유를 가지며 지역방어를 하기 시작했다.
굳이 추가 골을 노릴 필요가 없으니 체력을 아끼며 남은 시간을 보내려는 의도였다.
― 우리 선수들이 영리하게 경기를 운영하네요. 러시아에 비하면 굉장히 여유가 느껴지죠?
― 그렇습니다. 러시아는 3 대 0으로 밀리고 있어서 급할 수밖에 없는데, 이럴 땐 안정적으로 지역방어를 하는 게 낫죠.
시간이 흘렀다.
신재욱은 러시아의 공격을 수비하면서도 계속해서 역습을 준비했지만, 아쉽게도 기회는 오지 않았다.
― 전반전이 종료됩니다! 대한민국이 놀라울 정도로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며 러시아를 완전히 압도했습니다! 우리 선수들이 전반전에 워낙 잘해줘서 후반전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더욱 기대되네요!
후반전이 시작됐다.
한국의 전술은 크게 달라진 게 없었다.
잘 풀렸던 전반전의 전술을 그대로 들고 나왔다.
반면 러시아는 전술을 바꿨다.
전반전보다 훨씬 공격적인 전술을 들고나왔다.
교체 카드도 사용했다.
― 러시아가 이른 시간에 선수를 교체하네요. 공격수를 투입합니다! 이젠 대놓고 골을 노리겠다는 것 같죠?
― 어쩔 수 없는 선택이죠. 빨리 골을 넣어야 하니까요.
공격이 최고의 방어라고 했던가?
심할 정도로 공격에 힘을 실은 러시아의 전술에 한국 선수들은 밀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러시아는 큰 체구를 앞세우며 거친 몸싸움을 걸어왔고, 최전방에 있는 공격수를 향한 롱패스도 과감하게 뿌려댔다.
공격의 정교함은 떨어졌지만, 불안한 한국의 수비를 위협하기엔 충분했다.
― 이그나셰비치 선수가 이번에도 롱패스를 뿌립니다!
― 어우! 방금은 굉장히 위험했습니다! 김영원 선수가 코코린 선수를 완전히 놓쳤죠! 정석룡 선수의 선방이 아니었으면 그대로 골이 됐을 장면입니다!
뻥축구라고도 불리는 러시아의 롱패스 전술은 계속해서 한국의 수비를 괴롭혔다.
결국, 후반 17분엔 가장 좋은 기회를 만들어냈다.
― 글루샤코프 선수의 좋은 롱패스입니다! 코코린 선수가 침투합니다! 빠릅니다! 홍정오 선수가 뒤쫓아 보지만 따라잡지 못합니다! 한국! 위험합니다!
러시아의 미드필더 데니스 글루샤코프가 과감한 롱패스를 뿌렸고, 러시아의 스트라이커 알렉산드르 코코린이 빠른 속도로 침투하며 공을 받아냈다.
순식간에 만들어진 골키퍼와의 일대일 상황.
알렉산드르 코코린은 여유 있는 슈팅으로 정석룡 골키퍼를 뚫어내고 골을 집어넣었다.
― 러시아의 첫 번째 골이 나왔습니다……! 코코린 선수의 스피드를 노린 러시아의 공격이 이번엔 제대로 먹혀들었네요.
― 우리 수비수들이 뒷공간을 잘 지켜내야 할 것 같습니다. 후반전에 들어서는 계속해서 뚫리고 있거든요? 조금 더 집중해줬으면 좋겠습니다!
한국의 불안한 수비는 팀의 사기를 떨어뜨렸다.
유리한 상황이었음에도 선수들의 입에선 한숨이 흘러나왔다.
경기를 지켜보던 한국 축구팬들 역시 분통을 터트렸다.
└ ㅅㅂ 너무 답답한데? 수비 이거 맞냐? 걍 허수아비들 아님?
└ ㅋㅋㅋㅋㅋ홍정오랑 김영원 수준 왜 이래?ㅋㅋㅋㅋ 한국에서 제일 잘하는 수비수들 맞아?ㅋㅋㅋㅋㅋ
└ 어이가 없네ㅋㅋㅋ 러시아가 똑같은 패턴으로 공격하고 있는데, 그걸 못 막고 골을 먹히네ㅋㅋㅋㅋㅋㅋ
└ 아니 뻥축구에 왜 이렇게 휘둘리냐고!!!!!!!! 잘하던 애들까지 멘탈 흔들리겠다ㅡ,ㅡ
└ 수비수 좀;;; 하……발도 겁나 느리고, 그렇다고 오프사이드 트랩 관리가 되는 것도 아니고, 라인컨트롤 쓰레긴데 도대체 왜 쓰는 거야? 홍정태 감독이 얘네들한테 약점이라도 잡혔나?
└ 짜증 나지만, 이게 한국 수비의 현실임. 쟤네가 한국 최고의 수비수들은 맞잖아. 그리고 다들 한국 수비 못 하는 거 알고 있었잖아. 기대라도 했던 것처럼 왜 그래?
동시에 한국 축구팬들은 불안해하기 시작했다.
러시아의 공격에 이렇게나 흔들리면 역전을 당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러나 이들의 불안감은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신재욱 덕분이었다.
* * *
신재욱은 원톱 스트라이커로 출전했지만, 중앙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양쪽 측면으로도 자주 움직이며 러시아 수비수들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이런 움직임으로 인해서 윙어로 출전한 손훈민과 이청영이 느끼는 부담감도 줄어들었다.
지금도 그랬다.
중앙 쪽으로 달리다가 어느새 측면으로 빠진 신재욱이 공을 받아냈다.
정확하게 뿌려주는 기석용의 패스였다.
툭!
가슴으로 공을 받아낸 신재욱은 공이 바닥에 닿기 전에 발등으로 툭 차올렸다.
공은 포물선을 그리며 빠르게 덤벼들던 러시아 측면수비수의 키를 넘겼다.
그사이 신재욱은 이미 수비수를 지나치며 바닥으로 떨어져 내리는 공을 다시 받아냈다.
― 이야! 수비수를 가볍게 제쳐내는 신재욱 선수입니다! 역시 기술이 굉장히 좋네요!
― 허허! 시원시원한 돌파였습니다!
수비수 하나를 제쳐내면서 측면으로 파고든 신재욱은 빠르게 패스를 뿌려냈다.
골을 만들어내기에 좋은 컷백 패스였다.
엄청난 스피드로 침투하던 이택현이 공을 향해 다리를 휘둘렀다.
‘들어가나?’
신재욱의 눈이 빛났다.
이택현의 슈팅은 제대로 맞았다. 그대로 뻗어 나가기만 하면 골로 연결될 가능성이 컸다.
그러나 아쉽게도 공은 상대 수비수의 몸에 맞았다.
― 아! 이게 수비수의 몸에 맞네요! 이택현 선수, 굉장히 아쉬워하고 있습니다! 이 선수, 오늘 2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할 정도로 컨디션이 매우 좋거든요? 분명히 골을 넣고 싶은 욕심도 있을 겁니다!
― 러시아에게 운이 따랐네요. 방금 슈팅은 골이 될 줄 알았는데 말이죠.
― 그래도 코너킥이 선언되며 한국이 공격을 이어가게 됐습니다!
아쉬운 상황이었지만, 신재욱의 표정엔 변화가 없었다.
다음으로 생길 기회를 노리기 위해 집중할 뿐이었다.
― 선수들이 페널티박스 안에서 치열하게 자리다툼을 하고 있습니다. 아! 주심이 선수들에게 경고를 주네요. 몸싸움이 너무 거칠다는 경고입니다.
― 기석용 선수가 코너킥을 준비합니다! 전반전에도 좋은 궤적으로 코너킥을 차며 신재욱 선수의 헤더 골을 도왔던 기석용 선수인데요, 이번엔 어떤 킥을 보여줄까요?
경기장은 시끄러웠다.
양 팀을 응원하는 팬들의 함성 때문에, 선수들끼리의 소통이 힘들 정도였다.
이토록 시끄러운 상황에서도 기석용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실력이 좋은 선수답게 연습했던 그대로 코너킥을 찼다.
퍼어엉!
빠르고 강력하게 휘어져 들어가는 공.
높이는 적당했다.
184cm의 신재욱이 점프했을 때, 머리에 맞추기 좋은 높이였다.
게다가 현재의 신재욱은 신체 능력이 매우 좋아진 상태였다.
점프력 역시 웬만한 선수들보다 뛰어났다.
지금도 그랬다.
신재욱은 190cm라는 큰 키를 지닌 러시아의 수비수 바실리 베레주츠키와의 공중볼 경합에서 또다시 승리해냈다.
― 신재욱! 헤더!
거친 공중볼 경합이 이뤄지는 상황 속에서 신재욱은 날아오는 공을 정확히 이마에 맞춰냈다.
그리고 그때, 특별한 느낌을 받았다.
[최고급 헤더 컨트롤]
[등급] A
[효과] 헤더의 정확도가 대단히 높아집니다. 또한, 헤더의 파워와 방향을 조절하는 것이 더 편해집니다.
최고급 헤더 컨트롤 특성의 효과란에 적혔던 설명처럼, 헤더의 파워와 방향을 잘 조절할 수 있겠다는 느낌이 본능적으로 들었다.
게다가 특별한 느낌은 이걸로 끝이 아니었다.
[극도의 슈팅 컨트롤]
[등급] S
[효과] 슈팅의 정확도가 대단히 높아집니다. 또한, 슈팅의 파워 조절이 더 편해집니다. 불안정한 자세로도 정확도 높은 슈팅을 할 수 있습니다.
극도의 슈팅 컨트롤 특성의 효과란에 적혀있던 ‘불안정한 자세로도 정확도 높은 슈팅을 할 수 있다.’라는 문구.
그 문구가 주는 효과를 공을 이마에 맞추는 것과 동시에 정확히 느꼈다.
‘헤더도 같은 슈팅으로 포함되는 건가?’
짧은 생각이 스쳤고.
신재욱은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느낌들을 믿으며, 이마로 날아오는 공의 방향을 바꿨다.
원하는 방향은 오른쪽.
원하는 위치는 골키퍼가 막을 수 없는 구석이었다.
터엉!
이마에 맞은 공이 러시아의 골대 안으로 향했다.
놀랍게도 공은 신재욱이 원했던 궤적, 방향, 파워, 위치와 거의 오차가 없이 날아갔다.
― 우와아아아아아! 들어갔습니다! 골입니다! 골! 신재욱 선수가 다시 한번 머리로 골을 넣었습니다! 엄청난 헤더네요!
― 분위기를 한 번에 바꿔놓는 골입니다! 신재욱 선수가 불타오르려던 러시아에게 찬물을 끼얹었습니다!
― 이건 찬물이 아니라 얼음물 수준이죠! 신재욱 선수! 러시아를 압도적인 실력으로 찍어누르고 있습니다!
신재욱의 네 번째 골.
그 골 장면을 본 모두가 경악했다.
그리고 TV로 경기를 지켜보던 한 남자는 재밌다는 듯 웃음을 터트렸다.
“으하하하! 굉장한데? 역시 분데스리가와 챔피언스리그에서 날아다니던 선수다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