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1
* * *
훈련이 진행되는 내내.
한국 국가대표팀 선수들은 남는 시간을 이용해서 대화를 나눴다.
주제는 신재욱과 이택현이었다.
“다르지?”
“다르긴 하네. 기본기가 엄청 좋아.”
“자신감도 뭔가 다르지 않아?”
“어. 막내로 들어온 애들 같지가 않아. 하긴, 그러니까 독일에서도 전혀 위축되지 않고 뛸 수 있는 거겠지.”
“그나마 이택현은 긴장한 것 같은데, 신재욱은 긴장도 안 하네.”
“이야…… 신재욱 실력은 실제로 봐도 좋을 거라고 예상했었는데, 이택현도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잘하잖아?”
비록 직접 몸을 부딪치는 훈련은 하지 않고 있었음에도 대표팀 선수들은 신재욱과 이택현의 실력이 심상치 않다는 걸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조금 뒤, 연습경기가 펼쳐졌을 땐.
국가대표팀 선수들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신재욱과 이택현의 실력 때문이었다.
“쟤네 뭐야?”
“둘이서 벌써 3골을 만들었어…….”
“막을 수가 없는데……?”
“이건…… 수준이 너무 다르잖아…….”
바이에른 뮌헨에서 그랬듯, 신재욱은 이택현과 좋은 호흡을 보이며 국가대표팀 수비수들을 부숴버렸다.
바이에른 뮌헨에서 높은 수준의 수비수들을 상대하던 신재욱과 이택현에겐 한국 국가대표팀 수비수들은 너무나도 쉬운 상대였다.
그래서일까?
시간이 흐를수록 국가대표팀 선수들이 놀라는 횟수는 더욱 많아졌다.
“와…… 확실히 바이에른 뮌헨은 다르네…… 움직임이 너무 좋잖아.”
“저 정도는 돼야 천재 소리를 듣는구나…….”
“저런 스타일의 선수들이 한국에서 나올 수가 있는 거였어? 실력이 우리랑 아예 다른데?”
“쟤네가 잘하긴 하네.”
며칠 뒤.
한국과 크로아티아와의 경기가 펼쳐지는 날이 다가왔다.
― 우리 대표팀 선수들과 크로아티아의 선수들이 환호를 받으며 경기장에 입장하고 있습니다!
― 오늘 펼쳐지는 경기는 우리 대표팀에겐 굉장히 중요하죠?
― 그렇습니다. 최근 경기에서 2번 패배하고, 1번 무승부를 거뒀기 때문에 오늘만큼은 꼭 승리를 가져올 필요가 있습니다. 게다가 최근엔 크로아티아 정도의 강팀과는 경기를 치러본 적이 없지 않습니까? 오늘은 강팀을 상대로 우리의 전력이 얼마나 통하는지도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경기입니다.
― 자, 선발 명단을 보실까요? 명단을 보시면 김영훈 골키퍼가 골대 앞을 지키게 됐고, 곽태희, 신구훈, 최순철, 이준수 선수가 수비수로 출전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미드필더진엔 구자천, 기석용, 손훈민, 김보겸, 이택현 선수가 선발로 출전했고, 마지막으로 공격수 자리엔 신재욱 선수가 선발로 출전하게 됐습니다!
― 국내 축구팬분들께서 아주 좋아할 만한 선발 명단이네요! 많은 팬분들께서 기대하고 계셨던 신재욱 선수와 이택현 선수가 선발로 출전하게 됐으니까요.
― 하하! 그렇습니다! 이 두 선수는 겨우 만 17세로 대표팀에서 나이는 가장 어리지만, 세계 최고의 팀 중 하나인 바이에른 뮌헨에서 아주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선수들이거든요? 기대될 수밖에 없습니다!
양 팀 선수들이 경기장에 올라섰다.
한국의 선수들과 크로아티아의 선수들이 서로를 승부욕 가득한 눈으로 바라봤다.
“이기자! 할 수 있어!”
“쟤네 별거 아니야! 우리가 스피드로 제압하면 돼!”
“충분히 이길 수 있어! 훈련한 대로만 하자.”
한국 선수들의 얼굴엔 자신감이 드러나고 있었다.
원래라면 없었을 자신감이었다.
상대가 FIFA 랭킹 9위인 크로아티아이지 않은가.
그러나 지금은 자신감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괴물들과 한 팀이 됐으니까.
‘흐흐! 크로아티아 애들은 모를 거야. 신재욱이랑 이택현이 얼마나 괴물들인지.’
‘신재욱과 이택현이라면 크로아티아의 수비수들을 충분히 뚫어버릴 거야. 쟤들은 그러고도 남아.’
‘재욱이랑 택현이가 연습 때 보여줬던 실력의 반만 보여줘도 승산이 있어.’
‘요 며칠 재욱이랑 택현이를 상대해서 그런가? 크로아티아 선수들한테 전혀 포스가 안 느껴지네.’
며칠간 신재욱, 이택현과 함께 훈련하며 압도적인 차이를 느꼈으니까.
― 경기 시작합니다! 우리 선수들이 초반부터 적극적인 압박 전술을 들고나왔네요? 반면 크로아티아 선수들은 조심스레 공을 돌리며 탐색을 하고 있습니다.
― 우리 선수들의 압박이 되게 좋네요! 그렇지만 체력이 떨어지는 걸 조심할 필요는 있어 보입니다.
한국 대표팀 선수들의 자신감은 경기력에서도 드러났다.
전방 압박을 펼치는 움직임이 활발했고, 이에 크로아티아 선수들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얘네 뭐야? 왜 이렇게 세게 나와?”
“그러니까 말이야! 너무 전투적인데?”
그때였다.
신재욱과 이택현이 움직였다.
바이에른 뮌헨에서 그랬던 것처럼 원톱으로 출전한 신재욱과 오른쪽 윙어로 출전한 이택현이 공을 돌리던 크로아티아의 수비수를 압박했다.
두 선수가 펼치는 압박의 강도는 매우 강했다.
이택현이 공을 가진 선수에게 직접 달라붙어서 압박했고, 신재욱은 그 선수가 패스할 공간을 막는 방식을 사용했다.
― 신재욱 선수와 이택현 선수의 압박이 굉장한데요? 최전방에서 크로아티아의 수비수들을 효과적으로 괴롭혀주고 있습니다!
공을 뺏어내지는 못했지만, 효과는 충분히 있었다.
신재욱과 이택현의 압박으로 인해서 크로아티아의 수비수들은 실수를 범하고 말았으니까.
― 패스 미스입니다! 크로아티아의 패스 미스로 공은 한국의 소유가 됩니다! 손훈민 선수가 공을 잡습니다! 어? 바로 때립니다! 아~! 이걸 골키퍼가 막아내네요!
― 슈팅력이 굉장히 좋은 손훈민 선수거든요? 방금도 거의 들어가는 줄 알았는데, 크로아티아 골키퍼의 슈퍼세이브가 나왔네요.
이후에도 신재욱을 포함한 한국대표팀 선수들의 압박은 크로아티아를 효과적으로 괴롭혔다.
특히 신재욱의 태클은 유독 빛났다.
촤아악!
신재욱이 잔디 위로 미끄러지며 공을 잡아냈다.
상대 수비수의 패스 경로를 읽고 몸을 날려 공을 끊어낸 것이었다.
― 우와! 신재욱 선수가 크로아티아의 패스를 끊어냈습니다! 이걸 이렇게 예측해서 슬라이딩 태클을 하다니……정말 놀라운 능력입니다!
― 이런 플레이는 신재욱 선수가 종종 보여주는 거죠. 평소에도 이런 움직임을 아주 잘 보여주기 때문에 신재욱 선수를 상대하는 수비수들은 늘 긴장을 할 수밖에 없죠!
― 신재욱이 빠르게 몸을 일으켰습니다!
슬라이딩 태클을 한 이후, 신재욱이 몸을 일으키며 밸런스를 회복하는 시간은 매우 빨랐다.
전체적인 능력치가 높아지며 신체 능력도 함께 올라갔고, 지금 같은 상황에서의 움직임을 꾸준히 훈련하고 경험해왔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동작은 빠를수록 좋지. 그래야 다음 동작도 빠르게 할 수 있으니까.’
크로아티아의 수비수는 몸을 일으키는 신재욱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지 않았다.
빠르게 달라붙어서 다음 동작을 방해하려고 했다.
그러나 신재욱은 이미 수비수가 다가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
더구나 덤벼드는 수비수 한 명쯤은 가볍게 제쳐낼 수 있는 드리블 실력까지 보유하고 있었다.
투툭! 휘익!
신재욱은 순간적으로 양발을 이용한 팬텀드리블을 구사하며 덤벼드는 수비수를 제쳐냈다.
조금은 엉성해 보이는 팬텀드리블이었지만, 상대 수비수를 제쳐내는 데에는 충분했다.
‘역시 완벽하게 되진 않네. 팬텀드리블을 완벽하게 구사하려면 드리블 능력치랑 개인기 능력치가 90은 넘어야 하려나.’
현재의 드리블 능력에 아쉬움을 느끼며, 신재욱은 앞으로 나아갔다.
크로아티아의 골키퍼는 이제야 튀어나오고 있었다.
수비가 이렇게 쉽게 뚫릴 거라는 생각을 못 하고 있었기에 나온 느린 반응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느리게 튀어나오는 골키퍼는.
신재욱에겐 아주 쉬운 상대였다.
퍼엉!
* * *
골키퍼가 뒤늦게 튀어나오는 것을 보며.
신재욱은 곧바로 다리를 휘둘렀다.
‘이럴 때 바로 슈팅 때리면 골키퍼는 막기 힘들지.’
좋은 타이밍에 때려낸 슈팅이었다.
‘물론 잘 때려야 한다는 조건이 붙긴 하지만.’
또한, 원하는 방향으로 잘 때린 슈팅이었다.
그 순간 크로아티아의 골키퍼가 움찔했다.
그의 눈엔 날아오는 공이 보였다.
“막아야 해!”
마음으로는 땅을 박차며 몸을 날리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앞으로 튀어나오려는 상황에서 공이 날라왔기 때문이었다.
역동작에 날아오는 슈팅이었기에, 크로아티아의 골키퍼는 움찔하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 고오오오오오오올! 신재우우우우우우욱! 성인 국가대표팀 데뷔전에서 골을 터트렸습니다! 데뷔골과 함께 전설을 쓰기 시작한 신재욱 선수입니다!
― 크로아티아의 패스를 직접 끊어내고, 화려한 드리블로 수비수를 제쳐내고 때린 슈팅이 그대로 크로아티아의 골망을 흔들었네요! 신재욱 선수! 경이로운 원맨쇼를 보여줍니다!
“무슨 타이밍이 이래……?”
크로아티아의 골키퍼는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잔디를 걷어찼다.
“제기랄! 운도 더럽지!”
그는 운이 좋지 못했다고 생각했다.
한국의 스트라이커 신재욱이 계산한 타이밍이라는 생각은 조금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의 눈앞엔 보였다.
어느새 골대 안에 들어간 공을 옆구리에 낀 채로 경기장 중앙으로 달리는 신재욱의 모습이.
“저 자식…… 내가 또 먹힐 것 같냐?”
크로아티아 골키퍼의 얼굴은 더욱 붉어졌다.
세리머니를 생략하고 경기를 재개하려는 신재욱의 행동이 얄밉게 느껴졌다.
그는 이제는 터질 듯 붉어진 얼굴로 동료 수비수들을 향해 고함을 질렀다.
“다들 정신 안 차리냐? 어?! 이따위로 수비할 거야?”
그리고 같은 시각.
실시간으로 골이 터진 것을 본 한국의 축구팬들은 뜨거운 반응을 드러냈다.
└ 고오오오오오오오올!!!!! 신재욱 골!!!!! 터졌다!!!!!
└ 이거지!!!! 우리가 신재욱한테 기대했던 게 이거거든!!!!
└ 미친!!!! 경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골을 넣었다고???? 그것도 크로아티아를 상대로???
└ ㅋㅋㅋㅋㅋㅋㅋㅋ신재욱 클라쓰 지리구요~! 크로아티아 수비수들 아무것도 못 하구요~~~~!
└ 왘ㅋㅋㅋ 머얔ㅋㅋㅋㅋㅋㅋㅋ 아직 치킨이 오지도 않았는데 벌써 골을 넣었어ㅋㅋㅋㅋ
└ 미쳤다ㅋㅋㅋㅋㅋㅋ 직접 패스 끊어버리고 골까지 넣어준다고? 이런 스트라이커가 어딨어ㅋㅋㅋㅋㅋ
└ 내가 말했지? 신재욱은 아예 다른 수준이라고! 얜 크로아티아 수비수들로는 못 막아.
└ 한국에 드디어 스트라이커다운 스트라이커가 나왔네ㅠㅠㅠㅠ
└ 박주형도 있거든?
└ 박주형은 이름도 꺼내지 마. 오늘 데뷔한 신재욱한테 밀려서 벤치 달구고 있는 거 안 보이냐?
└ 신재욱 포스 지리네;;;;;; 근데 얜 소속팀에서랑 똑같이 세리머니를 안 하네?ㅋㅋㅋㅋㅋ 시간이 아깝다는 건가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쟤 마인드 자체가 세리머니할 시간 아껴서 슈팅 한 번 더 때리겠다는 거임ㅋㅋㅋㅋㅋㅋ
└ 이젠 골 넣은 다음에 공 들고 경기장 중앙으로 뛰는 저 행동이 세리머니 같아ㅋㅋㅋㅋㅋ 신재욱의 시그니처 무브잖아.
└ 크로아티아는 황당하겠네. 훨씬 약할 거라고 생각했던 한국한테 초반부터 골을 먹혔으니ㅋㅋㅋ
삐이이익!
경기가 빠르게 재개됐다.
세리머니를 생략하며 직접 공을 옮겨놓은 신재욱 덕분이었다.
그리고 선제골을 허용하며 자존심을 구긴 크로아티아는 더 이상 탐색전을 펼치지 않았다.
이제는 전력으로 덤벼들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스윽!
신재욱의 시선이 이택현에게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