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빨로 축구천재-145화 (145/224)

145

* * *

루카 모드리치는 신재욱을 보며 환하게 웃었다.

동시에 엄지를 들어 올렸다.

“뭐야?”

갑작스러운 모습이었지만, 신재욱은 당황하지 않고 엄지를 들어 올려줬다.

그러자 루카 모드리치가 만족스럽다는 표정으로 몸을 돌렸다.

“뜬금없네.”

황당하긴 했지만, 신재욱은 알고 있었다.

루카 모드리치의 행동은 상대를 인정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는 걸.

혼자만의 착각은 아니었다.

“사람 좋아 보이는 건 여전하네.”

환생 전에도 루카 모드리치와 비슷한 일이 여러 번 있었으니까.

“하지만 아직 웃을 때가 아닐 텐데.”

신재욱은 크게 심호흡하며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현재 스코어는 4 대 3.

경기가 끝날 때까지 승패를 알 수 없는 점수 차였다.

더군다나 크로아티아가 기세를 잡아나가는 상황이었다.

한국으로선 어떻게든 상대의 기세를 끊어낼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신재욱이 움직였다.

이택현과 함께.

― 오? 신재욱 선수가 직접 공을 몰고 전진하고 있습니다. 후반전에 들어서서 공을 오래 소유하지 않고, 동료에게 빠르게 넘겨줬던 모습과는 다른 모습이죠?

― 분위기를 바꾸려는 걸까요? 만약 그런 의도라면 아주 괜찮은 생각인 것 같습니다. 물론 공을 뺏기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말이죠!

― 두 명이 신재욱 선수에게 달라붙습니다! 크로아티아의 압박이 상당히 강하네요! 신재욱 선수, 공을 뺏기나요? 아! 이택현 선수가 도와주네요!

두 명을 상대로 버텨내며 공을 지키던 신재욱이 이택현과의 2 대 1 패스를 이용하며 압박을 완전히 벗어났다.

그 순간 이택현이 큰 목소리로 물었다.

“직접 갈 거야?”

“일단은!”

“오케이! 계속 라인 타고 있을 테니까 타이밍 나오면 찔러줘!”

“알겠어!”

그렇게 대답하며, 신재욱은 공을 몰고 전진했다.

이택현은 그의 앞선에서 오프사이드 라인을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며 크로아티아 수비수들의 시선을 끌고 있었다.

― 이택현 선수가 계속해서 라인 브레이킹을 하며 수비수들의 신경을 거슬리게 하고 있네요! 이러면 앞으로 나아가려는 신재욱 선수에게는 큰 도움이 되죠!

― 역시 호흡이 좋은 선수들답습니다. 서로가 뭘 하고 싶은지 정확하게 알고 움직이는 것처럼 보입니다!

둘은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움직임을 이어갔다.

그러나 문제가 있었다.

― 한국 대표팀 선수들! 계속 라인을 내리고 있는 게 아니라, 지금 같은 상황에선 빨리 라인을 올려서 신재욱 선수와 이택현 선수를 도와줘야 합니다!

― 우리 선수들이 지친 걸까요? 판단이 느려 보입니다!

동료들의 지원이 너무 느리다는 것.

이 문제는 신재욱에게 큰 부담을 줬다.

‘안 올라와 주나?’

전반전이라면 모를까, 지금은 후반전이었다.

제아무리 정신력이 강한 신재욱이라고 해도 체력적으로 힘들 수밖에 없는 시간대였다.

당연하게도 드리블과 볼 컨트롤의 날카로움도 전반전보다 떨어질 수밖에 없다.

때문에, 지금 같은 상황에선 동료들의 도움이 필요했다.

그러나 지원은 오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너무 느렸다.

‘어쩔 수 없지 뭐.’

체력은 떨어졌고, 동료들의 지원도 오지 않는 상황이었지만.

신재욱의 자신감은 전혀 떨어지지 않았다.

‘상대도 힘든 건 마찬가지잖아.’

크로아티아 역시 움직임이 둔해졌고, 빈틈도 많아졌으니까.

‘충분히 할 수 있어.’

그때였다.

신재욱은 급격히 방향을 틀었다.

덤벼드는 상대 선수를 제쳐내기 위함이었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순간적으로 두 번의 바디페인팅을 준 신재욱의 드리블에 상대 선수는 속수무책으로 당해버렸다.

― 아름다운 드리블입니다! 신재욱 선수가 너무나도 쉽게 한 명을 제쳐냈습니다!

― 신재욱 선수의 드리블은 예술이죠! 아름답다는 말이 참 잘 어울리는 드리블이었습니다!

한 명을 제쳐낸 지금.

신재욱은 더욱 속도를 높였다.

가속이 붙은 상태였기에, 신재욱은 평소보다 더 빠르게 달릴 수 있었다.

― 오오오! 신재욱의 움직임이 굉장히 좋은데요? 벌써 2명을 제쳐냈습니다!

크로아티아에게 위협을 주고 있는 신재욱은 또다시 선수 하나를 제쳐냈다.

그때였다.

신재욱의 눈엔 보였다.

최전방에서 이택현이 받는 압박이 줄어드는 것을.

‘지금이야!’

패스 타이밍이었다.

이택현과도 눈을 마주치고 있기에, 패스 타이밍을 잡는 것에도 전혀 무리가 없었다.

더구나 상대 선수를 제치며 여유 있게 패스할 공간도 생겼다.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퍼엉!

신재욱이 패스를 뿌렸다.

크로아티아 수비수들의 빈틈을 꿰뚫는 스루패스였다.

타다다닷!

이택현은 엄청난 속도로 침투하며 크로아티아의 오프사이드 라인을 깨뜨렸다.

퍼스트 터치도 훌륭했다.

툭!

왼발로 공의 속도를 죽인 뒤, 오른발로 슈팅을 때려냈다.

퍼엉!

쏘아진 공은 왼쪽 구석으로 향했고, 손을 뻗는 골키퍼를 뚫어내고 골망을 흔들었다.

― 우와아아아아! 골입니다! 이택현 선수가 골을 터트렸습니다!

― 대단합니다! 신재욱 선수와 이택현 선수의 호흡이 돋보인 골이죠! 이번 골은 순전히 두 선수가 만들어낸 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 이제 스코어는 5 대 3이 됩니다! 아~! 크로아티아 선수들이 고개를 숙입니다! 지금처럼 기세를 잡아가던 상황에서 골을 허용하면 기운이 빠질 수밖에 없죠!

골을 넣은 이택현은 기다렸다는 듯 백덤블링 세리머니를 펼쳤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한국 축구팬들은 웃음을 터트리며 즐거워했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택현 쟤, 백덤블링 기가 막히게 잘하네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웃긴 녀석이야ㅋㅋㅋ 근데 실력만큼은 확실해.

└ 이택현은 보면 볼수록 되게 빠르다ㅋㅋㅋ

└ 스피드가 이택현의 최고의 무기지. 근데 골 결정력도 좋아서 얘는 크게 될 거야.

└ ㅋㅋㅋㅋㅋ이택현 너무 잘한다. 근데 신재욱의 패스도 예술이었어.

└ 와;;;ㅋㅋㅋㅋ 이 타이밍에 골을 넣어주네. 분위기는 완전 크로아티아 쪽으로 넘어간 상태였는데;;;;

└ 크로아티아가 오늘 경기 내내 이택현이랑 신재욱을 못 막네. 그만큼 얘네 둘이 잘하는 거겠지?

└ 걍 압도적인 실력이라고 보면 돼. 방금도 골을 넣기 전의 상황을 생각해봐. 신재욱이랑 이택현이 공격하려고 올라가는데 한국 선수들은 라인을 올려주지도 않았어. 그래서 신재욱이랑 이택현 둘이서 다 만들고 골까지 넣었잖아? 이건 진짜 대단한 거야. 크로아티아 선수들이랑 수준 차이가 안 나면 할 수 없었던 플레이거든.

└ 확실한 건, 다른 선수들이랑은 다르게 신재욱이랑 이택현의 움직임엔 여유가 느껴져.

예상치 못했던 골을 허용했기 때문일까?

크로아티아 선수들의 기세는 급격히 떨어졌다.

기세가 떨어져서인지 크로아티아는 계속해서 공격을 시도하긴 했지만, 이전과 같은 날카로움은 찾아볼 수 없었다.

삐이이익!

경기가 종료됐다는 휘슬 소리가 울려 퍼졌다.

― 경기 종료됩니다!

― 놀라운 결과입니다! 우리 대표팀 선수들이 크로아티아라는 강팀을 잡아냈습니다! 비록 힘든 경기였지만, 최종 스코어 5 대 3으로 값진 승리를 얻어냈습니다!

― 맞습니다! 힘든 경기였죠! 경기가 끝날 때까지도 승부를 예측하기 힘들었을 정도로 정말 치열했습니다!

그 순간 양 팀 선수들 모두 바닥에 쓰러졌다.

이어서 거칠게 호흡하기 시작했다.

체력을 한계까지 끌어 썼기 때문에 나온 행동이었다.

신재욱 역시 마찬가지였다.

“후읍……! 후우……!”

평소보다 더 많은 활동량을 가져갔기에, 경기가 종료된 지금은 온몸에 힘이 빠졌을 정도로 체력이 떨어져 있었다.

심지어 경기가 끝나기 직전엔 ‘최고의 정신력(A)’ 특성의 도움으로 간신히 더 뛸 수 있었다.

[최고의 정신력]

[등급] A

[효과] 체력이 완전히 바닥났을 때, 믿을 수 없는 정신력을 발휘하며 더 뛸 수 있게 됩니다. 특성의 효과가 발휘될 때, 컨디션이 더 좋아집니다.

죽을 만큼 힘들었지만, 신재욱의 얼굴엔 미소가 떠 있었다.

승리했기 때문이었다.

‘힘든 경기에서 이기면 기분이 더 좋다니까?’

다만, 승리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허공에 떠오른 메시지들 때문이기도 했다.

[개인기가 1 올랐습니다!]

[탈압박이 1 올랐습니다!]

* * *

크로아티아와의 경기가 끝난 이후.

신재욱은 승리를 즐길 새도 없이 곧바로 비행기에 올라탔다.

소속팀인 바이에른 뮌헨에 합류하기 위해서였다.

“신재욱 선수! 한국 팬들에게 인기가 엄청나던데요?”

진 바그너가 장난스레 웃으며 말을 걸어왔다.

이에 신재욱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렇더라고요. 저도 좀 놀랐어요.”

그때였다.

근처에 있던 이택현이 한숨을 내쉬며 투덜댔다.

“에휴! 진, 재욱이 ㅡ때문에 제가 받을 스포트라이트가 작아졌어요. 저도 2골 넣어서 엄청 잘했다고 생각하는데, 쟨 3골 2도움을 기록했으니……에이!”

“하하하! 신재욱 선수가 잘못했네요. 적당히 잘하셨어야지, 너무 과하게 잘하셨어요.”

“그러니까 말이에요. 무슨 득점기계도 아니고 크로아티아를 상대로 해트트릭을 하는지…….”

“그래도 이택현 선수도 엄청난 활약을 했잖아요? 스포트라이트가 작아졌다고 엄살을 부리시긴 해도, 이택현 선수의 팬도 굉장히 많이 늘어난 것으로 알고 있고요.”

이처럼 이택현과 진 바그너가 장난이 섞인 대화를 이어갔고.

신재욱은 이어폰을 낀 채로 눈을 감았다.

지금은 떠들기보단 조금이라도 더 자며 체력을 회복할 시간이었다.

‘가자마자 경기에 나가게 될 수도 있으니까.’

이택현과는 달리 신재욱은 바이에른 뮌헨의 핵심 선수 중 하나이자, 주전선수가 됐기 때문에 바로 경기에 투입될 가능성도 충분했다.

그래서 신재욱은 비행기가 독일에 도착할 때까지 최선을 다해서 잠에 빠져들었다.

“며칠 만에 독일에 와서 그런가? 뭔가 공기가 다른 느낌인데?”

공항에 도착한 이택현은 코를 킁킁거리며 독일의 공기를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신재욱은 이런 이택현의 행동이 익숙하다는 듯, 깔끔하게 무시하며 진 바그너와 대화를 나눴다.

“신재욱 선수, 복귀해서도 며칠 더 쉬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 비행기에서도 계속 피곤해 보이시던데.”

“피로가 쌓이긴 했어요. 근데 못 뛸 정도는 아니니까 선발명단에 들어가게 되면 뛰어야죠.”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유프 하인케스 감독에게 미리 말해서 며칠 더 쉬는 게 나을 것 같은데요?”

“알겠어요. 진,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오늘 푹 잔 다음에, 내일 컨디션 보고 결정할게요.”

“워낙 알아서 잘하시니까, 걱정은 덜 되지만 그래도 자꾸만 걱정하게 되네요.”

“고마워요. 많이 생각해줘서.”

“고맙긴요. 에이전트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인 걸요.”

잠시 후.

팀 훈련장에 도착한 신재욱과 이택현은 바이에른 뮌헨 동료들의 거친 축하를 받아야만 했다.

“이 자식들! 둘이서 크로아티아를 아주 박살 내버렸더군!”

“크크! 한국의 괴물들이 한국의 왕이 되어서 돌아왔네.”

“난 한국과 크로아티아의 경기를 라이브로 보면서 확실하게 느꼈어. 신재욱이랑 이택현이 우리 팀에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만약 얘네를 적으로 만난다? 어으! 너무 끔찍해서 생각하기도 싫어.”

“하하하하! 제대로 실력을 보여주고 왔던데? 둘 다 골도 많이 넣고 말이야.”

그때였다.

“어……?”

신재욱의 눈에 띈 선수가 있었다.

앳되어 보이긴 하지만, 분명히 익숙한 얼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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