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빨로 축구천재-177화 (177/224)

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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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전반 20분밖에 안 됐지만.

경기의 분위기는 완전히 레알 마드리드 측으로 넘어갔다.

짧은 시간에 터진 2개의 골 때문이었다.

― 역시 레알 마드리드는 레알 마드리드네요! 1차전에서 그렇게 밀렸던 팀 맞습니까? 2차전에선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바이에른 뮌헨을 상대로 벌써 2 대 0입니다! 다른 팀도 아니고 바이에른 뮌헨을 상대로요!

― 정말 놀랍습니다! 바이에른 뮌헨이 이렇게 밀리는 건 정말 보기 힘들거든요? 리그에서도 이렇게 밀렸던 경기가 없지 않습니까?

― 적어도 이번 시즌엔 없다고 봐도 되죠! 거의 모든 경기에서 압도했으면 했지, 밀리진 않았었거든요! 그런데 그런 바이에른 뮌헨이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에선 굉장히 힘든 경기를 치르고 있습니다!

모두가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이었고.

실시간으로 경기를 지켜보던 레알 마드리드의 팬들은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있었다.

└ 으하하하! 이게 레알 마드리드다!!!!!!! 바이에른 뮌헨은 1차전에 운이 좋았을 뿐이야! 오늘의 레알 마드리드가 진짜라고!

└ 봤지? 다들 봤지? 이게 레알 마드리드의 실력이야! 레알 마드리드는 세계 최고의 팀이라고!

└ 세르히오 라모스가 왜 세계 최고의 수비수인지 알겠냐? 얜 공격수보다도 골을 더 잘 넣거든!

└ 큭큭! 라모스가 바이에른 뮌헨을 부숴버리고 있어! 오늘 레알 마드리드 너무 잘하는데?

└ 챔피언스리그 결승엔 레알 마드리드가 진출하겠군!

└ 그 바이에른 뮌헨도 레알 마드리드 앞에선 어쩔 수 없구나!

└ 레알 마드리드가 1차전에서의 복수를 하기 시작했군!

└ 세르히오 라모스의 헤더는 알고도 막기 어렵지!

같은 시각.

바이에른 뮌헨 선수들은 당황하고 있었다.

전반전 20분 만에 2개의 실점을 허용하게 됐다는 사실에 평정심을 유지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들은 억지로라도 평정심을 되찾기 위해 노력했다.

현재의 팀 상황을 파악한 채로 보완할 점을 알려주는 신재욱 덕이었다.

― 신재욱 선수가 동료들에게 무언가를 열심히 말하고 있네요?

―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팀의 분위기가 좋지 않을 때마다 신재욱 선수는 지금처럼 동료들에게 많은 이야기를 해주는 편이죠. 그리고 바이에른 뮌헨 선수들은 신재욱 선수의 말을 굉장히 잘 듣는 편이라고 합니다.

팀에서 가장 어린 선수였지만, 가장 많은 골을 넣는 선수.

더구나 경험이 가장 적으면서 가장 베테랑처럼 축구 하는 선수.

그런 신재욱의 말이었기에 바이에른 뮌헨 선수들은 집중력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

― 바이에른 뮌헨이 빠르게 안정감을 되찾고 있는 것처럼 보이죠?

― 정말 그렇네요. 분명 선수들이 당황한 것처럼 보였었는데 말이죠? 신재욱 선수의 말들이 효과가 있었던 걸까요?

레알 마드리드는 계속해서 바이에른 뮌헨을 몰아붙였다.

초반부터 잡은 기세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바쁘게 몰아치는 공격이었음에도 날카로움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그런데 바이에른 뮌헨이 잘 버텨냈다.

― 바이에른 뮌헨의 수비가 좋은데요? 선수들이 흔들리지 않습니다! 초반에 2골을 허용했을 때와는 경기력이 달라진 것 같습니다!

― 이게 바이에른 뮌헨이죠! 이제야 진짜 바이에른 뮌헨답네요!

분데스리가에서 보여주던 단단한 수비를 보여주며 레알 마드리드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방어했다.

게다가 이제는 날카로운 역습까지 시도했다.

투웅!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가 필립 람에게 공을 넘겼고.

필립 람은 부드럽게 공을 컨트롤한 뒤, 좋은 위치에 있던 토마스 뮐러에게 패스를 보냈다.

이때 토마스 뮐러는 공을 끌지 않았다.

욕심을 부리지 않고, 오늘은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전한 이택현에게 공을 넘겼다.

― 이택현 선수가 공을 받습니다! 오늘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전을 한 이택현 선수인데, 아직까진 무언가를 보여줄 기회가 없었거든요? 하지만 이제는 기회가 온 것 같습니다! 명장인 호셉 과르디올라 감독이 이택현 선수를 공격형 미드필더로 투입한 이유를 보여주면 좋겠네요!

이때 이택현은 모두를 놀라게 할 플레이를 보여줬다.

― 이택현 선수! 과감합니다! 과감한 패스를 찔러넣습니다!

토마스 뮐러에게서 공을 받자마자 시도한 스루패스.

뻗어져 나간 공엔 날이 제대로 서 있었다.

워낙 빠른 타이밍에 나온 패스였고, 정확도도 완벽에 가까웠다.

공은 단숨에 신재욱의 발 앞에 도착했다.

― 어느새 페널티박스 안으로 침투한 신재욱 선수가 공을 잡았습니다! 너무 좋은 기회죠!

상대의 페널티박스 안에서 안정적으로 공을 받은 상황.

더구나 다리를 휘둘러 슈팅할 타이밍도 충분히 나왔다.

휘익!

신재욱이 다리를 휘둘렀다.

골키퍼가 막기 어려운 상단 구석을 노린 슈팅이었다.

― 고오오오오올! 골입니다! 드디어 바이에른 뮌헨의 골이 터졌습니다!

― 바이에른 뮌헨의 패스 플레이가 너무 좋았네요! 특히 마지막에 이택현 선수의 킬패스는 정말 날카로웠습니다!

― 이택현 선수가 공격형 미드필더로서도 재능이 있었군요? 호셉 과르디올라 감독이 이런 중요한 경기에서 이택현 선수를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전시킨 이유가 있었습니다! 이택현 선수, 패스의 타이밍과 정교함이 대단합니다!

― 신재욱 선수의 퍼스트 터치와 슈팅도 완벽했습니다!

골을 넣은 신재욱은 좋은 패스를 준 이택현에게 엄지를 들어 올리며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택현아, 패스 좋더라. 덕분에 편하게 골 넣을 수 있었어.”

“흐흐! 타이밍이 예술이었지? 그 타이밍에 패스하면 네가 바로 골 넣어줄 거 같았어. 하! 이거 이러다가 평생 공격형 미드필더로만 나오게 되는 거 아니야? 난 윙어로 뛰는 걸 더 좋아하는데…….”

“자만하진 말고, 전반전이 끝나기 전까지 한 골 더 만들어보자.”

“좋아! 완전히 달콤한 패스로 줄 테니까 기대해! 재욱아 내가 완벽하게 만들어줄 테니까 넌 그냥 골을 잘 넣기만 해줘.”

“골 넣는 건 내 전문이지.”

“좀 재수 없지만 맞는 말이긴 해. 분데스리가 득점왕이니까.”

신재욱은 이택현과의 대화를 마친 뒤, 다른 동료들과도 짧은 대화를 나눴다.

이어서 그는 관중석에 가득한 팬들을 바라보며 함성을 유도했다.

― 팬들의 함성이 굉장합니다! 바이에른 뮌헨의 홈구장답네요! 홈팬들이 신재욱 선수에게 커다란 함성을 보내고 있습니다!

― 이거 경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예상이 안 되는데요? 과연 결승전에 오를 팀은 어디가 될지 궁금하네요!

신재욱의 골 이후.

더욱 공격적으로 나온 팀은 레알 마드리드였다.

한 골을 허용했지만, 초반에 좋았던 기세를 뺏기고 싶지 않았기에 나온 경기 운영이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신재욱은 누구보다도 빠르게 파악해냈다.

“쟤들 지금 마음 급해요! 빠르게 한 골 넣어서 경기를 유리하게 이끌고 싶은 것 같은데, 우린 그냥 라인 내리고 침착하게 막고 역습하면 돼요! 가레스 베일이랑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스피드는 계속 경계하고, 루카 모드리치와 사비 알론소가 편하게 패스하지 못하게 강하게 압박해줘요!”

레알 마드리드에겐 너무나도 얄밉게 느껴지는 말이었지만, 바이에른 뮌헨 선수들에겐 시험에서 정답지를 보게 된 듯한 느낌을 받았을 정도로 든든한 말이었다.

그래서일까?

바이에른 뮌헨은 남은 시간 동안 웅크린 채 레알 마드리드의 위험한 공격들을 잘 막아내는 것에 성공했다.

― 전반전이 2 대 1로 종료됩니다! 레알 마드리드가 추가 득점을 노려봤지만, 바이에른 뮌헨이 기회를 주지 않았네요!

― 바이에른 뮌헨이 2골을 실점한 이후로는 단단한 경기력을 보여줬죠. 반면 레알 마드리드는 하나의 실점이 아쉽게 느껴질 것 같습니다. 분위기가 너무 좋은 상황에서 골을 허용한 것이거든요.

후반전은 치열했다.

레알 마드리드가 적극적으로 공격을 펼쳤고, 바이에른 뮌헨도 침착한 수비와 강한 압박을 바탕으로 경기를 풀어나갔다.

―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침투해봤지만, 오프사이드가 선언됐습니다! 방금은 바이에른 뮌헨의 오프사이드 트랩이 좋았죠?

― 맞습니다. 오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선수가 오프사이드에 많이 걸리네요. 그만큼 바이에른 뮌헨의 수비진이 오프사이드 트랩을 잘 활용하고 있다는 거겠죠.

확실히 벤제마, 베일, 호날두로 이뤄진 레알 마드리드의 공격진은 강력했지만.

바이에른 뮌헨의 공격진도 만만치 않게 강했다.

특히 신재욱이 공을 잡을 때면 레알 마드리드의 수비수들이 잔뜩 긴장했다.

1차전에 워낙 크게 당했었고, 오늘도 계속해서 위협적인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금도 그랬다.

― 신재욱 선수가 공을 받습니다! 오늘 경기 내내 아주 좋은 볼 키핑 능력을 보여준 신재욱 선수인데, 이번에도 공을 지켜낼 수 있을까요?

신재욱은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가 강하게 보낸 패스를 안전하게 받아냈고, 상대 수비수를 등졌다.

레알 마드리드의 주전선수이자 세계적인 수비수인 페페가 바싹 달라붙어서 압박을 해왔지만, 신재욱은 전혀 당황하지 않고 버텨냈다.

― 신재욱! 페페와의 몸싸움에서 밀리지 않습니다! 아~! 신재욱 선수! 공을 정말 안 뺏겨요!

페페는 필사적이었다.

옷을 잡고, 힘을 쓰며 발을 뻗었다. 조금은 지저분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수비에 집중했다.

그런데도 신재욱은 뺏기지 않았다.

영리하게 페페를 등진 채, 적절하게 페인팅을 써가며 공을 지켜냈다.

더구나 공을 지키기만 한 건 아니었다.

신재욱은 공을 지켜내며 동료들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았다.

여전히 페페에게 압박받는 상황에서.

휘익!

신재욱은 계속해서 몸을 움직이며 페페의 심리를 복잡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제는 왼쪽으로 몸을 돌릴 것처럼 회전한 뒤.

툭! 휙!

오른쪽으로 몸을 돌렸다. 동시에 왼발로 공을 강하게 감아 찼다.

몸을 완전히 틀면서 차낸 공이 레알 마드리드의 페널티박스 안으로 휘어져 들어갔다.

레알 마드리드의 오프사이드 트랩을 뚫고 침투한 토마스 뮐러를 노린 패스였다.

― 우오오오! 좋은 패스입니다!

경기를 지켜보던 사람들이 깜짝 놀랄 정도로 예리한 패스였다.

토마스 뮐러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몸을 던졌다.

다이빙 헤더.

자칫 다칠 수도 있는 슈팅 방법이었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선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었다.

― 우와아아아! 들어갔습니다! 토마스 뮐러! 몸을 날린 다이빙 헤더로 동점 골을 터트립니다!

― 와……이건 토마스 뮐러 선수의 침투도 좋았지만, 신재욱 선수의 플레이가 정말 좋았죠! 최전방에서 페페를 상대로 공을 지켜내면서 놀라울 정도로 예리한 패스까지 뿌려냈거든요?

― 신재욱 선수가 완성형 스트라이커가 뭔지를 제대로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스트라이커는 꼭 골을 넣지 않더라도 방금 신재욱 선수가 했던 것처럼 최전방에서 공을 지켜주고, 버텨주는 플레이를 잘해주면 팀에 큰 도움이 되거든요! 이런 포스트 플레이는 상대 팀인 카림 벤제마 선수도 굉장히 잘하는 건데, 오늘만큼은 신재욱 선수의 포스트 플레이가 더 빛나고 있습니다!

바이에른 뮌헨의 홈구장 알리안츠 아레나의 분위기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곳을 가득 메운 바이에른 뮌헨은 팬들은 기쁨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2 대 0으로 밀렸던 바이에른 뮌헨이 기어코 동점을 만들어냈으니까.

그러나 이들의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토마스 뮐러의 골이 터진 지 겨우 4분 뒤.

세계 최고의 선수 중 하나이자, 레알 마드리드의 에이스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골이 터졌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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