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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전부터 신재욱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스타일을 잘 알고 있었다.
특별히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 관심이 있어서는 아니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스타일이 잘 알려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매우 수비적인 스타일이지. 하지만 단순히 수비적이라고 말하기엔 짜임새가 있고, 역습도 꽤 날카로워.’
선수들로 두 줄 수비벽을 세운다는 평을 받을 정도로 수비에 많은 신경을 쏟는 스타일.
물론 추후엔 약점이 발견되고, 한계가 드러나는 전술이지만.
현시점에선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이 이끄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세계 최고의 수비력을 지닌 팀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성적도 대단했다.
‘이번 시즌 라리가 우승팀이니까.’
2013/14시즌 라리가 우승!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이뤄낸 업적이었다.
즉, 이번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은 분데스리가 우승팀과 라리가 우승팀의 대결이기도 했다.
당연하게도 이 경기는 축구팬들 사이에서 더 많은 화제가 됐다.
└ 라리가 우승팀이랑 분데스리가 우승팀이 만나네. 현재 최고의 팀들끼리 만난 거라고 봐도 되겠지?
└ 맞지. 이번 시즌만큼은 시메오네 감독이 이끄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라리가 최강이고, 과르디올라 감독이 이끄는 바이에른 뮌헨도 분데스리가 최강이지.
└ 이 경기는 너무 기대된다. 라리가 최강팀과 분데스리가 최강팀의 대결이라니!
└ 난 바이에른 뮌헨이 이길 것 같아. 4강에서 레알 마드리드도 잡았잖아.
└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도 리그에서 레알 마드리드 이겼어.
└ 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이길 것 같아. 얘네 수비는 철벽이야. 절대 뚫리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을 준다고.
└ 바이에른 뮌헨의 공격진은 세계 최고 수준이긴 한데,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수비 전술엔 고전할 수밖에 없을 거야.
└ 신재욱은 무조건 골 넣을걸? 만약 이택현이랑 같이 나온다? 그러면 100%야. 신재욱과 이택현의 호흡은 세계 최고거든.
└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도 엄청 강한 팀이라서 이번 결승전은 누가 이길지 모르겠다. 다른 팀도 아니고 첼시를 이기고 올라왔잖아. 그것도 꽤 압도적으로.
└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첼시의 2차전은 장난 아니었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공격력도 강한 팀이라는 걸 알 수 있었어.
이처럼 팬들의 관심과 기대감이 높아서일까?
결승전이 치러질 날은 빠르게 다가왔다.
― 선수들이 경기장에 입장하고 있습니다! 오늘 이 두 팀 중 한 팀이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들게 됩니다!
― 긴장감이 흐르고 있습니다! 두 팀 모두 최고의 기세를 지닌 팀이고, 각자의 리그에서 우승을 한 팀들이기 때문에 승부를 예측하기가 어렵습니다!
― 양 팀의 스쿼드를 보겠습니다. 오늘 바이에른 뮌헨은 최근 레알 마드리드를 이겼던 전술을 그대로 들고나왔죠?
― 그렇습니다. 필립 람 선수와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 선수를 수비형 미드필더에 세우고, 양쪽 윙어 자리에 프랑크 리베리와 토마스 뮐러를,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엔 이택현, 최전방 스트라이커 자리엔 신재욱 선수를 세웠습니다. 베스트 멤버죠.
― 레알 마드리드전을 생각해보면 이택현 선수와 신재욱 선수의 역할이 매우 중요할 것 같네요.
― 두 선수는 워낙 호흡이 좋은 선수들이니까요.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것 같습니다. 다음으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보시면 평소와 같이 4―4―2 포메이션을 들고나왔거든요? 그런데 평소랑은 조금 다른 게, 오늘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더 공격적으로 전술을 짜온 것 같습니다. 디에고 코스타 선수와 다비드 비야 선수를 투톱으로 세웠고, 아르다 투란, 가비, 코케 선수를 평소보다 더 앞쪽에 배치했거든요? 이건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이 초반부터 바이에른 뮌헨을 강하게 몰아붙일 생각인 것 같습니다!
― 많은 수의 팬분들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수비적인 전술을 들고나올 거라고 예상했는데, 그 예상을 완전히 깨버린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이네요! 이러면 바이에른 뮌헨 선수들도 당황할 수 있겠는데요?
해설들의 말처럼 바이에른 뮌헨 선수들은 당황하고 있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전술이 생각했던 것과는 달랐으니까.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이 잘 준비했네.’
신재욱도 작게 감탄했다.
모두의 예상을 깬 전술을 들고나온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위기를 느끼진 않았다.
‘선수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전술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지.’
리그 내내 사용하던 전술 말고 다른 전술을 사용하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강할 것 같지는 않았으니까.
오히려 기분이 좋아졌다.
‘금방 원래 전술로 돌아가게 해줘야겠어.’
상대의 수비를 뚫는 게 예상보다 더 쉬워지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 * *
삐이이익!
바이에른 뮌헨과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오른 두 팀이 부딪쳤다.
―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선수들이 적극적으로 공격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선수들의 활동량이 평소보다 더 많은 것 같은데요?
― 정말 그렇네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원래도 활동량이 많은 것으로 유명한 팀인데, 바이에른 뮌헨을 상대하는 오늘은 정말 많이 뛰네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경기장을 넓게 쓰며 공격을 만들어 나갔다.
빠른 템포를 유지하고 있음에도 라리가에서 우승한 팀답게 패스의 정확도가 높았고, 뒷공간을 노리는 스루패스도 날카로웠다.
하지만 바이에른 뮌헨의 수비도 단단했다.
상대가 예상과는 다른 전술을 들고나왔지만, 금방 침착함을 되찾곤 안정적으로 대응했다.
― 필립 람 선수! 중원에서 선수들을 진두지휘하며 안정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역시 바이에른 뮌헨의 레전드답네요! 세계 최고의 측면 수비수에서 이제는 호셉 과르디올라 감독 체제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도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대단한 선수입니다.
― 필립 람 선수뿐만 아니라 바이에른 뮌헨 선수들의 집중력이 다 좋네요. 결승전이 치러질 때까지 푹 쉬다 와서 그런지 4강전 때보다 컨디션이 더 좋아 보입니다.
― 신재욱 선수와 이택현 선수도 몸이 가벼워 보이죠?
― 그렇습니다. 특히 이택현 선수는 힘이 남아도는 것 같습니다. 과할 정도로 수비 가담을 해주고 있거든요?
― 하하하! 이택현 선수는 체력이 워낙 좋은 것으로 유명하니까요. 저렇게 뛰어도 풀타임을 무리 없이 소화하는 선수이지 않습니까.
필립 람과 슈바인슈타이거는 안정적인 수비를 보여주며 바이에른 뮌헨의 중심을 잡아줬고, 토마스 뮐러, 이택현, 프랑크 리베리가 수비에 가담하며 힘을 실어줬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공격진을 이끄는 디에고 코스타, 다비드 비야, 아르다 투란, 가비, 코케는 그런 바이에른 뮌헨을 쉽게 공략하지 못했다.
― 필립 람이 끊어냅니다! 이야! 패스 경로를 완전히 읽었어요!
공을 끊어낸 필립 람은 곧바로 전진 패스를 뿌렸다.
패스에 자신이 있는 선수답게 과감한 시도였다.
투욱!
전방에 있던 이택현이 공을 받아냈다.
부드럽게 공을 받아낸 그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수비수 미란다와의 몸싸움을 이겨내고 측면에서 달리는 토마스 뮐러에게 패스했다.
― 토마스 뮐러가 측면에서 공을 받습니다. 이택현 선수가 잘 연결해줬네요!
토마스 뮐러는 상대 수비수와의 일대일 상황에서 돌파를 시도하지 않았다.
그가 공을 끄는 사이에 측면으로 침투하던 하피냐에게 공을 넘겨줬다.
― 좋은 패스입니다! 하피냐 선수가 공을 잡습니다!
좋은 오버래핑으로 측면을 뚫어낸 하피냐는 곧바로 크로스까지 뿌려냈다.
퍼엉!
공이 휘어지며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페널티박스 안으로 날아 들어왔다.
페널티박스 안에 있던 선수들이 다급히 몸을 띄웠다.
신재욱도 마찬가지였다.
어느새 가장 좋은 위치를 잡은 그는 공중에 몸을 띄운 채, 공에 집중했다.
상대 수비수의 방해가 있었지만, 강하게 뿌리쳐내며 날아오는 공에 머리를 가져다 댔다.
터엉!
이마와 공이 부딪쳤을 때 나는 타격음이 터졌다.
그러나 신재욱의 표정은 좋지 못했다.
“아…….”
느낌으로 알았기 때문이었다.
빗맞았다는 것을.
― 아……! 이게 벗어나네요! 정말 아깝습니다!
― 신재욱 선수가 머리를 잘 가져다 댔는데, 살짝 빗맞았습니다. 신재욱 선수가 아쉬워하고 있네요.
비록 골이 터지진 않았지만.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선수들의 등줄기엔 식은땀이 흘렀다.
이들에겐 세계 최강의 수비력을 지닌 팀이라는 자부심이 있었기에, 단 한 번의 공격으로 실점을 할 뻔했다는 것에 깜짝 놀라고 있었다.
‘고딘을 상대로 공중볼을 따낸다고? 신재욱 저 자식, 엄청나잖아……?’
‘역시 토마스 뮐러는 영리한 선수야. 침투하는 하피냐를 정확하게 보고 패스했어. 그리고 하피냐의 크로스도 꽤 날카로웠고.’
‘바이에른 뮌헨의 공격이 생각보다 더 강한데……? 하마터면 경기 초반부터 골을 먹힐 뻔했어.’
‘이미 알고 있었지만, 확실히 신재욱의 위치선정은 위협적이야. 더 집중해서 막지 않으면 큰일 나겠어.’
첫 번째 슈팅 이후부터 바이에른 뮌헨이 기세를 잡아나갔다.
신재욱은 최전방에서 공을 잡을 때마다 안정적으로 지켜내며 동료에게 연결해줬고, 이택현은 번뜩이는 플레이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수비진을 위협했다.
그리고 전반 19분이 되었을 때.
줄곧 안정적인 플레이를 하던 신재욱이 또다시 공을 받아냈다.
원래라면 수비수를 등진 채로 공을 받고, 측면으로 달리는 프랑크 리베리나 토마스 뮐러에게 패스를 줬을 것이다.
그게 아니면 다시 이택현에게 공을 넘기던가.
그런데 지금은 달랐다.
계속해서 비슷한 패턴으로 움직이던 신재욱이 갑자기 몸을 돌렸다.
당연히 신재욱이 공을 지킬 것이라고 예상했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중앙수비수 디에고 고딘은 깜짝 놀라며 팔을 뻗었다.
우선은 몸으로라도 신재욱의 움직임을 방해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신재욱은 디에고 고딘의 팔을 뿌리쳐내며 중심을 잡았다.
동시에 다리를 휘둘렀다.
기습적인 턴과 거의 같은 타이밍에 나온 슈팅.
그 예상치 못한 플레이에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골키퍼 티보 쿠르투아는 미처 몸을 날리지 못했다.
깜짝 놀라며 몸을 움직이려고 했지만.
공은 이미 그의 몸을 지나 골대 안으로 파고들었다.
철썩!
골망이 크게 흔들릴 정도로 강력한 슈팅이었다.
그 순간 경기장에 커다란 함성이 터져 나왔다.
― 우오오오오! 들어갔습니드아아아아아! 고오오오오올! 신재욱입니다! 신재욱 선수가 엄청난 슈팅으로 세계 최강이라고 평가받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수비를 뚫어내고 골을 터트렸습니다!
― 이런 한 방이죠! 신재욱 선수에겐 이런 한 방이 있습니다! 정말 대단한 심리전이었습니다! 줄곧 수비수를 등지는 포스트 플레이만 하다가, 처음으로 기습적인 터닝슛을 시도한 것이거든요? 그런데 그게 골로 연결되네요!
― 디에고 고딘 선수를 완벽하게 속이고 만들어낸 골! 티보 쿠르투아 골키퍼도 반응하지 못했을 정도로 빠른 타이밍에 나온 슈팅이었습니다!
투웅! 퉁!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골망을 경쾌하게 흔들던 공이 바닥에 튕겼다.
신재욱은 평소처럼 그 공을 옆구리에 낀 채, 경기장 중앙을 향해 뛰었다.
이때, 그의 눈엔 보였다.
특성이 성장했다는 메시지와 능력치가 올랐다는 메시지가.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은 다를 것 같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