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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아르연 로번의 골을 돕고, 동료들에게 둘러싸였을 때.
신재욱의 눈엔 보였다.
몇 개의 메시지들이.
[패스가 1 올랐습니다!]
[속도가 1 올랐습니다!]
[특성이 성장합니다!]
[‘중급 헤더 컨트롤(C)’이 ‘고급 헤더 컨트롤(B)’로 성장합니다!]
‘패스랑 속도가 올랐어! 패스도 좋지만, 속도가 오른 게 대박인데?’
신재욱이 미소를 지었다.
속도 능력치는 쉽게 오르지 않는 능력치였기에, 더욱 반가웠다.
다음으론 성장한 특성을 확인했다.
[고급 헤더 컨트롤]
[등급] B
[효과] 헤더의 정확도가 매우 높아집니다.
짧고 굵은 정보.
그걸 본 신재욱은 확신했다.
이 특성도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원래라면 아슬아슬하게 골이 되지 않을 헤더 슛이 앞으로는 골로 연결될 수도 있는 거잖아?’
그때였다.
신재욱은 볼 수 있었다.
가장 늦게 떠오른 메시지를.
[특성이 생성됩니다!]
[‘단단한 신체’를 습득합니다!]
“드디어!”
오랜만에 얻게 된 새로운 특성이었다.
소리를 지를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주변에서 동료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뭐야? 뭔 일 있어?”
“드디어 뭐? 드디어 어시스트를 기록했다고? 너 원래 자주 했잖아?”
“재욱? 갑자기 왜 소리를 지르고 그래?”
“무슨 일이야?”
그런 동료들의 반응에 신재욱은 아무 일도 아니라고 둘러대며 새로 얻은 특성의 정보를 바라봤다.
[단단한 신체]
[등급] C
[효과] 몸싸움이 좋아지고, 쉽게 다치지 않게 됩니다.
무려 C급이었다.
이제는 S급 특성까지 보유한 신재욱이었지만, 얻었을 때부터 C급인 특성은 많지 않았다.
더구나 효과란에 적힌 글귀 역시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몸싸움이 좋아지고, 쉽게 다치지 않게 된다고? 몸싸움이랑 부상 방지라니! 나한테 딱 필요한 거잖아?’
신재욱의 얼굴이 더욱 밝아졌다.
동료들에게 숨이 막힐 정도로 둘러싸인 상황이었지만, 그래도 웃음이 흘러나왔다.
‘그럼 이제 부상도 잘 안 당하려나?’
그동안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서 얼마나 노력을 해왔던가.
스트레칭과 휴식, 꾸준한 유연성 훈련을 하루도 빠짐없이 해왔다.
그런 노력 덕분인지 지금까진 별다른 부상이 없었지만, 신재욱도 사람이었기에 부상에 대한 두려움은 늘 지니고 있었다.
그래서 ‘단단한 신체(C)’ 특성이 더욱 반갑게 느껴진 것이고.
이때, 바이에른 뮌헨의 주장 필립 람의 목소리가 경기장에 울려 퍼졌다.
“다들 진정하고 자리로 돌아가! 로번의 골로 2 대 0이 되긴 했지만, 우린 이 정도로 만족할 생각이 없잖아?”
신재욱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었다. 아직 베르더 브레멘과의 경기는 전반전이었다.
많이 유리한 상황이긴 하지만, 지금의 스코어로 경기를 끝낼 생각은 없다.
‘골 더 넣어야지. 어시스트도 괜찮고.’
더 많은 공격포인트를 기록하길 원했다.
그리고 그런 마음을 가진 건 바이에른 뮌헨의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주장 말이 맞아. 우린 더 많은 골을 만들 수 있잖아? 자리로 돌아가서 집중하자.”
“자자! 필립이 말한 거 들었지? 지금까지의 골은 잊고, 다시 잘해보자!”
“좋아! 크흐흐! 다음엔 내가 골 넣는다!”
“내가 넣을 거거든?”
“그럼 어시스트는 내가 할게!”
선수들이 제자리를 찾아간 이후.
경기가 재개됐다.
― 베르더 브레멘 선수들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뻣뻣해졌죠?
― 그렇습니다. 2골을 허용했기 때문인지, 선수들이 위축된 것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네요. 아… 이럴수록 더욱 힘을 내서 자신감 있게 뛰어줘야 할 텐데요? 상대는 바이에른 뮌헨입니다. 안일하게 상대해서는 이길 수가 없는 팀이란 말입니다.
― 하지만 베르더 브레멘이 무언가를 하기엔 바이에른 뮌헨 선수들의 압박이 너무 거세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바이에른 뮌헨 선수들, 굉장히 열심히 뛰어주네요!
베르더 브레멘의 선수들은 당황하고 있었다.
그들이 예상하던 것보다 바이에른 뮌헨의 압박이 훨씬 강했으니까.
‘무슨 이렇게까지 압박을 해? 선수층 두껍다고 체력 막 쓰는 건가?’
‘쟤네 너무 오버페이스 아니야? 2골을 넣었으면 좀 설렁설렁 뛸 만도 하잖아!’
‘젠장! 압박이 너무 강해서 숨이 막힐 정도야……!’
그리고 그 중심엔 신재욱이 있었다.
― 신재욱 선수의 전방 압박이 너무 좋네요! 베르더 브레멘의 수비진을 굉장히 힘들게 해주고 있습니다! 체력도 상당히 좋아진 것 같습니다! 데뷔 초엔 체력적으로 힘들어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줬던 신재욱 선수인데, 최근엔 그런 모습을 찾아보기가 힘들죠?
― 바이에른 뮌헨 선수들의 말에 따르면 신재욱 선수는 체력이 특별히 좋진 않지만, 정신력이 대단히 뛰어나다고 합니다. 강인한 정신력으로 모든 걸 쏟아내고 경기가 끝난 뒤엔 거의 탈진해버린다고 하네요.
해설들의 말처럼 신재욱은 전방 압박을 끊임없이 시도했다.
이에 베르더 브레멘의 수비진은 큰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일반적인 스트라이커라면 모를까, 상대는 신재욱이었으니까.
신재욱의 태클 능력이 뛰어나다는 건 분데스리가 내에서 굉장히 유명했으니까.
― 신재욱 선수가 영리한 게, 자꾸만 태클할 것처럼 베르더 브레멘의 수비수들을 위협해주고 있거든요? 워낙 태클 능력이 좋은 선수이기 때문에, 수비수들로서는 이걸 무시할 수가 없습니다.
― 베르더 브레멘의 수비수들이 다급하게 공을 처리하고 있습니다! 확실히 신재욱 선수와 거리가 좁혀지는 것을 굉장히 경계하네요.
신재욱이 접근할 때마다 다급하게 공을 돌리는 베르더 브레멘의 수비진.
이처럼 급하게 주고받는 패스는 정확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압박을 펼치는 선수는 신재욱만이 아니지 않은가.
아르연 로번과 이택현 역시 적극적으로 베르더 브레멘의 수비수들을 압박하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전반 37분, 베르더 브레멘의 수비진은 위험한 실수를 하고 말았다.
― 어어? 이런 패스는 좋지 않죠! 전방으로 연결하려던 패스가 이택현 선수에게로 향했습니다!
치명적인 패스 미스를 범하며 동료가 아닌 이택현에게 공을 넘겨주고 말았고.
페널티박스 바로 바깥에 서 있던 이택현은 공을 앞으로 한 번 툭― 친 다음, 강력한 오른발 슈팅을 때려냈다.
퍼어엉!
반대편 골대 구석을 노리고 강하게 감아 찬 슈팅.
이택현이 꾸준히 연습해온 슈팅이었고, 훈련 때마다 높은 성공률을 보여주는 슈팅이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빠르게 날아간 공은 베르더 브레멘의 골키퍼 세바스티안 미엘리츠가 손도 쓰지 못하는 궤적으로 파고들었다.
철렁!
베르더 브레멘의 골망이 흔들렸다.
― 고오오오오오오오올! 이택현! 이택현입니다! 엄청난 골을 터트렸습니다!
― 골키퍼가 손도 쓰지 못할 정도로 강력한 슈팅이었죠! 방금은 아르연 로번 선수의 슈팅이 떠오를 정도로 날카로웠습니다!
― 하하하! 방금 이택현 선수가 보여준 골은 아르연 로번 선수도 잘하는 것이긴 하죠.
골을 기록한 이택현은 괴성과 함께 시그니처 세리머니인 백덤블링을 연속해서 펼치며 기쁨을 드러냈다.
“이요오오오옷!”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 어……? 이택현 선수가 토마스 샤프 감독 쪽으로 가서 세리머니를 하네요……?
― 앞서 신재욱 선수가 토마스 샤프 감독의 앞에서 세리머니를 하긴 했지만…이택현 선수도 비슷한 모습을 보여주네요…!
이택현이 베르더 브레멘의 감독 토마스 샤프의 앞에서 백덤블링 세리머니를 펼쳤다는 것.
그것도 연속 4번이나 백덤블링을 했다는 것.
그 행동은 경기장에 있던 모두를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더구나 이택현의 돌발 행동은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백덤블링을 마친 그가 토마스 샤프 감독을 바라보며 크게 소리쳤으니까.
“내 친구를 무시하지 마! 쟨 나랑 같이 최고의 선수가 될 녀석이라고!”
* * *
― 아……! 양 팀 선수들 모두 진정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경기장이 아수라장이 됐다.
양 팀 선수들이 토마스 샤프 감독과 이택현을 사이에 두고 몸싸움을 벌였기 때문이었다.
그 사이에서 신재욱은 바쁘게 뛰어다니며 다투고 있는 선수들을 떼어냈다.
“다들 그만! 그만해!”
이택현의 도발로 인해서 일어난 일이었다.
이전에 토마스 샤프 감독을 도발한 신재욱의 세리머니에 쌓인 게 있었던 베르더 브레멘 선수들이 이택현의 도발로 인해서 완전히 폭발해버린 것이었다.
그리고 이택현에게 달려드는 베르더 브레멘 선수들을 본 바이에른 뮌헨 선수들 역시 가만히 있지 않았고, 지금처럼 양 팀 선수들이 부딪치게 된 것이다.
― 선수들이 팬들을 생각해서라도 흥분을 가라앉혔으면 좋겠네요! 모두 경기를 보러온 것이지, 선수들이 다투는 걸 보려고 온 게 아니거든요?
일촉즉발의 상황.
그러나 신재욱을 포함한 침착함을 잃지 않은 몇몇 선수들의 노력 덕분에 다행히 양 팀의 다툼은 다친 선수 없이 종료됐다.
그와 동시에 신재욱은 이택현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휴……! 택현아 갑자기 왜 그랬어? 왜 상대 감독을 도발하고 그래?”
“저 사람이 먼저 널 도발했잖아. 친구로서 가만히 있을 수가 있겠어? 근데 저렇게 선수들까지 덤벼들 줄은 몰랐는데.”
“……상대 감독을 도발하면 당연히 상대 선수들도 흥분하지.”
“네가 도발할 땐 다들 가만히 있었잖아?”
“원래 한 번은 긴가민가해서 참고 넘어갈 수 있어도 두 번은 못 참잖아.”
“아…! 그렇구나! 그럴 수 있겠네!”
“그래, 나를 위해서 도발해준 건 고마운데 그러지 마. 괜히 다투다가 퇴장당하면 억울하잖아.”
“알겠어. 근데 속은 시원하지?”
씨익 웃으며 던진 이택현의 질문에.
신재욱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저 이택현을 향해 엄지 하나를 들어 올려줬을 뿐.
― 이제 상황이 정리됐네요. 선수들이 흥분을 잘 가라앉히고 좋은 경기를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 맞습니다. 경기의 분위기는 아무래도 3골을 넣은 바이에른 뮌헨이……오! 말을 하던 도중에 경기가 재개됐습니다!
경기가 재개됐다.
베르더 브레멘 선수들은 이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 적극적으로 공격에 나섰다.
이택현에게 도발 당한 토마스 샤프 감독도 붉게 달아오른 얼굴을 한 채로 선수들을 향해 바쁘게 지시를 내렸다.
그러나 남은 시간은 길지 않았다.
베르더 브레멘이 무언가를 만드는 것보다 전반전이 종료되는 게 더 빨랐다.
삐이익!
전반전을 끝내는 주심의 휘슬 소리가 울려 퍼졌을 때.
“젠장! 벌써 끝났다고? 한 골은 넣고 끝났어야 했는데!”
토마스 샤프 감독은 짜증스럽게 잔디를 걷어찼다.
바이에른 뮌헨의 어린 선수들에게 두 번이나 도발을 당한 것.
그 일들은 그의 머릿속에 강렬하게 각인됐다.
그만큼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다.
그래서 다짐했다.
“두고 보자……! 내가 후반전엔 어떻게든 변화를 만들겠어!”
후반전엔 전반전과는 완전히 다른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게 만들겠다고.
“바이에른 뮌헨을 잡기 위해서 준비한 전술은 많아. 3 대 0이라는 점수 차가 크긴 하지만, 한 번만 분위기를 잘 타면 못 따라잡을 것도 없어!”
이처럼 희망적인 생각을 하며, 토마스 샤프 감독은 라커룸을 향해 바쁘게 움직였다.
그런데 이때.
토마스 샤프 감독은 볼 수 있었다.
“신재욱……!”
유난히 얄밉게 보이는 신재욱의 뒷모습을.
처음엔 그냥 지나치려고 했지만, 토마스 샤프는 그러지 못했다.
그는 속에서 끓어오르는 짜증을 참지 못하고 신재욱을 불렀다.
“자네, 잠깐 얘기 좀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