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빨로 축구천재-140화 (140/224)

140

* * *

한국행 비행기가 도착을 앞뒀을 때.

“한국 되게 오랜만에 오네! 오오오! 진짜 한국이야!”

이택현은 유독 흥분하고 있었다.

“왜 이렇게 흥분을 했어? 진정 좀 해.”

“진정을 어떻게 해? 신재욱 넌 U20 대표팀에도 다녀오느라 한국에 왔었잖아. 근데 난 어어어어엄청! 오랜만이라고! 네가 오랜만에 고향에 온 사람의 마음을 알아?”

“……그렇네.”

신재욱은 장난을 치려다가 이내 그만뒀다.

이택현의 마음이 이해가 됐기 때문이었다.

‘얜 되게 오랜만에 한국에 온 거긴 하지.’

독일에서 아무리 적응을 잘하며 살더라도 결국 타지이지 않은가.

마음 한편엔 고향에 오고 싶은 마음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흥분한 건 이택현만이 아니었다.

커다란 근육질 몸을 지닌 진 바그너 역시 몸을 들썩이고 있었다.

“요우! 신재욱 선수, 이택현 선수 우리 국밥 한 그릇 하러 가야죠? 제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도 가장 생각나는 음식은 결국 한국에서 먹은 국밥이더라고요!”

“…크흡! 먹으러 가죠.”

신재욱은 웃음을 참아내며 대답했다.

국밥을 먹으러 가자는 진 바그너의 모습에서 전혀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너무 구수해서 한국인에서 평생 살았다고 해도 믿겠어.’

이때 진 바그너가 씨익 웃으며 질문했다.

“근데 신재욱 선수는 이번에도 별로 긴장 안 하신 것 같네요?”

“그러게요. 긴장이 안 되네요.”

“대단한 담력이세요. U20 대표팀까지는 긴장하지 않을 수 있다고 해도, 이번엔 성인국가대표팀에 소집된 건데도 긴장이 안 된다니……옆에 이택현 선수는 많이 긴장하고 계신 것 같은데…….”

진 바그너는 옆에서 혼잣말을 중얼거리고 있는 이택현을 힐끗 바라보며 말했고.

이택현은 곧바로 부정했다.

“예? 진! 저도 긴장 안 하거든요? 오랜만에 한국에 와서 흥분한 거지, 긴장은 안 했어요.”

그러나 신재욱의 눈엔 보였다.

“다리라도 안 떨었으면 믿었겠는데.”

좌우로 바쁘게 후들거리고 있는 이택현의 양쪽 다리가.

“떨긴 뭘 떤다고……! 어? 이거 왜 이래…?”

콧방귀를 끼던 이택현이 자신의 다리를 보며 당황했고, 그 모습을 본 신재욱과 진 바그너는 웃음을 터트렸다.

잠시 후.

이택현은 더욱 심하게 긴장했다.

한국의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보게 된 카메라들 때문이었다.

“재욱아……카메라가 너무 많은데?”

“도착 전에 진이 얘기해줬잖아. 카메라 많을 거라고.”

“그건 그런데,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으니까 그러지.”

“별거 아니니까 진정해.”

신재욱은 이택현의 등을 툭 치며 앞으로 걸었다.

그 순간 기다렸다는 듯 여러 개의 조명이 터졌다.

팟! 팟! 파바바밧!

잠깐이지만 눈앞이 뿌옇게 변할 정도로 강한 조명.

동시에 느껴지는 수많은 시선과 신재욱과 이택현의 이름을 애타게 부르는 목소리들.

넓은 공항 안에서 주인공이 된 것만 같은 부담스러운 느낌.

처음 겪는 사람은 당황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신재욱은 놀라울 정도로 덤덤했다.

‘익숙하지.’

전부 다 겪어봤던 것들이니까.

환생 전의 그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은 관심을 받는 슈퍼스타였으니까.

휘익! 휙!

신재욱은 많은 수의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들며 여유롭게 걸어나갔고.

“쟨 진짜……정체가 뭘까요?”

“…그러게요. 확실한 건, 보통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이택현과 진 바그너는 그 모습을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봤다.

* * *

「신재욱, 이택현, 한국 도착! 오늘부터 대표팀 합류!」

「대표팀의 막내로 들어올 신재욱, 이택현. 팀에 어떤 변화를 줄까?」

「바이에른 뮌헨의 코리안 듀오, 출전 기회 얻을 수 있을까?」

신재욱과 이택현의 입국.

그 사실에 한국의 축구팬들은 많은 관심을 드러냈다.

└ 왔구나!!!! 진짜 에이스들이 왔다ㅋㅋㅋㅋㅋ

└ 다들 얘네 얼굴 잘 봐둬라. 한국의 미래다.

└ ㅋㅋㅋㅋ경기는 져도 돼. 근데 신재욱이랑 이택현은 출전시켜야 해. 만약 얘네 독일에서 불러놓고 출전 안 시킨다? 그땐 난리 나는 거야.

└ ㅋㅋ홍정태 감독이 아무리 능력이 별로라고 해도 리그에서 엄청 잘하고 있는 애들 뽑아놓고 안 쓰겠어? 그러면 그냥 국민한테 욕먹겠다는 거지.

└ 우리 재욱이를 국대에서 보다니ㅠㅠㅠㅠ 어린 시절부터 TV로 봐와서 그런지 뭔가 느낌이 다르네.

└ ㅇㅈ 신재욱이랑 이택현은 축구천재 FC 때부터 봐서 다른 선수들이랑은 다르게 정이 들었어ㅋㅋㅋㅋ

└ 이택현 특유의 시원시원한 플레이를 드디어 국대에서도 보겠구먼ㅎㅎㅎㅎ

└ 이택현 피지컬 미쳤던데ㅋㅋㅋ 키는 190cm 가까이 되는 애가 엄청 빠르고 기술도 좋아ㅋㅋㅋㅋ

└ 독일에서 활약하는 거 보면 이택현이 손훈민보다도 더 잘하는 거 같지 않아?

└ 둘 다 좋은 유망주니까 굳이 비교는 하지 말자. 몇 년 뒤에 자연스럽게 알겠지. 누가 더 대단한 선수인지.

그런데 축구팬들은 곧 걱정하기 시작했다.

한국이 만나게 될 상대가 너무 강했기 때문이었다.

└ 근데 우리가 크로아티아를 잡을 수 있으려나? 신재욱이랑 이택현이 와서 그나마 기대되긴 하는데…….

└ 그래도 해외파 총출동했으니까 어느 정도는 비벼지지 않을까?

└ ㅋㅋㅋ크로아티아 피파랭킹 9위야ㅋㅋㅋㅋㅋ 우리랑 엄청 차이 난다고ㅋㅋㅋㅋㅋ 이기는 건 에바고, 비기기만 해도 잘한 거야.

└ 사실, 크로아티아 상대로는 지는 게 정배긴 해.

└ 다들 이기는 건 기대 안 했잖아? 그건 양심 없는 거지. 이번 경기는 그냥 신재욱이랑 이택현이 국대에서 뛰는 걸 보는 것에 만족하자.

└ 한국은 수비부터 바꿔야 해. 신재욱이 아무리 잘해줘도 경기는 질걸?

└ 크로아티아 경기 최근에 봤는데, 개잘하더라ㄷㄷㄷㄷ

현재 FIFA 랭킹 9위의 강팀, 크로아티아가 한국의 상대라는 것.

한국의 축구팬들이 걱정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같은 시각.

신재욱의 일행은 국밥을 먹은 뒤, 국가대표팀 훈련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대표팀에 해외파 선수들이 많아져서인지 텃세 같은 건 없었다.

선수들 모두 기다렸다는 듯 신재욱과 이택현을 환영해줬다.

“바이에른 뮌헨의 천재들이다!”

“반가워! TV로 너희 경기 보면서 꼭 만나보고 싶었는데, 여기서 만나네!”

“오오! 신재욱이랑 이택현이다! 어서 와! 밥은 먹었어?”

“요즘 최고로 핫한 선수들이 등장했구만!”

“이야~! 요즘 어린 친구들은 피지컬이 왜 저렇게 좋아? 재욱이는 예전에 TV에서 볼 땐 말랐던 것 같은데, 유럽 가서 웨이트 많이 했나 보다.”

신재욱은 대표팀 선수들과 인사를 나누며 생각에 잠겼다.

이미 분석해온 자료들을 떠올리며 팀의 전력을 파악하는 시간을 가졌다.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이 몇 명 있네. 하지만 완전히 자리 잡고 뛰고 있는 선수는 적어. J리그에서 뛰는 선수도 있고, 대부분 K리그…….’

훈련에 돌입했을 때도 신재욱은 대표팀 선수들의 움직임을 자세히 관찰했다.

패스를 보내는 방식, 슈팅을 가져가는 타이밍, 공이 없을 때의 움직임과 같은 모든 부분을 놓치지 않고 관찰하며 머릿속에 집어넣었다.

곧 함께 호흡을 맞출 동료들이었기 때문이었다.

‘많이 봐두면 확실히 도움이 될 거야.’

꾸준히 발을 맞춰온 사이가 아니기에, 겨우 며칠간의 합동훈련으로 조직력이 좋긴 힘들다.

더군다나 소속팀과 대표팀은 전술도 다르다.

여러모로 어색할 수밖에 없다.

본 실력이 나오기 힘든 환경이었다.

그래서 신재욱은 더욱 노력했다.

훈련에 열심히 참여하면서 동료들의 성향, 습관을 계속해서 외웠다.

그리고 이런 방식으로 노력하는 건 이택현도 마찬가지였다.

“아오! 머리 아파! 재욱아, 머리가 깨질 것 같은데, 그래도 해야겠지?”

이택현은 쉬는 시간이 주어지자마자 신재욱에게 달려와 하소연을 늘어놓았다.

“해야지.”

“너한테 배운 거고, 실제로 효과가 있다는 것도 아니까 하긴 하는데, 머리가 너무 아파. 아무래도 난 머리가 너처럼 좋진 않나 봐.”

“아니, 지금이 정상이야. 훈련하면서 여러 명을 관찰하고 많은 정보를 머릿속에 집어넣는 게 쉬울 리가 없잖아?”

“그렇긴 하지. 으어어……이 과정이 도움 된다는 걸 아니까 안 할 수도 없고……! 으어어어!”

“그냥 즐겨.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이 있잖아.”

“와……너 방금 되게 아저씨 같았던 거 알아?”

“…오해야.”

신재욱은 이택현과의 대화를 마친 뒤, 쉬고 있는 대표팀 선수들을 바라봤다.

선수들의 얼굴을 보니 대표팀 감독 홍정태가 이번 경기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알 것 같았다.

‘기석용, 손훈민, 김보겸, 박주형, 지동운, 이청영, 구자천, 그리고 나랑 이택현까지.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을 9명이나 불러모았어. 이건 크로아티아를 어떻게든 잡고 싶다는 거야.’

실제로 미드필더와 공격수 전력은 나쁘지 않았다.

문제는 수비였다.

‘수비에서 무게감이 떨어져. 이점은 분명 우리의 발목을 잡게 될 가능성이 큰데……감독님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신재욱은 고개를 돌렸다.

현재 한국국가대표팀 감독인 홍정태는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서 있었다.

그는 표정관리를 하고 있지만, 근심이 가득한 것을 숨기지 못하고 있었다.

‘최근에 성적이 좋지 못했지? 경질 관련 얘기도 나오고 있고.’

이미 조사를 끝냈기에, 신재욱은 홍정태 감독이 처한 상황을 알고 있었다.

그는 해외파들을 데리고도 가장 최근에 펼쳐졌던 경기들에서 2패 1무라는 좋지 못한 성적을 내며 한국축구팬들의 강한 질타를 받고 있었다.

‘어떻게든 이기고 싶으실 거야.’

신재욱은 어두운 표정의 홍정태 감독을 보며 씨익 웃었다.

동시에 다짐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이번 경기, 이길 수 있게 해드릴게요.’

그에게 승리를 안겨주겠다고.

홍정태 감독에게 동정심이 들거나, 정이 생겼기 때문은 아니었다.

‘이겨야 능력치가 더 잘 오르거든.’

대표팀에 온 이유처럼 오직 자신의 성장을 위해서였다.

그리고 잠시 후.

연습경기가 시작됐다.

국가대표팀에 뽑힌 선수들끼리 2개의 팀으로 나눠서 맞붙는 연습경기.

비록 연습경기지만, 선수들의 얼굴엔 진지함과 긴장감이 드러났다.

이들 모두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번에 감독님한테 눈도장을 제대로 찍어야 해.’

‘후……집중하자. 내가 얼마나 경쟁력이 있는지 보여주고 말 거야.’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이 많지만, 내가 더 잘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겠어!’

‘죽어라 뛰어서 꼭 기회를 받겠어!’

며칠 뒤에 펼쳐질 크로아티아전에서 출전 기회를 얻으려면, 연습경기에서 잘해야만 한다는 것을.

이처럼 선수들은 간절한 마음으로 연습경기에 임할 준비를 했다.

다만 간절한 상황에서도 참을 수 없는 게 있었다.

‘신재욱이랑 이택현의 실력은 어느 정도일까?’

‘얼마나 잘하려나? 그래도 나이가 어리니까 해볼 만하겠지?’

‘천재는 맞지만, 그래도 팀빨도 있을 거야. 아직 경험이 적으니까 내가 충분히 요리할 수 있지 않을까?’

‘너무 궁금하네. 신재욱이 과연 얼마나 잘할까? 이택현은 얼마나 빠르고 화려할까?’

‘경기 시작하자마자 붙어서 확인해봐야겠어.’

괴물들이 득실거리는, 세계 최고의 리그 중 하나인 분데스리가.

그곳에서도 최강의 팀이라고 불리는 바이에른 뮌헨에서 활약 중인 신재욱과 이택현의 실력을 확인하는 것.

도대체 얼마나 잘하길래 바이에른 뮌헨에서 뛰는지 직접 눈으로 보고, 직접 몸으로 부딪치며 확인하는 것.

현재 국가대표팀에 있는 모든 선수가 원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들 모두가 충격에 빠지는 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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