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빨로 축구천재-143화 (143/224)

143

* * *

크로아티아와 경기 전날 밤.

신재욱은 숙소에서 이택현과 함께 많은 대화를 나눴다.

대부분은 크로아티아전에서 써먹을 패턴에 관한 이야기였다.

“재욱아, 내가 측면으로 들어갔을 때 그냥 크로스를 올리는 것보단 컷백이나 낮은 크로스로 주는 게 낫겠지?”

“그렇지. 크로아티아는 평균 신장이 우리보다 크니까, 굳이 높은 크로스로 상대할 필요가 없지.”

“그럼 이것도 한 번 써보는 거 어때? 내가 측면을 뚫은 다음에 아예 깊숙이 들어가서 중앙수비수까지 끌어내고 패스 줄 테니까 넌 그 타이밍에 맞춰서 뒤로 살짝 빠져주는 거야.”

“측면을 뚫는 건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나 보네?”

“당연하지! 나 이택현이야. 설마 날 의심하는 건 아니지?”

“의심은 무슨. 3번 중 2번은 뚫겠거니 생각하고 있어.”

“3번 중 3번 뚫는 거 보여줄게.”

“그래. 잘해보자고. 상황에 맞춰서 신호 주고받자. 어차피 우리가 쓸 수 있는 패턴은 많잖아.”

“엄청 많지. 그럼 파이팅하고 일단 잡시다. 나 되게 졸려.”

“잘 자고 내일 보자.”

그리고 경기가 펼쳐지고 있는 지금.

이택현은 장담했던 것처럼 크로아티아의 오른쪽 측면을 완전히 박살 내고 있었다.

현재 그의 돌파 성공률도 무려 100%였다.

― 이택현 선수의 돌파입니다! 크로아티아의 오른쪽 측면은 오늘 이택현 선수에 의해서 완전히 너덜너덜해졌네요!

크로아티아의 풀백을 제쳐낸 이택현은 코너킥 라인을 타며 더욱 깊숙이 침투했다.

그리고 그 순간 신재욱과 신호를 주고받았다.

많은 패턴 플레이 중 하나를 사용하자는 신호였다.

‘그걸 하자는 거지? 알겠어.’

신재욱은 고개를 끄덕이며 눈을 빛냈다.

자신에게 붙어있는 수비수가 이택현을 막으러 가야 할지, 자리를 지켜야 할지 고민하는 게 보였다.

타이밍은 지금이었다.

신재욱은 앞으로 파고들 것처럼 움직였다.

그 모습을 일부러 상대 수비수에게 보여줬다.

“엇…!”

크로아티아의 수비수는 신재욱의 움직임을 신경 쓰지 않을 수가 없었다.

오늘 골을 넣은 스트라이커였으니까.

실력이 뛰어나다는 걸 느끼고 있었으니까.

그러나 깊게 들어오는 이택현을 막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수비수는 움직였다.

이택현을 막기 위해서. 동시에 앞으로 파고드는 신재욱이 공을 받지 못하게 각도를 좁혔다.

아주 좋은 수비였다.

신재욱이 앞으로 파고들었다면.

‘이렇게 다급한 상황에선 속을 수밖에 없지.’

옅은 미소를 지으며, 신재욱은 뒤로 스윽 빠졌다.

수비수의 시야에 걸리지 않는 사각에서의 움직임이었다.

이때, 이택현은 기다렸다는 듯 신재욱이 빠지는 뒷공간으로 공을 보냈다.

‘바로 때려도 되겠는데?’

신재욱은 굴러오는 공을 잡아두지 않고, 그대로 때려냈다.

다이렉트 슈팅이었다.

퍼엉!

힘이 제대로 실린 슈팅이 구석을 향해 쏘아졌다.

더군다나 페널티박스 안에서 때린 슈팅이었다.

거리가 매우 가까운 상황에서 나온 빠르고 날카로운 슈팅.

크로아티아의 골키퍼가 막아내기엔 역부족이었다.

― 고오오오오오오오올! 신재욱의 골입니다! 크로아티아를 상대로 두 번째 골을 만들어내는 신재욱 선수와 이택현 선수! 경이롭습니다! 크로아티아의 동점골이 나오고, 경기가 재개되자마자 바로 골을 만들어내네요! 이 선수들……괜히 바이에른 뮌헨에서 뛰는 게 아니네요! 그 누구도 의심할 수 없는 대단한 실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 아주 귀중한 골입니다! 우리 선수들이 기세에서 밀리던 상황에서 나온 골이거든요? 이 골로 인해서 다시 우리가 기세를 잡아가길 바랍니다!

스코어를 3 대 2로 만드는 골이 터진 지금.

신재욱은 공을 가지러 가지 않았다.

경기를 빠르게 재개시킬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상황에선 세리머니를 하는 게 더 나을 수도 있어.’

그는 여러 경험으로 인해서 알고 있었다.

세리머니가 필요한 타이밍이 있다는 걸.

바로 지금이 그런 타이밍이라고 생각했고, 신재욱은 동료들을 불러내며 잔디 위로 미끄러졌다.

그러자 한국 대표팀 선수들은 얼굴이 상기된 채로 신재욱을 향해 달려들었다.

“으하핫! 신재욱 이 자식! 형은 네가 할 줄 알았어!”

“이 이쁜 녀석! 네가 팀을 구해내는구나!”

“재욱아! 넌 떨리지도 않냐? 어떻게 슈팅을 때리기만 하면 백발백중이지?”

질 수도 있겠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었던 한국대표팀 선수들이었기에, 신재욱의 골에 더욱 기뻐했다.

어시스트를 기록한 이택현도 신재욱을 끌어안으며 골을 축하해줬다.

다만, 다른 선수들과는 축하의 방법이 달랐다.

“이 이택현 님의 패스 어땠어? 꿀보다 더 달콤했지? 이 정도로 잘 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지?”

같은 시각.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경기를 지켜보던 한국 축구팬들도 뜨겁게 환호했다.

└ 우와!!!!!! 들어갔어!!!!! 이택현이랑 신재욱, 얘네 미쳤네!!!!

└ 됐다!!!!!!!! 골 먹히자마자 바로 넣어버리는 클라스ㄷㄷㄷㄷㄷ

└ 어후! 다행이다ㅠㅠㅠ 진심 너무 쫄렸어ㅠㅠㅜㅜ

└ 크로아티아의 분위기가 엄청 좋아지려고 하는데, 여기서 신재욱이 막아주네! 이 정도면 신재욱을 게임체인저라고 불러도 되겠어.

└ 워……! 크로아티아를 상대로 이렇게까지 해준다고? 이건 너무 놀라운데……?

└ 신재욱이랑 이택현 나이 어려서 뽑으면 안 된다고 했던 놈들 어디 갔냐? 만 17살짜리 2명이 다 해주고 있는데?

└ 바이에른 뮌헨 듀오가 차원이 다른 수준을 보여주네. 오늘 경기 본 사람들은 인정할 수밖에 없겠어. 얘넨 한국축구의 미래들이야.

└ ㅋㅋㅋㅋ돌았다 진짜루ㅋㅋㅋㅋㅋㅋ 다들 까먹으면 안 되는 게, 상대 크로아티아임ㅋㅋㅋㅋ 선수들 다 유럽에서 뛰는 수준 높은 팀이라고ㅋㅋㅋㅋㅋ 근데 그런 팀을 신재욱이랑 이택현이 털어버리고 있는 거야ㅋㅋㅋㅋ 특히 이택현은 측면을 너무 쉽게 털어버리고 있어ㅋㅋㅋㅋ

└ 골을 넣은 신재욱의 움직임도 엄청 좋았는데, 오늘 이택현이 쩌는 거 같아ㅋㅋㅋㅋ 얘 돌파가 시원시원하네. 크로아티아의 풀백이 아예 못 막고 있어.

그리고 환호하고 열광하는 건 한국 축구팬들만이 아니었다.

많은 수의 바이에른 뮌헨의 팬들도 신재욱과 이택현이 출전한다는 소식에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으니까.

└ 재욱과 택현이 경기를 지배하고 있어! 역시 바이에른 뮌헨의 미래들다워.

└ 신재욱은 국가대표 경기에서도 골 감각을 제대로 보여주는군. 역시 이 선수는 우리의 보물이야.

└ 이택현의 스피드에 또 한 번 놀랐어. 얘가 로번보다 더 빠르다며?

└ 맞아. 로번이 인터뷰했었잖아. 부상에서 복귀하고 훈련했을 때 가장 놀랐던 게 이택현 때문이라고. 스피드 훈련 때 당연히 자기가 제일 빠를 줄 알았는데, 막상 해보니 이택현이 더 빨랐대.

└ 아르연 로번보다 스피드가 더 빠를 정도면 그냥 인간 총알이네. 왠지 크로아티아의 풀백이 막아내질 못하더라.

└ 더 놀라운 건 이택현은 단순히 스피드가 빠르고 피지컬만 좋은 게 아니라, 슈팅이랑 패스도 좋고, 기술도 좋다는 거야. 난 진심으로 이택현이 신재욱 못지않은 재능을 지녔다고 봐.

└ 확실한 건 한국 대표팀은 신재욱과 이택현이 없었으면 크로아티아에게 최소 4 대 0으로 졌을 거야.

└ 한국 대표팀 수비의 수준이 처참하네.

이처럼 바이에른 뮌헨의 팬들은 자신들이 응원하는 선수들이 활약하고 있다는 사실에 뿌듯해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좋은데?’

세리머니를 마치고, 동료들의 축하를 받은 신재욱이 진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허공에 떠 있는 메시지들 때문이었다.

[속도가 1 올랐습니다!]

[체력이 1 올랐습니다!]

[민첩이 1 올랐습니다!]

[몸싸움이 1 올랐습니다!]

능력치가 올랐다는 메시지들이 무려 4개였다.

물론 100% 크로아티아전에서의 활약 때문에 능력치가 오른 건 아니었다.

그전부터 꾸준히 훈련하고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해왔기에 성장한 것이다.

그러나 크로아티아전에서의 활약이 능력치 성장에 매우 큰 도움이 된 것만큼은 사실이었다.

‘국가대표가 되길 잘했어.’

* * *

삐이익!

후반전이 시작됐다.

전반전과 마찬가지로 양 팀은 치열하게 부딪쳤다.

― 우리 선수들과 크로아티아 선수들이 후반전에도 강하게 맞붙고 있습니다!

― 이 경기, 끝날 때까지 승부를 예측하기가 어렵겠는데요?

한국과 크로아티아는 서로에게 날카로운 공격을 펼치며 위기를 안겨줬다.

― 어우! 좋은 슈팅이었습니다! 구자천 선수! 기습적인 슈팅으로 크로아티아의 골문을 위협했습니다!

― 방금은 공이 중앙으로 몰렸기 때문에 크로아티아의 골키퍼가 막을 수 있었던 거지, 조금만 옆으로 빠졌으면 그대로 골이 될뻔했습니다!

― 루카 모드리치가 돌파에 성공합니다! 슈팅하나요? 아! 루카 모드리치의 슈팅이 살짝 빗나갑니다! 우리 선수들 자꾸만 슈팅을 내주고 있는데, 더 집중해야 합니다!

― 크로아티아에선 루카 모드리치 선수가 특히 위협적이네요! 역시 레알 마드리드에서 뛰는 선수다운 클래스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 우리 선수들은 이 루카 모드리치 선수가 편안하게 경기하도록 놔두면 안 됩니다. 더 강하게 압박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신재욱도 최선을 다해서 뛰었다.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출전했음에도 부지런하게 상대를 압박했고, 공중볼 경합에도 적극적으로 임했다.

현재 그의 신장은 182cm.

190cm에 가까운 크로아티아 중앙수비수들에 비하면 작은 키였지만.

그랬음에도 신재욱은 공중볼 경합에서 이겨낼 때가 많았다.

위치선정과 타이밍 덕분이었다.

‘공중볼 경합은 꼭 키가 크다고 이기는 건 아니거든.’

그래서일까?

신재욱은 후반전이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기분 좋은 내용을 담은 메시지를 보게 됐다.

[특성이 성장합니다!]

[‘초급 헤더 컨트롤(D)’이 ‘중급 헤더 컨트롤(C)’로 성장합니다!]

[중급 헤더 컨트롤]

[등급] C

[효과] 헤더의 정확도가 더 높아집니다.

신재욱은 미소를 지었다.

공중볼 경합 자체에 도움이 되는 특성은 아니었지만, 헤딩을 할 때의 정확도가 높아지는 특성으로 여러 방면에서 도움이 되는 특성이었다.

그런 특성이 성장하며 더 좋아졌으니, 기분이 좋아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잠시 후.

신재욱은 새로운 특성의 효과를 시험할 수 있는 상황에 맞이했다.

― 손훈민 선수가 코너킥을 얻어냅니다! 기석용 선수가 코너킥을 찰 준비를 하네요!

― 기석용 선수의 킥은 정말 예리하죠!

손훈민이 얻어낸 코너킥 상황.

기석용이 코너킥을 찼다.

퍼어엉!

높게 뜬 공이 날카롭게 휘어지며 크로아티아의 페널티박스 안으로 날아왔다.

여러 선수가 동시에 몸을 띄웠다.

신재욱도 마찬가지였다.

그의 위치선정 능력과 여러 경험으로 쌓인 타이밍을 철저하게 이용했다.

덕분에 많은 선수 사이에서 공을 머리에 맞출 수 있었다.

그리고.

그의 머리에 맞은 공은 무서울 정도로 정확하게 골대의 구석으로 파고들었다.

― 골입니다! 신재욱의 세 번째 골입니다! 오늘 데뷔한 만 17살의 선수가 크로아티아를 상대로 해트트릭을 기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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