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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유로파 파크 슈타디온.
프라이부르크의 홈구장인 이곳에 거대한 함성이 터져 나왔다.
프라이부르크의 팬들이 아닌, 바이에른 뮌헨의 팬들이 보내는 함성이었다.
― 골입니다! 신재욱 선수가 또다시 골을 터트렸습니다! 처음으로 스트라이커로 출전한 경기에서 벌써 4개의 골을 기록한 신재욱입니다! 천재적인 모습을 계속해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런 선수를 보고 천재라고 해야죠!
― 신재욱 선수가 골을 넣기 직전에 보여준 모습도 굉장히 인상적이었죠?
― 그렇습니다! 침착하게 골키퍼를 속이고 슈팅을 하는 모습에선 어지간한 베테랑 스트라이커들보다도 더 여유가 느껴졌죠! 오늘의 신재욱 선수는 마치 10년 넘게 스트라이커로 뛰어온 정상급 선수처럼 보입니다!
만 17세의 나이.
보통은 데뷔조차 하기 힘든 어린 나이다.
그 리그가 세계 최고의 리그 중 하나인 분데스리가라면 더더욱 힘들다.
그런데 신재욱은 만 17세의 나이에 분데스리가에서 벌써 3경기째 출전하고 있다.
더구나 세 번째 경기가 펼쳐지고 있는 지금은 무려 4골 1도움이라는 놀라운 활약을 펼치고 있다.
그래서일까?
실시간으로 경기를 지켜보던 전 세계 축구팬들은 놀라움을 드러내고 있었다.
└ 말도 안 돼!!!! 저 한국인 뭐야? 지난 경기엔 미드필더로 출전해서 골 넣지 않았어? 어째서 스트라이커로 이렇게 잘하는 거지?
└ 오늘 경기만 보면 분데스리가 탑 스트라이커 수준이야. 너무 놀라워! 고작 17살의 선수가 스트라이커로서 이런 모습을 보여주다니!
└ 저 한국인이 17살이라고? 난 15살인 줄 알았어! 한국인들은 왜 저렇게 어려 보이는 거야? 볼 때마다 늙지를 않는 것 같아.
└ 더 놀라운 건 저 한국인이 미드필더로도 엄청난 재능을 보여주고 있다는 거지. 현재 분데스리가에서 17살에 이 정도 재능을 보여주고 있는 선수가 있나? 내가 기억하기엔 거의 없을걸?
└ 도르트문트의 마리오 괴체가 있긴 하지만, 그 역시 오늘의 신재욱과는 비교할 수 없어. 지난 두 경기와 오늘 경기만 보면 신재욱이 현재 분데스리가 최고의 유망주야.
└ 최고의 유망주라고 말하기엔 2경기 교체 출전에 오늘은 처음으로 선발 출전…… 아직 뛴 시간이 너무 적어. 그래도 신재욱의 움직임을 보면 기본기가 너무 좋아서 반짝하고 사라질 선수는 아닌 것 같아.
└ 골문 앞에서의 침착함을 봐! 저 나이에 저런 플레이를 보여준다는 건 천재가 아니고서야 말이 안 돼!
이들은 오랫동안 축구를 봐온 사람들이었고, 수많은 유망주의 활약을 봐왔다.
워낙 많이 봐왔기 때문에 어지간한 활약상으로는 놀라지도 않는다.
그러나 오늘 신재욱이 보여주고 있는 플레이는 이들 모두를 놀라게 했다.
그리고.
당사자인 신재욱은 또다시 공을 든 채로 경기장 중앙으로 뛰었다.
‘체력이 올랐네.’
뛰던 도중에 메시지가 떠올랐고, 체력이 1 올랐다는 내용이었다.
이제 체력은 82가 됐다.
‘안 그래도 체력은 필요했는데, 잘됐어.’
체력은 속도와 함께 성장이 더딘 분야였기에, 신재욱은 성장 결과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신재욱이 골을 넣자마자 공을 들고 뛰어왔기에 경기는 금방 재개됐다.
― 경기 재개됩니다! 프라이부르크 선수들이 빠르게 무언가를 만들어보려고 하네요!
전반전이 끝나기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프라이부르크의 선수들은 남은 시간 동안 골을 만들기 위해 움직였다.
하지만 너무 급했기 때문에 예리함이 떨어졌다.
더구나 바이에른 뮌헨에는 훌륭한 수비수들이 존재했다.
― 필립 람이 끊어냅니다! 상당히 좋은 태클이네요! 슬라이딩 태클로 정확하게 공만 빼냈죠?
― 이렇게 태클로 공만 빼내는 건 필립 람 선수가 굉장히 잘하는 플레이죠! 그나저나 필립 람 선수는 오늘도 활동량이 어마어마하네요! 뛰는 양만 보면 후반전을 생각하지 않는 선수 같습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후반전에도 많은 활동량을 보여주는 선수죠!
필립 람.
바이에른 뮌헨의 주장이자 세계 최고의 풀백 중 한 명인 그는 뛰어난 수비 실력을 드러내며 팀에 안정감을 줬다.
게다가 그는 팀의 공격에도 많은 도움을 주는 선수였다.
― 필립 람이 전진합니다! 우오오! 제르단 샤키리와 좋은 호흡을 보여주며 압박을 벗어나는 필립 람! 공격적인 재능도 뛰어난 선수거든요?
필립 람은 오른쪽 측면으로 빠르게 전진했다. 제르단 샤키리가 그의 옆에서 나란히 뛰며 언제든지 도와줄 준비를 했다.
이때, 필립 람은 과감한 오른발 얼리 크로스를 뿌려냈다.
프라이부르크 수비수들의 허를 찌르는 플레이였다.
― 오옷? 필립 람의 크로스입니다!
공이 부드럽게 휘어지며 프라이부르크의 페널티박스 안으로 날아갔다.
제공권이 뛰어난 마리오 고메스의 머리를 노린 패스였고.
마리오 고메스는 경험이 많은 스트라이커답게 필립 람이 보내준 공의 궤적을 예측해서 움직였고, 날아오는 공을 향해 머리를 댔다.
터엉!
경쾌한 소리와 함께 공도 빠르게 뻗어 나갔다.
그러나 아쉽게도 마리오 고메스의 헤더는 골로 연결되지 않았다.
― 아~! 이게 안 들어가네요! 마리오 고메스 선수! 아쉬워합니다!
― 골대의 오른쪽 살짝 벗어났네요! 프라이부르크로서는 천만다행입니다!
바이에른 뮌헨의 공격이 실패로 돌아간 이후.
프라이부르크는 다시 한번 기회를 만들어보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무언가를 만들어보려고 할 때쯤, 전반전이 종료됐다.
― 전반전이 6 대 0으로 종료됩니다! 바이에른 뮌헨의 팬들은 축제라도 열린 분위기네요! 반면에 프라이부르크의 홈팬들은 벌써 경기장을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 실망감이 크겠죠. 응원하는 팀이 무기력하게 무너지고 있으니까요.
* * *
후반전이 시작됐다.
양 팀의 선수 명단에 변화는 없었다.
그렇게 10분이 흘렀다.
추가 골은 나오지 않았다.
신재욱이 과감한 중거리 슈팅을 한 번 시도했지만, 수비수의 몸에 맞으며 골로 연결되지 않았다.
그리고.
후반전 13분이 되었을 때.
바이에른 뮌헨의 감독 유프 하인케스는 교체 카드를 사용했다.
조금 이른 시간이긴 했지만, 경기가 정체되고 있었기 때문에 분위기를 바꾸기 위한 교체였다.
그리고 교체되어 들어오는 선수가 공개되었을 때.
실시간으로 경기를 지켜보던 한국의 축구팬들이 열광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 오오오! 이택현입니다! 이택현 선수가 마리오 고메스와 교체되어 들어옵니다!
경기장에 들어온 새롭게 선수가 이택현이었으니까.
신재욱과 이택현이 투톱으로 함께 뛰게 됐으니까.
그것도 바이에른 뮌헨에서.
└ ㅁㅊ!!!!!! 이런 그림이 나온다고? 신재욱이랑 이택현이 바이에른 뮌헨에서 투톱으로 뛴다고?ㄷㄷㄷ
└ ㅋㅋㅋㅋㅋㅋ이건 상상도 못 했다ㅋㅋㅋㅋ 신재욱이 스트라이커로 출전할 거라는 생각도 못 했고, 이택현이랑 공격수로 같이 뛸 줄도 몰랐어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이런 걸 누가 예상할 수가 있겠냐?ㅋㅋㅋ 하! 오늘 축구 보길 잘했다. 신재욱이 4골 1어시 기록하는 거랑 이택현이랑 투톱으로 뛰는 걸 보네ㅋㅋㅋ
└ 이거 보면 이택현도 말도 안 되는 천재라니까?ㄷㄷㄷ 신재욱이 너무 뛰어나서 그렇지, 이택현도 개쩔어!
└ 이택현 장난 아니지. 스피드 개빠르고, 피지컬도 사기여서 만 17살짜리가 유럽 선수들한테 전혀 안 밀리잖아ㅋㅋㅋ
└ 이택현 키도 커서 헤딩도 잘함ㅋㅋㅋㅋ 운동능력도 미친 수준이고.
└ 신재욱이랑 이택현이 공격에선 어떤 호흡을 보여주려나? 이렇게 투톱으로 뛰는 건 처음이겠지만, 그래도 바이에른 뮌헨 유소년팀에서 계속 호흡을 맞춰왔으니까 괜찮겠지?
└ 일단 보자. 보면 알겠지.
경기장에 들어온 이택현은 기쁜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후반 13분이라는 이른 시간에 투입되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재욱아! 나 왔어! 나 오늘은 꽤 많이 뛸 수 있다!”
“축하해. 긴장 풀고, 저번처럼 잘해서 감독님 눈도장 제대로 찍어버려.”
“당연하지! 내가 누군데! 이택현 님답게 잘할 거니까 걱정 붙들어 매셔!”
“그럼 다행이고.”
“그건 그렇고, 남은 시간 동안 기가 막힌 그림 한 번 만들어보자! 오케이?”
“바라던 바야.”
대답은 한 신재욱이 미소를 지었다.
기분이 괜찮았다.
정이 많이 든 이택현이 지난 경기에 이어서 또다시 기회를 얻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꼭 잘해라.’
경기가 재개됐다.
신재욱은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적극적으로 뛰어다니며 상대를 압박했다.
그리고.
이택현은 그보다 더 열심히 뛰며 수비 가담에 최선을 다했다.
― 신재욱 선수와 이택현 선수 모두 굉장히 열심히 뛰네요! 특히 교체되어 들어온 이택현 선수는 더욱 열심히 뛰어주고 있습니다!
프라이부르크 선수들은 다급하게 공을 돌렸다.
하지만 신재욱과 이택현, 그리고 다른 바이에른 뮌헨 선수들의 압박에 힘겨워하며 점점 밀려났다.
그때였다.
“에잇!”
프라이부르크의 미드필더 요하네스 플룸이 짜증을 내며 동료를 찾았다.
강한 압박을 받던 그는 다급하게 동료에게 공을 넘겼다.
그 순간 신재욱이 움직였다.
그는 요하네스 플룸의 패스 타이밍에 맞게 슬라이딩 태클을 시도했다.
기다렸던 타이밍이었고, 실패는 없었다.
촤아아악!
신재욱이 몸을 일으켰다.
깜짝 놀란 요하네스 플룸이 달려들었지만, 신재욱은 몸을 회전하며 압박을 벗어났다.
그와 동시에 패스를 뿌렸다.
전방으로 침투하는 이택현을 노린 패스였다.
― 좋은 패스입니다! 이택현이 공을 받습니다!
이택현의 침투는 타이밍은 좋았다.
패스를 받는 퍼스트 터치도 훌륭했다.
그러나 곧바로 슈팅을 시도하진 못했다.
프라이부르크의 수비수 팔루 디아네가 타이밍을 읽었기 때문이었다.
팔루 디아네는 이택현의 침투 타이밍에 맞게 함께 뛰었고, 이제는 슈팅을 하지 못하게 앞을 막아서기까지 했다.
그러나 팔루 디아네가 간과하고 있는 부분이 있었다.
이택현이 양발잡이라는 것.
잠시나마 그 부분을 놓친 건 프라이부르크에겐 매우 큰 불행이었다.
휘익! 툭!
이택현은 오른발로 슈팅을 때릴 것처럼 휘두른 뒤, 공을 왼쪽으로 밀며 몸을 틀었다.
페인팅에 반응하느라 오른쪽에 조금 더 치우쳐있던 팔루 디아네는 다급히 이택현의 움직임을 쫓았다.
하지만 이택현은 이미 왼발 슈팅을 때려내고 있었다.
퍼엉!
워낙 빠른 타이밍에 나왔고, 골대의 왼쪽 구석으로 날카롭게 감겨 들어가기까지 하는 슈팅이었다.
골키퍼가 필사적으로 몸을 날리며 손을 뻗어봤지만, 공을 건드리지는 못했다.
철썩!
프라이부르크의 골망이 크게 흔들렸다.
골이 된 것을 확인한 이택현은 곧바로 괴성을 질러대며 팬들의 앞에서 백덤블링을 했다.
“이요오오오오오옷! 이택현 님이 오늘도 분데스리가를 접수하러 왔다!”
이어서 이택현은 붉게 상기된 얼굴을 한 채, 신재욱을 향해 달려왔다.
“재욱으아아아아아! 역시 넌 나랑 텔레파시가 통한다니까? 네가 줄 것 같아서 뛰었는데, 진짜 바로 줘버리네! 신재욱 선생! 패스 진심 쩔었어!”
“네 움직임이 좋았지.”
“그래도 고마워! 이거 다 네가 알려준 거잖아! 침투 타이밍 잡는 법부터 양발잡이가 수비수와의 일대일에서 이겨내고 골 넣는 방법까지 전부!”
이택현은 이제 양손으로 엄지를 들어 올리며 쌍따봉을 보내기까지 했다.
그 모습을 보며, 신재욱은 피식 웃었다.
‘알려준다고 다 하진 못하더라. 네가 잘한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