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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역습이 진행되는 지금.
신재욱의 눈이 빛났다.
그의 시야엔 프랑크 리베리와 이택현, 날아오는 공, 상대 수비수들의 움직임이 전부 들어왔다.
자연스레 가장 효율적인 판단도 내릴 수 있었다.
‘내가 연결해줘야 해.’
공은 신재욱이 달리는 방향으로 날아오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스피드는 프랑크 리베리나 이택현만큼 빠르지 않다. 빠르지 않으면 상대 수비수에게 따라잡히기 쉽다.
때문에, 더 효과적인 역습을 위해서 신재욱은 동료들에게 공을 연결해주기로 했다.
쉬이이익!
신재욱은 전방을 향해 전속력으로 달리는 상황에서도 높게 날아온 공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했다.
타앗!
몸을 띄웠다.
고개를 돌리며 머리로 날아오는 공을 깎아내듯이 쳐냈다. 공에 실린 힘을 줄이고, 방향을 바꾸는 헤더였다.
실전에서 쉽게 하기 힘든, 고급 헤더였지만.
지금의 신재욱으로선 충분히 해낼 수 있는 기술이었다.
[고급 헤더 컨트롤]
[등급] B
[효과] 헤더의 정확도가 매우 높아집니다.
최근에 성장한 고급 헤더 컨트롤 특성의 효과가 적용됐으니까.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 오오오! 아주 좋은 패스입니다! 신재욱 선수가 센스 넘치게 머리로 공을 돌려놨습니다! 이택현 선수가 공을 잡았습니다! 이러면 바로 골키퍼랑 일 대 일이죠!
― 이택현! 좋은 기회를 살릴 수 있을까요?
해설들의 말처럼 신재욱은 머리로 공의 방향을 바꿨고, 그 공은 이태현이 받았다.
프랑크 리베리도 좋은 위치에서 빠르게 달리고 있었지만, 이택현을 선택한 것.
이유는 하나였다.
지금과 같은 플레이는 손발이 조금이라도 더 잘 맞는 동료에게 보내는 게 좋으니까.
그리고 이택현은 신재욱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퍼어엉!
이택현은 반대편 골대 구석으로 강력하게 감아 찼고.
그 공은 그대로 뒤셀도르프의 골대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 우오오오옷! 골입니다! 이택혀어어어어어어언! 과감한 슈팅으로 골을 만들어냈습니다!
빠르게 터진 이택현의 골.
바이에른 뮌헨의 팬들을 열광시키기엔 충분했다.
└ 오오오!!!!!! 택현이 해냈어! 역시 재욱과 택현의 호흡은 믿을 수가 없을 정도로 대단해! 분데스리가에 이들보다 호흡이 잘 맞는 선수들이 있을까?
└ 찾아보기 힘들지! 이 코리안 듀오는 미쳤어! 둘이서 분데스리가의 수비수들을 박살 내고 있다고!
└ 골이야!! 골!!!! 이택현 이 자식, 너무 잘하잖아! 그리고 신재욱 헤더 패스 뭐야? 머리로 저렇게나 정확한 패스를 한다고? 그냥 달리는 이택현의 발 앞에 떨어뜨려 준 수준이잖아?
└ 하하하! 이택현은 플레이가 시원시원해서 좋아! 골키퍼랑 거리가 조금 있어도 슈팅에 자신감이 있으니까 그냥 때려서 골을 넣어버리잖아.
└ 큭큭! 뒤셀도르프는 강하게 나오다가 굉장히 아프게 맞아버렸군! 그러게 항상 역습을 조심했었어야지.
└ 뒤셀도르프가 초반부터 너무 신을 내더라. 바이에른 뮌헨에 신재욱과 이택현이 있다는 걸 잊어버렸었나 봐. 그게 아니고서야 방금처럼 라인을 높게 끌어올릴 수가 없어.
└ 기점이 된 토니 크로스의 플레이도 좋았고, 신재욱의 정확한 헤더 패스, 이택현의 강력한 슈팅까지. 전부 완벽했어!
└ 오늘 대량득점할 것 같은 분위기인데?
└ 신재욱과 이택현이 나온 경기에서 대량득점이 나오지 않은 경기가 있었나? 대부분 많은 골이 나왔던 것 같은데?
└ 흐흐! 그건 맞지.
같은 시각.
한국축구팬들은 특히 흥분하고 있었다.
└ 처돌았다!!!!!! 와!!!! 이런 건 바르셀로나 경기에서도 보기 힘든 티키타카 아님??? 걍 예술인데??
└ 와ㅋㅋㅋㅋ 신재욱 헤딩 패스 뭐냐고ㅋㅋㅋㅋ 머리로 저렇게 정확하게 방향을 바꿔놓을 수가 있는 거였어?
└ 이탈리아 수비수들이 저런 거 잘함ㅋㅋㅋㅋ 근데 다 잘하는 건 아니고 월드클래스 수비수들만. 근데 신재욱이 그걸 하네?
└ 신재욱은 판단력이 너무 좋은 거 같아. 보면 매번 제일 좋은 판단을 내린다니까?
└ 근데 이택현 골 되게 잘 넣네. 윙어가 이 정도면 엄청난 거 아니야?
└ 엄청난 거지ㅎㅎ 이택현은 바이에른 뮌헨에서 기회만 많이 얻으면 한 3년 안에 월드클래스 윙어 될 듯.
└ 우리나라에 이런 선수들이 나왔다는 게 믿기지 않아ㅠㅠ
└ 현지 팬들한테 인기도 엄청나다더라. 바이에른 뮌헨의 미래라고 불린다는데?
└ 그럴 만해ㅋㅋㅋ 근데 이렇게 잘하면 다른 팀들이 엄청 노리고 있을 듯?
└ 위엔 다른 세상에서 살다 왔니? 이미 신재욱이랑 이택현은 빅클럽들한테 연락 엄청 많이 받고 있어. 기사 좀 찾아봐봐.
1 대 0이 된 지금.
시간은 전반전 12분이었다.
초반부터 기세를 잡으려던 뒤셀도르프에겐 뼈아픈 실점이었다.
기운이 쫙 빠질 수 있는 실점이기도 했다.
그런데 뒤셀도르프의 선수들은 전혀 기가 죽지 않았다.
이들은 여전히 강렬한 눈빛을 지닌 채로 경기에 집중했다.
그런 기세와 집중력 때문일까?
전반 16분, 뒤셀도르프는 좋은 기회를 만들어냈다.
― 뒤셀도르프의 역습입니다! 오오! 좋은 패스입니다!
뒤셀도르프의 미드필더가 측면으로 침투한 윙어에게로 공을 찔러줬고.
윙어는 공을 받자마자 기다리지 않고 바로 낮은 크로스를 뿌려냈다.
그리고 그 공이 향하는 곳에 있던 뒤셀도르프의 공격수는 슈팅할 것처럼 페인팅 동작을 준 뒤, 몸을 띄워 공을 피해냈다.
그보다 뒤에 있던 동료가 슈팅할 수 있게끔 미리 약속된 플레이였다.
빠르게 벌어진 뒤셀도르프의 속임수 공격에.
바이에른 뮌헨의 수비수들은 잠깐이지만 완벽하게 속아버렸다.
― 골입니다! 뒤셀도르프가 동점 골을 터트렸습니다! 우와! 방금 골은 상당히 아름다운데요? 바이에른 뮌헨의 수비수들이 전혀 반응하지 못했었죠!
― 골을 넣은 다니 샤힌 선수가 세레머니를 하고 있습니다! 뒤셀도르프의 선수들이 굉장히 기뻐하네요!
― 기쁠 수밖에 없죠. 상대가 바이에른 뮌헨이니까요! 그리고 오늘의 뒤셀도르프는 간절한 상태로 경기에 임하고 있으니까 더더욱 기쁠 겁니다.
분위기가 이상해졌다.
바이에른 뮌헨에게로 넘어가려던 분위기가 단숨에 뒤셀도르프 쪽으로 기울어졌다.
경기의 내용도 달라졌다.
동점 골을 기록하며 기세를 높인 뒤셀도르프는 계속해서 날카로운 공격을 시도하며 바이에른 뮌헨을 당황하게 했다.
물론 바이에른 뮌헨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이들 역시 경기를 주도하기 위해 더 공격적으로 나갔다.
― 다비드 알라바 선수의 오버래핑입니다! 어린 나이에도 유프 하인케스 감독에게 아주 높은 신뢰를 얻고 있는 선수거든요? 어? 근데 지금은 드리블이 좀 길었죠? 아! 다비드 알라바! 공을 뺏겼습니다!
― 아쉬운 플레이인데요? 다비드 알라바 선수답지 않은 움직임이었습니다! 이러면 뒤셀도르프가 바로 역습을 나가죠!
뒤셀도르프의 역습은 바이에른 뮌헨의 수비진을 효과적으로 흔들었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뒤셀도르프가 많은 분석과 반복 훈련으로 만들어진 바이에른 뮌헨전 전용 역습 전술을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철저하게 바이에른 뮌헨을 꺾기 위해 준비해온 전술이었고.
바이에른 뮌헨의 수비수들은 이번에도 뒤셀도르프의 역습을 막아내지 못했다.
― 고오오오오오오올! 뒤셀도르프의 역전 골입니다! 이변입니다! 뒤셀도르프의 홈구장에서 이변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 이게 무슨 상황이죠……? 절대 지지 않을 것 같은 이미지의 바이에른 뮌헨인데, 오늘만큼은 너무나도 불안한 수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전반 22분에 나온 뒤셀도르프의 역전 골.
경기를 지켜보던 축구팬들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심지어 경기장에서 응원하던 뒤셀도르프의 팬들 역시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우리 선수들이…… 너무 잘해주는데…?”
“이 정도를 기대했던 건 아닌데…… 와우…! 근데 지난 경기들에선 왜 그렇게 못했던 거야?”
“이게…… 내가 아는 뒤셀도르프가 맞아? 오늘만큼은 레알 마드리드 같은데?”
“역습이 이렇게 날카로울 수가…! 바이에른 뮌헨의 수비수들이 전혀 힘을 못 쓰고 있잖아?”
심지어 줄곧 침착한 표정을 유지하던 신재욱조차 고개를 갸웃거렸다.
‘잘하는데? 뒤셀도르프가 제대로 준비해왔어.’
지금까진 전술에서 완벽하게 져버렸다.
주변을 둘러보니 바이에른 뮌헨 동료들이 당황하는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신재욱은 달랐다.
그가 누구던가.
세계 최고의 레벨에서 뛴 경험이 아주 많은 선수이지 않은가.
이런 경우 역시 여러 번 겪어봤었기에 당황하지 않았다.
그저 빠르게 머리를 굴리며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을 떠올릴 뿐이었다.
‘어차피 전술을 제대로 바꾸려면 전반전이 끝나야 돼. 그러면 남은 시간은 전술에서 밀리는 상태로 이어가야 한다는 건데…….’
신재욱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지어졌다.
방법이 떠올랐다.
사실 떠올랐다기보다는 이미 생각하고 있던 걸 결정지은 것에 가깝지만.
‘전술에서 밀리면, 개인 능력으로 풀어나가야지.’
경기가 재개된 이후.
신재욱은 밑으로 내려와서 동료들과 공을 주고받으며, 중원에서의 볼 점유율을 높이는 데 일조했다.
다만 계속해서 밑에 내려와 있지는 않았다.
어느새 높게 올라가서 수비수들이 만든 라인을 뚫어내려는 움직임도 가져갔다.
이처럼 다양한 움직임을 가져가는 신재욱 때문에 뒤셀도르프의 수비수들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자연스레 집중력도 떨어졌다.
그리고 신재욱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바스티안, 여기 좀 봐주시죠.’
신재욱은 저 멀리서 공을 잡은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와 눈을 마주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마침내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와 눈이 마주쳤다.
‘지금이야!’
그 순간 신재욱은 갑자기 속도를 높여 뒤셀도르프 수비수들의 사이로 침투했다.
동시에 슈바인슈타이거도 다리도 움직여 롱패스를 뿌려냈다.
퍼어엉!
정교한 롱패스가 날아왔다.
신재욱이 감탄할 정도로 좋은 패스였다.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의 클래스에 맞는 패스야.’
이제 신재욱이 잘하기만 하면 되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수비수들의 사이를 파고든 지금,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오프사이드 라인을 효과적으로 뚫어냈다는 것을.
다만 작은 문제가 있었다.
― 파비안 지페르 골키퍼가 달려 나옵니다! 아~! 신재욱 선수, 이런 상황에서 슈팅까지 할 수 있을까요?
상대 골키퍼가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반응하며 튀어나오고 있었다는 것.
그러나 신재욱은 여전히 침착했다.
‘빨리도 나오네. 이러면 공을 잡아두고 슈팅할 타이밍은 안 나오겠어.’
공을 잡는 순간 골키퍼에게 뺏길 만한 타이밍이었다.
즉, 일반적인 슈팅 타이밍이 나오질 않았다.
그랬음에도 신재욱의 머릿속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었다.
지금도 그 방법 중 한 가지를 꺼내 들었다.
‘머리로 하지 뭐.’
날아오는 공을 잡아두지 않고, 바로 머리로 방향을 바꾸는 것.
[고급 헤더 컨트롤]
[등급] B
[효과] 헤더의 정확도가 매우 높아집니다.
고급 헤더 컨트롤 특성을 보유하고 있기에 더욱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신재욱의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특성의 효과를 받고,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한 상태로 한 헤더 슛이 뒤셀도르프의 골망을 흔들었으니까.
철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