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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첫 선발 출전을 약속받았다는 것.
그 사실에 신재욱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다른 팀도 아니고 바이에른 뮌헨이지 않은가.
‘드디어 여기까지 왔구나.’
신재욱은 처음 환생했을 때를 떠올렸다.
아직도 기억이 생생했다.
그만큼 당시엔 큰 충격을 받았었다.
‘끔찍한 몸 상태였지. 능력치를 올려서 성장시킬 수 있다는 걸 알고도 눈앞이 깜깜하게 느껴질 정도였어.’
단 한 번도 상상해본 적이 없는, 최악의 몸으로 환생을 했으니까.
‘열심히도 살았다.’
매일매일 치열하게 살아왔다.
능력치를 올리고, 몸의 감각을 살리기 위해 훈련하고 또 훈련했다.
하기 싫은 걸 해야 할 때도 많았다.
하고 싶은 걸 참을 때도 많았다.
그 과정엔 스트라이커로 뛰고 싶다는 욕심을 참는 것도 있었다.
그런데.
“정말…… 제가 다음 경기엔 스트라이커로 출전하는 겁니까? 그것도 선발로?”
“진심으로 한 말일세. 약속하지.”
드디어 스트라이커로 뛸 기회를 얻었다.
다른 팀도 아니고 바이에른 뮌헨에서 스트라이커로 뛰게 됐다.
“감사합니다.”
“들어가 보게.”
대화는 그걸로 끝이었다.
신재욱은 유프 하인케스 감독에게 인사를 한 뒤, 감독 사무실을 나섰다.
다시 훈련장으로 돌아온 그에게 이택현이 다가왔다.
“재욱아, 무슨 일 있어? 감독님 만나고 온 거지?”
“어, 감독님 만나고 왔어.”
“감독님이랑 무슨 얘기를 했길래 이렇게 저기압이 됐어? 얘기해줄 수 있는 거야?”
“얘기 못 할 건 없지.”
신재욱은 굳이 숨길 생각이 없었다.
이택현의 포지션도 스트라이커였기에 조금 찝찝하긴 했지만, 그래도 솔직하게 말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으니까.
“오! 그래? 그럼 말해줘! 감독님이랑 무슨 얘기 했어? 설마……! 선발로 내보내 준대? 그건 아니지?”
“맞아. 다음 경기 선발 출전 약속받았어.”
“어어?! 뭐어어어? 진심? 진짜로?”
“진짜로.”
“선발 출전을 약속받았다고? 유프 하인케스 감독님한테?”
“어.”
“헐! 미쳤다! 우와…! 선발이라니……! 포지션은? 이번에도 중앙 미드필더야?”
“아니, 스트라이커로 출전하게 됐어.”
“……스트라이커?”
이택현은 충격을 받은 얼굴로 신재욱을 바라봤다.
그 모습을 보며, 신재욱은 씁쓸하게 웃었다.
“그래, 스트라이커. 감독님이 나한테서 스트라이커의 재능을 봤대.”
“와…… 이건 선발 출전 소식보다 훨씬 더 충격적인데……?”
“너랑 포지션이 겹쳐서 나도 찝찝하긴 한데, 그렇다고 기회를 안 잡을 순 없었어.”
신재욱은 미안한 마음을 애써 둘러서 말했다.
그런데, 이택현의 반응이 의외였다.
“야! 당연하지! 기회가 왔으면 잡는 게 맞지! 여긴 전쟁터잖아. 살아남는 게 먼저인데 미드필더고, 공격수고 가릴 여유가 어딨어? 괜히 그런 표정 지을 필요 없어. 만약 유프 하인케스 감독님이 나한테 네 자리에서 뛰라고 했으면 나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감사합니다!’ 하고 바로 뛰었을 거야.”
“……그러냐.”
“그래! 진심! 리얼! 레알로다가 진짜로! 그러니까 그딴 소리 하지 마. 그리고 어차피 주전 스트라이커 자리는 이 이택현 님 게 될 거니까, 맛볼 수 있을 때, 실컷 맛봐둬. 알겠어? 나중엔 한 입만 달라고 해도 안 줄 거야.”
“…넌 진짜 미친놈이구나?”
“뭐? 미친놈이 미친놈한테 미친놈이라고 하네?”
“내가 미친놈이라고?”
“어! 설마 몰랐어? 너 진짜 규격 외의 미친놈이야.”
“하하하!”
신재욱이 웃음을 터트렸다.
한참을 웃은 뒤, 이택현을 향해 솔직한 마음을 드러냈다.
“고맙다. 택현아.”
물론 돌아오는 말은 곱지 않았다.
“닭살 돋으니까 그딴 소리 좀 하지 말라고!”
* * *
한국 축구팬들은 최근 바이에른 뮌헨의 경기를 손꼽아 기다렸다.
놀라운 활약을 펼치고 있는 신재욱과 이택현의 존재 때문이었다.
└ 바이에른 뮌헨 경기 3일 뒤지?
└ ㅇㅇ맞아 3일 뒤.
└ 하…… 시간 더럽게 안 가네! 빨리 신재욱이랑 이택현 뛰는 거 보고 싶은데……!
└ 출전 못 할 수도 있잖아?ㅠㅠㅠㅠ
└ 재수 없는 소리 하지 마. 지난 경기에서 그렇게 잘했는데, 출전을 안 시키겠냐? 유프 하인케스 감독이 허접한 감독도 아니고, 세계적인 감독인데 그런 바보 같은 판단은 안 내릴 거야. 최소한 교체로는 쓰겠지.
└ 나도 출전을 할 거라고 봐. 특히 신재욱은 너무 잘하더라. 난 솔직히 슈바인슈타이거보다 더 나은 거 같던데?
└ 슈바인슈타이거 컨디션 좋은 날엔 그냥 괴물 중의 괴물이야. 아직 슈슈한테 비비는 건 에바지ㅋ
└ 최근 경기로 보면 신재욱이 더 나은 거 팩트잖아ㅋㅋㅋㅋ 경기에 나왔을 때 보여주는 임팩트가 달라ㅋㅋㅋㅋㅋ
└ 굳이 딴 선수랑 비교할 필요는 없는 것 같고, 최근 신재욱의 폼이 되게 좋은 건 맞아. 출전할 거 같아. 이택현은 조금 애매하고.
└ 으어어어어!!!! 빨리 보고 싶드아아아!!!!
그리고.
마침내 바이에른 뮌헨의 경기가 열리는 날이 다가왔다.
이때, 한국 축구팬들은 또다시 기다리는 게 있었다.
└ 선발 명단 언제 나옴???? 궁금해 뒤지겠네!!
└ 나왔음! 신재욱이랑 이택현 둘 다 후보임!
└ 위에 구라니까 믿지 마. 명단 아직 안 나왔어.
└ 위에 구라는 왜 치는 거야? 그나저나 빨리 좀 나왔으면 좋겠다ㅠㅠ 신재욱이랑 이택현 둘 중 하나라도 나오면 보고 자고, 둘 다 안 나오면 그냥 자야지.
└ 신재욱이랑 이택현 둘 다 교체 명단엔 있겠지?
└ 둘 다 지난 경기에서 잘했으니까 둘 중 한 명은 있겠지.
└ 제발 한 명만이라도 나왔으면 좋겠다!!!!!
바로 바이에른 뮌헨의 선발 명단이었다.
그리고 시간이 조금 흘렀을 때.
한국 축구팬들이 기다리던 선발 명단이 발표됐다.
GK – 마누엘 노이어
DF – 다비드 알라바, 홀거 바트슈투버, 단테, 필립 람
MF – 프랑크 리베리, 토니 크로스, 아나톨리 티모슈크, 제르단 샤키리
FW – 마리오 고메스, 신재욱
선발 명단이 발표된 이후.
한국 축구팬들은 멘탈이 완전히 나가버렸다.
선발로 출전하게 된 것으로도 모자라 뜬금없이 공격수 자리에 이름을 올린 신재욱 때문이었다.
└ ??????????????
└ ????이거 잘못 나온 거 아니야????
└ 신재욱 선발!!!!!! 대박!!!! 근데 신재욱이 왜 공격수야?ㅋㅋㅋㅋㅋ 뭐냐?ㅋㅋㅋㅋㅋ
└ 이게 뭔;;;; 진짜 뭔 일이지? 선발 소식은 좋긴 한데, 왜 신재욱이 마리오 고메스랑 투톱으로 나와? 가짜 공격수인가?;;; 이해할 수가 없네;;;;;
└ 만 17세에 바이에른 뮌헨 선발 출전ㅋㅋㅋㅋ 너무 놀랍네ㅋㅋㅋㅋ 공격수는 좀 특이하긴 하네. 근데 그래도 신재욱이 공격 능력이 좋긴 하잖아? 골도 웬만한 공격수보다 훨씬 잘 넣고 있고
└ 신재욱 공격수는 너무 충격이긴 하다ㅋㅋㅋㅋ 보니까 이택현도 교체 명단에 이름 올렸네. 잘하면 둘 다 볼 수 있을 듯.
└ ㅋㅋㅋ그럼 신재욱이 공격수로 뛰다가 이택현으로 교체되는 건가?ㅋㅋㅋㅋㅋ
└ ㅋㅋㅋㅋ그것도 나름 레전드일 듯ㅋㅋㅋ
└ 신재욱 공격수는 어떠려나? 워낙 천재라서 잘할 수도 있을 것 같긴 한데…… 다른 건 몰라도 피지컬이 괜찮으려나?
└ 신재욱 피지컬이 왜? 요즘 보니까 되게 좋아졌던데? 밀리지도 않더만.
└ 아;;; 내가 너무 과거의 신재욱 피지컬 생각을 했나 보다.
└ 억지로 까지는 마. 추하다.
└ 되게 신선하긴 해ㅋㅋㅋㅋ 그리고 유프 하인케스 감독은 명장이라서 신재욱을 공격수로 넣은 이유가 다 있을 거란 말이지? 그러니까 우리 같은 일반인들은 그냥 경기로 확인하면 돼.
같은 시각.
신재욱은 경기장에 나가기 전, 심호흡을 하고 있었다.
웬만하면 긴장하지 않는 그였지만, 오랜만에 스트라이커로 출전하는 것이어서 그런지 긴장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근처에 있던 필립 람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다가왔다.
“괜찮아? 긴장한 거 같은데?”
“괜찮아요. 그냥 조금 떨리는 것뿐이에요.”
“계속 심호흡하고, 이런 느낌이 당연한 거라고 인정해버려. 원래 익숙하지 않은 포지션으로 나오면 긴장될 수밖에 없는 거야. 그냥 긴장한 걸 인정하고 뛰다 보면 어느 순간 긴장이 풀릴 거야.”
필립 람이 한 말은 신기하게도, 언젠가 신재욱이 주변 동료들에게 해줬던 말과 거의 같았다.
성격은 조금 다르지만, 축구를 대하는 필립 람과 신재욱의 마인드는 놀라울 정도로 비슷했다.
“고마워요. 필립. 덕분에 조금 더 좋아졌어요.”
“그래, 이겨내는 게 최고지만 혹시나 상태가 안 좋아지면 말해.”
“알겠어요. 꼭 말할게요.”
필립 람과의 대화를 마친 뒤, 신재욱은 계속해서 마인드컨트롤을 했다.
미리 공부해온 상대의 정보들을 다시 떠올렸고, 어떻게 움직일지, 어떤 플레이를 펼칠지에 대해서 상상했다.
그리고 지금.
“들어가자! 이기러 가자! 다들 집중해서! 오늘도 우리가 최고라는 걸 보여주자!”
필립 람의 외침과 함께 신재욱을 포함한 바이에른 뮌헨 선수들은 경기장으로 걸어 나갔다.
* * *
― 바이에른 뮌헨과 프라이부르크의 선수들이 경기장에 입장하고 있습니다!
― 최근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두 팀이 만났죠?
― 그렇습니다. 프라이부르크는 최근 연승을 거두며 분위기가 아주 좋은 상태입니다. 그리고 바이에른 뮌헨 역시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연승을 이어가는 중이고요.
― 과연 분위기가 좋은 두 팀이 만났을 때, 어떤 경기가 나올지! 기대해보겠습니다!
― 그런데 오늘 바이에른 뮌헨의 선발 명단을 보면 조금…… 의외의 기용이 보이죠?
― 하하! 맞습니다. 지난 경기들에선 중앙 미드필더로 활약했던 신재욱 선수가 오늘은 공격수로 출전하면서 여러 축구팬분들을 놀라게 했죠.
― 공격 능력이 워낙 뛰어난 신재욱 선수이기 때문에, 잘할 것이라고 믿지만. 또 한편으로는 의구심이 드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인 것 같은데요?
― 그렇습니다. 과연 천재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신재욱 선수가 공격수로는 어떤 활약을 보여줄지 너무 궁금하네요! 아! 말을 하던 도중 경기가 시작됐습니다!
심판의 휘슬 소리와 함께 경기가 시작됐다.
그 순간 마리오 고메스와 함께 최전방에 선 신재욱은 씨익 미소를 지었다.
“신기하네.”
분명 긴장이 됐었다.
근육이 떨리고 호흡이 가빠졌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모든 긴장감이 사라져버렸다.
또한, 감각이 돌아오고 있었다.
과거에 가지고 있었던 스트라이커로서의 감각이.
“토마스 뮐러의 역할을 하라고 하셨지?”
경기 전, 유프 하인케스 감독은 말했다.
토마스 뮐러가 소화하던 역할이고, 그 역할을 성공적으로 해내면 된다고.
그러나 신재욱은 그렇게 할 생각이 없었다.
“미안해요, 감독님. 지시를 좀 어겨야겠어요.”
오늘만큼은 다른 선수의 역할을 할 생각이었으니까.
“오늘 저는 ‘마이클 신’이 했던 역할을 할 겁니다.”
그래서.
신재욱은 경기 시작과 동시에 템포를 높였다.
안전하게 공을 돌리려는 프라이부르크의 수비수를 향해 한 마리 야수처럼 달려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