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빨로 축구천재-124화 (124/224)

124

* * *

유프 하인케스 감독.

그는 다음 경기에 내보낼 선발 명단을 고민하며,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었다.

“신재욱과 이택현 같이 기세가 좋은 선수들에겐 꾸준히 기회를 줘야 하는데, 하필이면 다음 상대가 도르트문트라서…….”

바이에른 뮌헨의 다음 일정은 도르트문트와의 경기였다.

도르트문트가 어떤 팀이던가.

늘 바이에른 뮌헨의 자리를 위협하는 분데스리가 최강의 팀 중 하나다.

실제로 지금도 리그 2위를 달리며 바이에른 뮌헨의 1위 자리를 위협하고 있는 팀이다.

그런 상대였기에, 제아무리 명장이라는 유프 하인케스 감독도 안전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일단 교체 명단에 넣어두고, 상황을 지켜보면서 투입을 결정해야겠군.”

그리고.

신재욱은 이 사실을 도르트문트와의 경기 전날에 유프 하인케스 감독에게 직접 듣게 됐다.

“……그러니 언제든 출전할 수 있게 준비해두게.”

“알겠습니다.”

“이해해줘서 고맙네.”

최근 최고의 활약을 펼쳤지만, 후보 선수로 결정되며 벤치에 앉게 되었다는 소식.

당사자로선 기분이 나쁠 수밖에 없는 소식이었다.

그러나 신재욱은 전혀 기분 나빠하지 않았다.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후보 명단에 들어간 게 어디야.’

물론 욕심이 나지 않는 건 아니었다.

‘출전할 수 있게 되면 성장에는 확실히 좋겠지? 도르트문트는 강팀이니까.’

그때였다.

신재욱과 함께 후보 명단에 들어간 이택현이 다가왔다.

“재욱아! 우리 후보에 들어갔다는 소식 들었지?”

“어, 방금 감독님이랑 얘기 나눴어.”

“괜찮아? 나는 그렇다고 해도, 너는 세 경기째 엄청 잘하고 있었잖아.”

“뭐 어때, 지난 세 경기 중 앞의 두 경기도 교체로 나갔던 건데 뭐.”

“역시 신재욱 선생, 멘탈 오지네. 개인 훈련이나 할래? 내일 출전할 수도 있으니까 적당하게, 오케이?”

“좋지. 바로 가자.”

이후 신재욱은 이택현과 함께 훈련을 시작했다.

강도가 매우 낮은, 감각을 유지하는 정도의 훈련이었다.

다만 훈련은 길게 진행됐다.

강도만 낮을 뿐이었지 정신적으로는 꽤 고된 시간이었다.

그런데 훈련이 진행되던 도중, 이택현이 주변을 둘러보며 혀를 내둘렀다.

“근데 1군에 올라오니까 느낀 건데 다들 엄청 열심히 하는 것 같아. 나는 여기 올라오기 전까지는 1군에서 뛰는 선수들은 별로 열심히 안 할 줄 알았어.”

“왜 그렇게 생각했어?”

“다들 천재일 테니까, 이렇게까지 열심히는 안 할 거라고 생각했었거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네.”

신재욱이 고개를 끄덕이며, 주변을 둘러봤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훈련장엔 많은 수의 선수들이 개인 훈련을 하고 있었다.

필립 람, 토마스 뮐러, 토니 크로스, 프랑크 리베리, 하비 마르티네스,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 마리오 만주키치, 마누엘 노이어 등, 주전급 선수들이 전부 훈련을 하고 있었다.

이런 장면들은 유소년팀에 있을 때는 보지 못했던 것들이었기에 이택현이 놀라는 것도 이해할 수 있었다.

‘원래 재능 있는 사람들이 더 욕심이 많거든. 그리고 이곳은 천재들도 열심히 안 하면 살아남을 수 없는 곳이기도 하고.’

* * *

도르트문트전은 바이에른 뮌헨 선수들에게도 부담이 되는 경기였다.

그래서일까?

경기장에서 몸을 푸는 선수들의 표정엔 긴장감이 흘렀다.

반면에 신재욱은 전혀 긴장하지 않고 있었다.

그는 몸을 풀면서도 침착하게 주변을 살피며 바이에른 뮌헨 동료들과 오늘 맞붙게 될 도르트문트 선수들의 상태를 살피는 중이었다.

‘양 팀 다 긴장하고 있네. 그래도 그나마 우리 쪽이 덜해. 아무래도 홈구장에서 펼쳐지는 경기여서 그렇겠지? 우린 필립 람의 컨디션이 좋아 보이네. 오른쪽 측면에서 강한 모습을 보여주겠군. 근데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는 컨디션이 별로 안 좋아 보이는데? 바스티안이 잘해주는 게 중요할 텐데… 도르트문트 쪽엔 마르코 로이스와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의 컨디션이 좋아 보이네. 우리 수비수들이 고생 좀 하겠어.’

신재욱은 그동안 쌓아온 경험과 조사한 자료를 토대로 쉬지 않고 양 팀 선수들을 분석하고, 경기의 흐름을 예상했다.

의미 없는 일은 아니었다.

이런 과정들을 거치면 동료와 더 빠르게 손발을 맞출 수 있으니까.

반대로 상대 선수들을 더 효과적으로 상대할 수 있으니까.

‘항상 최선을 다해서 준비해야지.’

잠시 후, 몸을 다 푼 양 팀 선수들은 라커룸으로 들어갔다.

감독과 함께 마지막으로 전술을 가다듬고, 각자의 역할을 다시 한번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마침내.

바이에른 뮌헨과 도르트문트의 선수들이 다시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제 시작하겠구나.”

신재욱은 벤치에 앉은 채, 경기장을 바라봤다.

바이에른 뮌헨의 홈구장 알리안츠 아레나.

그 위에 선 22명의 선수가 보였다.

승리를 위해 강렬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양 팀 선수들이었다.

다음으로 거대한 함성을 질러대는 관중들의 모습이 보였다.

얼핏 봐도 바이에른 뮌헨을 응원하는 팬들의 숫자가 훨씬 많았다.

‘그래서 꼭 이겨야만 하는 경기지.’

벤치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압박감이 느껴졌다.

벤치가 이럴 정도니, 경기장에 서 있는 선수들이 느끼는 압박감은 훨씬 강할 게 분명했다.

“우와…… 숨이 턱턱 막히는데? 재욱아, 이거 왜 이러지? 몸에 이상이라도 있는 건가?”

옆에 앉아 있던 이택현이 주먹으로 가슴을 두드리며 질문해왔다.

신재욱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정상이야. 부담될 수밖에 없는 경기여서 그래. 선발로 나간 선수들은 더 크게 느끼고 있을 거야.”

“이게 부담감 때문에 그런 거구나…… 다른 경기 때랑은 완전히 다른 느낌이야. 상대가 도르트문트라서 그런 거겠지?”

“맞아. 승리를 확신할 수 없는 강팀이니까.”

대화를 나누던 도중, 양 팀 선수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경기가 시작된 것이다.

― 경기 시작합니다! 바이에른 뮌헨이 공을 뒤로 돌립니다.

경기 초반, 양 팀 선수들 모두 몸이 무거워 보였다.

리그에서 가장 강한 상대를 만났다는 것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었다. 자연스레 패스의 템포도 느렸다. 빠르지 않게, 안전하게 공을 돌리며 서로를 탐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 단테가 공을 받습니다. 단테, 다시 필립 람에게 패스합니다.

필립 람은 오버래핑에 특출난 능력을 지닌 선수였지만, 경기 초반이 진행되는 지금은 그 역시 후방에서 안정적인 플레이만을 펼쳤다.

― 필립 람이 홀거 바트슈투버에게 다시 공을 넘깁니다. 바이에른 뮌헨이 굉장히 조심스럽게 경기 운영을 하고 있죠?

― 반대로 도르트문트 선수들도 되게 조심스럽습니다! 도르트문트의 평소 스타일은 강한 압박이 특징인데, 아직은 그렇게까지 강한 압박을 펼치고 있지는 않네요.

― 양 팀 모두 서로를 많이 경계하는 모습입니다.

이처럼 서로가 눈치를 보며 탐색전을 펼치다 보니 금방 10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이때, 도르트문트의 움직임이 달라졌다.

― 어? 도르트문트 선수들이 적극적으로 움직입니다! 전반 압박을 시작하는 도르트문트! 이제 탐색전은 끝났다는 걸까요?

― 압박이 굉장히 강해졌습니다!

도르트문트는 갑자기 압박의 강도를 높였다.

느슨한 분위기에서 축구를 하던 바이에른 뮌헨 선수들은 도르트문트의 급격한 변화에 당혹감을 드러냈다.

― 바이에른 뮌헨이 공을 뺏깁니다! 도르트문트의 압박이 효과적인데요? 공을 뺏긴 토마스 뮐러가 다시 공을 되찾아보려고 했지만, 이미 늦어버렸습니다.

― 도르트문트 공격의 템포도 굉장히 빨라졌습니다!

도르트문트는 압박만 강하게 펼치는 게 아니었다.

공격을 하는 속도도 빨라졌다.

미드필더부터 공격진에 있는 선수들이 활발하게 움직이며 빠른 패스를 주고받았다.

바이에른 뮌헨의 수비진은 분데스리가 최고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쉽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었다.

도르트문트의 공격진 역시 분데스리가 최고 수준이었으니까.

특히 왼쪽 측면 수비를 맡은 다비드 알라바는 아직 어린 선수였다.

경험이 적은 그는, 이번 시즌 엄청난 활약을 펼치고 있는 도르트문트의 오른쪽 윙어 야쿠프 브와슈치코프스키와의 일대일 대결에서 밀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 야쿠프 브와슈치코프스키! 다비드 알라바의 수비를 이겨냅니다! 오른발 크로스!

야쿠프 브와슈치코프스키의 오른발 크로스는 날카로웠다.

그가 차낸 공은 바이에른 뮌헨의 페널티박스 안을 향해 빠르고 날카로운 궤적으로 휘어졌다.

― 어어? 바이에른 뮌헨! 위험합니다!

해설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휘어져 들어온 공이 도르트문트의 스트라이커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의 머리로 향했기 때문이었다.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는 바이에른 뮌헨의 중앙수비수 단테와의 공중볼 경합에서 이겨내며, 날아오는 공을 이마로 강하게 찍어 내렸다.

터어엉!

경쾌한 타격음이 터져 나왔다.

그만큼 강력한 헤더였다.

골키퍼가 막아내는 게 거의 불가능해 보일 정도로 좋은 헤더.

그러나 바이에른 뮌헨의 골키퍼는 마누엘 노이어였다.

월드클래스 골키퍼인 그는 미친 듯한 반응속도를 보여주며 날아오는 공을 손끝으로 쳐냈다.

터엉!

경기를 지켜보던 관중들이 너무 놀라서 비명을 지를 정도로 대단한 선방이었다.

그러나 완벽한 선방은 아니었다.

공을 잡아내지 못했고, 손끝으로 쳐내는 바람에 공이 여전히 위험한 위치에 떨어졌으니까.

그리고.

도르트문트의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는 지난 시즌에 30골을 넣은 괴물 같은 스트라이커였다.

그는 지금도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하며 마누엘 노이어 골키퍼가 튕겨낸 공을 향해 달려들었다.

터엉!

바이에른 뮌헨의 페널티박스 안에 있던 그 어떤 선수보다도 빠르게 반응한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

그는 발을 길게 뻗어 주인 없는 공을 골대 안으로 밀어 넣었다.

철렁!

바이에른 뮌헨의 골망이 흔들렸다.

이른 시간에 터진 도르트문트의 선제골.

알리안츠 아레나 안에 있던 바이에른 뮌헨의 수많은 팬은 충격을 받은 얼굴로 경기장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 들어갔습니다!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 엄청난 집중력입니다! 헤딩슛이 막혔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공에 대한 집념을 보여주며 기어코 선제골을 만들어냈습니다!

― 정말 놀라운 선수네요! 도르트문트의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가 바이에른 뮌헨의 수호신 마누엘 노이어를 뚫어냈습니다!

― 예상외의 흐름입니다! 최근 분위기가 좋았던 바이에른 뮌헨인데, 너무나도 이른 시간에 골을 허용하고 말았거든요?

같은 시각.

유프 하인케스 감독의 얼굴이 굳었다.

“이런……!”

그는 전반전은 안정적으로 운영하며 도르트문트의 체력을 빼놓고, 후반전에 힘을 싣는 전략을 들고나왔다.

이 전략이 통하려면 골을 허용하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그런데 방금 허용한 골 때문에 준비해 온 전략이 완전히 꼬여버렸다.

“이런 식으로 실점할 줄은 몰랐는데…….”

그때였다.

유프 하인케스 감독의 시야에 한 선수가 들어왔다.

그 선수는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는 다른 바이에른 뮌헨 선수들과는 달리, 벤치에서 일어나 몸을 풀기 시작했다.

답답해서 직접 뛰고 싶다는 마음이 드러나는 행동이었다.

뛰고 싶다는 걸 어필하는 것.

프로선수라면 충분히 할 수 있는 행동이었다.

다만 문제가 있었다.

아직 경기가 시작된 지 21분밖에 안 됐다는 것이었다.

“신재욱 저 친구…… 대체 무슨 생각인 거지?”

바이에른 뮌헨의 감독 유프 하인케스.

그는 살아생전 처음 보는 광경에 결국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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