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빨로 축구천재-164화 (164/224)

164

* * *

신재욱은 헛웃음을 흘렸다.

자신과 같은 리그는 아니지만, 분데스리가와 같은 세계 최고의 리그 중 하나인 라리가의 득점왕을 차지한 선수 때문이었다.

“리오넬 메시…… 이 사람은 뭔 46골이나 넣었냐……?”

현재 세계 최고의 선수라고 평가받는 리오넬 메시.

그는 이번 시즌에도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

32경기 46골 12어시스트.

리오넬 메시가 라리가에서 만들어낸 기록이었다.

타 리그의 득점왕들보다 압도적인 숫자의 골.

단순히 골만이 아닌, 매 경기에서 보여주는 존재감까지.

이번 시즌의 리오넬 메시는 스스로 세계 최고의 선수라는 걸 경기력과 기록에서 모두 증명했다.

“괜히 축구의 신이라고 불리는 사람이 아니야.”

신재욱은 리오넬 메시의 대단함을 알고 있었다.

환생 전에 경기장에서 여러 번 만나봤으니까.

다만, 개인적인 친분은 없었다.

“되게 내성적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리오넬 메시는 조용한 편이었다.

경기장 위에서만 그랬을 수도 있고, 사적인 자리에선 조용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신재욱이 만나본 리오넬 메시는 조용하고 낯을 많이 가리는 사람이었다.

“이번 삶엔 좀 가까워지려나?”

거기까지였다.

신재욱은 리오넬 메시에 대한 생각을 지웠다.

지금은 자신에게 집중할 생각이었다.

“20경기에서 36골 19어시스트면 충분히 잘했지. 완전히 만족스럽진 않지만, 다음 시즌엔 더 잘하면 되니까.”

그렇게 중얼거리며, 신재욱은 자신의 몸 상태를 확인했다.

불편한 곳은 없는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신중하게 확인했다. 이후엔 상태창을 띄워 능력치들을 다시 한번 점검했다.

“좋아.”

몸 상태는 훌륭했다.

작은 부상 하나 없었고, 상태창에서도 이상한 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그때였다.

“재욱쓰! 할 거 다 했어?”

이택현이 기다렸다는 듯 다가왔다.

“무슨 일이야?”

“일은 무슨, 득점왕 축하한다고.”

“고마워.”

“대단해 정말. 매일 같이 축구 하고 있어서 까먹고 있었는데, 넌 진짜 천재야. 어떻게 데뷔 시즌에 득점왕을 할 수가 있어? 그것도 분데스리가에서?”

“너도 옆에서 봐왔잖아. 그냥 매일 열심히, 재밌게 축구 하다 보니까 이렇게 된 거지. 그리고 너도 잘했잖아. 9골 7어시스트 맞나?”

“8어시스트거든!”

“아 맞다. 9골 8어시스트. 이거 되게 잘한 거야. 그리고 너는 경기 수도 적잖아.”

“괜히 그러지 마. 너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이야.”

이택현이 부정했지만.

신재욱은 진심으로 이택현을 인정하고 있었다.

“겨우 15경기 출전해서 9골 8도움 기록한 거면 되게 잘한 거야.”

15경기 9골 8도움이라는 기록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었으니까.

더구나 이택현의 나이는 만 17세.

분데스리가에서 이 정도 활약을 펼친 건 굉장한 일이다.

“…그래?”

“사실 너도 잘했다는 거 알잖아.”

“크흠! 솔직히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네 기록 보니까 눈이 높아지더라고.”

“다음 시즌에 더 잘하자. 그러면 되는 거야.”

“…알겠어. 지금처럼 열심히 하면 다음 시즌엔 더 좋은 성적 낼 수 있겠지?”

“당연하지.”

“좋아! 해보자! 이 이택현 님이 다음 시즌엔 20골 20어시스트 하는 거 보여줄게! 그럼 이제 내일부턴 지옥훈련 시작이다! 재욱아! 내일부터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지옥훈련 들어갈 준비 됐지?”

어느새 기가 살아서 떠들어대는 이택현의 모습을 보며.

“그래, 가보자.”

신재욱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 *

분데스리가 2012/13시즌이 끝난 이후.

바이에른 뮌헨 동료들은 각자의 시간을 보냈다.

바쁜 시즌을 달려오며 지친 몸과 정신을 회복하기 위해 휴가를 떠난 선수들도 있었고, 그동안 가지 못했던 고향으로 가서 시간을 보내려는 동료도 있었다.

그리고 국가대표팀에 합류하며 또다시 일정을 소화하는 선수들도 존재했다.

신재욱도 그런 선수 중 하나였다.

독일에서 며칠간 휴식을 취한 그는 이택현과 함께 레바논으로 날아가서 성인 국가대표팀에 합류했다.

한국의 축구팬들은 그런 신재욱과 이택현에게 기대감을 드러냈다.

└ 오!!!! 신재욱이랑 이택현 오는구나? 이러면 레바논전 무조건 챙겨봐야지!!!

└ 레바논 감독은 벌벌 떨고 있을 듯ㅋㅋㅋㅋ

└ 분데스리가 득점왕 스트라이커랑 최고의 유망주 윙어가 오네ㄷㄷㄷㄷ

└ 이제 신재욱이랑 이택현 포스 장난 아닐 거 같네ㅎㅎㅎㅎ 레바논 상대로 엄청 잘해주겠지?

└ 어우! 벌써 기대된다! 난 레바논 수비수들이 신재욱이랑 이택현을 막을 수 있을지가 제일 궁금해ㅋㅋㅋ

└ 막을 수 있겠냐? 분데스리가 수비수들도 잘 못 막는데ㅋㅋㅋㅋ

└ 팀이 바이에른 뮌헨이 아니니까 분데스리가에서만큼은 못 해주겠지만, 그래도 신재욱이랑 이택현은 국대 왔을 때 되게 잘해줬잖아. 걍 믿고 보면 될 거 같음.

이처럼 큰 기대감을 드러내면서도, 한국 축구팬들의 마음속엔 불안감이 존재했다.

레바논과의 경기는 단순히 친선경기가 아니었으니까.

2014년에 펼쳐질 FIFA 월드컵의 예선전이었으니까.

그런데.

이들의 불안감은 경기가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사라졌다.

신재욱과 이택현이 레바논을 완전히 박살 내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 고오오오오올! 신재욱의 골입니다! 이택현의 크로스를 받아 골을 만들어냈습니다! 아주 정확한 헤더였습니다!

― 분데스리가에서도 물이 오른 헤더 능력을 보여준 신재욱 선수니까요! 대표팀에 와서도 자신의 능력을 보여줍니다! 전반 7분 만에 신재욱 선수의 골로 대한민국이 1 대 0으로 앞서갑니다!

전반 7분에 터진 골을 시작으로 신재욱과 이택현을 중심으로 한 한국의 공격은 레바논의 골망을 열어버렸다.

레바논은 최선을 다했지만, 신재욱과 이택현을 막는 것에 너무 힘을 쓰다 보니 오히려 더 많은 빈틈을 드러내며 무너져내렸다.

「한국, 레바논에게 4 대 1 승리! 바이에른 뮌헨에서 날아온 천재들이 만들어낸 승리!」

「신재욱, 2골 기록하며 1골 1도움 기록한 이택현과 함께 최고의 활약 펼쳐!」

「바이에른 뮌헨 듀오는 달랐다. 수비적인 레바논을 어렵지 않게 뚫어내며 승리 이끌어.」

경기가 끝난 이후.

신재욱은 독일행 비행기에 타지 않았다.

다른 대표팀 동료들과 함께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일주일 뒤에 펼쳐질 우즈베키스탄과의 경기가 한국에서 펼쳐지기 때문이었다.

‘시즌이 끝났는데도 일정이 바쁘네.’

신재욱은 비행기 의자에 몸을 기대며 눈을 감았다.

잠이 쏟아질 정도로 피곤했다.

꾸준히 몸 관리를 하지 않았다면 소화하기 힘든 일정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래서 항상 준비를 해둬야 한다니까?’

한국에 도착한 뒤, 대표팀 선수들은 이틀간 가벼운 훈련만을 하며 사실상 휴식을 취했다.

그 과정에서 신재욱은 대표팀 동료들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다녔다.

몇 가지 맛있는 음식을 먹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단연 한우였다.

“재욱아! 한우 꽃등심 엄청 맛있지 않았어? 하! 살면서 먹어봤던 것 중에 최고였던 것 같아!”

“맛있더라.”

“와! 진짜 어떻게 그런 맛이 날 수가 있지? 말도 안 되게 고소하고, 입에 넣고 몇 번 씹지도 않았는데 사라져버리던데!”

흥분한 채로 말하는 이택현을 보며, 신재욱이 고개를 끄덕였다.

인정할 수밖에 없는 말이었다.

이번에 맛본 한우는 정말 맛있었다.

환생 전, 그는 한우를 먹어본 적이 없다.

영국에도 소고기는 많으니 굳이 한국의 소를 찾아 먹을 생각을 하지 않았었다.

‘아주 큰 실수를 했어. 그렇게 맛있는 한우를 먹어볼 생각을 안 했다니.’

하지만 이젠 그 맛을 알았기 때문에, 한국에 올 때마다 먹을 생각이었다.

“다음엔 좀 더 여러 가지 종류를 맛봐야겠어.”

그렇게 중얼거린 신재욱은 손에 든 자료를 향해 시선을 옮겼다.

다음 상대에 대한 자료였다.

당장 내일부터 본격적인 훈련에 들어갈 것이기에 이제는 준비해야 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이택현도 당연하다는 듯 종이 뭉치를 손에 쥐었다.

“재욱아, 오늘은 몇 시까지 볼 거야? 내일부터 본 훈련이니까 오늘은 가볍게 볼 거지?”

“다 외울 때까지.”

“……그럴 줄 알았다.”

다음 날부터 신재욱을 포함한 한국 대표팀은 상대의 전술에 맞춘 훈련을 이어갔다.

선수들 모두 훈련에 적극적으로 임하며 경기에 뛰고자 하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최근에 펼쳐진 레바논과의 경기에서 승리한 선수들답게 기세도 대단했다.

모두 승리만을 생각했다.

그리고 국가대표팀의 홍정태 감독 역시도 다음 경기에서의 승리를 의심하지 않았다.

그것도 매우 압도적인 승리가 될 것이라고 믿었다.

“전력에서 우리가 더 강하고, 정신적인 부분에서도 우리가 더 강해. 그러니까 무조건 이긴다. 그리고…….”

홍정태 감독이 말을 끌며, 시선을 옮겼다.

그의 시선이 향한 곳엔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훈련하고 있는 신재욱이 있었다.

“재욱이를 데리고 경기에서 지는 건 너무 어려운 일이지. 질 수가 없어.”

한국 나이로 19살의 어린 선수이지만.

기량은 대표팀 내에서 최고인 선수다.

어째서 세계적인 무대에서 통하는지는 아주 잠깐만 지켜봐도 알 수 있었다.

“쟨 클래스가 다른 선수니까.”

이처럼 홍정태 감독은 승리에 대한 확실한 믿음이 있었기에, 어떤 상황에서도 놀라지 않을 거라고 자신했다.

그러나 그는 경기가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신재욱 때문이었다.

* * *

레바논전이 끝나고, 일주일 뒤에 펼쳐진 우즈베키스탄과의 경기.

그 경기를 위해 한국 대표팀 선수들과 우즈베키스탄 대표팀 선수들이 서울의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 양 팀 선수들이 경기장에 입장하고 있습니다! 팬분들의 함성이 대단한데요?

― 관중석을 가득 메운 한국 팬분들이 굉장히 열정적인 응원을 보내주고 계십니다!

양 팀 선수들 모두 얼굴에 긴장감이 드러났다.

한국 선수들은 팬들의 응원을 받는 홈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긴장하고 있었고.

우즈베키스탄 선수들은 원정경기를 치른다는 사실에 긴장하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전혀 긴장하지 않는 선수가 있었다.

신재욱, 그는 긴장하지 않았다.

그저 경기를 어떻게 풀어나갈지에 대해서 생각할 뿐이었다.

‘우즈베키스탄의 최근 경기를 보면 초반 집중력이 약했어. 그러면 초반에 한 번 몰아붙여 보는 것도 괜찮겠는데?’

이 경기는 신재욱에게 있어서 특별한 경기가 아니었다.

여러 경기 중 하나에 불과했다. 그래서 더욱 긴장하지 않을 수 있었다.

삐이이이이익!

주심이 휘슬을 불었다.

경기가 시작됐다.

그 순간 신재욱이 직접 공을 몰고 앞으로 나아갔다.

“재밌는 거 해볼까?”

그 말과 동시에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움직였다. 발로는 공을 정교하게 컨트롤했다.

이 움직임으로 덤벼드는 상대 선수 한 명을 가볍게 제쳐냈다.

신재욱은 속도를 냈다.

상대 선수를 끌어들이기 위해서였다.

이제 막 중앙선을 넘은 위치였기에, 우즈베키스탄의 미드필더들은 가벼운 마음으로 신재욱을 막으려고 했다.

위험한 위치가 아니니까 굳이 무리하지 않고 압박만 주겠다는 심리.

그러나 신재욱은 그런 우즈베키스탄 선수들의 심리를 이미 꿰뚫고 있었다.

“그렇게 대충 막으면 안 될 텐데.”

신재욱은 덤벼드는 선수 하나를 또다시 제쳐냈다.

가랑이 사이로 공을 넣는 알까기를 이용한 돌파였다.

― 우와! 신재욱 선수가 화려한 드리블을 보여주며 우즈베키스탄 선수 2명을 제쳐냈습니다!

순식간에 2명이 뚫린 상황.

우즈베키스탄 선수들의 눈빛이 변했다.

이들 모두 신재욱의 움직임에서 위기감을 느꼈다.

“다들 집중해! 대충 막지 말고 끝까지 따라붙어!”

“방심하지 마!”

“쟤 분데스리가 득점왕이야! 확실하게 막아!”

“더 못 들어오게 해! 빨리 끊어!”

다급한 외침들이 우즈베키스탄 진영에서 쏟아져나왔다.

신재욱이 더 깊숙하게 파고드는 것을 막으라는 외침들이었다.

그러나.

우즈베키스탄의 선수들은 몰랐다.

‘이제 안 갈 거야.’

신재욱에겐 더 전진할 생각이 없었다는 것을.

‘슈팅할 거야.’

초장거리 슈팅을 때려낼 것이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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