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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신재욱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방금까지만 해도 짜증이 났지만, 이제는 기분이 좋아졌다.
카타르 선수들을 이용해서 특성을 성장시킬 수 있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라운드의 프로파이터]
[등급] C
[효과] 상대 선수를 가격했을 때, 끔찍한 고통을 주게 됩니다.
정보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그라운드의 프로파이터(C)는 상대 선수를 가격했을 때 끔찍한 고통을 주는 특성이다.
“‘끔찍하다’라는 표현이 단순해 보이긴 하지만, 당한 사람들의 반응은 굉장히 격했었지.”
상대에게 너무 큰 고통을 주는 특성.
그래서 신재욱은 이 특성을 잘 사용하지 않았다.
“상대가 아파하는 걸 좋아하는 편은 아니니까.”
그라운드의 프로파이터(C) 특성의 성장이 오랫동안 정체되어 있다는 게 그 증거였다.
그러나 지금 펼쳐지고 있는 카타르와의 경기에서만큼은 적극적으로 사용할 생각이었다.
“…….”
신재욱이 시선을 돌려 넘어진 카타르 선수를 바라봤다.
넘어질 이유가 없는데, 넘어져서 아픈 척을 하고 있었다.
그러더니 주변의 눈치를 보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저렇게까지 하고 싶나?”
한심한 모습이었다.
저런 사람이 프로선수라는 게 이해가 안 될 정도로.
― 넘어져 있던 유수프 선수가 몸을 일으켰습니다. 정말 시간을 많이 끄네요.
― 이번에도 별로 다친 데가 없어 보이죠?
경기장엔 야유가 쏟아졌다.
관중석에 있던 많은 수의 한국 팬들이 보내는 야유였다.
“역겨운 놈들아! 적당히 좀 해라! 그럴 거면 그냥 집에 가서 잠이나 쳐 자!”
“쟤들은 잔디가 침대로 보이나 봐. 한심한 놈들!”
“이제 동점이 됐는데도 저딴 식이네! 도대체 언제까지 저럴까?”
“카타르 놈들은 프로 자격도 없는 놈들이야.”
“부끄러움이라는 것도 없나?”
그런 상황에서 경기가 재개됐다.
카타르의 플레이는 여전했다. 수비에만 치중했고, 야비한 플레이로 한국 선수들의 심기를 긁었다.
그러나 한 골을 넣으며 동점을 만들어낸 한국 대표팀은 여유를 되찾았다.
카타르 선수들의 비매너 플레이에도 흥분하지 않고 침착하게 공격을 만들어갔다.
― 한국의 점유율이 굉장히 높아졌습니다. 잔뜩 웅크린 카타르를 천천히 요리하고 있습니다!
― 우리 선수들의 기세가 좋은데요? 선수들이 동점 골이 나온 이후부터 긴장이 풀린 것처럼 보입니다!
전반전이 끝나기 전.
한국은 기어코 카타르의 빈틈을 만들어냈다.
시작은 이택현의 과감한 돌파 시도로부터였다.
― 이택현 선수의 돌파입니다! 화려한 드리블로 카타르의 측면을 뚫어냈습니다! 이야~! 이 선수, 정말 잘하네요!
― 이택현 선수는 자신감이 최고의 무기 같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든 돌파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거든요!
카타르의 측면 수비수를 뚫어낸 이택현은 그대로 크로스를 올렸다.
공중볼 경합 능력이 좋지 못한 카타르의 약점을 노린, 높은 크로스였다.
― 이택현! 날카로운 크로스입니다!
높고 빠르게 휘어져 날아오는 공.
모든 선수가 있는 힘껏 몸을 띄웠다. 그러나 그중 가장 좋은 위치에 있는 선수는 신재욱이었다.
‘좋은 위치를 잡는 건 내가 잘하는 것 중 하나거든.’
신재욱, 그는 몸을 띄웠다.
그 순간 상대 수비수의 방해가 시작됐다. 수비수는 손으로 신재욱의 팔과 배를 꼬집어댔다.
더러운 행동이었다.
그래서 이때.
신재욱은 상대 수비수의 등을 무릎으로 찍어버렸다.
뻐억!
심판의 눈을 높은 확률로 피할 수 있는 교묘한 행동이었다.
여러 경험으로 다져진 반칙이기도 했다.
또한, 그라운드의 프로파이터(C)의 효과까지 적용된 타격이었기에 상대는 끔찍한 고통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끄헉!”
카타르의 수비수 아크람이 비명을 내지르며 앞으로 고꾸라졌고.
신재욱은 날아오는 공을 어렵지 않게 머리에 맞췄다.
― 고오오오오오올! 신재욱입니다! 신재욱의 헤더가 카타르의 골망을 흔듭니다!
― 역전 골입니다! 신재욱 선수가 줄곧 침대축구를 하던 카타르에게 시원한 골을 선물해줍니다!
― 이택현 선수의 크로스도 매우 좋았고, 신재욱 선수의 마무리도 완벽했네요! 지켜보는 팬분들의 속을 뻥! 뚫어주는 골이 나왔습니다! 스코어는 이제 2 대 1이 되었습니다! 2골을 넣은 한국이 앞서갑니다!
해설들이 흥분하며 기뻐했고.
모든 상황을 지켜보던 심판이 골을 인정했다.
그 순간 카타르 선수들이 강하게 항의했다.
“심판! 여기 아크람 쓰러진 거 안 보여요? 대체 뭘 본 거예요?”
“신재욱이 무릎으로 아크람의 등을 가격했다고요! 제가 분명 봤다니까요?”
“아크람이 저렇게 쓰러져 있는데 어떻게 이걸 골로 인정할 수가 있어요?”
“당장 취소해요! 이건 한국의 반칙이라고요!”
“이건 반칙이잖아요!”
사실 카타르 선수들의 항의엔 틀린 말이 없었다.
그러나 이들의 말은 심판에게 신뢰를 주지 못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들은 경기 내내 픽픽 쓰러지는 침대축구를 구사해왔으니까.
― 카타르 선수들이 열심히 항의를 해보지만, 받아들여지진 않는 것처럼 보이네요!
― 카타르 선수들이 쌓은 업보죠! 심판이 듣는 척도 안 하고 있습니다.
― 이래서 평소의 행동이 중요한 거죠. 카타르의 선수들은 지금이라도 페어플레이를 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골 판정의 반복은 없었고.
그 사실에 한국의 축구팬들은 크게 기뻐했다.
└ 골!!!!!!!!!!!!!!!!! 신재욱이 해주네!!!!!!!
└ ㅋㅋㅋㅋㅋㅋ카타르 새끼들ㅋㅋㅋㅋㅋㅋ 더럽게 노잼 축구 하더니 결국 골 먹히는구나ㅋㅋㅋㅋ
└ 어후! 개운해! 이렇게 된 거 몇 골 더 넣어줬으면 좋겠네! 난 카타르처럼 침대축구하는 놈들이 제일 싫어!
└ 이번에도 재욱이랑 택현이가 만들었어ㄷㄷ;;; 얘네 대체 뭐야? 대표팀에서 제일 어린 애들이 이렇게까지 잘한다고? 이 정도면 한국의 미래를 넘어서 바이에른 뮌헨의 미래라고 해도 될 정도 아니야?
└ 위에 축구 잘 안 보는구나? 신재욱이랑 이택현 이미 독일에서 엄청 유명해. 둘 다 바이에른 뮌헨의 미래라는 평가받고 있는 중임.
└ 신재욱 헤딩 오진다ㄷㄷ 키는 공격수치고 그렇게 큰 건 아닌 것 같은데, 헤딩 되게 잘 따내네?
└ 신재욱은 위치선정이 사기야. 이따 보면 알겠지만, 코너킥 상황에서도 엄청 위협적임.
└ 나는 이택현의 드리블이 너무 놀라운데? 걍 남미 선수를 데려온 것 같잖아?ㅋㅋㅋ 그것도 최고 수준의 남미 드리블러를 보는 것 같아.
└ ㅋㅋㅋㅋ이택현이랑 신재욱이 카타르를 발라버리는구만.
└ 침대축구 멸망!!!!!!
└ ㅋㅋㅋㅋ카타르 선수 하나 또 드러누웠네ㅋㅋㅋㅋ 근데 심판이 신경도 안 써ㅋㅋㅋㅋㅋ
└ 저 새끼들이 하도 엄살피우면서 넘어지니까 이제 무시하는 거지. 카타르 애들 죄다 양치기 소년들이야ㅋㅋㅋㅋ
└ 저것도 분명 엄살일 듯ㅋㅋㅋㅋㅋㅋ
└ 무조건이지ㅋㅋㅋㅋㅋ 이쯤 되면 심판도 재들이 엄살인 거 다 알걸?ㅋㅋㅋㅋㅋ
카타르의 선수들은 여전히 신재욱의 반칙을 주장했지만.
오히려 이들이 심판에게 주의를 받았다.
“그만! 한 번만 더 항의하면 카드가 나갈 거야!”
카타르 선수들은 굉장히 억울해했다.
아크람이 여전히 고통스러워하며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으니까.
― 의료진이 투입되네요. 아크람 선수가 아직도 쓰러져있네요?
― 하하! 전보다는 오래 쓰러져 있는데요? 하지만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경기가 재개되면 금방 일어나겠죠.
결국, 아크람은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 경기장 밖으로 나가서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그런 상황에서 주심은 경기를 재개했다.
이때, 경기를 보던 축구팬들은 확신했다.
아크람이 바로 일어나서 경기장 안으로 들어올 것이라고.
“저 자식 저거, 100% 엄살이야. 곧 뛰어 들어올걸?”
“드러눕는 거 지겹다 지겨워!”
“야! 엄살 좀 부려!”
심지어 경기장에 있던 선수들까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신재욱만큼은 다르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아크람이 쉽게 일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아크람을 쓰러뜨린 당사자였으니까.
그라운드의 프로파이터(C) 특성의 강력함을 잘 알고 있었으니까.
‘뛸 수는 있겠지만, 좀 더 쉬고 들어와야 할 거야. 많이 아플 거거든.’
* * *
신재욱은 쓰러진 선수에게서 시선을 뗐다.
상대 선수가 아파하는 건 애초에 큰 관심사가 아니었다.
현재 그의 관심을 끄는 건 허공에 떠오른 메시지였다.
[몸싸움이 1 올랐습니다!]
‘그래, 몸싸움도 오를 때가 됐지.’
이제 몸싸움 능력치는 83이 됐다.
준수한 수준이었다.
‘다른 능력치들은 아직 오르려면 좀 더 걸릴 것 같고…우선 이기는 것에 집중해야겠어.’
그때였다.
상대 선수가 쓰러지며 어수선해졌던 분위기가 끝나고, 한국 국가대표팀 선수들이 뒤늦게 소리를 지르며 기뻐했다.
“와아아악! 재욱아! 난 네가 해줄 줄 알았어!”
“지렸다 진짜! 어떻게 공이 날아오는 위치를 그렇게 잘 파악하는 거야? 천재의 감각 같은 거야?”
“어후! 재욱아! 너무너무 고마워! 카타르 애들 때문에 스트레스였는데, 이젠 속이 너무 시원해!”
“나도 스트레스 다 풀렸어. 쟤들 이제 침대축구 절대 못 할걸?”
그리고 어시스트를 기록한 이택현 역시 신재욱의 등에 업히며 기쁨을 드러냈다.
“이 이택현 님의 초특급 파워 택배 크로스를 받아내다니! 인정할 수밖에 없구만!”
‘뭐라는 거야……?’
잠시 후.
경기가 재개됐다.
그런데 경기장의 분위기가 다시 어수선해졌다.
신재욱과의 공중볼 경합 과정에서 쓰러졌던 카타르의 수비수 아크람이 경기장에 들어오지 못하고 있었으니까.
― 아크람 선수가 진짜로 아팠던 걸까요? 카타르가 아크람 선수를 교체해주네요……!
― 아무래도 이번엔 진짜였던 것 같습니다.
오직 신재욱만이 고개를 끄덕이며 교체되어 나가는 아크람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거봐, 많이 아플 거라니까.”
어수선해졌던 분위기 속에서 전반전이 종료됐다.
그런데 이런 분위기는 후반전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카타르 선수들의 기세와 전술이 완벽하게 바뀌었기 때문이었다.
― 카타르가 드디어 공격적으로 나오네요! 2 대 1로 지고 있어서 마음이 급해진 걸까요?
― 하하! 카타르 선수들, 다급할 만하죠! 이제는 완전히 다른 팀이 된 것 같습니다!
카타르의 전술은 공격적으로 변했다.
일부러 넘어지고 시간을 끌던 행동은 완벽하게 사라졌다.
이제는 넘어져도 아픈 척도 하지 않고 재빨리 일어났다. 선수들 모두 적극적으로 뛰며 골을 노렸다.
그런 카타르 선수들의 모습을 지켜보던 신재욱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정말 역겨운 모습이야.”
답이 안 나온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더 크게 이겨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혼내주고 싶어졌어.”
마침 공격적으로 나와주는 카타르였기에, 역습이 잘 통할 수밖에 없게 됐다.
그래서 신재욱은.
“택현아!”
이택현을 불렀다.
“와이?”
“잔치하자.”
“잔치? 골 잔치?”
“그래, 그거.”
“당연히 콜이지!”
짧은 대화를 마친 지금.
신재욱은 공을 몰고 전진하던 카타르 선수를 향해 달려들었다.
‘우선 공부터 뺏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