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2
* * *
환생 전, 마이클 신이었던 시절.
그의 드리블 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전 세계적으로도 손꼽힐 정도로 높은 돌파 성공률을 보유한 선수였기에 매번 상대 수비수를 부숴버리는 크랙으로서의 역할까지 소화했다.
‘발재간이 워낙 좋아서 윙어로 나가도 잘했었지.’
더구나 스피드도 매우 빨랐다.
그보다 발이 빠른 선수는 전 세계를 놓고 봐도 찾기 힘들 정도였다.
‘빠르긴 빨랐지. 육상 전문가들이 나보고 육상을 했어도 메달리스트가 됐을 거라고 했으니까.’
그러나 환생을 한 지금은 그토록 빨랐던 스피드를 내지 못한다.
스피드만으로 수비수를 농락해버리던 플레이 역시 하지 못한다.
다만, 과거의 드리블 능력만큼은 많이 되찾은 상태였다.
그것만으로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수비진을 뚫어내기엔 충분했다.
신재욱은 그렇게 확신했다.
“충분히 할 수 있어.”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공격을 끊어내며 만들어진 역습상황.
상대는 현시점에서 세계 최고의 수비력을 지녔다고 평가받는 팀이었지만.
신재욱의 전진엔 망설임이 없었다.
투욱! 툭!
공을 앞으로 시원하게 치며 속도를 높였다.
겉으론 시원시원해 보이지만, 그만큼 빈틈이 드러나는 드리블이었다.
당연하게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수비수들에겐 그 빈틈이 보였다.
“끊어!”
“쟤 드리블 길다! 잘라내!”
“바로 막아버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선수들의 고함이 터졌고.
신재욱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달리던 주앙 미란다가 덤벼들었다.
주앙 미란다는 좋은 머리를 이용한 영리한 수비를 펼치는 선수다.
그 능력이 워낙 대단해서 팀 동료인 디에고 고딘과 함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주전 수비수로 뛰는 선수다.
그런데 지금은 그답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대놓고 보이는 신재욱의 빈틈을 노리는 걸 참지 못한 것이다.
― 주앙 미란다가 신재욱 선수에게 덤벼들고 있습니다!
발을 뻗는 주앙 미란다의 움직임은 날카로웠다.
그러나 문제는 신재욱이 예상했다는 것이다.
‘태클이 너무 급했어. 이런 태클엔 안 당하지.’
신재욱은 주앙 미란다가 발을 뻗는 타이밍에 맞춰서 반대편으로 공을 툭― 밀었다.
동시에 공을 밀어낸 방향으로 움직였다.
― 우워! 신재욱이 간결한 드리블로 주앙 미란다를 제쳐냈습니다!
―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위기입니다! 주앙 미란다 선수의 태클이 너무 성급했죠!
역습을 허용하게 된 상황에서 수비수 하나가 제쳐졌기에,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수비엔 큰 틈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신재욱은 그 틈을 철저하게 파고들었다.
― 신재욱 선수의 드리블 방향 선택이 너무 좋네요! 이 선수, 너무나도 지능적입니다!
― 마치 경기장 위에서 밑을 내려다보고 있는 것처럼 상대의 빈틈을 파고들고 있습니다! 신재욱 선수는 대체 시야가 얼마나 넓은 걸까요?
완벽한 판단으로 상대의 빈틈으로만 파고드는 움직임.
보는 이로 하여금 답답함이 전혀 생기지 않는, 시원한 움직임이었다.
물론 막아야 하는 수비수들에겐 끔찍한 움직임이었지만.
휘익! 툭!
신재욱이 주앙 미란다로 인해서 생긴 공간으로 침투하자,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골키퍼 쿠르투아가 골대를 비우고 달려 나왔다.
공격수의 공을 뺏을 수 있으면 좋고, 그러지 못하더라도 슈팅 각도를 줄일 수 있는 행동이었다.
그러나 이 행동엔 큰 약점이 있었다.
칩슛에 매우 약하다는 것.
― 고오오오오오오오올! 신재욱 선수의 골입니다!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도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 너무나도 침착한 마무리였습니다! 쿠르투아 골키퍼가 나오는 걸 보고 정확한 칩슛을 때려버리네요! 이게 바로 스트라이커죠!
― 모든 판단이 완벽했습니다! 드리블과 슈팅도 환상적이었고요! 이번 경기가 끝나면 신재욱 선수의 명성이 더욱 높아지겠는데요?
― 지금도 많은 팀에게 러브콜을 받는 것으로 알고 있거든요? 하하! 이러면 신재욱 선수의 에이전트는 일이 많아질 수밖에 없겠습니다.
― 바이에른 뮌헨 측에서도 불안하겠는데요? 신재욱 선수를 지키고 싶은데, 잘해도 너무 잘하니까요!
신재욱은 칩슛을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는 선수였고, 어렵지 않게 쿠르투아의 키를 넘긴 슈팅을 해내며 골을 넣었다.
‘해냈네. 주앙 미란다가 급하게 덤벼줘서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어.’
만족스러운 골이었다.
현재의 몸 상태에서 할 수 있는 최고의 움직임에 가까웠으니까.
‘이제 굳이 서두르지 말자.’
골을 넣었지만, 신재욱은 평소처럼 공을 향해 달려가지 않았다.
달려드는 동료들을 향해 양팔을 뻗으며 크게 소리쳤다.
“이제 3 대 0입니다!”
* * *
3 대 0 스코어.
전반전은 그렇게 끝이 났다.
바이에른 뮌헨이 수비에 중심을 둔 운영을 펼치며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공격을 잘 막아낸 결과였다.
― 후반전이 시작됩니다! 과연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불리해진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을까요?
후반전이 시작된 이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더욱 공격에 힘을 실었다.
이들도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노리고 있는 팀이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러나 마음이 급하다고 잘 통하지 않던 공격이 통하긴 어려웠다.
자연스레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공격진은 답답함을 드러냈다.
― 디에고 코스타가 공을 뺏기고 짜증을 내고 있습니다! 이 선수, 멘탈이 좋지 않은 선수거든요? 게다가 이미 카드가 한 장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특히나 조심해야 합니다.
― 다비드 비야가 돌파를 시도했지만 실패했습니다. 방금은 무리한 돌파였죠? 바이에른 뮌헨의 수비진은 오늘 높은 집중력을 보여주고 있기에 이런 돌파 시도에는 안 당하죠!
― 아르다 투란 선수의 드리블이 막혔습니다! 이 선수는 드리블이 굉장히 좋은 선수인데, 아무리 그래도 필립 람 선수와 하피냐 선수 두 명이 달라붙으면 뚫어내기 어렵죠!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공격은 번번이 막혔다.
시간은 흘렀고,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집중력은 떨어졌다.
후반 30분이 지난 이후엔 오히려 바이에른 뮌헨이 좋은 기회를 만들었다.
‘분위기가 많이 넘어왔어. 이럴 땐 굳이 시간을 끌기보단 하나 더 만들어보는 것도 괜찮지.’
공을 잡은 신재욱이 옅게 미소 지었다.
이전까지는 안정적으로 후방에 있는 동료에게 패스했지만, 지금은 그럴 생각이 없었다.
지금만큼은 상대가 드러낸 빈틈을 무시하고 싶지 않았다.
퍼엉!
신재욱이 측면 깊숙한 곳으로 패스를 뿌렸다.
공을 적당한 힘으로 띄워서 보내는 정교한 패스였다.
받는 게 쉬운, 좋은 패스였기에 측면으로 들어가던 프랑크 리베리는 어렵지 않게 공을 잡아냈다.
― 신재욱 선수가 프랑크 리베리 선수에게 연결합니다!
프랑크 리베리는 많은 경험이 있는 월드클래스 윙어였고, 대부분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선수였다.
명실상부 바이에른 뮌헨의 레전드 중 하나.
오늘도 준수한 활약을 펼치던 프랑크 리베리는 지금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측면 수비수를 뚫어냈다.
― 프랑크 리베리!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페널티박스 안으로 침투합니다! 좋은 움직임입니다!
프랑크 리베리의 움직임은 과감했다.
동작 하나하나에 자신감이 묻어나왔다.
― 어어? 직접 하나요? 프랑크 리베리! 해결 능력이 있는 선수거든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수비수들은 프랑크 리베리에게만 신경 쓸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이택현과 토마스 뮐러가 페널티박스 안에서 위협적으로 움직이고 있었으니까.
게다가 신재욱까지 페널티박스 근처에 도착한 상황이었으니까.
― 프랑크 리베리! 때립니다!
결국,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수비수들은 프랑크 리베리의 슈팅을 방해하지 못했다.
그것에 대한 대가는 컸다.
― 들어갔습니다! 프랑크 리베리! 골입니다! 직접 슈팅을 때려서 골을 넣네요!
― 역시 클래스가 있는 선수답습니다! 프랑크 리베리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게 쐐기를 박아버립니다!
4 대 0.
전 세계 축구팬들을 충격에 빠뜨릴만한 일방적인 스코어였다.
더구나 이 경기가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라는 걸 생각하면 더욱 충격적이었다.
└ 바이에른 뮌헨이 완전히 압도하네! 이럴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는데…….
└ 신재욱 2골, 이택현 1골, 프랑크 리베리 1골…… 바이에른 뮌헨의 화력이 세계 최고였어. 세계 최고의 방패라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부서졌잖아.
└ 충격적이야.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이렇게 당할 줄은 몰랐는데.
└ 난 신재욱의 실력에 놀랐어. 얘가 이렇게 잘하는 선수였구나? 분데스리가에서 두 시즌 연속 득점왕이라길래 잘하는 줄은 알았는데, 이 정도면 현역 스트라이커 중 최고 아니야? EPL이나 라리가에 얘보다 잘하는 스트라이커가 있어? 난 못 찾겠는데?
└ 루이스 수아레스가 있잖아.
└ 리버풀의 루이스 수아레스? 얘도 이번 2013/14시즌만큼은 괴물이었지. 근데 난 루이스 수아레스가 신재욱보다 더 뛰어난 스트라이커라는 말엔 동의 못 하겠어. 물론 검증이 필요하겠지만, 난 신재욱이 EPL에 오면 루이스 수아레스보다 더 잘할 거라고 믿어.
└ 이번 시즌의 루이스 수아레스와 비교되는 것만으로도 신재욱은 세계 최고의 스트라이커 중 하나야.
└ 난 이택현한테 충격받았어. 얘, 레알 마드리드나 바이에른 뮌헨에서도 주전으로 뛸 수 있겠는데? 빠른데다가 기본기도 좋고, 축구 지능도 높더라.
└ 필립 람과 슈바인슈타이거도 높은 클래스를 제대로 보여줬어. 그리고 프랑크 리베리는 역시나 프랑크 리베리다웠고.
└ 이 경기를 보고 있는 축구팬들이라면 다 같은 생각일 거야. 리오넬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에 이어서 신계에 오를 선수는 신재욱이야.
전 세계 축구팬들의 반응은 비슷했다.
바이에른 뮌헨의 경기력에 놀랐고, 신재욱의 실력에 충격받았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많은 수의 축구팬들이 주장했다.
신재욱은 신계에 오를 선수라고.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리오넬 메시의 뒤를 이을 선수라고.
―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양 팀 선수들이 조금만 더 힘을 내줬으면 좋겠습니다!
경기 종료가 가까워질수록 양 팀 선수들의 움직임이 느려졌다.
체력이 바닥나버린 것이다.
그런데 유일하게 멀쩡히 뛰는 선수가 있었다.
놀랍게도 그 선수는 체력적으로 지쳐야 할 시간에 오히려 더 컨디션이 좋아 보였다.
[극도의 정신력]
[등급] S
[효과] 체력이 완전히 바닥났을 때, 극도의 정신력을 발휘하며 많은 시간 더 뛸 수 있게 됩니다. 특성의 효과가 발휘될 때, 컨디션이 매우 좋아집니다.
성장한 특성의 효과를 받은 신재욱.
그가 날뛰기 시작했다.
추가시간을 다 합쳐도 경기 종료까지 10분 정도밖에 안 남은 상황이었지만.
“10분이면 충분하지.”
신재욱이 무언가를 만들어내기엔 차고 넘치는 시간이었다.
― 신재욱 선수가 굉장히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건…… 놀라운데요? 지금까지 힘을 아껴뒀던 걸까요……?
― 말이 안 됩니다! 신재욱 선수는 전반전과 후반전 내내 많이 뛰었거든요?
전 세계가 지켜보는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그 무대에 선 신재욱이 전 세계 축구팬들을 강렬한 충격에 빠뜨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