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빨로 축구천재-101화 (101/224)

101

* * *

전반 44분.

브라질에게 계속해서 밀리던 한국 선수들은 수비적으로 플레이하며 남은 시간을 버티려고 했다.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충분히 버틸 수 있다고 생각했다.

― 브라질의 공세가 매섭습니다……! 우리 선수들이 필사적으로 버티고 있지만, 위험한 순간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거든요…?

― 조금 더 안정적인 수비를 할 필요가…….

해설들은 말을 끝까지 하지 못했다.

순간적으로 말문이 막혔기 때문이었다.

필리페 쿠티뉴가 왼쪽 측면에서 중앙으로 방향을 꺾으며 때려낸 슈팅.

그 슈팅이 한국의 골대 상단 구석에 꽂혀버리는 장면을 봤기 때문이었다.

― 아…… 이게 들어가네요…… 필리페 쿠티뉴 선수의 골로 스코어는 2 대 2가 됩니다……!

― 너무 아쉽습니다! 조금만 버티면 전반전이 종료되는 상황이었거든요…! 방금은 민동기 선수가 필리페 쿠티뉴 선수를 끝까지 막아줬어야 했는데…… 순간적으로 놓치며 슈팅을 허용해버리고 말았습니다.

― 우리 선수들! 괜찮습니다! 너무나도 아픈 실점이긴 하지만, 지고 있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우리 선수들이 남은 시간 동안 힘을 내서 또다시 멋진 골을 만들어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동점이 된 지금.

브라질 선수들은 단체로 춤을 추며 기뻐했다.

“으흐흐! 필리페 쿠티뉴! 네 슈팅은 역시 엄청나다니까? 한국의 골키퍼가 움직이지도 못하던데?”

“역시 쿠티뉴의 슈팅은 예술이야!”

“이대로 분위기 살려서 역전 골도 넣어버리자! 한국이랑 동점이라는 게 말이 돼?”

“하하하! 그러니까 말이야! 빨리 골 넣어서 자존심 회복 좀 하자!”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신재욱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하필 다른 선수를 막고 있을 때 쿠티뉴한테 걸렸네.”

필리페 쿠티뉴의 오른발 슈팅이 얼마나 위험한지는 알고 있었다.

환생 전, 여러 번이나 상대해봤던 선수였으니까.

다만 상대의 무기를 알고 있다고 해서 필리페 쿠티뉴에게만 붙어있을 수는 없었다. 그러기엔 신재욱이 맡은 역할이 너무나도 많았다.

“어쩔 수 없지.”

그 말을 끝으로 신재욱은 다시 움직였다.

아쉬운 점은 많았지만, 누군가를 탓하는 건 그의 성격과는 거리가 멀었다.

‘내가 더 잘하면 돼.’

경기가 재개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전반전이 끝이 났다.

그리고 후반전이 시작되자마자 신재욱은 동료들을 다독이며 브라질을 강하게 압박했다.

“더 붙어줘요! 이럴 때 기세에서 밀리면 안 돼요! 같이 싸워줘요!”

기술이 좋은 브라질 선수들이지만, 신재욱이 덤벼들 때면 공을 끌지 않고 동료에게 패스했다.

― 브라질 선수들이 신재욱 선수를 굉장히 경계하고 있네요! 신재욱 선수의 태클에 여러 번 공을 뺏겼기 때문이겠죠?

― 그렇습니다! 수준이 높은 선수들일수록 상대의 실력도 잘 파악하거든요! 아마 브라질 선수들은 신재욱 선수의 실력이 엄청나다는 걸 이미 느끼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신재욱 선수는 정말 많이 뛰어주네요! 이젠 과연 풀타임을 뛸 수 있을지 걱정이 될 정도입니다……!

해설들의 말처럼 신재욱은 많이 뛰고 있었다.

전반전 내내 경기장에 있는 모든 선수 중 가장 많이 뛰었고, 후반전이 시작된 이후에도 역시 많이 뛰고 있었다.

당연하게도 체력 소모도 컸다.

그래도 신재욱은 계속 뛰었다.

자신이 많이 뛰어야만 이길 수 있다는 걸 알았으니까.

“후우……!”

신재욱이 주변을 둘러보며 거친 숨을 내쉬었다.

턱 끝까지 숨이 찬 상태가 오래 유지되고 있었다. 쉴 틈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다리를 멈추지 않았다. 중원을 넓게 뛰어다니며 동료들의 패스를 받아주고, 다시 뿌려주는 역할을 이어갔다.

이런 신재욱의 모습에 한국 축구팬들은 놀라움을 넘어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미친…… 왜 신재욱 혼자 축구하냐고……! 다른 놈들도 열심히 좀 뛰어봐!

└신재욱 반만 열심히 뛰어줘도 신재욱이 이렇게까지 많이 뛸 필요는 없었겠다.ㅠㅠ

└재욱이 진심 불쌍하네;;;; 말이 안 될 정도로 잘해주는데, 같은 팀 동료라는 놈들은 계속해서 똥만 싸대고 있네;;;;;

└다른 놈들은 패스를 왜 저렇게 못 하는 거야? 왜 압박만 받으면 어버버대는 거냐고!!!!! 저런 실력으로 어떻게 국가대표에 뽑힌 건지 모르겠네???

└슬프게도 쟤네보다 나은 애들이 없다는 거지. 그냥 신재욱이라는 천재가 나온 것만으로 만족하자…… 결승은 무슨. 꼬라지 보니까 최소 2골은 더 먹히겠구만…….

└신재욱은 곧 퍼지겠는데? 잘하는 건 좋지만…… 이건 심하게 많이 뛰는 거 아니야……? 저러다가 쥐라도 나면 큰일인데…….

└우리 재욱이 못하는 팀에 와서 혹사 제대로 당하네ㅠㅠㅠㅠㅠ

이처럼 팬들이 걱정할 정도로 많이 뛰고 있는 신재욱이었지만, 후반전에 들어선 이후로 좋은 기회를 만들진 못하고 있었다.

더 나아가 제대로 된 공격을 하지도 못하고 있었다.

브라질의 공격에 정신없이 흔들리고 있는 동료들 때문이었다.

― 위험합니다! 구재윤 선수의 불안한 수비였습니다! 옆에 있던 김준기 선수가 걷어냅……아! 하필이면 걷어낸 공이 빗맞았습니다! 카세미루가 공을 잡습니다! 카세미루의 슈팅을 막아야 합니다!

끔찍한 장면의 연속이었다.

집중력이 떨어진 수비수들이 보여줄 수 있는 최악의 모습들.

현재 한국의 수비수들이 보여주고 있었다.

― 카세미루 선수! 슈팅하나요? 오오오! 신재욱입니다! 신재욱이 몸을 던지며 카세미루의 슈팅을 막아냈습니다!

― 신재욱 선수가 또다시 한국을 위기에서 구해주네요! 하지만 지금처럼 불안하게 걷어내는 행위는 지양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실상 신재욱 선수가 아니면 또 실점으로 이어질 수 있는 장면이었거든요?

― 그렇습니다! 그리고 사실상 공격형 미드필더인 신재욱 선수가 이렇게 수비 가담에 많은 체력을 쓰는 것 자체가 좋지 않습니다. 신재욱 선수는 이미 전반전 내내 팀에서 가장 많이 뛰었거든요! 우리 선수들이 조금 더 많이 뛰어주며 팀의 에이스를 도와줘야 합니다!

브라질의 공격은 계속 이어졌다.

많이 지친 한국팀의 수비는 점점 더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사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지닌 실력보다 훨씬 더 강한 상대를 만나면 체력이 빨리 떨어질 수밖에 없으니까.

더구나 체력이 떨어지면 집중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으니까.

다만 신재욱은 집중력을 잃지 않고 있었다.

계속해서 수비 가담을 하는 상황에서도 상대의 빈틈이 발견되기를 기다렸다.

단 한 번의 기회가 온다면 놓치지 않고 잡아낼 생각이었다.

그러나.

기회보다 위기가 더 빨리 찾아왔다.

* * *

삐이이이익!

주심이 휘슬을 불었다.

구재윤의 반칙이었다.

― 아……! 반칙이 주어지네요……!

― 구재윤 선수가 슈팅하려던 윌리앙 주제 선수를 팔로 밀었죠. 물론 심판의 성향에 따라서 반칙을 선언하지 않을 수도 있는 장면이지만, 지금처럼 반칙이 선언돼도 할 말이 없는 수비였죠.

― 아쉽습니다……! 너무 위험한 위치에서 프리킥을 내줬는데요?

위기였다.

골대와의 거리는 21m.

직접 프리킥으로 많은 골이 나오는 거리였다.

‘위험한데?’

씁쓸한 마음에 신재욱이 헝클어진 머리를 쓸어올렸다.

가뜩이나 브라질엔 프리킥을 잘 차는 선수가 많은데, 프리킥의 위치까지 훌륭했다.

게다가 더 씁쓸한 건 할 수 있는 게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었다.

‘프리킥 차는 선수를 방해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할 수 있는 건 그저 몸으로 벽을 세운 채, 키커가 실수하기를 바라는 것뿐이었다.

다만, 신재욱의 눈빛은 살아있었다.

집중력도 여전히 높았다.

‘운이 따라야 하긴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기회는 올 수 있지. 만약 그 기회가 온다면… 무조건 살린다.’

그때였다.

삐이이익!

주심이 신호를 줬고.

브라질 선수 2명이 공을 향해 움직였다.

그러나 그중 진짜로 공을 차는 선수는 한 명이었다.

퍼어엉!

필리페 쿠티뉴.

오른발 킥이 굉장히 정확하고 강력한 그가 진짜 키커였다.

그리고 그 순간.

신재욱은 뻗어 나가는 공의 궤적을 보며 작게 중얼거렸다.

“잘 찼네.”

워낙 많은 프리킥 훈련을 해왔고, 많은 프리킥 골을 넣어왔던 그였기에 지금처럼 궤적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골이 될지, 골이 되지 않을지를.

“이 정도로 잘 찼으면 들어가야지.”

신재욱의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필리페 쿠티뉴의 프리킥은 아름다운 궤적을 그리며 골대 상단 구석으로 파고들었다.

― 아……! 들어갔습니다…… 필리페 쿠티뉴 선수가 정말 잘 찼네요…! 이렇게 잘 찬 프리킥은 골키퍼가 손도 쓰기 힘들죠…….

― 채민석 골키퍼가 완전히 얼어붙을 수밖에 없는 슈팅이었습니다. 이러면…… 스코어가 역전이 됐네요…… 브라질이 대한민국을 상대로 3 대 2로 앞서갑니다.

신재욱은 쓰게 웃었다.

기회가 오기를 기다리던 상황이었기에 아쉬움도 진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이런 상황도 그에겐 익숙했다.

“어쩔 수 없지.”

항상 그랬듯, 신재욱은 다른 기회를 만들기 위해 움직일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전에 먼저 할 일이 있었다.

“다들 고개 들어요! 충분히 동점 만들 수 있으니까, 패배한 것 같은 표정 짓지 마요. 그리고 그딴 표정들 지을 여유 있으면 한 발자국이라도 더 뛰어요.”

아직 경기가 끝나지 않았음에도 기죽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동료들을 향한 일갈이었다.

그러자 U20 한국대표팀 선수들은 뜨끔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이들은 막내가 형들에게 소리를 친다는 생각 따위 하지 못했다.

이 순간 이들의 머릿속엔 신재욱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만이 차올랐다.

놀랍게도 효과도 있었다.

― 우리 선수들이 힘을 내고 있습니다! 방금까지만 해도 체력적으로 힘들어하던 우리 선수들의 움직임이 살아나고 있습니다!

― 놀랍네요! 정말 놀라운 정신력입니다!

한국 선수들 모두 다리가 풀린 상태였지만, 다시 활동량을 늘리기 시작했다.

해설들의 말처럼 사실상 정신력으로 뛰는 것이었다.

그리고.

다리가 풀린 채 정신력으로 뛰는 건 신재욱도 마찬가지였다.

다른 선수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힘든 상황에 익숙하다는 것뿐이었다.

“연장전까지 가는 경기보단 훨씬 낫지 뭐.”

연장전도 여러 번 경험했던 신재욱이기 때문에, 지금과 같이 체력적으로 힘든 상황에서도 버텨낼 수 있었다.

몸이 완전히 멈춰버리지 않는 이상 정신력으로 얼마든지 움직일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었다.

이처럼 신재욱과 동료들이 힘을 내서 뛰어서일까?

아니면 브라질의 선수들 역시 지쳤기 때문일까?

후반 31분.

― 오오오오! 이찬호 선수가 마르코 선수에게서 공을 뺏어냈습니다! 이건 마르코 선수의 실수죠!

― 좋은 기회입니다! 우리 선수들! 이 기회를 살려야만 합니다!

드디어 한국팀에게 기회가 왔다.

브라질의 수비수에게서 공을 뺏어낸 이찬호는 조금도 지체하지 않고 패스를 선택했다.

근처에 있던 동료가 아닌, 조금은 먼 거리에 있던 신재욱을 본 패스였다.

그리고.

투욱!

신재욱이 공을 안정적으로 받아냈다.

“드디어 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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