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빨로 축구천재-162화 (162/224)

162

* * *

신재욱은 공을 지닌 카타르 선수에게로 달려들었다.

무작정 달려든 건 아니었다.

시야에서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로 움직였다. 물론 상대 선수가 고개를 돌리며 주변 시야를 확인했지만.

그럴 때마다 신재욱은 조금씩 위치를 변경하며 상대 선수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때, 카타르의 한 선수가 소리쳤다.

“뒤에 압박 온다! 조심해!”

신재욱이 사각지대에서 접근하는 것을 알리는 외침이었다.

그러나 카타르 선수가 그 말을 듣고 대응하기엔 이미 늦었다. 신재욱이 단순히 압박하는 게 아니고 빠른 슬라이딩 태클을 해버렸으니까.

촤아악!

시야에서 보이지 않는 사각에서 들어오는 슬라이딩 태클이었고, 정확히 공만 노린 태클이었다.

카타르 선수가 본능적으로 공을 지키기 위해 몸을 움직였지만.

그 순간 신재욱은 발끝을 컨트롤하며 공을 끌어왔다.

휘익!

잔디 위에 누운 채로 몸을 돌리며 공을 끌어온 신재욱은 재빨리 몸을 일으켰다.

이때 그의 눈엔 보였다.

좋은 위치에서 공을 받아줄 준비가 된 이택현이 모습이.

‘잘하네.’

저렇게 축구를 편하게 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눈치가 빨라야 했고, 체력이 강해야 하니까.

그리고 동료를 믿어야 했으니까.

“역시 재욱쓰! 네가 뺏을 줄 알았지!”

이택현은 그걸 해냈다.

투욱!

신재욱은 바로 패스를 했다.

그와 동시에 움직였다. 더 좋은 위치로.

― 신재욱 선수와 이택현 선수가 호흡을 맞추고 있습니다! 기대됩니다! 이 두 선수가 만나면 좋은 장면이 나올 때가 많거든요?

― 그렇습니다! 신재욱 선수가 이택현 선수에게로 공을 주고 달립니다!

신재욱은 굴러오는 공을 발의 안쪽으로 받아냈다.

이택현에게서 온 리턴패스였다.

더 좋은 위치에서 공을 잡은 것이기 때문에 신재욱에게 가해지던 압박의 강도는 낮았다.

그래서 소리쳤다.

“내가 더 끌고 갈게! 다들 움직여요!”

대답은 바로 돌아왔다.

“오케이!”

“알겠어! 재욱아!”

“움직일게!”

대표팀 동료들에게서 나온 대답이었다.

이들 모두 신재욱을 굳게 믿고 있었기에 나온 행동이었다.

‘대답 되게 잘해주네.’

신재욱이 씨익 웃으며 앞으로 나아갔다.

직접 드리블을 하며 전방의 시야를 확인했다. 이어서 오른쪽, 왼쪽, 뒤의 시야까지 빠르게 확인했다.

그 순간 카타르 선수 하나가 덤벼들었다.

그는 신재욱의 전진을 방해하기 위해 몸을 부딪쳐왔다. 하지만 그 의도는 실패했다.

신재욱의 탈압박 능력이 너무 뛰어났으니까.

― 신재욱 선수의 탈압박! 대단하네요! 정교한 페인팅을 쓰며 어렵지 않게 압박을 벗어났습니다!

압박을 벗어난 상황.

신재욱은 더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더 좋은 위치에 있는 동료들이 보였으니까.

‘지금은 패스하는 게 더 낫지.’

그중 가장 좋은 움직임을 보여주는 건 이택현이었다. 오프사이드 라인을 줄타기하며 카타르 수비수들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었으니까.

그러나 신재욱은 그런 이택현에게 패스할 생각은 없었다.

수비수의 시선을 끌어주는 동료에게 패스하면 공이 끊길 위험이 있으니까.

그보단 수비수들의 시선 밖에 있는 동료에게 공을 주는 편이 나았으니까.

터엉!

신재욱이 차낸 공이 낮게 깔려 나갔다.

이택현에게 시선이 끌린 수비수들과 먼 곳, 페널티박스 왼쪽 모서리에 서 있던 손훈민을 향한 패스였다.

툭!

손훈민은 좋지 못한 퍼스트 터치를 보여주며 공을 받아냈다. 공을 몸과 가까이 붙여서 받는 게 좋은 상황이었는데, 아쉽게도 그러지 못했다.

그런데 다음 움직임이 좋았다.

그는 바로 슈팅을 때려버렸다.

반대편 골대 구석을 노리고 감아 차는 슈팅.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하는 유망주 손훈민이 지닌 무기 중 가장 강력한 무기 중 하나였다.

― 손훈민! 때립니다!

― 우오오오옷! 들어갔습니다! 고오오오오오오올! 손훈민 선수의 환상적인 골입니다!

골이었다.

손훈민이 마음먹고 때린 슈팅이었고, 심지어 제대로 걸렸다.

카타르의 골키퍼는 반응도 하지 못했다.

“이야아아아!”

손훈민은 함성을 지르며 잔디 위로 미끄러지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그 순간 엄청난 함성이 터져 나왔다.

우와아아아!

― 함성이 대단하네요! 한국 팬분들이 보내는 함성이 경기장 안을 가득 채웁니다!

그리고 슬라이딩 세리머니를 하는 손훈민의 위로 한국 대표팀 선수들이 몸을 던졌다.

“으하하하하! 훈민아! 쩌는 슈팅이었어! 골 축하한다! 인마!”

“대박! 개멋있다! 훈민이 너 진짜 멋있는 골을 넣었어!”

“골! 축하해! 이 경기는 질 수가 없겠어!”

“나이스 골!”

신재욱은 다른 동료들처럼 손훈민에게 몸을 날리진 않았지만.

동료들의 축하가 끝난 이후, 개인적으로 손훈민을 축하했다.

“축하해요. 멋진 골이었어요.”

“오! 재욱아! 패스 줘서 고마워! 너랑 택현이가 수비수 시선 다 끌어줘서 편하게 넣을 수 있었어.”

“형이 잘 때린 거죠.”

“아니야. 압박이 아예 없어서 잘 때릴 수밖에 없었어. 심지어 나는 퍼스트 터치 실수도 했어.”

“슈팅각 만들려고 일부러 터치 길게 한 거 아니었어요?”

“뭐? 하하하! 말도 예쁘게 하네. 그랬으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그냥 실수였어. 그래도 골로 연결해서 다행이야.”

“축하해요.”

손훈민과의 대화를 끝낸 이후, 신재욱은 자신의 상태를 점검했다.

[이름] 신재욱

[나이] 19(만 17세)

[키] 182cm

[체력] 84 [슈팅] 88 [패스] 86 [속도] 80

[민첩] 84 [대인방어] 83 [태클] 83 [몸싸움] 83

[탈압박] 84 [드리블] 86 [개인기] 86 [헤딩] 83

[특성] 완벽한 스트라이커의 본능(S), 최고급 패스 컨트롤(A), 최고급 볼 컨트롤(A), 최고의 집중력(A), 최고의 정신력(A), 완벽한 무게중심(A), 최고급 슈팅 컨트롤(A), 고급 헤더 컨트롤(B), 그라운드의 프로파이터(C), 단단한 신체(C)

전체적으로 제법 높은 능력치를 지닌 상태였다.

능력치 성장이 더뎌지는 게 당연했는데, 그래서 오늘 몸싸움 능력치가 올랐다는 것에 다시 기분이 좋아졌다.

또한, 경험상 그라운드의 프로파이터(C) 특성도 성장할 가능성이 있었다.

‘특성도 성장시키면 이번에 경기에서 얻을 건 다 얻어가는 거야.’

신재욱이 미소를 지었다.

상태창을 내린 뒤, 이번엔 상대 선수들을 바라봤다.

카타르 선수들은 전반전과는 다르게 이제는 너무나도 다급해 보였다.

지금도 심판에게 한국의 세리머니를 빨리 끝내 달라며 졸라대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보니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왔다.

“쟤들도 참 웃긴 놈들이야. 시간을 끌 땐 언제고, 저렇게 태세 전환을 하네.”

* * *

3 대 1이 된 이후.

카타르 선수들은 굉장히 급하게 공격을 전개했다.

전반전과는 180도 다른 팀이 되어버렸다.

게다가 공격은 꽤 날카로웠다. 한국의 수비수들을 충분히 위협할 정도였다.

그러나 공격에 집중하면 할수록 역습엔 취약해질 수밖에 없었고.

카타르는 한국의 역습에 더욱 계속해서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지금도 그랬다.

― 기석용이 끊어냈습니다! 좋은 수비였네요! 이러면 역습 찬스죠? 기석용이 곧바로 구자천에게 연결합니다!

구자천은 준수한 패스 실력을 지닌 선수답게 전방으로 빠르게 달리는 이택현에게 정확한 패스를 연결했다.

― 좋은 패스입니다! 이택현 선수가 공을 받습니다! 아~! 정말 빠르네요!

이택현은 폭발적인 스피드를 내며 달려나갔다.

그는 공을 컨트롤하면서 달리는 것인데도, 뒤에서 따라오는 카타르 선수들보다 빠른 속도를 보여주고 있었다.

골대와의 거리도 순식간에 좁혀졌다.

― 골키퍼와의 일대일 찬스입니다! 이택현 선수! 때리나요?

이택현은 슈팅을 망설이지 않았다.

골키퍼와의 일대일에서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담긴 슈팅이었다.

그러나.

퍼엉!

카타르 골키퍼가 슈팅을 막아냈다.

놀라운 선방이었다.

그런데 이때.

“젠장!”

슈퍼세이브를 해낸 카타르 골키퍼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선방을 했어도 전혀 좋아할 수가 없었다.

그가 튕겨낸 공이 하필이면 뒤늦게 달려온 한국의 스트라이커 신재욱에게로 향했으니까.

신재욱이 그 공을 안정적으로 터치한 뒤, 침착하게 슈팅까지 때려내고 있었으니까.

“하필이면 공이 왜 저놈한테 가냐고오오오!”

카타르의 골키퍼는 몰랐다.

신재욱이 이런 상황까지 고려하며 ‘준비’를 하고 있었다는 걸.

‘스트라이커는 어떤 상황에서든 골을 넣을 준비가 되어있어야지.’

환생 전, 최고의 위치선정을 지닌 스트라이커였다는 것을.

― 고오오오오오오오오올! 신재욱입니다! 이택현 선수의 슈팅이 골키퍼에게 막혔지만, 신재욱 선수가 기어코 골을 만들어냈습니다!

― 신재욱 선수는 정말…… 어떤 상황에서든 골 넣을 준비가 되어있네요! 이런 선수가 진짜 스트라이커죠! 같은 팀이 되면 너무나도 든든한 스타일입니다!

현재 스코어 4 대 1.

큰 점수 차였다.

그런데 한국의 골 잔치는 이대로 끝나지 않았다.

― 골! 골입니다! 이번에도 신재욱 선수네요! 신재욱 선수가 해트트릭을 기록합니다! 이야! 또 이택현 선수와의 연계였죠? 이택현 선수와 공을 주고받는 움직임이 너무 좋습니다! 좁은 공간에서도 카타르의 수비수들을 어렵지 않게 벗겨내고 골을 만들어내네요!

― 클래스가 다르네요! 이 신재욱 선수와 이택현 선수는 카타르의 수비수들이 막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닌 것 같습니다!

― 신재욱 선수의 해트트릭으로 스코어는 이제 5 대 1이 되었습니다!

후반 35분, 신재욱의 3번째 골이 터졌고.

― 우와! 이택현 선수가 칩슛으로 골키퍼의 키를 넘기며 골을 넣었습니다! 정말 침착한 슈팅이었습니다!

― 이택현 선수! 분데스리가에서 윙어로 뛰고 있음에도 득점력이 매우 뛰어난 선수죠? 오늘은 한국 국가대표팀에서 그 실력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후반 42분엔 이택현의 2번째 골이 터졌다.

계속되는 골 잔치에 한국을 응원하던 팬들은 즐거워할 수밖에 없었다.

└ 미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골 잔치네ㅋㅋㅋㅋㅋㅋ

└ 카타르를 이렇게 발라버린다고? 한국축구가 언제 이렇게 강해졌지?ㅋㅋㅋㅋㅋ

└ 신재욱이랑 이택현이 오고 나서부터 공격력이 달라졌어ㄷㄷㄷ 그리고 중원에서도 강해짐.

└ 중원 싸움 강해진 것도 신재욱이랑 이택현 덕분임. 얘네가 밑으로 내려와서 경기 다 풀어주더라.

└ 위에 축구 볼 줄 아네. 걍 클래스가 다른 2명이 들어와서 뛰니까 팀이 엄청 강해진 것처럼 보이는 거야. 카타르 수비수들 봐봐. 다른 선수는 막아도 신재욱이랑 이택현은 못 막잖아. 걍 클라쓰가 다르다는 거임.

└ 골 많이 나오니까 너무 시원하다ㅋㅋㅋㅋㅋ 전반전만 해도 카타르의 침대축구 때문에 개빡쳤었는데ㅋㅋㅋ

이처럼 한국의 팬들이 열광할 때.

카타르는 자신감을 잃었다.

따라갈 엄두가 나지 않는 스코어였기 때문이었다.

그래서일까?

경기가 끝날 때까지 카타르의 추가 골은 나오지 않았다.

삐이이익!

경기가 종료됐다.

최종 스코어는 6 대 1.

그리고 지금.

오늘 3골 2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팀 내 최고의 활약을 펼친 신재욱은.

“와……!”

깜짝 놀라고 있었다.

예상하지 못했던 특성이 성장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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