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
* * *
― 이택현 선수가 멋진 골을 터트렸습니다! 이야~! 수비수가 앞에 있어도 전혀 당황하지 않고 각을 만들어서 때려버리네요!
― 빠른 타이밍에 때려낸 슈팅이었는데도 너무나도 날카로웠죠! 프라이부르크의 올리버 바우만 골키퍼가 어떻게든 막아보려고 했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이러면 이택현 선수는 지난 하노버전에 이어서 또다시 골을 기록했네요!
― 바이에른 뮌헨과 프라이부르크의 스코어는 이제 7 대 0이 되었습니다! 엄청난 숫자의 골이 나오고 있습니다!
― 하하! 경기를 지켜보시는 분들은 즐거우시겠지만, 프라이부르크의 선수들과 팬들은 괴로운 시간일 것이거든요? 더 힘든 건 아직 시간이 제법 많이 남았다는 겁니다!
국내 해설들이 흥분했다.
신재욱이 놀라운 활약을 펼치던 상황에서 교체로 투입된 이택현마저 골을 기록했기 때문이었다.
한국에서 실시간으로 경기를 보던 축구팬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 오!!!!!!!!! 이택현 ㅈㄴ잘하잖아? 수비수 한 명쯤은 겁내지 않고 제끼고 슈팅해버리네! 그동안 봐왔던 한국의 스트라이커들이랑은 다르네!
└ 오!!! 골!! 넣었다!! 이거 봐! 이택현 잘한다니까? 얘도 천재야!
└ 어우! 이택현은 피지컬도 좋은데, 민첩하고 기술까지 좋네. 이걸 이렇게 각을 열어서 때려버리다니…….
└ ㄷㄷㄷ양발잡이라는 게 사기야. 얘 양발 슈팅을 다 잘해. 방금도 그래서 상대 수비수가 털린 거.
└ 신재욱이랑 이택현은 둘이 거의 매일 추가 훈련을 하는데, 양발 훈련은 필수라고 함.
└ ㅋㅋㅋㅋ확실히 둘이 같이 추가 훈련 자주 하긴 하나 봐. 수비수 앞에 두고 보여준 이택현의 움직임이 신재욱이 보여주던 거랑 되게 비슷했어ㅋㅋㅋㅋㅋ
└ 경기 더 재밌어지네!
같은 시각.
골을 넣은 이택현은 동료들에게 축하를 받고 있었다.
“택현! 축하해! 들어온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아서 골을 넣었네? 대단해!”
“멋진 슈팅이었어. 훈련 때도 종종 써먹던 것으로 해냈구나.”
“으하하! 대체 한국엔 너희 같은 괴물들이 얼마나 있는 거야? 무슨 17살짜리가 이렇게 잘하냐고.”
“축하한다! 방금 보여준 백덤블링도 훈련 때보다 더 잘된 것 같은데?”
그리고.
가장 먼저 이택현을 축하해줬던 신재욱은 주변을 둘러보며 무언가를 확인하고 있었다.
“인정됐구나. 다행이야.”
마지막에 이택현에게 준 패스가 어시스트로 기록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다행히 신재욱의 어시스트로 기록이 됐다.
그때였다.
신재욱의 눈앞에 여러 개의 메시지가 떠올랐다.
모두 능력이 좋아졌다는 내용의 메시지들이었다. 그러나 마지막에 생성된 메시지는 다른 내용을 담고 있었다.
[특성이 성장합니다!]
[‘경이로운 집중력(B)’이 ‘최고의 집중력(A)’으로 성장합니다!]
경이로운 집중력(B) 특성이 성장하며 생긴 최고의 집중력(A).
이 특성의 정보는 성장 전과 큰 차이가 없어 보였다.
[최고의 집중력]
[등급] A
[효과] 운동을 할 때, 굉장히 높은 집중력을 보입니다. 또한, 집중력이 필요한 모든 상황에서도 엄청난 효율을 얻게 됩니다.
실제로 효과에 적힌 내용이 이전과 크게 다를 게 없었으니까.
그러나 신재욱은 의심하지 않았다.
성장한 특성의 효과를,
“눈에 바로 보이는 효과는 아닐 수 있어도, 안 좋을 수는 없어. A등급이잖아.”
그렇게 말하며, 신재욱이 움직였다.
다시 경기에 집중할 시간이었다.
‘아직 시간이 많으니까 더 만들어봐야겠어.’
이후, 경기는 바이에른 뮌헨이 계속해서 주도해나갔다.
― 프라이부르크가 무언가를 해보려고 하지만, 바이에른 뮌헨의 수비에 번번이 막히고 있네요!
― 지금 프라이부르크가 공략할 수 있는 부분은 그나마 바이에른 뮌헨의 측면인데, 필립 람 선수의 수비가 너무 견고하죠! 게다가 아직 나이가 어린 다비드 알라바 선수도 왼쪽 측면에서 좋은 수비를 보여주고 있고요! 그렇다고 중앙을 공략하는 건 더욱 답이 없습니다! 신재욱 선수와 이택현 선수까지 계속 내려와서 수비 가담을 하고 있거든요?
― 허허! 심지어 신재욱 선수는 수비 실력이 굉장히 뛰어나죠.
해설들의 말처럼 프라이부르크에겐 답답한 상황이 이어졌다.
게다가 바이에른 뮌헨의 감독 유프 하인케스는 교체 카드까지 사용했다.
― 바이에른 뮌헨이 제르단 샤키리 선수를 불러들이고 아나톨리 티모슈크 선수를 투입하네요!
윙어를 빼고, 수비형 미드필더를 투입하며 안정감을 높이며 승리를 굳히기 위한 변화였다.
효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 아나톨리 티모슈크 선수가 굉장히 많이 뛰어주고 있습니다! 교체로 들어온 선수가 이렇게 많이 뛰어주면 팀원들은 든든하죠!
아나톨리 티모슈크는 지쳐있는 바이에른 뮌헨에 활기를 불어넣어 줬다.
자연스레 전방으로 넘어오는 패스의 숫자도 늘어났다.
“재욱!”
스트라이커로 출전했지만, 상황에 맞게 많이 내려와서 움직이던 신재욱이 발을 뻗었다.
하비 마르티네스가 뿌려준 패스를 받아내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편하게 받지는 못했다.
퍼억!
뒤에서 강하게 부딪쳐온 프라이부르크의 수비수 올리버 소르크 때문이었다.
그러나 신재욱은 이미 이런 상황을 예상하고 자세를 낮추고 있었다.
버텨낼 힘도 남아있었다.
― 신재욱 선수! 밀리지 않습니다! 안정적으로 공을 지켜내고 있습니다!
― 이렇게 앞에서 공격수가 공을 지켜주면 동료들은 편하게 경기할 수 있게 되죠!
신재욱은 흔들리지 않았다.
더구나 그는 올리버 소르크의 압박을 버텨내면서도 주변의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
이때, 몸을 돌리기만 하면 할 수 있는 플레이는 많았다.
양쪽 측면으로 날카로운 패스를 뿌려줄 수도 있고, 전방에 있는 이택현에게 기회를 만들어줄 수도 있다.
하지만 프라이부르크의 수비수 올리버 소르크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신재욱이 몸을 돌려내지 못하게끔 필사적으로 방해하려고 했다.
올리버 소르크는 기세도 대단했다.
이미 잃을 게 없는 선수였기 나오는 기세였다.
“절대 못 돌아나간다!”
그러나 신재욱은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머릿속이 복잡해지지도 않았다.
‘그래, 열심히 해.’
올리버 소르크를 굳이 상대해줄 생각이 없었으니까.
그래서.
“프랑크!”
투욱!
신재욱은 근처로 와준 프랑크 리베리에게 공을 넘겨주고 돌아나가는 움직임을 취했다.
그러자 올리버 소르크는 신재욱을 방해하지 못했다.
공이 없는 상대를 방해하는 건 반칙이었으니까.
지금 그가 서 있는 곳은 프리킥을 주면 위험해지는 위치였으니까.
“젠장!”
올리버 소르크는 인상을 찌푸리며 신재욱의 뒤를 쫓았다.
움직임을 방해하진 못해도, 일대일 마크는 끝까지 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신재욱이 더 먼저 돌아나갔기 때문에, 두 선수 간의 거리는 벌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프랑크 리베리는 앞으로 달려 나가는 신재욱에게 공을 밀어줬다.
놀라울 정도로 정확한 패스였다.
― 신재욱 선수가 다시 공을 잡습니다! 프랑크 리베리 선수와의 호흡이 너무 좋습니다! 그리고 신재욱 선수의 움직임엔 참 군더더기가 없네요!
― 프랑크 리베리의 패스도 상당히 날카로웠죠!
공을 받은 위치는 좋았다.
퍼스트 터치도 좋았다.
세 걸음 정도만 더 나아가면 슈팅을 시도할 수 있는 거리도 나온다.
게다가 옆에선 이택현이 함께 뛰고 있다.
충분히 무언가를 만들어낼 좋은 기회였다.
그런데도 신재욱은 흥분하지 않았다.
‘이택현의 움직임이 좋은데, 상대 수비수가 잘 붙어주고 있어.’
침착하게 더 나은 판단을 내렸다.
‘이건 내가 직접 하는 게 나아.’
직접 드리블해서 상대의 페널티박스 안으로 침투하고, 직접 슈팅까지 때려내는 것.
그게 바로 신재욱이 내린 판단이었다.
타앗!
신재욱이 공을 길게 쳤다.
더욱 속도를 내기 위해서였다.
어차피 그를 방해할 수 있는 선수는 뒤에서 따라붙고 있는 올리버 소르크뿐이었고, 그와의 거리는 벌어져 있었다.
이택현을 쫓던 팔루 디아네가 눈치를 보고 있긴 했지만, 신재욱에게 덤벼들지는 못하고 있었다.
“재욱아! 나도 있으니까 언제든지 패스해줘! 알겠지? 어차피 수비는 얘 혼자라서 나한테 패스 줘도 돼!”
어눌한 독일어로 패스를 달라고 떠들어대는 이택현 때문이었다.
물론 진심으로 하는 말은 아니었다.
팔루 디아네가 신재욱을 방해하지 못하게끔 시선을 끌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신재욱도 그 사실을 알았다.
이택현과는 수없이 많이 손발을 맞춰왔던 사이였기에, 말투와 눈빛만으로도 진심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채고 있었으니까.
휘익! 툭!
신재욱은 오른쪽 대각선에서 달리는 이택현에게 패스할 것처럼 페인팅 동작을 준 뒤, 갑자기 왼쪽 대각선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 움직임으로 팔루 디아네와의 거리는 더욱 벌어졌다.
더불어 슈팅할 공간도 충분히 나왔다.
그리고 지금.
퍼어엉!
신재욱이 프라이부르크의 골대 안을 향해 강력한 슈팅을 때려냈다.
* * *
공이 빠른 속도로 뻗어 나갔다.
87의 슈팅 능력치를 보유한 상태였고, 여러 특성 효과까지 받는 상태에서 때려낸 슈팅이었다.
‘제대로 맞았어.’
신재욱은 골을 확신했다.
굳이 공의 궤적을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들어갈 수밖에 없는 슈팅이라는 걸.
― 골입니다! 신재욱 선수가 강력한 슈팅으로 또다시 골을 터트렸습니다! 신재욱은 멈추지 않습니다!
― 잘 때린 슈팅이었죠? 프라이부르크의 골키퍼가 막아낼 수가 없는 슈팅이었어요. 거리도 가까웠고, 궤적도 너무 완벽했습니다!
신재욱의 슈팅이 골로 연결된 지금.
경기장엔 커다란 함성이 터져 나왔다.
우어어어어어어어!
잔뜩 흥분한 바이에른 뮌헨의 팬들이 만들어낸 함성.
그 함성을 들으며, 신재욱은 동료들에게 축하를 받았다.
“대단하다, 대단해! 결국, 또 넣는구나!”
“푸하하! 신재욱 이 괴물이 또 한 건 해냈네! 오늘 제대로 되는 날인가 본데?”
“축하한다! 훈련 때보다 더 잘하잖아? 프라이부르크 애들은 이제 너만 보면 공포에 떨겠는데?”
“야! 재욱! 너 5골이나 넣었어! 알고 있어? 이제 겨우 3경기에 출전한 녀석이 어떻게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는 거야?”
“흐흐흐! 리그 8골 축하한다! 스트라이커로도 이렇게 잘할 줄이야……! 1군에 있는 스트라이커들이 두려움에 떨겠는데?”
이택현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이미 신재욱의 등에 업힌 채로 쉬지 않고 떠들어대는 중이었다.
“우하하하! 내 움직임 봤지? 재욱아! 팔루 디아네가 나한테 신경 쓰느라 너한테 못 간 거 봤지? 그리고 내 독일어 속임수 어땠어? 아마 완벽하게 속진 않았어도, 헷갈리긴 했을 거야? 이 정도면 사실상 이 이택현 님의 0.5골 인정하시는가?”
“인정. 너 되게 잘했어. 근데 무거우니까 내려와.”
“오케이! 역시 재욱이 넌 말이 통해서 좋다니까? 인정할 줄 알았어!”
“내려오라는 말은 안 들리나 보네……?”
신재욱은 여전히 이택현을 등에 업은 채,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택현은 흥분해서 내려오지 않고 있고, 다른 동료들 역시 잔뜩 흥분해서 주변을 둘러싸고 있다.
그야말로 난리였다.
게다가 거대한 함성까지 끊임없이 귀를 때리고 있다.
그러나 그런 상황에서도 신재욱의 눈을 사로잡는 것이 있었다.
“오!”
허공에 떠오른 메시지였다.
[특성이 생성됩니다!]
[‘초급 헤더 컨트롤’을 습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