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빨로 축구천재-152화 (152/224)

152

* * *

「베르더 브레멘의 감독 토마스 샤프, ‘우린 다른 팀과는 다르다. 17살밖에 안 된 애송이한텐 당하지 않는다.’라며 신재욱을 도발해!」

기사를 본 신재욱이 인터넷으로 토마스 샤프 감독의 인터뷰 영상을 찾았다.

사실 확인을 위해서였다.

“기사만 보고 믿어버릴 순 없으니까.”

그런데 진짜였다.

인터뷰 영상 속에서 베르더 브레멘의 감독 토마스 샤프는 기사에 적힌 내용과 같은 말을 하고 있었다.

“신기하네.”

신재욱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환생 전엔 익숙했던 도발이었지만, 이번 삶에는 상대 감독에게 도발을 들었던 기억은 거의 없었다.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토마스 샤프 감독이 자신을 싫어해서 저런 말을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으니까.

“기자들이 내 이름을 반복해서 언급하면서 지겹게 했을 수도 있는 거고. 만약 더 궁금해지면 경기 끝나고 직접 물어봐야겠어.”

다만 아무것도 안 할 생각은 없었다.

“속사정은 모르지만, 뱉은 말에 책임은 지게 해드려야지.”

도발이 들어오면 그에 합당한 대가를 치르게 해주는 것.

그게 신재욱의 스타일이었으니까.

“재밌겠어.”

“뭐가 그렇게 재밌어? 뭐 보고 있는 거야?”

“그냥 상대 팀 감독이 했던 인터뷰 좀 봤어.”

어느새 옆에 다가온 이택현이 신재욱이 보고 있는 화면을 바라보며 말했다.

“어? 이거 나도 봤어. 토마스 샤프 감독이 널 도발했던데?”

“봤구나?”

“응. 이거 보고, 네가 안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결국 봐버렸네.”

“안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고? 왜?”

“베르더 브레멘이 불쌍해질 것 같아서. 넌 누가 도발하면 절대 안 봐주잖아.”

“그건 맞지.”

“토마스 샤프 감독은 왜 저런 무리수를 뒀을까? 이런 건 괜히 신재욱 성질만 긁는 건데. 아마 저 양반은 네가 얼마나 성깔이 있는지 몰랐을 거야.”

“……왜 욕먹는 기분이지?”

“100% 오해야.”

“…….”

* * *

신재욱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훈련에 매진했다.

다른 선수들 역시 땀을 쏟아내며 훈련에 열심히 참여했다.

이들의 얼굴엔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베르더 브레멘전 선발 명단이 아직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다들 되게 열심히 하네.’

신재욱은 훈련에 집중하면서도 동료들의 움직임과 컨디션을 확인하는 것에도 신경을 썼다.

함께 뛰었을 때 더 좋은 팀워크를 내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그는 이런 부분을 이택현에게도 늘 강조했다.

지금도 그랬다.

“잘 확인하고 있어?”

신재욱은 훈련에 집중하고 있는 이택현에게 동료를 확인하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다시 한번 말하려고 했다.

그런데 이택현이 기다렸다는 듯 대답했다.

“그럼! 잘 확인하고 있지. 동료에 대해서 하나라도 더 알아두면 실전에서 도움이 안 될 수가 없다고 네가 수백 번은 말했잖아? 그렇게 많이 듣고도 확인 안 하면 안 되지. 이미 잘하고 있습니다. 신재욱 선생.”

“…잘하고 있네.”

신재욱은 멋쩍게 웃으며 저 멀리서 훈련하고 있는 피에르에밀 호이비에르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그는 아직은 어색해 보이지만, 열심히 동료들의 움직임을 관찰하며 뛰어다니고 있었다.

“쟤도 잘하고 있고.”

며칠 뒤.

유프 하인케스 감독은 선수들을 모아놓고 선발 명단을 공개했다.

그 순간 환호성과 탄식이 동시에 나왔다.

선발로 출전하게 된 선수들과 그렇지 못한 선수들의 반응이었다.

이후, 유프 하인케스 감독은 선수들에게 설명을 시작했다.

선발로 출전하게 된 선수들에겐 선발로 뽑은 이유를, 출전하지 못하게 된 선수들에겐 그렇게 된 이유를 알려줬다.

그 모습을 보며, 신재욱은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환생 전에 여러 감독과 함께했었던 그였지만, 유프 하인케스처럼 하는 감독은 거의 없었으니까.

‘대단한 감독이야. 저러면 선수들의 불만을 막을 수 있고, 열정도 더 높여줄 수 있잖아.’

감독의 설명이 끝나고.

한 선수가 기다렸다는 듯 양팔을 높이 들어 올리며 소리쳤다.

“선발이다!”

이택현이었다.

최근 컨디션이 좋지 못하다는 이유로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던 그였기에, 오랜만의 선발 출전에 크게 기뻐했다.

그리고 바이에른 뮌헨 1군 선수들은 그런 이택현을 보며 귀엽다는 듯 웃었다.

서로 경쟁하는 사이였지만, 이들은 시기 질투 없이 담백하게 축하도 해줬다.

“택현, 선발 축하한다. 넌 선발로 나갈 자격이 있어.”

“선발 출전 축하하고, 꼭 공격포인트 기록하길 바랄게.”

“택현! 멋진 모습 보여줘!”

이때, 신재욱은 볼 수 있었다.

이택현처럼 크게 티를 내진 않았지만, 주먹을 불끈 쥐며 기뻐하고 있는 의외의 선수를.

‘로번?’

바로 아르연 로번이었다.

그는 부상에서 돌아온 이후로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것에 힘들어했었기에, 지금 나온 결과에 기쁨을 드러내고 있었다.

‘잘해줬으면 좋겠네.’

평소에 괜찮은 인성을 보여주던 아르연 로번이었기에, 신재욱은 그가 잘되길 바랐다.

“물론 나부터 잘하는 게 우선이지만.”

그렇게 중얼거린 신재욱은 선발 명단에 적힌 자신의 이름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잘하는 걸 넘어서 최근엔 바이에른 뮌헨의 에이스처럼 활약하고 있는 그였기에 당연히 선발이었다.

게다가 최근 신재욱이 욕심내고 있는 것이 있었다.

“득점왕은 해야겠어.”

데뷔 시즌에 분데스리가에서 득점왕을 하는 것.

환생 전에도 소유하지 못했던 기록이었기에 욕심이 났다.

실제로 가능성이 있기도 했고.

* * *

베르더 브레멘.

분데스리가에서 꾸준히 살아남는 팀 중 하나였다.

하지만 강한 이미지는 아니었다.

좋은 성적을 기록할 때보다는 그렇지 못할 때가 더 많은 팀이니까.

이번 시즌 역시 마찬가지였다.

토마스 샤프 감독이 이끄는 베르더 브레멘은 자칫 잘못하면 리그 강등까지 걱정해야 할 정도로 좋지 못한 성적을 내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이기자! 우린 오늘 분데스리가 최강의 팀을 상대로 승리한다!”

“바이에른 뮌헨을 잡고 계속해서 승리해나가자!”

“할 수 있어. 다 똑같은 사람이야!”

경기장에 입장하기 전, 베르더 브레멘의 선수들은 평소보다 훨씬 큰 의욕을 드러냈다.

토마스 샤프 감독도 그런 선수들에게 열정적으로 소리치며 승리를 원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리고 마침내.

선수들이 경기장으로 들어갈 시간이 다가왔다.

― 바이에른 뮌헨과 베르더 브레멘의 선수들이 경기장에 입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바이에른 뮌헨 선수들의 분위기는 달랐다.

이들의 얼굴에선 여유가 흘렀다.

미소를 잃지 않고, 경기를 즐길 준비를 마친 모습이었다.

― 양 팀 선수들의 분위기가 다르죠?

― 허허… 어쩔 수 없죠. 바이에른 뮌헨은 이번 시즌에 굉장히 좋은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고, 베르더 브레멘은 강등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좋지 못한 상황이니까요.

― 그래서 이 경기가 더욱 기대되는 것 같습니다. 궁지에 몰린 베르더 브레멘이기 때문에, 아주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것이란 기대감이 있거든요! 게다가 베르더 브레멘의 토마스 샤프 감독이 경기 전에 있었던 인터뷰 시간에서 신재욱 선수를 도발하지 않았습니까?

― 그랬었죠. 그 도발 때문에 양 팀 팬들 사이에서도 아주 격렬한 대화가 오가고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바이에른 뮌헨의 홈구장인 이곳에서도 토마스 샤프 감독을 향한 야유가 엄청나게 쏟아지고 있습니다.

― 이런 상황에서 신재욱 선수가 과연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하네요.

해설들이 경기에 기대감을 드러내던 이때.

심판이 입에 문 휘슬을 불었다.

삐이이익!

경기가 시작됐다.

신재욱이 아르연 로번에게 공을 넘겼다.

그러자 아르연 로번은 곧바로 다른 동료에게 패스했다.

무난한 시작이었다.

― 바이에른 뮌헨이 급하지 않네요. 여유 있게 공을 돌리면서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습니다.

― 확실히 바이에른 뮌헨 선수들이 여유가 있네요. 주전 선수인 토마스 뮐러와 프랑크 리베리가 출전하지 않음에도 바이에른 뮌헨 특유의 위압감은 전혀 떨어지지 않은 것 같은데요?

― 그만큼 선수층이 두껍고 경쟁이 치열하다는 거죠. 사실 오늘 출전하지 못한 제르단 샤키리 선수도 굉장히 실력이 좋은 선수인데, 기회를 별로 얻지 못하고 있지 않습니까?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주전 선수였던 아르연 로번 선수도 비록 부상이 있었긴 했지만, 회복한 이후에도 선발로 나온 경기는 많지 않았고요.

― 그 말을 들으니, 신재욱 선수가 더욱 대단하게 느껴지네요. 이번 시즌에 많은 경기에 선발로 출전하며 계속해서 기회를 받고 있으니까요.

바이에른 뮌헨 선수들은 뛰어난 개인 능력을 지닌 선수들답게, 정확도 높은 패스를 구사하며 공을 돌렸다.

베르더 브레멘의 선수들이 강하게 압박을 시도했지만, 탈압박이 좋은 바이에른 뮌헨 선수들에게서 공을 뺏어내지 못하고 있었다.

게다가 신재욱에겐 특히나 강한 압박을 하고 있지만, 잘 통하지 않고 있었다.

― 신재욱 선수가 밑으로 내려와서 중원에 힘을 실어주고 있네요! 이렇게 공을 뺏기지 않고 동료에게 연결해주는 플레이는 신재욱 선수가 평소에도 잘하는 거죠.

― 그리고 지금처럼 신재욱 선수가 내려와서 뛰어주면 집중 견제에서 어느 정도는 벗어날 수 있거든요? 굉장히 영리한 플레이입니다.

신재욱은 얄미울 정도로 베르더 브레멘의 압박을 피해내고 있었다.

이에 베르더 브레멘의 선수들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신재욱 저 자식 공을 안 뺏겨…! 움직임도 너무 좋아서 쫓기가 힘들어…!’

‘…너무 잘하는데?’

‘어떻게 저렇게 얄밉게 플레이하지? 마치 우리 생각을 읽고 움직이는 것 같잖아?’

경기를 지켜보던 베르더 브레멘의 감독 토마스 샤프의 얼굴도 점점 붉게 달아올랐다.

자연스레 그의 입에선 거친 말이 튀어나왔다.

“똑바로 해! 제대로 압박해서 공을 가져오라고! 멍청하게 체력만 낭비할 생각인 거냐?”

하지만 그런 토마스 샤프 감독의 외침에도 공은 여전히 바이에른 뮌헨이 소유하고 있었다.

더불어 바이에른 뮌헨은 선수들 대부분이 라인을 올리며 공격적인 움직임을 펼치기 시작했다.

― 오늘 다비드 알라바 선수 대신 선발로 출전한 디에고 콘텐토 선수가 좋은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오! 지금도 아주 좋은 패스였죠? 이택현 선수가 측면에서 공을 받았습니다!

― 이택현 선수! 상대 선수 한 명은 손쉽게 제쳐내는 드리블을 지닌 선수죠! 지금도 무언가 보여주려는 것 같은데요?

측면에서 공을 잡은 이택현이 베르더 브레멘의 측면 수비수를 앞에 둔 채, 헛다리를 짚으며 몸을 흔들었다.

베르더 브레멘의 수비수는 그런 이택현에게 덤벼들지 못하고 있었다.

이택현의 순간 속도가 어마어마하게 빠르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순간 이택현이 먼저 움직였다.

투욱!

이번엔 페인팅을 생략한 채, 과감하게 안쪽으로 공을 치고 들어갔다.

이처럼 속임수 동작이 없었음에도 수비수는 제대로 반응하지 못했다.

이택현이 양발잡이고, 움직임이 너무 빨랐기 때문이었다.

‘젠장! 어떤 방향으로 돌파할지도 모르는데, 스피드까지 빠르네…!’

상대인 베르더 브레멘의 페널티박스 안까지 공을 몰고 들어온 지금.

이택현은 컷백 패스를 뿌렸다.

어느새 놀라울 정도로 좋은 위치에 있는 신재욱에게 보내는 패스였다.

그리고.

“좋은 패스야.”

신재욱은 그 공에 발을 가져다 대며 베르더 브레멘의 골대 안으로 가볍게 밀어 넣었다.

철렁!

상대의 골망이 흔들리는 것을 끝까지 확인한 이후.

신재욱은 다른 경기 때와 마찬가지로 공을 옆구리에 끼고 달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방향이 평소랑은 달랐다.

그는 경기장 중앙이 아닌, 베르더 브레멘의 감독 토마스 샤프를 향해 달리고 있었다.

― 어어……? 신재욱 선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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