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빨로 축구천재-139화 (139/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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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슈투트가르트와의 경기를 마친 당일 밤.

신재욱은 진 바그너의 연락을 받았다.

― 신재욱 선수, 경기 잘 봤어요! 해트트릭도 축하드려요. 정말 대단하시던데요? 아, 그리고 요즘 제가 신재욱 선수 덕에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아세요? 만약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말해보라고 하시면, 몇 시간 동안 쉬지 않고 말할 자신이 있어요. 한 번 몇 가지만 말씀드려볼까요?

“경기 보셨구나. 고마워요, 진. 근데 뒷얘기는 안 들어도 될 것 같아요.”

― 흐흐! 알겠어요. 하여튼 요즘 기분이 너무 좋아요. 우리 선수들이 이렇게 잘 성장해서 바이에른 뮌헨의 핵심 선수로 자리 잡고 있다니! 매일매일 꿈같다니까요? 아, 그리고 옆에 이택현 선수도 있나요?

“이택현이요? 예, 근처에 있어요. 부를까요?”

― 예, 부탁드릴게요. 핸드폰도 스피커폰으로 해주시겠어요? 두 분 모두에게 전달해드릴 이야기가 있거든요.

“어려울 것 없죠.”

신재욱은 근처에서 핸드폰을 보고 있던 이택현을 불러 진 바그너와의 통화에 참여하게 했다.

“진! 저 이택현이에요!”

― 이택현 선수! 골 축하드려요!

“흐흐흐! 고마워요!”

― 멋지게 넣으셨던데요? 오늘 경기 내내 움직임도 굉장히 좋으셨고요.

“에이~그냥 열심히 뛴 거죠. 제가 웬만하면 제 자랑을 하고 싶은데, 바로 옆에 3골 2도움 기록한 괴물이 있어서 그러질 못하겠네요.”

― 하하! 신재욱 선수 얘기죠?

“예. 맞아요. 얘가 너무 괴물같이 잘하니까 한 골 정도로는 어깨도 못 편다니까요?”

― 하하하하! 그래도 골 넣은 것 자체가 대단하신 거죠. 분데스리가잖아요.

“그렇게 말해주셔서 고마워요. 그나저나 독일엔 언제 와요? 저희 얼굴 못 본 지 너무 오래된 것 같지 않아요?”

― 안 그래도 곧 갈 거예요. 아마 내일모레쯤엔 두 분을 뵐 수 있을 것 같네요.

“어? 정말요? 일 때문에 오시는 거예요?”

― 일 때문은 맞죠. 두 분이랑 함께 움직이려고 가는 거니까요.

그때였다.

조용히 대화를 듣고 있던 신재욱이 입을 열었다.

“진, 혹시 우리 대표팀 소집됐어요?”

대표팀에 소집됐냐는 말.

그 말을 하자마자 진 바그너가 깜짝 놀라며 소리쳤다.

― 헉! 뭐, 뭐예요? 아직 말도 안 했는데 어떻게 아셨어요?

“예…? 정말요?”

― 정말이에요! 우와……! 저 지금 되게 놀랐어요! 팔에 소름이 쫘악 돋았다니까요? 역시 신재욱 선수의 눈치는 너무 빠른 것 같아요. 근데 대체 어떻게 아셨어요?

“그냥 진이 말하는 게 딱 대표팀소집과 관련된 것 같았어요.”

그때였다.

옆에서 듣고 있던 이택현이 소리를 질렀다.

“우오오오! 대표팀소집이요? 대박! 대박 사건! 그럼 드디어 저도 U20 대표팀에 들어가는 거예요?”

이택현은 잔뜩 흥분한 채로 진 바그너의 대답을 기다렸다.

그러나 진 바그너의 대답은 이택현이 생각했던 것과는 달랐다.

훨씬 더 놀라운 내용이었다.

― 아뇨! 이택현 선수와 신재욱 선수는 이번에 성인축구대표팀에 소집된 거예요! 축하드려요! 두 분 모두 겨우 17살의 나이에 성인축구대표팀에 들어가게 됐어요!

“예에? 무, 무슨 말이에요? 에이! 진! 농담하지 마세요. 성인축구대표팀이라니요, 이건 안 속죠.”

― 농담 아니에요. 오늘 오전에 한국의 축구협회 측에서 연락이 왔어요. 두 분을 국가대표로 소집하고 싶다더군요.

“성인국가대표라니……말도 안 돼…….”

이택현은 너무 놀란 나머지 넋이 나간 모습을 보였다.

반면 신재욱은 덤덤한 얼굴로 대화에 끼어들었다.

“말이 안 되긴 왜 안 돼? 바이에른 뮌헨 1군에서 꾸준히 기회를 얻고 있고, 공격포인트도 많이 기록하고 있으니까 국가대표로 소집될 만도 하지.”

“아니 그래도……성인국가대표팀에 들어갈 거라는 생각은 잘 안 해봤으니까.”

“별거 없을 거야. 지금 바이에른 뮌헨에서 경쟁하는 게 훨씬 어려울걸?”

“재욱아, 너도 성인국가대표팀은 안 가봤으면서 꼭 가본 것처럼 말한다?”

“…U20 대표팀 가봤잖아.”

“그래도 성인국가대표팀이 U20 대표팀보다 수준이 높지 않을까?”

“그런 건 가서 확인해보자.”

“…알겠어. 근데 진짜 신기하네. 내가 국가대표라니……! 우리 엄마아빠가 되게 좋아하시겠다.”

진 바그너와의 통화를 끝낸 뒤에도 이택현은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계속해서 방안을 돌아다니며 실실 웃어댔다.

반면 신재욱에게선 여유가 흘렀다.

그는 침대에 누운 채, 한국 국가대표팀의 지난 경기 영상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내가 들어가서 뛸 팀에 대해서는 알아야지.’

그런데.

덤덤하게 분석을 하던 신재욱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 * *

「바이에른 뮌헨에서 활약 중인 신재욱과 이택현, 불과 만 17세의 나이에 국가대표팀에 소집돼!」

「홍정태 감독, ‘신재욱과 이택현을 뽑은 건 놀랄 일이 아니다. 이들은 분데스리가에서 실력이 검증된 선수들이기 때문이다.’라며 신재욱과 이택현 소집에 향한 논란 일축해.」

신재욱과 이택현이 성인축구국가대표팀에 소집됐다는 소식은 빠르게 퍼져나갔다.

당연하게도 한국축구팬들은 이 사실에 열광했다.

└ 대박!!!!! 신재욱이랑 이택현 진짜 뽑혔네???? 이제 국대 경기에서도 시원시원한 경기력 볼 수 있는 건가?

└ 신재욱이랑 이택현 둘 다 뽑았구나! 이건 홍정태 감독이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온 이후로 가장 잘한 일이야.

└ 근데 둘 다 나이가 너무 어린 거 아니야? 얘네보단 K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더 안정적이지 않을까?

└ 위에 미친 소리 하지 말고 닥치고 있어. 신재욱이랑 이택현은 바이에른 뮌헨에서 뛰고 있는 애들이야. 특히 신재욱은 사실상 주전선수라고. 근데 뭐? K리그? 정신 좀 차려라. 물론 K리그도 좋은 리그지만, 분데스리가랑은 비교하면 안 되지.

└ 신재욱이랑 이택현 둘 다 진짜 잘하는데ㄷㄷㄷ

└ 만 17살에 성인 국대에 들어오네ㅋㅋㅋㅋ 역시 천재들은 달라ㅋㅋㅋㅋ

└ 상대가 너무 강해서 당연히 진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러면 말이 달라지지ㅋㅋㅋㅋㅋ 신재욱이랑 이택현 있으면 이번 경기 이길 수 있을지도?

└ 이택현도 이택현이지만, 신재욱이 국대에서 어떤 경기력을 보여줄지 궁금해. 분데스리가에서 엄청 많은 골을 넣고 있잖아.

└ 혹시 몰라. 홍정태 감독이라면 신재욱을 스트라이커로 안 쓸 수도 있어.

└ 근데 신재욱은 미드필더로도 잘하잖아. 스트라이커로 안 나와도 돼. 그냥 경기장에 나오는 것만으로도 개쩔거니까!

└ U20 대표팀에서의 신재욱 포스 기억하는 사람들 있냐?ㅋㅋㅋㅋ 얘는 클래스가 달라. 이번에 성인국가대표팀 와서도 분명히 잘할 거야.

같은 시각.

신재욱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성인국가대표팀에 소집되었다는 것을 알게 됐을 때는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행동했지만.

사실 그는 성인국가대표팀에 뽑히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특별한 애국심이 있어서는 아니었다.

‘U20에서도 능력치 많이 올렸었는데, 성인국가대표 경기에선 어떠려나?’

오직 자신의 성장에 대한 기대감과 호기심 때문이었다.

‘U20 대표팀에 있을 때 보다는 잘 오르겠지? 아니지, U20에 있을 땐 무대가 그래도 청소년 월드컵이었으니까 잘 오른 걸 수도 있어. 에이, 결국 가서 확인해보는 수밖에 없겠네.’

이틀 뒤.

신재욱은 오랜만에 독일에 온 진 바그너를 반겼다.

“진! 이게 얼마 만이에요? 되게 오래전에 보고 못 본 느낌이에요.”

“하하! 기간으로 따지면 그렇게 길지는 않았을 겁니다.”

“근데 살이 조금 빠진 것 같은데요?”

“그래 보여요? 바쁘다 보니 운동을 제대로 못 해서 근육량이 빠지긴 했어요.”

“운동중독수준인 진이 운동을 제대로 못 했다고요? 되게 바쁘셨나 보네.”

“예. 이번엔 특히 바빴어요. 신재욱 선수는 몸이 더 좋아진 것 같은데요? 도대체 운동을 얼마나 많이 하시는 거예요?”

“쉬어야만 하는 날을 빼곤 전부 다 하고 있죠.”

신재욱은 진 바그너와 즐거운 대화를 나눴고, 씻고 나온 이택현도 늦게나마 대화에 참여했다.

대화는 신재욱과 이택현의 분데스리가에서의 활약상과 한국 국가대표팀에 집중됐다.

그리고 대화를 이어가던 도중, 신재욱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신재욱 선수? 먼저 일어나시게요?”

“예. 할 게 있어서요.”

“상대 팀 분석하시려고 그러시는구나.”

“그렇죠, 뭐.”

“대표팀 가시면 상대 팀 자료 받으실 텐데, 그때 하셔도 되지 않아요?”

“준비는 많이 할수록 좋거든요.”

“그렇군요. 으하하! 신재욱 선수는 못 말리겠네요. 내일 비행기 타셔야 하니까 너무 늦게 주무시지는 말아주세요.”

“당연하죠. 걱정 안 하셔도 돼요.”

“하하! 알겠습니다. 이택현 선수? 이택현 선수는 안 가셔도 돼요?”

“저는 대표팀 가서 할래요. 재욱이처럼은 못 살아요. 만약 제가 재욱이처럼 살면 스트레스로 쓰러질 수도 있어요.”

“예? 그 정도는 아니지 않아요?”

“그 정도예요. 진은 재욱이랑 하루종일 붙어있진 않잖아요? 전 매일 붙어있어요. 쟤, 그냥 기계에요. 정해놓은 훈련을 더 하면 더 했지, 절대 빼먹지 않아요. 심지어 훈련의 강도가 매우 높은데도요. 오늘도 그렇게 미친 사람처럼 훈련해놓고, 저렇게 분석까지 하러 가는 거예요. 어후! 저는 신재욱 훈련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체력이랑 정신력을 전부 다 써버렸다니까요?”

“이택현 선수의 말을 듣고 나니까 신재욱 선수가 다르게 보이네요. 저기 걸어가시는 모습도 조금은 로봇 같기도 하고요.”

“예…?”

“이건 농담이었어요. 으하하하!”

“……하하…….”

“아, 이택현 선수! 혹시 그거 아세요? 제가 얼마 전에 이탈리아에 다녀왔는데…….”

다음 날.

신재욱과 이택현, 진 바그너는 한국행 비행기에 올라탔다.

최근 독일 내에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신재욱과 이택현이지만, 이른 새벽 시간대를 이용했기에 팬들에게 둘러싸이는 걸 피할 수 있었다.

“재욱아.”

눈을 붙이려던 신재욱이 옆에서 들린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그 순간 퀭한 눈을 한 이택현이 보였다.

“다크서클이 볼수록 심하네. 괜찮은 거 맞아?”

“아까 말했잖아. 안 괜찮다고. 으…어제 진이랑 너무 많은 얘기를 했어.”

“그런 것 같더라. 그 체력 좋은 진도 비행기에 타자마자 잠든 걸 보면.”

말과 동시에 신재욱의 시선은 가까운 곳에 있는 진 바그너에게로 향했다.

진 바그너는 커다란 근육만큼이나 체력도 매우 뛰어난 사람이었는데, 지금은 코까지 골며 자고 있었다.

“경기엔 영향 없겠지? 경기를 당장 오늘 치르는 건 아니잖아.”

“영향이 없진 않을 건데, 가서 잘 자고 시차 적응 빨리하면 그래도 많이 나쁘진 않을 거야.”

“나쁘긴 한가 보네?”

“시차가 있고, 장거리 비행을 하는 거니까 컨디션이 좋을 수는 없어. 당연한 거야.”

“유럽에서 잘하던 선수들이 괜히 국가대표팀에만 가면 몸이 무거워 보였던 게 아니구나?”

“컨디션이 별로니까 몸이 무거울 수밖에 없지. 그러다 보면 체력도 금방 떨어지고, 실수도 나오기 쉬워지는 거고.”

“그럼 이렇게 떠들 때가 아니라 조금이라도 더 자야겠네? 피로가 쌓이는 걸 최대한 막아야 하잖아.”

“맞아. 그러니까 그만 얘기하고 자자.”

“알게쓰! 바로 잡시다.”

신재욱과 이택현.

두 남자는 한국행 비행기 안에서 다급히 잠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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