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빨로 축구천재-125화 (125/224)

125

* * *

유프 하인케스 감독.

그는 신재욱을 바라보며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 신재욱 저 친구, 뭔가 이상한 녀석이라는 생각은 했지만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이상한 녀석이었군!”

전반전 21분밖에 안 된 상황임에도 출전시켜달라는 듯 몸을 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당연히 말도 안 되는 행동이었다.

유프 하인케스 감독이 황당함이 담긴 웃음을 터트린 지금.

신재욱의 주변에 있던 동료들 모두 당황하고 있었다.

“뭐야? 왜 저래?”

“뭔가 착각하고 있는 거 아니야? 아직 전반전인데?”

“긴장해서 시간을 못 봤나?”

이택현도 마찬가지였다.

웬만하면 당황하지 않는 그였지만, 지금 신재욱이 보여주는 행동은 이해하기 힘들어했다.

“재욱아! 21분밖에 안 됐는데 왜 벌써 몸을 풀어? 혹시 시간 잘못 본 거 아니지?”

그런데.

신재욱은 주변의 말들을 듣고 있으면서도 하던 것을 이어갔다.

스트레칭을 하고, 경기장 외곽을 걸었다.

이어서 가볍게 뛰기까지 하며 몸을 풀었다.

“나도 알아.”

그렇게 중얼거리며, 신재욱은 계속해서 몸을 풀었다.

너무나도 이른 시간이었기에, 감독이 교체카드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건 그 역시도 알고 있었다.

수많은 경험이 있는 신재욱이었기에, 모르는 게 더 이상한 일이었다.

그럼에도 이러는 이유는 하나였다.

“이렇게 움직이기라도 해야 진정이 될 것 같아서 그래.”

참기 위해서였다.

선발이 아니고 교체 명단에 들어갈 때만 해도 분명 괜찮았었지만, 팀이 선제골을 허용하는 것을 보자 참기가 힘들어졌으니까.

당장이라도 경기장에 들어가서 뛰고 싶어졌으니까.

다행히 효과는 있었다.

“땀을 흘리니까 조금 낫네.”

신재욱은 그저 끓어오르는 승부욕과 경기에 뛰고 싶은 욕심을 다스리기 위해 한 행동이었지만.

이 사실을 모르고 경기를 지켜보던 전 세계 축구팬들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

└ 하하하! 신재욱은 왜 벌써 몸을 풀고 있는 거야? 경기가 답답해서 직접 뛰고 싶다는 건가?

└ 큭큭! 토마스 뮐러만큼이나 이상한 녀석이군.

└ 지난 경기에 잘했기 때문에 경기에 뛰고 싶은 욕심이 있는 건 이해되지만, 그렇다고 전반 21분에 몸을 풀어? 이런 장면은 처음 보네.

└ 흐흐! 저러다가 유프 하인케스 감독한테 혼나는 거 아니야?

└ 빨간 머리도 특이한데, 하는 행동도 특이하군. 대체 왜 저러는 걸까? 승부욕이 센 건가?

└ 크흐흐흐! 신재욱의 뜬금없는 행동 덕분에 실컷 웃었네. 근데 저러다가 오늘 출전 못 하면 제대로 삐질 것 같은데.

└ 생각해보면 지난 경기에 5골 넣었는데 이번 경기에 못 나오는 건 억울할 것 같아. 신재욱이 저러는 것도 조금은 이해가 돼.

반면 신재욱은 몸을 푸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여전히 경기장에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너무 컸기 때문이었다.

“뛰고 싶다…… 도르트문트 정도면 능력치도 되게 잘 오를 텐데.”

그러나 동료들의 말처럼 아직은 시간이 이르다.

동료가 갑자기 부상당하지 않는 한, 전반전엔 경기에 들어갈 수 없을 확률이 높다.

그리고 그런 건 신재욱이 바라는 일도 아니었다.

“경기가 밀리지라도 않으면 조금 나을 텐데…….”

경기의 흐름은 시간이 흐를수록 도르트문트가 잡아나갔다.

도르트문트는 강한 압박을 토대로 바이에른 뮌헨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막아내고 있었고, 도전적인 슈팅을 연달라 때려내며 바이에른 뮌헨의 골문을 위협했다.

― 위협적인 슈팅입니다! 마르코 로이스! 아쉬워하고 있습니다!

― 바이에른 뮌헨은 무언가 변화가 필요할 것 같은데요? 초반부터 도르트문트의 스타일에 너무 고전하고 있거든요!

해설들의 말처럼 바이에른 뮌헨은 도르트문트를 상대로 고전했다.

원하는 플레이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채, 계속해서 시간이 흘렀다.

그나마 프랑크 리베리, 필립 람, 토니 크로스가 위협적인 움직임을 보여주긴 했지만, 골까지 이어지진 않았다.

바이에른 뮌헨은 골을 넣기 위해 전반전 내내 부지런하게 움직였지만, 결과를 만들지 못했다.

오히려 도르트문트의 미드필더 일카이 귄도간의 강력한 중거리 슈팅에 실점을 허용할 뻔했다.

― 오우……! 마누엘 노이어의 슈퍼세이브네요! 일카이 귄도간 선수의 아주 좋은 슈팅이 나왔는데, 노이어 골키퍼가 이걸 막아냈습니다!

― 하마터면 스코어가 2 대 0이 될 뻔했는데요? 마누엘 노이어가 바이에른 뮌헨을 한 차례 구해냈습니다!

시간은 계속 흘렀고 마침내 전반전이 종료됐다.

양 팀 선수들 모두 흐르는 땀을 닦으며 라커룸으로 걸어 들어갔다.

“드디어 끝났네.”

신재욱도 몸을 풀던 것을 멈추고 동료들을 따라 라커룸으로 향했다.

팀의 분위기는 좋지 못했다.

1 대 0으로 밀리고 있다는 것 때문만은 아니었다.

전반전의 경기력이 선수들의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상대의 압박에 잘 대처할 필요가 있어. 지금처럼 하면 후반전도 똑같이 밀릴걸?”

“계속 주변을 확인하고, 더 빠르게 패스해. 다들 도르트문트의 스타일을 알고 있잖아? 알고 있으면 제대로 대처해야지!”

“젠장! 알고도 당했네. 우리는 좀 더 우리의 플레이를 할 필요가 있어. 전반전 내내 너무 산만했다고.”

이처럼 선수들은 불만을 드러내고 있을 때.

유프 하인케스 감독이 나타났다.

그는 굳은 표정이었지만, 선수들을 질책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칭찬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다들 잘했다.”

잘했다는 말을 내뱉은 그는 특유의 카리스마를 발휘하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모두 느꼈겠지만, 전반전의 도르트문트는 굉장히 강했어. 1 대 0으로 마무리한 것만으로도 괜찮게 한 거야. 대신 도르트문트는 전반전 내내 체력을 많이 썼어. 분명 후반전에는 전반전만큼 강한 압박을 하진 못할 거야. 다들 이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후반전에는 우리가 도르트문트를 잡아먹을 거야. 물론 그렇게 하기 위해선 전술에 세밀한 수정이 필요하지. 집중하도록. 우선…….”

유프 하인케스 감독은 전술판을 세워둔 채, 열정적으로 전술을 수정했다.

선수들 개개인에게 새로운 역할을 부여했고, 그걸 해낼 수 있게끔 정확한 설명을 덧붙였다.

그리고.

감독을 지켜보던 신재욱이 감탄했다.

‘확실히 대단한 감독이야.’

지금보다 더 미래에서 축구를 했던 신재욱이었다.

당연하게도 미래의 축구 수준은 지금보다 높다.

그런데도 유프 하인케스 감독의 능력엔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전술의 이해도와 상대의 전술에 대처하는 능력이 정말 대단해.’

미래의 감독들에게도 밀리지 않는 능력을 보여주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감탄하는 것도 잠시.

신재욱의 눈이 빛났다.

‘어라?’

유프 하인케스 감독의 설명을 듣던 도중, 재밌는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이러면…… 내가 빨리 들어갈 수도 있겠는데?’

* * *

후반전이 시작됐다.

그와 동시에 신재욱은 다시 몸을 풀기 시작했다.

조금 전, 라커룸에서 선수들을 상대로 펼쳐진 유프 하인케스 감독의 설명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유프 하인케스 감독님은 공격수가 더 많이 뛰는 걸 원하고 있어. 공격수가 밑으로 내려와서 공을 받아주고, 때로는 양쪽 측면에 있는 프랑크 리베리, 토마스 뮐러와 자리를 바꿔가며 도르트문트의 수비를 흔들어주길 원하고 있지.’

현재 바이에른 뮌헨의 포메이션은 4―2―3―1이었다.

다비드 알라바, 홀거 바트슈투버, 단테, 필립 람.

이렇게 4명이 수비를 하고, 이들의 앞에서 하비 마르티네스와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가 수비형 미드필더 역할과 중앙 미드필더의 역할을 동시에 소화한다.

그리고 그 앞엔 토니 크로스가 홀로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고, 양쪽 측면엔 프랑크 리베리와 토마스 뮐러가 자리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최전방 원톱 자리에 마리오 만주키치가 있는데, 이 부분이 문제였다.

‘유프 하인케스 감독님이 원하는 것을 해내기엔 마리오 만주키치의 컨디션이 좋지 않아.’

마리오 만주키치는 스트라이커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대단한 활동량을 지닌 선수다.

컨디션이 좋을 때는 중앙에서의 공격뿐만 아니라 좌우 측면을 오가며 상대 수비수들을 괴롭히는 유형의 선수.

‘수비 가담도 좋아서 상대 수비수들에게는 너무나도 만나기 싫은 스타일이지.’

하지만.

반대로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땐 위의 장점들이 잘 보이지 않는 선수였다.

오늘의 마리오 만주키치가 그랬다.

컨디션이 좋지 않기에 평소보다 활발하지 못한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의 만주키치가 잘하지 못하고 있는 것들은.

‘이러면 나한테 기회가 올 수밖에 없어.’

신재욱이 너무나도 잘하는 것들이었다.

― 바이에른 뮌헨의 선수들이 전반전 때보다 더 활발하게 움직여주고 있죠? 패스의 템포도 빨라진 것으로 보입니다.

― 도르트문트의 압박을 이겨내기 위한 변화인 것 같은데, 아직까진 효과가 있어 보이네요. 하지만 공격작업은 전반전 때와 마찬가지로 잘되지 않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특히 마리오 만주키치 선수의 움직임이 조금 아쉬운데요?

바이에른 뮌헨이 공격에서 아쉬움을 드러내며 골을 만들어내지 못했고.

결국, 유프 하인케스 감독이 칼을 빼 들었다.

― 어? 벌써 교체 카드를 사용하나요? 아직 후반전이 시작된 지 13분밖에 안 지난 이른 시간인데 말이죠?

― 바이에른 뮌헨의 유프 하인케스 감독이 마리오 만주키치 선수를 불러들입니다. 사실 이 만주키치 선수는 전반전부터 컨디션이 좋지 않아 보였었죠? 평소에 보여주던 좋은 모습들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 마리오 만주키치 선수와 교체되어 들어오는 선수는…… 신재욱 선수네요?

마리오 만주키치를 빼고, 신재욱을 원톱 자리에 넣는 판단을 내렸고.

이런 유프 하인케스 감독의 판단은 경기를 지켜보던 전 세계 축구팬들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 엥? 신재욱을 원톱에 넣는다고?

└ 지난 경기에서 스트라이커로 좋은 활약을 펼친 건 알지만, 그래도 원톱은 무리이지 않나? 지난 경기 때도 마리오 고메스와 함께 투톱으로 뛰었던 거잖아.

└ 지난 프라이부르크전이 스트라이커 데뷔전이잖아? 벌써 원톱 자리를 맡기는 건 무리일 것 같은데…….

└ 유프 하인케스 감독이 과감한 판단을 내렸군……! 과연 신재욱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팀이 지고 있는 상황에서 투입된 거라서 부담감이 더 심할 텐데 이겨낼 수 있을까?

└ 이제 고작 17살인 신재욱을 도르트문트전에서 원톱으로 쓴다고? 이건 쉽지 않을 것 같은데.

└ 신재욱이 천재라는 건 인정하지만, 도르트문트의 수비진을 상대로 혼자서 뭘 할 수 있을까? 난 신재욱이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봐.

└ 이건 유프 하인케스 감독의 판단 실수야. 신재욱은 도르트문트의 거대한 수비수들에게 둘러싸여서 슈팅을 때리지도 못할걸?

이처럼 전 세계 축구팬들은 놀라는 걸 넘어서 유프 하인케스 감독의 판단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원톱이라는 자리를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신재욱이 도르트문트라는 강팀을 상대로 할 수 있는 게 없을 거라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몰랐다.

신재욱에겐 원톱 스트라이커로 뛰었던 경험이 아주 많다는 것을.

심지어 그 역할을 전 세계에서 가장 잘하는 선수였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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