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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대한민국의 프리킥입니다! 위치가 괜찮은데요?
― 좋은 위치죠. 아마도 신재욱 선수가 찰 것 같습니다. 최근에 날카로운 프리킥 감각을 보여주는 선수거든요.
― 슈팅이 날이 날수록 날카로워지고 있죠. 정말 신재욱 선수가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지 상상도 할 수가 없습니다.
신재욱은 바닥에 놓인 공을 바라봤다.
예민해진 포르투갈 선수들에게 밀려 넘어지며 얻어낸 프리킥이었다.
“좋네.”
골대와의 거리는 22m.
가까운 편이었다. 즉, 직접 프리킥을 차기에도 좋은 거리였다.
각도도 괜찮았다.
오른발로 감아 차기 좋은 각도였으니까.
만약 왼발로 감아 차야 하는 각도였다면, 신재욱은 넘어지지 않고 버텼을 것이다.
꾸준한 훈련으로 이제는 거의 양발잡이처럼 움직일 수 있지만, 프리킥만큼은 오른발이 더 나았으니까.
“왼발 프리킥 정확도도 더 올려야 하는데.”
그렇게 중얼거린 신재욱은 이제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크게 심호흡을 했다.
숨을 들이마시고, 전부 다 내뱉은 뒤 숨을 참았다.
집중력을 최대로 끌어올리기 위한 과정이었다.
― 신재욱이 프리킥을 찰 준비를 마쳤습니다!
프리킥을 차도 좋다는 주심의 신호가 나왔다.
그 순간 신재욱이 움직였다.
천천히 공을 향해 걸었다. 점점 속도를 높였다. 공과의 거리가 가까워졌다. 마침내 슈팅해야 하는 거리까지 도달했다. 왼발을 공의 왼쪽 바닥에 찍었다. 수없이 많이 연습하며 입력된 위치였다. 왼쪽 다리에 힘을 주고 몸의 중심을 잡았다.
이어서 오른발을 휘둘러 공을 때려냈다.
터엉!
강렬한 소리가 아닌, 경쾌한 소리가 났다.
발의 안쪽으로 공을 감아 찼기 때문이었다.
쉬이이이이이!
공이 날카로운 궤적을 그리며 날아갔다.
제대로 맞았고, 파워가 잘 실린 슈팅이었다. 방향과 궤적 역시 신재욱이 생각한 그대로였다.
씨익!
신재욱은 미소를 지었다.
사실 차는 순간 느꼈다.
골이 될 거라고.
느낌은 틀리지 않았다.
“좋았어.”
미소를 짓고 있는 지금, 쏘아진 공이 포르투갈의 골망을 흔들었으니까.
― 우오오오오! 골! 골입니다! 신재욱 선수가 프리킥을 성공시켰습니다!
― 신재욱 선수! 정말 잘 찼네요! 포르투갈의 골키퍼가 손도 쓰지 못하는 슈팅이었습니다! 이제 스코어는 2 대 0이 됩니다!
점수를 2 대 0으로 벌린 프리킥 골.
그걸 해낸 신재욱은 첫 번째 골을 넣었을 때와 같이 공을 들고 경기장 중앙으로 뛰었고.
관중석에선 그를 향해 거대한 함성을 뿜어냈다.
우와아아아아아아아!
이전에는 야유를 보냈던 콜롬비아 사람들마저도 이제는 신재욱에게 환호를 보내고 있었다.
안티팬마저 팬으로 바뀐 순간이었다.
“난 신재욱 저 자식이 분명 싫었는데, 축구를 너무 잘하니까 점점 좋아지고 있어.”
“젠장! 싫어하기엔 플레이가 너무 환상적이야. 저렇게 축구하는 녀석을 어떻게 싫어할 수가 있겠어?”
“포르투갈이 탈탈 털리는 걸 보니 차라리 우리 콜롬비아는 잘 싸운 거라는 생각이 드네.”
“신재욱이 혼자 포르투갈을 무너뜨리고 있어! 씁쓸하지만 콜롬비아가 진 게 당연한 거였어.”
“신재욱의 저 빨간색 머리도 뭔가 멋있지 않아?”
같은 시각, 전 세계 축구팬들 역시 신재욱의 골에 감탄하며 커다란 관심을 드러냈다.
└와우! 엄청난 골이야! 난 오늘 한국의 경기를 처음 봤는데, 신재욱 저 친구, 어메이징한 선수잖아? 필드 플레이도 좋은데, 프리킥까지 잘 찬다고? 레알 마드리드는 이런 선수를 아직도 영입하지 않고 뭐 하고 있는 거지?
└신재욱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올 거야. 같은 한국인인 박지석이 있으니까 신재욱을 데려오는 건 어렵지 않겠지.
└아름다운 골이구만! 근데 위에 친구들은 뭔 개소리들을 늘어놓고 있는 거야? 신재욱은 이미 최고의 팀인 바이에른 뮌헨에 있는데 레알 마드리드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왜 가?
└위에 바이에른 뮌헨의 팬이지? 솔직히 바이에른 뮌헨의 이름값은 레알 마드리드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동급이라고 하기엔 조금 부족하잖아.
└확실한 건 신재욱은 유럽 어떤 팀에 와도 최고의 유망주 대접을 받을 수 있을 거야. 지금 16세의 나이에 신재욱처럼 할 수 있는 선수가 있나? 내 기억엔 단 한 명도 없어.
└프리킥 골이라니……! 역시 신재욱다워! 난 이번 U―20 월드컵에서 신재욱을 처음 알았고, 이 녀석 때문에 한국의 경기를 전부 찾아봤어. 근데 신재욱 이 녀석…… U―20 월드컵에 나온 다른 선수들과는 차원이 다른 괴물이더라. 놀라운 일이지. 프랑스나 브라질, 스페인에도 없었던 압도적인 선수가 작은 나라인 한국에 있으니까.
└한국을 너무 무시하진 마.
└축구를 못하는 작은 나라인 건 맞잖아. 솔직히 한국에 박지석 말고 축구 잘하는 사람이 누가 있어?
└볼턴 원더러스 FC에서 뛰는 이청영을 몰라? 이 선수도 꽤 잘해!
└확실한 건 신재욱이 한국 최초의 월드클래스 선수가 될 거라는 거야.
└너희 왜 함부르크 SV에서 뛰고 있는 손훈민은 빼먹냐? 얜 분데스리가 최고의 유망주 중 하나라고!
└아! 손훈민도 있었네! 그 선수도 핫한 유망주지!
이처럼 전 세계 축구팬들이 신재욱과 한국에 관심을 드러냈고.
국내 축구팬들은 U―20 월드컵 결승전에서 한국이 2 대 0으로 앞서가게 되었다는 사실에 흥분하고 있었다.
└우어어어어어어어억!!!!!! 고로로로로로로로로롤! 2 대 0이다아아아!
└개쩐다 짜루짜루진짜루!!!!! 신재욱 뭐냐고 왜케 잘하냐구ㅠㅠㅠㅠ
└이거 진짜 우승할 거 같은데???ㅋㅋㅋㅋㅋㅋㅋㅋ 신재욱이 그냥 한국 머리채 잡고 우승시켜주려고 하는 중ㅋㅋㅋㅋㅋㅋㅋ
└프리킥 고오오오오오올!!!! 너무 재밌다 증말ㅋㅋㅋㅋ 경기 초반인데 벌써 2골 넣었어ㅋㅋㅋㅋ
└방심은 하면 안 되는데, 그래도 이건 분위기 자체가 너무 좋잖아!!!
└훠우!!!!!! 신재욱 2골!!! 포르투갈 ㅅㄱ욤!!!!
└신재욱 굿즈 발매 안 함? 만야 발매하면 바로 10개 산다!!!
└이야!!!!!! 신재욱 쟤는 만 16살짜리가 어떻게 저렇게 간지가 나지? 카리스마도 장난 아님ㄷㄷ
└ㅇㅇ축구를 잘해서 그렇게 보이는 것도 있긴 할 텐데, 그래도 신재욱한테는 특유의 카리스마가 있어. 저 빨간 머리 때문에 그런가?
└포르투갈 축구 실시간으로 멸망 중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 *
[슈팅이 좋아집니다!]
[슈팅이 좋아집니다!]
[슈팅이 좋아집니다!]
“잘하면 이번 경기에서 슈팅 능력치가 오를 수도 있겠는데?”
신재욱은 허공에 떠오른 메시지들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U―20 월드컵 결승전이라는 무대답게 실시간으로 떠오르고 있는 메시지의 양도 매우 많았다.
이대로 좋은 활약을 이어간다면, 능력치의 성장이 무조건 따라올 것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다만 좋은 활약을 길게 이어가는 것엔 확신이 없었다.
“전반전에 어느 정도 승부를 내야 해. 후반전부턴 체력이 많이 떨어져 있을 거야.”
몸 상태 때문이었다.
결승전이 치러지기 전날까지 최선을 다해서 컨디션 회복에 집중했지만, 완벽하게 회복하진 못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회복할 시간이 부족했으니까.
4강전을 치르고 겨우 3일 만에 펼쳐지는 결승전이었으니까.
“잘 조절해서 뛰어도 후반 20분 정도면 심각할 정도로 퍼져버리겠지.”
신재욱은 현재 몸 상태를 냉정하게 판단했다.
수많은 경험이 있기에 판단은 늘 정확했다.
즉, 후반 20분이 지나면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없게 된다. 그러니 그전에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신재욱은 동료들을 이끌고 다시 상대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 우리 선수들의 압박이 되게 좋네요! 포르투갈 선수들이 좋은 연계를 시도하려고 할 때마다 계속 끊기고 있거든요?
― 포르투갈 선수들은 답답한 걸 넘어서 질려버릴 것 같습니다. 우리 선수들이 무서울 정도로 필사적으로 뛰고 있거든요!
― 하하! 우리 선수들이 정말 질려버릴 것 같다는 말이 잘 어울리는 플레이를 하고 있긴 하네요!
좋은 분위기는 한국이 가져가고 있었다.
포르투갈 선수들은 답답함을 느끼며, 공격을 풀어나가지 못했다.
하지만 포르투갈 역시 결승까지 올라온 팀.
조금이지만 한국에 빈틈이 생기면, 그곳을 파고들 수 있는 실력을 지닌 팀이었다.
그리고.
아쉽게도 한국의 빈틈은 좋은 분위기에 비해서 빠르게 나타났다.
― 아! 송건우 선수의 실수가 나옵니다! 공을 뺏겼습니다! 방금은 근처에 동료가 있었거든요! 턴오버를 하기보단 패스를 했었어야 합니다!
― 송건우 선수는 4강전까지 주전으로 나오던 우민규 선수 대신에 선발로 출전한 선수거든요? 경기 감각이 올라오지 않았다는 걸 감안해도 방금 보여준 플레이는 너무 아쉬웠습니다!
송건우는 체력이 떨어진 우민규 대신에 선발 출전한 수비형 미드필더였다.
안정적으로 볼 처리를 해야 하는 포지션인데, 공을 길게 끌다가 뺏겨버렸다.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지만, 지금은 결승전이었다.
게다가 단순히 뺏긴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게 문제였다.
― 포르투갈의 역습입니다! 너무 위험합니다!
― 이건 반칙으로라도 끊어내야죠!
포르투갈의 중앙 미드필더 세르지오 올리베이라는 송건우에게서 공을 뺏어내자마자 포르투갈의 스트라이커 넬슨 올리베이라에게 패스했다.
넬슨 올리베이라는 이번 대회에서 매우 뛰어난 득점력을 보여주는 선수였고, 오늘의 컨디션도 좋은 편이었다.
그는 공을 받자마자 한국의 수비수 구재윤을 등진 채, 몸을 돌렸다.
“헉!”
구재윤이 깜짝 놀라며 넬슨 올리베이라가 몸을 돌리는 것을 막아보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힘에서 완벽하게 밀려버렸기 때문이었다.
몸을 돌린 넬슨 올리베이라는 그대로 슈팅을 때렸다.
그는 강력한 발목 힘을 지닌 선수였고, 슈팅 역시 빠르게 뻗어 나갔다.
― 아! 막아야 합니다! 채민석 골키퍼가…… 아…….
해설은 말을 끝까지 잇지 못했다.
넬슨 올리베이라가 때려낸 슈팅이 한국의 골대 안으로 들어갔기 때문이었다.
― 포르투갈의 골입니다……! 아…… 우리 선수들… 잘하다가 이렇게 실수 한 번으로 득점을 내주네요…… 너무 아쉽습니다…!
― 하지만 괜찮습니다! 아직 2 대 1로 이기고 있지 않습니까? 우리 선수들이 포르투갈을 상대로 더 좋은 플레이를 펼칠 것이라고 믿습니다!
넬슨 올리베이라를 비롯한 포르투갈 선수들은 여러 명이 동시에 잔디 위에 미끄러지는, 화려한 세리머니를 펼쳤다.
2 대 1로 밀리고 있는 상황에서도 세리머니를 하며 기세를 올리는 선택을 한 것이다.
그때였다.
신재욱은 재빨리 동료 선수인 송건우에게 다가갔다.
그는 고개를 숙인 채 괴로워하고 있었다.
자신 때문에 실점을 허용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건우 형!”
“……내가 망쳤어. 분위기 좋았는데, 나 때문에…….”
신재욱은 송건우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그의 행동을 이해할 수는 있었다. 다른 경기도 아니고 U―20 월드컵 결승에서 뼈아픈 실수를 했으니까.
그 실수로 인해서 상대가 골을 넣었으니까.
그러나.
신재욱은 약해빠진 소리를 하는 동료를 이해할 생각이 없었다.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었으니까.
상대와 승리를 걸고 필사적으로 싸우는 전쟁 중이었으니까.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더 집중해서 만회할 생각을 하세요. 의미 없이 공 질질 끄는 건 하지 말고, 동료가 근처에 없을 땐 그냥 나한테 바로 패스해요. 내가 어떻게든 해줄 테니까. 알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