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빨로 축구천재-153화 (153/224)

153

* * *

― 어어……? 신재욱 선수가……?

― 왜 저쪽으로……?

― 저기로 왜 갈까요……?

해설들이 당황했다.

골을 넣은 신재욱이 경기장 중앙으로 달릴 줄 알았는데, 그러지 않았으니까.

상대 팀인 베르더 브레멘의 감독, 토마스 샤프를 향해 달리고 있었으니까.

“엥? 뭐야? 쟤 왜 저래?”

“뭐지? 어디로 가는 거야?”

“설마 토마스 샤프 감독한테 가는 건가…?”

바이에른 뮌헨의 동료들 역시 당황한 표정으로 신재욱을 바라봤다.

동시에 이들 모두 무언가 일이 터질 것 같다는 생각에 뛰기 시작했다.

이들 모두 신재욱의 성격을 알고 있었기에 나온 반응이었다.

“아…! 베르더 브레멘의 감독이 신재욱을 도발했었지?”

“맞다…! 재욱은 누군가 먼저 건드리면 절대 안 참는다는 걸 잊고 있었어!”

“쟤, 뭔 짓을 할지 몰라!”

그리고 가장 당황한 사람은 베르더 브레멘의 감독 토마스 샤프였다.

“뭐, 뭐야? 왜?”

무표정한 얼굴로 달려오는 신재욱을 보며, 토마스 샤프는 움찔할 수밖에 없었다.

182cm의 키에 꾸준한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탄탄한 몸을 지닌 신재욱이 무표정을 한 채 달려드는 모습은 꽤 위협적이었으니까.

그러나 다행히도 신재욱은 토마스 샤프에게 부딪치거나 하지는 않았다.

다만, 매우 가까운 곳에서 그와 눈을 마주치며 보란 듯이 잔디 위로 미끄러지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마치 애송이에게는 당하지 않겠다던 토마스 샤프 감독의 말을 비웃는듯한 행동이었다.

― 어…… 굉장히 도발적인 세리머니인데요? 허허…이건 신재욱 선수가 베르더 브레멘의 토마스 샤프 감독을 저격한 세리머니처럼 보이지 않습니까?

― 하하하… 그런 것 같네요…! 많은 분이 알고 계실 테지만, 경기 전에 토마스 샤프 감독이 신재욱 선수를 애송이라며 도발을 했었거든요? 지금 신재욱 선수가 보여준 세리머니는 그 메시지에 대한 답변인 것 같습니다!

도발을 골과 세리머니로 갚아주는 것.

그런 신재욱의 행동에 바이에른 뮌헨의 홈구장 ‘알리안츠 아레나’에 있던 팬들은 열광했다.

“이야! 그래! 저게 스트라이커지! 스트라이커가 골로 말하는데 토마스 샤프 감독이 할 말이 있겠어?”

“큭큭! 토마스 샤프 감독 얼굴 좀 봐봐. 빨개진 게 너무 웃겨!”

“창피하겠지! 어린 애송이한테는 안 당한다더니, 경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골 먹히고 도발적인 세리머니까지 당했잖아.”

“으하핫! 신재욱에게 시비를 걸면 이렇게 되는 거야!”

슬라이딩 세리머니를 한 신재욱이 몸을 일으켰다.

“개운하네.”

주변을 둘러보니 자신을 말리러 달려온 동료들이 보였다.

“재욱! 멋지게 골 넣더니, 갑자기 뭐야?”

“난 네가 토마스 샤프 감독의 턱을 돌려버리려는 건 줄 알고 깜짝 놀랐잖아!”

“아오! 숨차! 왜 걱정을 시키고 그래?”

“하여튼 골 넣은 건 축하해!”

신재욱은 놀란 기색이 연연한 동료들을 바라보며 사과부터 했다.

“미안해요.”

다음으로 상황을 짧게 설명했다.

“그냥 도발이 살짝 들어간 세리머니였어요.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정도였죠.”

그 말을 들은 바이에른 뮌헨 선수들이 고개를 돌려 베르더 브레멘의 선수들을 쳐다봤다.

실제로 베르더 브레멘 선수들은 신재욱을 노려보며 움찔거릴 뿐, 달려오지는 않고 있었다.

자신들의 감독을 도발한 것 같아서 기분은 나쁘지만 그렇다고 달려가서 밀치기엔 뭔가 애매했으니까.

그때였다.

줄곧 옆에서 상대 선수를 경계하던 이택현의 한숨 소리가 들렸다.

“휴! 재욱아, 싸움 날 줄 알고 놀라서 달려왔잖아. 근데 딱 적정선에서 잘 도발했네? 상대 감독은 열받고, 상대 선수들이 따지기엔 뭔가 애매한 정도로. 큭큭! 넌 이런 도발도 잘하는구나?”

“눈치가 빠르네.”

“그럼! 나 이택현이잖아. 그나저나 내 패스 어땠어? 깔쌈했지?”

“어, 아주 좋았어. 특히 패스 타이밍이 좋더라.”

“흐흐! 네가 딱 보이길래 바로 패스했거든! 네 템포를 맞추려면 조금도 망설이면 안 되잖아.”

“든든하네. 다음에도 부탁할게.”

“엥? 다음엔 네가 패스해줘야지. 나도 골 맛 좀 보자.”

“상황이 만들어지면 얼마든지 줄 수 있지.”

“좋아! 그 정도 대답이면 충분해. 나 오늘 컨디션이 좋아서 골 넣을 수 있을 것 같거든!”

이처럼 신재욱이 이택현과 대화를 나눌 때.

한국의 축구팬들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즐거워하고 있었다.

└ 휴…… 깜짝 놀랐네;;;; 신재욱이 베르더 브레멘 감독한테 날라차기라도 하려는 줄 알았어ㅋㅋㅋㅋ

└ 나도 식겁했음ㅋㅋㅋㅋㅋ 내가 옛날부터 봤는데, 신재욱 쟤가 은근히 성격이 있어서 누가 먼저 건드리면 안 참거든.

└ 먼저 건드리지만 않으면 신사인데, 건드리면 바로 악마로 변함ㄷㄷㄷ

└ 근데 방금 한 세리머니, 상대 감독 도발한 건 맞지?

└ ㅋㅋㅋㅋ딱 보면 모르냐? 대놓고 베르더 브레멘 감독 앞으로 달려가서 눈 마주치면서 슬라이딩했잖아. 100% 도발이야.

└ ㅋㅋㅋㅋㅋㅋ신재욱을 보면 한국인 같지가 않아. 영어랑 독일어를 엄청 잘하고, 절대 당하고 안 살잖아.

└ 유럽에서 뛰고 있는 다른 한국 선수들도 신재욱처럼 싸울 땐 싸우고, 항의할 땐 항의하면서 당당한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긴 해.

└ ㅋㅋㅋㅋ토마스 샤프 감독 얼굴 벌게진 거 봤냐?ㅋㅋㅋㅋㅋ 개웃기네ㅋㅋㅋㅋㅋ

└ 애지간히 쪽팔릴 거야ㅋㅋㅋㅋ 먼저 애송이라고 선도발 때렸는데, 그 애송이한테 골 먹히고 도발까지 당했으니ㅋㅋㅋㅋ

반면 이택현의 이런 행동에 유난히 충격을 받는 축구팬들도 있었다.

일본의 축구팬들이었다.

└ 뭐지? 신재욱은 어떻게 저렇게나 당당할 수 있지?

└ 상대 팀 감독 쪽으로 달려가서 세리머니를 했어……일본 선수라면 상상도 못 했을 일이야.

└ 난 이게 한국인들이 유럽에서 잘 살아남는 이유 중 하나라고 봐. 어디서든 당당하잖아? 그에 비해서 일본인들은 누군가에게 도발을 당하거나, 불합리한 일을 당해도 아무런 말도 못 하지.

└ 솔직히 신재욱의 저런 성격이 부러워. 신재욱의 빨간 머리도 뭔가 자신감 있어 보이지 않아?

└ 이택현도 마찬가지야. 되게 당당하게 돌파를 시도하잖아. 동료가 패스를 안 주면 바로 화를 내고, 따지잖아. 근데 오카자키 신지나 하세베 마코토는 그런 걸 잘못하는 것 같아.

└ 신재욱의 행동이 멋있어 보인다. 일본인도 유럽에서 당당하게 행동했으면 좋겠어.

└ 한국 축구선수를 좋아하진 않지만, 신재욱은 예외야. 쟨 뭔가 멋있어.

이들에겐 신재욱의 성격이 신선하고, 충격적으로 보였다.

겸손하고, 상대나 동료들에게 따지지 못하는 성격을 지닌 보통의 일본 축구선수들과는 완전히 다른 유형이었으니까.

“왜 이렇게 귀가 간지럽지?”

그렇게 신재욱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일본에도 팬을 만들어 나가고 있었다.

* * *

토마스 샤프 감독은 거친 욕설을 내뱉었다.

“저 애송이 자식이……!”

신재욱에게 도발을 당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골을 허용한 직후에 당한 도발이었다. 그래서 더 기분이 나빴다.

“다들 집중해! 훈련한 대로 하면 막을 수 있다니까?”

토마스 샤프 감독은 선수들을 향해 크게 소리쳤다.

생각지도 못했던 도발을 당해서일까?

이제 겨우 한 골을 허용한 것이었음에도, 토마스 샤프 감독은 평정심을 잃어버린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신재욱은 그런 토마스 샤프 감독을 보며 진한 미소를 지었다.

“화가 많으시네. 근데 어쩌나, 아직 안 끝났는데.”

상황이 마음에 들었다.

팀의 중심을 잡아줘야 하는 감독이 흔들리면 선수들도 흔들리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베르더 브레멘의 분위기는 1골이 아닌, 3골 정도는 실점한 것처럼 보일 정도로 어두웠다.

“벌써 미안해지네. 다시는 날 도발하지 못하게 해드릴 건데.”

토마스 샤프 감독에게서 시선을 뗀 신재욱은 활발하게 움직였다.

보여주고 싶은 게 많지만, 그는 오히려 더욱 침착함을 유지한 채 상대의 빈틈을 노렸다.

― 바이에른 뮌헨이 주도권을 완전히 가져왔네요. 베르더 브레멘 선수들이 한 골을 허용한 이후로 기세가 많이 죽은 것처럼 보이죠?

― 베르더 브레멘 선수들이 심리적으로 위축되어 보이네요. 많이 흔들린 것 같습니다.

― 하긴 TV로 보는 저희도 신재욱 선수의 플레이와 세리머니를 볼 때면 소름이 돋는데, 실제로 상대하는 베르더 브레멘 선수들에겐 신재욱 선수의 존재감이 더욱 크게 느껴지겠네요.

베르더 브레멘의 수비진은 초긴장 상태였다.

특히 신재욱이 공을 잡을 때면 동시에 2명이 덤벼들 정도로 경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신재욱을 막기 위해서 열심히 연습해온 움직임이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통하지 않았다.

‘2명이 동시에 막는 걸 연습해왔구나? 내가 뭔가를 하기 전에 빠르게 뺏어서 역습을 나갈 생각인 건가? 근데 그거 안 될 텐데.’

상대가 준비해 온 것에 곧바로 당하기엔 신재욱의 눈치가 너무 빨랐으니까.

― 신재욱 선수! 달려오는 2명의 수비수 사이로 패스를 찔러넣습니다! 아주 좋은 패스입니다!

신재욱은 덤벼드는 상대 수비수들의 예상을 깬 패스를 뿌려냈다.

다만 해설들의 말처럼 2명의 수비수 사이로 찔러넣은 패스는 아니었다.

정확히는 그들 중 한 명.

아사니 루키미야의 가랑이 사이로 넣은 패스였다.

그리고 그 공을 받은 선수는 엄청난 속도로 침투한 아르연 로번이었다.

오랜만에 선발로 출전한 그는 주 무기인 왼발로 굴러오는 공을 다이렉트로 때려냈다.

퍼엉!

― 골입니다! 아르연 로번 선수가 뛰어난 결정력을 보여줍니다! 이야~! 왼발로 잘 감아 찼네요!

― 아르연 로번 선수가 신재욱 선수를 끌어안습니다! 그동안 마음고생이 심했을 거거든요? 그래서 좋은 패스를 준 신재욱 선수에게 고마움을 더욱 크게 느낄 것 같습니다.

바이에른 뮌헨의 2번째 골이 아르연 로번의 발에서 터진 지금.

로번은 신재욱을 끌어안고 놓아주질 않고 있었다.

“고맙다…… 정말 고마워!”

물론 신재욱은 그런 로번을 떼어내려고 했고.

“고맙긴요. 골 축하해요. 로번. 근데 이제 좀 떨어지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하지만 신재욱의 의도는 실패했다.

그와 아르연 로번의 주변을 둘러싼 동료들이 둘을 강하게 끌어안았으니까.

“아잇! 왜 또 끌어안고 그래요? 숨 막히니까 다들 진정 좀 해봐요!”

이때, 신재욱은 볼 수 있었다.

한 발자국 떨어진 곳에서 낄낄거리며 지켜보고 있는 이택현의 모습이.

“크흐흐! 재욱아! 인기 되게 많네!”

“야! 거기서 웃지만 말고, 와서 좀 말려봐! 이 사람들 다 너무 흥분했어!”

“하하하! 말리긴 왜 말려? 다들 골 넣어서 좋아서 그러는 건데!”

“숨이 막혀서 그래! 숨이!”

“엄살은!”

“엄살이 아니라……!”

그때였다.

인상을 찌푸리던 신재욱의 표정이 풀어지기 시작했다.

동료들의 집단포옹으로 인해서 답답했던 느낌도 사라진 것처럼 느껴졌다.

그만큼 기분이 좋아졌다.

‘그래, 택현아. 아무래도 엄살이 맞았던 것 같아.’

허공에 메시지 몇 개가 떠올랐으니까.

더구나 그중 하나는 기분이 좋아질 수밖에 없는 내용을 담은 메시지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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